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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를 찾아서
작가 : 복옹
작품등록일 : 2017.10.28

꿈 때문에 우린 만났고, 꿈 때문에 우린 불행했다.
마지막 순간 너의 얼굴을 봤을 때, 부디 그 순간이 모두 꿈이기를.

 
1. 불행
작성일 : 17-10-30 05:04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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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가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실타래처럼 엉킨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피어올랐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해도 도무지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내가 잘못 봤을 리가 없는데. 온통 새까만 얼굴이라니. 그냥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나마 꿈다운 꿈을 꾼 건가, 아니면 정말 그 사람에게 무언가가 있는 걸까. 이런 찜찜함을 느끼게 될 줄 알았으면 허벅지에 볼펜을 눌러 박아서라도 졸음을 참는 건데.

 

  학식으로 나온 콩나물을 뒤적거리며 수영이에게 물었다.

 

 

 “수영아, 너 오늘 수업에 내 왼쪽에 앉은 남자 봤어?”

 “보긴 봤지. 왜, 관심 있어?”

 

 

  젓가락의 뒤적임에 뭉쳐진 콩나물 꼴이 마치 복잡한 머릿속과 같았다. 지금 이 순간 그에게 관심은 그 누구보다 많았다. 단순히 이성으로써 느껴지는 호감이 아닌 꺼림칙하고 불편한 감정이 그 관심의 이유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그 사람 우리 과야?”

 “응, 걔잖아. 교수님이 첫 시간에 2학년인데 4학년 수업 왜 신청했냐고, 괜찮겠냐고 물어봤던 애”

 

 

  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복학하자마자 4학년 전공 듣는 패기가 대단하다고 옆에서 수영이가 무어라고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과 인원수도 워낙 많고 신입생 때부터 과 생활을 잘 안 했던 탓에 몰랐었나 보다.

 

 아무리 그래도 과 동기였다니.

 

 

 “이름이나 번호 알아?”

 “아니. 혹시 모르니까 동기 단톡방에서 한번 찾아봐봐!”

 

 

  수영의 말에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어 동기 단체 카톡방을 살펴봤다. 130명. 남자의 얼굴은 오늘 워낙에 뚫어지라 쳐다본 탓에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내리고 내려도 130명 중 프로필 사진 속에 그 아이의 모습을 담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단체 카톡방을 뒤지다가 너무 스토커 같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래, 다음 주 강의시간까지만 기다리자. 그때 만나면 이름이라도 기필코 물어보리라.

 

 

  모처럼 강의도 하나뿐이고 아르바이트도 없는 날이라, 집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이틀간 사람의 흔적이 없던 침대에는 싸한 공기가 맴돌았다. 문을 열었을 때 아무도 없는 집이 이제는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자취한 지 3년이 넘었음에도 가끔은 이렇게 허한 기분이 들곤 한다. 어제부터 쌓인 피로 탓인지 그 공허함을 제대로 느낄 틈도 없이 눈을 감자마자 저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

 

 

 ‘빰빠빰--’

 

 

  귓속 가득 울려 퍼지는 알람 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잠깐 눈만 감았다 뜬 것 같은데 벌써 아침 9시라니.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분명 어제 예보에는 비가 온다는 말이 없었던 것 같은데 밖에는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얼마 전 우산을 잃어버린 탓에, 가방으로 대충 비를 가리고 우산을 사기 위해 집 근처 편의점으로 달리고 있을 때 버스가 지나가면서 흙탕물을 잔뜩 흩뿌렸다. 덕분에 흰옷은 잿빛으로 변해버렸다.

 

  오늘 이상할 정도로 일이 안 풀리네.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성질난 손으로 벅벅 옷을 털어냈다. 편의점은 아직 멀었고, 추적거리는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불어난 물웅덩이에 빠진 신발 덕분에 양말까지 촉촉이 젖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로, 안 풀리는 날이었다.

 

  그때였다. 고맙게도 곁으로 다가온 누군가가 휴지를 건넸다.

 

 

 “어, 감사합니다!”

 

 

 반사적으로 휴지를 건네받으며 상대를 바라봤다. 이내, 마치 동영상을 느리게 재생한 것처럼 휴지를 건네준 누군가의 모습이 하나씩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휴지를 건네는 커다란 손, 청바지, 작은 로고가 박힌 흰색 맨투맨. 그리고 .

 

 

 

 까만 얼굴

 

 

  그 까만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화들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입에서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는 기분에 손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마치 비를 맞은 듯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더듬더듬 어둠 속에서 핸드폰을 찾아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5시.

 

 알람이 울린 순간부터 휴지를 건네받은 그 순간까지 모든 게 꿈이었다.

 

 

  문득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동생이 악몽을 꿨다며 울면서 내 방으로 뛰어 들어왔던 게 생각났다. 내 꿈속 세계는 늘 그 어떤 현실보다도 더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그때의 나는 '악몽'이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꿈에서 귀신조차 한번 나온 적이 없었던 나는 다채로운 동생의 꿈이 소설 속 이야기보다 즐거웠다. 오죽하면 매일 꿈이야기를 해달라고 동생을 재촉하기까지 했으니.

 

  악몽을 경험하기 전에는 무서운 꿈이라도 좋으니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꿈을 꿔보고 싶다는 바람에 매일 자기 전 소원까지 빌었었다. 하지만 막상 경험하니, 악몽이랄 것도 없는 그저 이목구비가 없는 까만 얼굴의 남자가 나오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게 없는 꿈이었음에도 머리가 지끈 아파져 왔다.

 

 이런 게 악몽이라면 차라리 매일 꾸는 현실적인 꿈이 반복되는 게 낫지. 현실에서 실수를 한다고 해도 조금만 조심하면 되고, 일어났을 때 이런 찜찜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 괜히 어린 시절의 내가 원망스러워졌다.

 

 

 어제 온종일 그 남자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거겠지. 고개를 뒤흔들며 꿈을 지워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무리 고개를 내저어도 그 까만 얼굴은 계속 뇌리에 깊이 남아있었다. 그 블랙홀 같은 어둠.

 

 결국, 그날 밤은 잠을 마저 이루지 못했다.

 

 

 

 *

 

 

 

  그 꿈은 아주 작은 불행의 시작일 뿐이었다. 그 날 이후로 일주일간 꿈속에서 정말 다양한 종류의 불행이 일어났다. 예를 들면 아르바이트에서 잘리는 꿈이라던가, 학교에 지각하는 꿈이라던가. 하는 소소한 불행들. 그리고 불행이 일어난 곳에는 항상 그 까만 얼굴의 남자가 있었다. 일주일 내내 꿈속에서 까만 얼굴과 마주하다 보니, 이제는 그게 익숙해질 정도였다. 여태까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역시 그 남자한테 무언가 있는 게 분명했다.

 

 

  매일 아침잠에서 깨자마자 악몽이라고 칭하기엔 어려운 이상한 꿈들로 인한 찝찝한 기분으로 일주일을 보내고, 드디어 그 남자와 강의가 겹치는 날인 수요일이 되었다.

 

 강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수영이 옆에 가방을 내려 두고 두리번거리며 그 남자를 찾았지만, 그는 아직 강의실에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았다. 자리에 앉아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하며 노트를 꺼내고 있을 때서야 왼편에서 의자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였다.

 손에 쥔 전공 책에 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오해수’

 

 

  오해수. 속으로 이름 세 글자를 되뇌고 있을 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응, 안녕”

 

 

  그가 먼저 말을 걸어올 줄은 예상도 못 했던 탓에 인사를 받아주고는 곧장 눈을 피했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짜고짜 너 뭐 하는 놈이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 평범하기 그지없던 꿈속에서 다른 사람은 현실과 똑같은 모습인데 왜 너만 항상 얼굴이 까만 거냐고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뭐라고 물어보든 이상한 사람 보듯 바라볼 것이 뻔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굳이 애쓸 필요 없이 오해수와 말할 기회가 주어졌다. 강의가 마칠 때쯤 교수님께서 조별과제에 대해 공지를 하셨기 때문에. 오늘까지 3명씩 조를 짜서 명단을 제출하라는 말씀이었다. 수영이는 내가 오해수에게 관심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고, 마침 자리도 셋이 붙어 앉아 있었던 덕에 자연스레 오해수와 함께 조별과제를 하게 되었다.

 

 

 “너 15학번이지? 1학년 때 몇 번 본 것 같은데”

 

 

  무엇보다 어색한 분위기를 가장 싫어하는 수영이가 먼저 오해수에게 말을 걸었다. 15학번이냐는 물음에 오해수는 고개를 한 번 끄떡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나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다.

 

 

 “번호 좀”

 

 

  어느덧 가방을 다 챙긴 오해수가 처음으로 꺼낸 한 마디였다. 바보 같게도 나는 오해수의 새카만 두 눈을 마주한 순간 꿈에서 보던 까만 얼굴을 보는 기분에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오해수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는 것을 보면 꿈속도 아닐 텐데 몽롱한 기분은 사라질 생각을 않았다.

 

  본의 아니게 자신의 말을 무시해버린 나를 화났다고 생각한 것인지 오해수의 표정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명단 내가 제출할테니까 학번이랑 이름 좀 적어줘. 단톡방 만들어야하니까 번호도.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해서. 미안"

 

 

  나름의 해명을 짧게 덧붙인 그의 말에 괜찮다고 웃으며 대답한 수영이가 내 팔을 툭툭 치는 게 느껴졌다.

 

 왜 이래? 고개를 돌려 수영이를 바라보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내가 답답하다는 듯 입 모양으로 말했다. 나 역시 나 자신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름을 묻고 얘기를 해보긴 개뿔, 어떻게든 말 걸어볼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눈을 마주치자마자 얼어버리는 꼴이라니,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끝까지 멍한 상태로 학번과 이름, 그리고 번호까지 종이에 써서 오해수에게 건넸다. 마지막에 인사는 했었나?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손등을 한번 꼬집었다. 아픈데, 현실인데. 손등이 시뻘게지고 감각이 사라질 때까지 힘을 줘 꼬집어 봐도 도무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현실이 꿈이 되는 마법에 걸린 것 마냥 이상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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