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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까마귀 두령
작가 : 다르니
작품등록일 : 2017.10.30

권나라 서쪽 일대를 주름잡는 향락의 거리, 회운로.
대신성 회운로에는 신분마다 들어가는 길이 따로 있다.

일로부터 팔로까지. 여덟 개의 출입구. 각각의 무리들.
회운로를 다스리는 그들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낙오된 자들의 비상!
회운 팔로, 까마귀 두령이 날개짓한다.

 
하나. 향남루
작성일 : 17-10-30 03:19     조회 : 372     추천 : 1     분량 : 7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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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운로에는 세 가지가 없다.

 거지, 강도 그리고 관리官吏.

 돈 없는 자, 돈을 훔치는 자, 그리고 돈을 걷어가는 자.

 어떤 구역을 다스리는 일은 통상 나라의 일이나 회운로에서는 자체 조직이 대신하고 있다.

 회운로는 크게 네 가지 구역으로 구분된다. 최상의 손님을 모시는 천상계天上階와 그 밑으로 수준에 따라 곤황崑凰, 윤작潤雀, 연앙軟鴦 총 사계四階가 있다.

 회운팔로는 회운로의 입구이자, 곧 각 구역을 관장하는 조직의 이름이다. 회운로 북단 끝으로 회운일로의 화려한 문이 있으며, 거의 열리는 법이 없다.

 시찰을 오신 고관대작 분들을 위한 문이다.

 거기서 약간 내려오면 서쪽으로 이로二路가 있다. 큰 부자 또는 높은 관리들이 업무상 출입하는 문이다.

 여기까지는 천상계라 별칭하여, 특별한 분들만 모시도록 관리한다.

 곤황계와 윤작계는 큰 구분 없이 양쪽으로 사로와 오로가 있다. 사로가 약간 위쪽이며, 오로가 엇갈려 아래쪽이다. 그들이 각각 곤황과 윤작의 관리인이다.

 연앙계는 회운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넓은 구역은 육로와 칠로가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북쪽을 바라보고 왼편에 칠로가 있고, 오른편에 육로가 있는데 육로는 연앙계 시작점에 위치해 있다.

 회운삼로는 사로와 연앙계 중간인 칠로 사이 어딘가에 있다. 팔로 중 가장 큰 대문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 대신 회운로 전체의 물자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통상 각자 관리하는 구역의 고객들이 주로 출입하게 된다.

 과거에는 손님들이 없는 대낮에 종종 세력 간에 다툼이 벌어지긴 했으나, 서로의 구역이 어제오늘 바뀌던 때는 지나고, 지금에는 구역의 구분만큼 실력의 차이 또한 뚜렷하게 정해져 버렸다. 큰 변수가 없다면 당분간 회운로의 지배구조는 안정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회운로에 상주하지 않는 아랫것들, 하급 기녀들이 출입하는 회운팔로는 가장 남쪽 끝으로 가면, 서쪽 구석에 위치하고 있다.

 그들이 차지한 구역은 팔로의 좁은 골목 입구가 전부이다.

 

 대신성주께 올리는 모모某某의 장계 中

  

 ---

  

 영롱한 구슬이 수면 아래로 잠긴 양 경계 없이 번지는 빛깔들이 수채화를 만들어 낸다.

 취한 사람들의 눈에는 밤거리의 정경이 번져 간다. 깔깔대는 웃음소리, 의미 없는 말소리들이 회운로에 퍼진다.

 유벽의 기분도 그와 같았다.

 

 “으하핫, 누가 제비고 누가 버들가지냐.”

 “아이, 대인. 벌써 여섯 번은 물어보신 거 같아요. 소녀가 그리도 개성이 없단 말입니까?”

 허달평이 실실 웃었다. 취한다고 이름 하나 기억 못할까. 토라진 듯한 반응에 놀리는 재미가 있었을 뿐이다.

 “어디 보자... 가녀린 손가락이 희고 고우니 네가 버들가지로다!”

 “흥.”

 허달평의 옆에 있는 기녀가 고개를 돌렸다. 다른 기녀가 입을 가리며 크게 웃자, 허달평이 술 한 잔을 들어 마셨다.

 “제 이름이 류류流柳. 언니는 버들가지를 박차고 팔딱 날개짓 하는 제비, 류연柳燕이란 말이옵니다.”

 “어허, 반은 맞춘 셈이 아니냐. 괜한 벌주를 마셨네. 너도 한 잔 받아라.”

 하며 허달평이 술을 따르니, 류연이 고개를 돌린 채 새초롬하게 잔을 내밀었다. 허달평이 제 잔에도 한 잔 따르곤, 둘이 함께 잔을 꺾었다.

 “그러한데, 이쪽 분은 참 말이 없으시옵니다. 아까부터 거리만 내다보시던데 기다리는 분이 있나봅니다?”

 네 사람의 탁자는 이층 난간께에 있었다. 한 쪽이 통째로 트여, 거리의 소음과 빛무리가 그대로 들어오고 있었다. 마치 거리 복판에 술자리를 편 듯 했다.

 “크흐, 술이 달구나. 유 형으로 말하자면 공맹孔孟을 줄줄 외우는 선비란 말씀이지. 우리 같은 것들과는 격이 다르니 네가 이해하거라.”

 유벽이 쓴 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허달평이 놀려대도 딱히 대꾸할 말이 생각나질 않았다.

 “흐흐, 풍류를 즐기는 일은 예로부터 선비의 덕목이 아니옵니까. 공자께선 아마 다른 뜻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다른 뜻?”

 “소녀가 언니와 자리를 바꿔 앉았어야 했는데...”

 류류가 말 끝을 흐리며, 두 손으로 술잔을 들고 홀짝였다. 그 말을 듣고 유벽이 말했다.

 “그럴 리가 있소. 소생에겐 이 옆자리가 충분히 분에 넘치는 자리입니다.”

 “거 봐요.”

 이번엔 류연이 허달평과 더불어 크게 웃었다. 유벽이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그런 것이 아니오. 소생이 견문이 일천하여 이런 광경을 처음 접하다 보니, 약간 꿈에 노닐 듯 벙벙한 느낌이라 그렇소.”

 으흠, 류류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술병을 들었다. 유벽이 잔을 들자, 또르르 귀를 즐겁게 하는 소리가 났다.

 “소녀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듣자하니 회운로의 야경은 천하절경이라 소문이 자자하다 합니다. 공자는 여행 중이신 모양이지요?”

 “뭐, 그야...”

 술잔으로 손을 가져가는 유벽을 대신해 허달평이 말했다.

 “좋은 이가 있으면 그 자리가 여행을 떠날 이유가 되는 게 아니겠는가. 내 보아하니 당분간 풍류객의 여행길은 구름길이 될 듯 하이.”

 “그렇다면 소녀가 인심을 써서, 좋은 친구가 되어 드릴 수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류류가 유벽의 팔을 감싸며 기대왔다.

 유벽은 거북한 마음에 팔을 빼려다 말았다.

 그도 혈기방장한 나이였으니 싫을리야 있겠냐만, 본디 기녀의 일이 그런 것이라 생각하니 불편함이 컸다.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허달평을 따라 나섰지만, 막상 자리에 있으니 가식적인 말과 몸짓에 응수하는 것이 내키지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회운로의 풍경은 온전히 마음을 담아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유벽이 말을 꺼냈다.

 “대권 천지에 이런 거리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소. 이 많은 기름을 어디서 구해 오는지.”

 류연이 말했다.

 “어디서 구하는가 보다, 그 기름 값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문제겠지요. 나라 안에서 으뜸을 다투는 풍류도시인 만큼, 돈을 물 쓰듯 하는 손님도 엄청나옵니다. 아마 공자께서 상상하는 이상일 테지요.”

 그의 말에는 회운로의 일원이라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회운의 부富는 자기 것이 아니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으로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했다.

 “언니는 우리 공자님 머릿속에 들어와 봤단 말이요? 우리 공자님은 언니의 상상 그 이상이란 말이야.”

 “어, 거 참 부럽다.”

 “물론, 우리 공자님은 더더더 대단하시지.”

 류연이 허달평과 손뼉을 치며 히히덕거렸다. 류류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흥,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정인 같군.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정情이란 건 야금야금 물들어 가는 게 아니겠어요?”

 류류가 팔을 잡던 손을 떼고 허리를 바로 세워서, 유벽을 쳐다보았다.

 “그, 그렇지요.”

 “그러니깐 자주 들러주시와요. 얘기를 나눌 벗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하고 이를 드러내며 씩 웃는다. 유벽은 그의 말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이 끌리는 것을 느꼈다.

 “누가 삼 층에서 영업하라고 했어?”

 큰 고함과 함께 계단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층에 있던 세 탁자의 사람들이 모두 계단 쪽을 쳐다보았다.

 “아, 저 새끼.”

 류류가 욕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유벽의 손등에 손을 올리며 ‘괜찮아요.’ 하며 나직이 말했다.

 올라온 이는 민머리의 거한이었다.

 “아, 미안합니다. 원래 이층은 개방하지 않는데, 착오가 있었던 모양인데. 자, 다들 내려가시죠.”

 말투는 상냥한데 표정은 매우 험악했다. 뒤따라 올라온 중년인이 굽실대며 말했다.

 “아이고, 장 대인. 이렇게 쳐들어오면 어째....”

 “아이고. 남 대인. 이렇게 쳐들어오게 만들면 어째.”

 거한이 씨익, 누런 이를 자랑했다. 그가 쿵쿵 거리며 유벽 일행쪽으로 왔다. 자리에 앉은 네 사람 모두 움찔 거렸다.

 그가 난간에 기대어 바깥을 내다봤다.

 “휴-. 여기는 언제와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군. 다른 데는 시끄럽고, 번잡하고 이만한 풍취가 안나.”

 거한이 저 멀리 어둠에 가린 풍원산 어림을 쳐다봤다. 밤하늘보다 짙은 산그림자만이 어렴풋이 보였다.

 “하지만 좋은 자리에 앉으려면 그만한 댓가는 치러야지. 안 그래?”

 그가 어깨 너머로 허달평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 예. 그럼요. 좋은 자리에는 비싼 값을...”

 “그런데. 왜 돈을 안내?”

 시선을 정면으로 받은 허달평이 당황해서 어물어물 거리는데, 주루 주인이 따라와서 말했다.

 “아이고. 어르신. 이제 저희는 양사羊獅나으리에게 내지 않습니까요.”

 “칠로七路주가 나보다 무서워?”

 주인이 입을 열지 못했다. 당연히 양사가 더 무서웠다. 칠로주 양사에 비하려면, 눈 앞의 거한이 아니라 육로주를 대야 급이 맞았다.

 하지만...

 “무, 물론 광두 나으리가.”

 “근데!”

 광두가 고함을 쳤다. 류연이 놀라 술병을 넘어뜨렸다.

 “난 향남루를 칠로에 넘긴 적이 없어! 양사 개뼈다귀 같은 놈을 데려오든지, 내게 상납을 하든지!”

 “아, 예예. 아삼아!”

 주인이 계단 아래로 소리쳐 누군가를 불렀다. 계단 아래서 뛰어가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 계단을 밟고 올라왔다.

 “뭐야, 걸어다녀?”

 광두가 바닥을 부숴버릴 듯 밟으며 계단께로 왔다. 올라오는 녀석을 발로 차버릴 기세였다.

 하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그래. 어쩔래?”

 올라오는 이는 난발을 한 사내였다. 뒷머리는 어깨를 훌쩍 넘겨 자랐고, 앞머리는 눈을 덮어 볼가에 닿았다.

 그의 허리께에는 낡아 녹슨 검집이 달려 있었다.

 “응? 뭐야, 이건.”

 광두의 말에 비웃음이 담겼다.

 “누가 내 구역에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했지? 난 아닌데?”

 “내가 허락했다.”

 난발의 사내는 목소리가 얇았다. 머리카락에 가린 얼굴을 들춰보면 어린 소년의 모습이 보일 것 같았다.

 “둥지에서 떨어진 새 마냥 재잘재잘대는 게 귀엽구나.”

 “예서 칼부림을 할 테냐?”

 “어디 뽑아봐!”

 광두가 막 삼층 턱을 밟은 소년의 가슴에 발길질을 했다. 소년이 한 팔을 들어 가슴을 가리며 버텨 섰다.

 퍽, 소리가 나며 소년이 계단을 굴렀다.

 “제깟놈이 입만 살아서! 네가 아직도 비룡검인줄 알아?”

 광두가 계단을 뛰어 내려가 웅크린 소년을 밟았다. 소년이 이리저리 구르면서 발길질을 피하려 용을 썼지만 결국은 허리를 밟혔다.

 “야, 노인장! 이건 어떻게 설명할거야?”

 나는 듯 따라 내려온 노인이 굽실거렸다.

 “시, 실은 엊그제 팔로 대인에게 자리를 양보한 줄로 압니다. 그것은...”

 “하! 이제는 팔로 놈들까지 넘봐? 아니 양사 놈은 제정신이얏! 팔로를 연앙로에 들이다니 배알도 없어?”

 광두는 길길이 날뛰었다. 이 주 전에 칠로에 향남루가 넘어간 것은 제 잘못이 컸다. 한창 영업 중인 때에 술 먹고 난동을 부렸으니, 육로주가 옛다 하고 칠로와의 협상에 향남로를 넘긴 것이다.

 자존심이 상해 혼자 분을 풀지 못하던 광두는 드디어 오늘 일을 내기로 했다. 제가 마음만 먹고 나서면 육로주든 칠로주든 제 눈치를 볼 깜냥은 되었으니.

 그런데, 회운로 구석에 쳐박혀 있어야 할 팔로의 잡것이 난데없이 나타났으니, 광두의 화가 치밀어 오를밖에.

 “콜록, 너, 캬악, 너 진짜 칼 맛을 볼 테냐?”

 소년이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한 손은 욱신대는 허리춤에 댄 채였다.

 “하, 하하. 하! 오냐, 이 새끼.”

 광두가 소년의 멱살을 잡아 끌었다.

 소년이 발버둥쳤지만 어른 둘도 당하지 못하는 거한의 힘에 질질 끌릴 수 밖에 없었다.

 광두는 주루의 뒷문을 열고 나가, 소년을 내팽개쳤다.

 사방 이 장 정도 되는 뒷마당에는 전부 높은 담장으로 가려 어두웠다. 이, 삼층 창문께로 스며나오는 불빛에 겨우 물체들의 모습만 가려낼 수 있었다.

 “뽑아 봐! 어디 비룡검이 뭔지 견식이나 해보자.”

 소년이 눈을 얕게 뜨며 숨을 골랐다. 스르릉, 하고 철검이 드러났다. 달빛을 반짝 하고 반사하는 검신은 녹슨 철제 검집과 달리 예리하게 빛났다.

 “폼은 아주 대단하네. 그지?”

 광두는 옆에 세워둔 방망이를 손에 들었다. 기실 발차기만으로 충분했지만, 소년을 아주 뭉개버릴 요량이었다.

 이얏! 낭랑한 기합과 함께 소년이 검을 높이 들어 올리더니, 길게 오른발, 짧게 왼발을 차례로 밟으며 내려쳤다.

 기세만은 천하제일이었다.

 “흐압!”

 광두는 소년이 달려올 때까지 지켜보다가 내려치는 검의 옆면을 몽둥이로 때려버렸다.

 팅-하고 소년의 검이 옆으로 넘어갔다. 내려친 검이 빗겨난 것이 아니고, 아예 옆으로 돌아가서 소년의 팔과 몸 역시 옆으로 휘청거렸다.

 “멍청한 놈.”

 몽둥이는 소년의 어깨로 떨어졌다. 으악, 하고 비명이 일었지만 몽둥이는 가차없이 소년의 어깨, 허리를 번갈아 두들겼다.

 소년이 검을 다시 휘두르는데, 광두의 발길질에 걸려 넘어져버렸다.

 “영악한 놈. 내가 네 놈을 못 죽일 것 같지? 그래. 나도 사실 팔로 애들하고 치다꺼리 하면 피곤해지지. 근데 말이야.”

 광두가 나긋나긋 속삭이듯 말했다. 적막한 공간에서 그의 말은 천둥처럼 퍼졌다.

 “병신을 상병신 만들어버리는 건 상관 없지 않을까?”

 퍽퍽. 검을 버리고 몸을 웅크린 소년에게 몽둥이가 벼락처럼 들이쳤다. 이윽고 소년의 어깨에 닿은 몽둥이가 빠각, 소리가 나며 깨졌다.

 소년의 몸은 끊임없이 잘게 떨렸다.

 “툇!”

 광두가 뱉은 침이 소년의 머리에 달라 붙었다. 흐느끼는 소년의 등 뒤로 멀어져가는 광두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우다닥, 우악스럽게 계단을 밟고 내려간 광두는 돌아오지 않았다. 난데 없는 난리에 놀라 떨어진 유벽의 간도 돌아올 생각이 없어보였다.

 “뭐, 뭐야?”

 “하아, 갔나 봐요. 얼마 전까지 우리 주루에 뻗대던 놈인데 이제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거든요. 따질 거면 거기에 가서 따질 일이지, 꼭 아무도 없을 때 와서는...”

 “아까 그... 그 분은...?”

 “아삼이. 새로 관리하는 사람 따라 온 종놈인데 왜 나서가지고는. 쯧.”

 류연이 혀를 찼다. 눈앞에서 발길질 당하는 모습을 봤으니 마음이 편하진 않을 터였다.

 주루 주인이 다시 올라왔다. 삼 층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여기 네 사람이 전부였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게 항상 이런 것이 아닌데, 하필이면 안 좋을 때에 오셨네요.”

 “아삼이는요?”

 “쯧. 어른을 불러오랬더니 눈치 없이 지가 나서!”

 주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모른다! 그깟거 누가 신경이나 쓰나? 아, 재수 없게 하필이면 팔로에 넘어가서... 이제 광두 저 놈이 날이면 날마다 찾아올 거 아냐!”

 “주인장. 새로 관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아, 예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있습죠. 아마 수 일 내로 다른 분이 올겁니다요.”

 주인의 생각으로는 광두가 난리를 치고 간 이상 다시 칠로의 소관으로 넘어갈 듯 싶었다.

 “허, 참. 오는 날이 장날일세. 이 것 참. 흥이 다 깨져버렸어!”

 허달평이 크게 말했다. 주인이 힐끗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나으리. 오늘 술 값은 칠 할만 받도록 합죠.”

 “허허. 칠 할? 무에 마신게 있다고. 마신 것도 놀라서 다시 나올 거 같으이.”

 “네네. 심려가 크신 줄로 압니다. 다 이 늙은이 탓이지요. 에헴. 어쩔 수 없지요. 남는 거 없이 반만 받도록 하지요.”

 “크흠. 그래? 남는 거 없다니 내 마음이 다 아프구만. 그럼 좀 더 있다가 갈까?”

 류연이 미소 지으며 허달평의 팔뚝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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