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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까마귀 두령
작가 : 다르니
작품등록일 : 2017.10.30

권나라 서쪽 일대를 주름잡는 향락의 거리, 회운로.
대신성 회운로에는 신분마다 들어가는 길이 따로 있다.

일로부터 팔로까지. 여덟 개의 출입구. 각각의 무리들.
회운로를 다스리는 그들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낙오된 자들의 비상!
회운 팔로, 까마귀 두령이 날개짓한다.

 
서장序章
작성일 : 17-10-30 03:15     조회 : 593     추천 : 1     분량 : 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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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序

 

 대권제국 황자 광은 반역의 무리를 일러 ‘일 수를 흔들면 까마귀 무리가 흩어지듯 혼비백산한 놈들이로다!’ 하며 일격에 물리쳤다.

 그 이후로 나라 안 아이들은 대장놀이를 할 때 상대를 까마귀 무리, 곧 오합지졸이라고 불렀다.

  

 --

  

 대신성大申城에는 밤에도 불 꺼지지 않는 거리가 있다. 너비 열 척, 거리 스무장. 대신대로 옆 골목으로 두 세 번 꺾고 돌아 들어오면 만날 수 있다.

 대로와 나란히 뻗어 있으나, 누구나 들어올 수는 없는 이곳을 사람들은 회운로라 불렀다.

 

 ---

 

 회운팔로灰雲八路

 

 “허 형, 이 밤에 어딜 간다는 거요.”

 “아, 글쎄, 유 사부는 너무 따져대는 버릇이 있소. 그리 깐깐하니 애들이 싫어하지.”

 등롱구區에서 아이들 글 선생을 하고 있는 유벽은 지금 허달평에게 끌려 으슥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해亥시(9시~11시) 부터의 통행을 엄히 금한다. 성 내의 지엄한 법을 따르는데 뭐가 깐깐한 일인지 모르겠소.”

 “나랏법도 아니고... 아무튼 허가라면 지금 받으러 가는 참이니.”

 으흠, 하고 허 씨가 목청을 가다듬었다. 눈이 마주친 젊은 사내 역시 겸연쩍은 듯 휙휙 걸어 그들과 거리를 벌렸다.

 허달평이 다시 입을 열었다.

 “보소. 저 자도 개의치 않고 나다니지 않으오.”

 그랬다. 유벽이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밤거리엔 은근히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규칙은 다 자기들 편하라고 만든 거요. 너무 법, 법 하고 따지면 본인만 손해요.”

 허달윤이 그를 이끌어 대신대로, 성에서 제일 큰 번화가로 나아가려 하자, 유벽이 걸음을 멈췄다.

 달무리 진 희미한 달빛에 표정은 보이지 않으나 보나마나 뚱한 기색이 역력할 터였다.

 “야간통행은 심하면 참형까지......”

 “거 참. 다른 지방은 어떤지 몰라도 대신성에서 만큼은 그런 일은 들어본 바도 없소. 벌금 한 푼 낸 사람 있으면 내 한 달치 방세는 받지 않도록 하지.”

 만사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강대강 굴던 허달평이지만 돈 문제만큼은 허투루 놔두는 법이 없었다.

 그의 장담을 계속 믿지 않으면 유벽만 겁쟁이가 되는 셈이었다.

 “문제는 저기인데. 허가 받기가 까다로울 수도 있단 말이지.”

 허달평이 턱을 쓰다듬다가 유벽의 어깨를 툭 쳤다. 그가 대로 반대편에 문 닫은 포목점들 사이에 있는 골목을 가리켰다.

 유벽이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신대로를 금방 벗어난다는 사실에 한숨을 쉬었다.

 

 유벽이 삼서三西지방의 최남단, 대신성에 정착한지는 얼추 두 달쯤 되어갔다. 떠돌이를 쉬이 믿고 일자리를 주는 곳이 없으니, 원래라면 이때까지도 하루 품을 팔아 하루 사는 생활을 했으련만, 운이 좋았다. 발이 넓은 허달평을 만났다.

 원래 서생으로 글을 가르치며 돈을 벌기는 힘들었다. 대갓집에는 이미 서로간 알고 지내는 글 선생이 있고, 서민들은 문자 몇 개만 알면 충분하지, 굳이 글 선생 자체가 필요 없었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좀이 쑤셨다. 편한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뿐, 애들 데리고 노는 일은 원체 성미에 맞질 않았다. 성정이 가만히 붙어지내는 삶과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껏 떠돌이 나그네 생활을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어여 따라오시게."

 허달평이 목소리만 남겨둔 채 휙, 골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골목 입구는 어둡고 좁았다. 얼핏 보이는 바 골목을 이루는 복층집들이 마치 성벽처럼 높아 보였다. 밝은 대낮도 아니고 음지를 기웃거리는 일이 유벽은 내키지가 않았다.

 하지만 허달평은 앞선 그림자를 따라 이미 시커먼 입구에 발을 들인 뒤였다.

 

 골목 안은 돌담처럼 둘러 쌓여 있고, 한 사람 넉넉히 지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앞뒤로 흉한 손님을 만나면 꼼짝없이 잡힐 모양이었다.

 “허 형, 허 형.”

 낮게 속삭이며 허달평을 찾았다. 분명 서너 걸음 앞에 있었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삼 층 높이 벽에 막혀 빛이라고는 달빛뿐이니 시야가 어두웠다.

 타닥. 누군가 돌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유벽이 돌담을 짚어가며 크게 크게 걸음을 딛었다. 손에 닿는 돌들이 맨질맨질했다. 다행히 외길이라 길 잃을 염려는 없었다. 손에 닿는 감촉이 성벽을 만지는 느낌과 비슷했다.

 “워!”

 허달평이 모퉁이에서 와락 나타났다. 유벽은 놀라 자빠질뻔했다. 다행히 소리는 내지 않았다.

 “뭐요. 애처럼.”

 “하하하. 의외로 담력이 있어.”

 보지 않아도 허달평의 만면엔 장난기 가득할 터. 유벽이 조곤조곤 말했다.

 “놀리지 마시오. 내 각지를 떠돌며 볼 거, 못 볼 거 많이 본 사람이오.”

 “글쎄올시다. 어울리진 않는군. 바른 생활 사나이로 소문이 났잖소.”

 “뭐라는 거요.”

 두 사람의 목소리는 좁은 공간에 울렸다. 신기함 보다 약간 으스스했다.

 “자, 자. 여기서 밤샐 거 아니면 어서 갑시다.”

 제가 수작을 걸었으면서, 빨리 가자고 보챈다. 유벽이 고개를 흔들었다. 허달평이 벽에 붙더니 먼저 가라고 말했다.

 또 장난질인가 싶었으나, 얕보이고 싶지 않아 잠자코 앞장섰다.

 골목은 미로는 아니었지만, 통로를 이루는 건물 벽에는 어떤 창도, 문도 없었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일까, 싶을 정도로 낯설었다.

 꺾고, 또 꺾어 두 세 번 모퉁이를 돌아도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적막을 견디다 못한 유벽이 또 모퉁이를 돌며 입을 열려고 할 때쯤 앞으로 환한 불빛이 보였다.

 저 모퉁이를 돌면 드디어 출구가 있는 모양이었다.

 “놀란 표정은 안 돼. 얕보이면 곤란해진단 말이지.”

 모퉁이를 돌자 화악, 하고 뜨거운 것이 눈앞에 닥쳐왔다. 누가 횃불을 들이밀었는데 눈이 부셨다.

 “어디로 가지?”

 유벽이 한 걸음 물러서자 횃불이 한 걸음 따라왔다. 귀퉁이에 몰린 그가 소매로 눈 앞을 가렸다.

 “향남이루에 갑니다요.”

 허달평이 잽싸게 말했다.

 “누구 소개야?”

 “누구겠소.”

 허달평이 누구누구 하고 이름을 읊었다. 흡사 별명과도 같은 이름이었다. 상대가 잠시 침묵을 지켰다.

 허달평이 다가가 사내의 빈 손을 감싸쥐었다.

 “향남루에 새로 서기를 들인다더니, 너희로구나.”

 하며 사내가 물러섰다. 그는 횃불을 한 켠에 걸어 놓고 돌 벽에 기댄 의자에 앉았다. 허달윤이 손짓으로 유벽을 불렀다.

 마당 같은 공터에 들어서며 유벽이 힐끗 사내를 훔쳐보았다. 짧은 수염이 덥수룩하고 눈썹이 부리부리한 자 였다.

 팔짱 낀 사내가 유벽에게 눈을 크게 떠버리자, 유벽이 냉큼 시선을 돌렸다.

 등 뒤로 짤랑, 돈 주머니 소리가 났다.

 허달평이 소리죽여 말했다.

 “흐흐, 여기가 제일 싸게 먹히지.”

 “여기가 어디오?”

 “어디긴. ‘동강에 꽃길이 있으면, 삼서엔 구름길이 있다.’라는 말도 못 들어봤소? 여기가 구름길로 가는 입구요.”

 유벽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야밤에 갈 곳이래야 뻔하지 않으랴. 사실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근데 소문과 달리 들어오는 길은 음침하구려.”

 “허허. 껍데기가 요란하면 속이 비어있는 법. 유 형도 그런 실속없는 부류인 줄은 몰랐구려. 구름길로 들어서는 입구는 총 여덟 곳이 있으니, 내 다음은 정식으로 안내하지.”

 “아, 입구마다 또 다른 멋이 있구려.”

 괜히 허달평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어, 유벽이 슬쩍 과장된 말투를 지었다.

 “그럼! 회운로에 들어서는 길은 여덟 가지. 구역마다 실력자들도 그만큼 있지. 오늘 유 형은 좋은 구경한 거요. 웬만한 뜨내기들은 회운팔로에 얼씬도 못하지. 암.”

 갑자기 번잡한 소리가 들렸다. 앞으로 얼핏 환한 거리가 보였다.

 “어?”

 “그래, 이 반응이지. 내 오늘 좋은 구경 시켜주는 거요.”

 유벽이 대꾸 없이 벽을 짚어 나아갔다.

 걸음마다 밝고 소란한 기운이 뭉게뭉게 몰려들었다.

 출구를 지나니 곧 별천지였다.

 ‘세상에...’

 대신성에 처음 온 날, 대신대로 번화가를 보며 그 크기에 감탄했었다. 여행이래봤자 시골 길을 전전했었으니, 대도시에는 처음 들어선 뜨내기였다.

 하지만 결코 그보다 못하지 않았다. 이, 삼층 건물이 길 양쪽에 꽉 들어차고, 오 층 이상의 전각도 여럿 보였다. 모두 색색의 등을 걸고 집안에서 나오는 불빛과 어우러져 일대의 경관이 현란한 색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를 두고 불야성不夜城이라 했던가.

 “빛나는 거리를 본 적이 있소? 몽연夢煙 속에 들어온 듯 하니 누가 이를 두고 회색 구름이란 이름을 붙여두었지. 대권大淃 최고로 빛나는 거리, 여기가 회운로灰雲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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