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산동이괴.
무영은 곡 안에는 애들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추동아..!"
"네..! 공자님."
추동이 또 빠릿하게 대답한다.
"애 하고 둘이서.. 상대할 수 있지..?"
"넵.. 걱정마십쇼..! 공자님."
아직도 얼떨떨해 있는 걸왕을 툭 치고는
"야..! 둘이서 조금 고생하고 있어..! 금방 올 께.."
"네..? 네.. 네."
걸왕이 얼떨결에 대답하기도 전에 무영이 사라진다.
"야..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가 거지랑.. 편을 다 먹고..!"
걸왕이 추동의 너스레에 한마디 하려 했으나.. 내려 온 세명의 기세가 심상치가 않다. 어느 놈 하나 자신보다 못 해 보이지가 않는다. 거기에 안 쪽의 실혼인들이 다가오는데.. 이 놈들이 풍기는 기운도 만만치 않다.
"이.. 거.. 둘이 되겠읍니까..?"
"너는.. 저 뻘건 돼지하고.. 놀아라..!"
혈미륵이 혈미륵공을 운용하여 몸이 붉게 거대해져 있다. 그리고 마괴란 자의 몸도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건 마치 변이를 일으키듯 형상마저 바뀌어 간다. 무려 14-5척은 되게 커지면서 인간의 형상을 벗어나 버린다. 거대한 털 없는 늑대인간과 같다. 그리고 혈령이라 불리는 자는 몸이 흐물흐물 해지더니 시뻘건 핏물로 만든 유령같은 형태로 변해버린다.
"저.. 저건.."
걸왕의 눈이 흡떠진다. 저 모습은 삼백년 전 혈교의 난이 일어났을 때 인간이 아닌 괴물들이 날뛰었다는.. 기록에 나오는 형상들 중에 하나이다. 기록에는 마인, 마수, 괴물이 날뛰었다고 전해져오며 그 형상이 여러개 설명되어 있는데.. 대부분 우화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거지ㅆ끼.. 쫄기는..! 넌 저.. 돼지나 잡아..!"
추동도 약간 놀래기는 했지만 무영과 다니다보니 이젠 놀래기도 지쳤다. 자신이 둘을 맡기 위해 먼저 괴물들에게 달려든다. 이미 귀령혈조에 강기의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고 암운귀행보의 신법으로 거대괴수 형상의 마괴의 가슴팍에 스며들어 혈조를 긁어대고 있다.
그러나 마괴는 거대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몸놀림을 보이며 칼날같은 날카롭고 긴 손톱을 마주 휘둘러 온다. 그리고 어느새 붉은 핏 빛 혈령의 그림자가 추동의 뒤쪽에서 막을 형성하여 추동을 덮을 듯이 치솟아 오른다.
카가각..
마괴의 손톱과 추동의 혈조가 부딪히며 쇳소리가 난다. 마괴의 손톱엔 강기는 아니지만 괴이한 기가 서려있어 추동의 강기에 맞서며 불꽃을 피어낸다. 혈령의 붉은막이 추동을 덮치지만 꺼지듯이 사라지며 마괴의 어깨 위로 모습을 나타내곤 회전각을 마괴의 튀어나온 턱에 날린다.
빠각..!!
집채만한 바위도 부셔버릴 발길질에 맞고도 마괴는 충격이 없는지 돌아간 고개를 다시 돌리며 추동을 잡아채려 하고.. 혈령은 땅으로 스며들어 추동이 모습을 보이는 곳에 송곳 형태를 만들어 찔러 온다.
걸왕은 잠시 괴물과 추동의 싸움을 바라보곤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마괴혈령이 추동과 엉켜버리자 할수 없이 걸왕에게 다가오는 혈미륵을 보며.. 오괴의 일인인 혈저괴를 떠올리며 묵철죽으로 만든 타구봉을 움켜쥐며 저 놈을 빨리 묵사발을 만들어 보이고 실혼인들을 정리하여.. 자신이 오왕의 걸왕임을 보여주겠다고 마음먹는다.
걸왕이 빨리 끝내기 위해 초반부터 아예 강룡십팔장과 강룡삼십육타구봉법을 섞어서 강기공을 운용하여 혈미륵을 덮쳐간다.
강기가 운용된 강룡십팔장이 용의 형상을 내보이며 상하좌우로 덮쳐가고, 강룡삼십육타구봉법이 일으키는 신묘하고 화려한 초식에 타구봉이 마치 버들가지처럼 휘어져 채찍처럼 짖쳐드는듯 보이게 한다.
쿠와앙.. 슈르르륵..!!
펑. 퍼퍼펑..!!
그러나 강력한 강기공을 선보여 초반에 큰 타격을 주려했던 걸왕의 의도는 혈미륵의 혈미륵반야수의 손그림자가 어지럽게 펼쳐 놓은 수강의 벽에 부딪혀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고.. 초반에 너무 무리한 내공의 운용을 한 덕분에 몇 초식 나눠보기도 전에 수세에 몰려버린다.
'이.. 개 자식이.. 본신의 내력을 숨기고 있었구나...!!'
금방 수세에 몰려 방어 하기에 급급하여.. 밖으로 내지르지도 못하고 속으로 죽어라 혈미륵을 욕해댄다. 하지만 욕을 해댄다고 상황이 바뀌지는 않는다. 걸왕은 수세에 몰려 다급해지자 치욕스러운 행동이라 하여 삼류무인도 잘 쓰지 않는 뇌려타곤의 수법까지 쓰게 된다.
"크크크..! 거지 ㅆ끼가 급했구나..! 뇌려타곤까지 쓰고.. 크크크."
추동이 마괴혈령의 두 괴물과 어울리며 정신없이 이리번쩍 저리번쩍 하면서도.. 아직 여유가 있는지 걸왕의 뇌려타곤을 보고는 즐거워 하며 소리친다.
걸왕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추동의 말을 듣고는 얼굴이 더욱 씨뻘개지며.. 혈미륵을 욕하는 대신 추동의 욕을 속으로 씹어댄다. 90가까이 살아오며 이런 치욕스런 날은 처음이다. 마음은 분노로 가득차 폭팔해 버리고 싶으나.. 현실은 땅을 구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걸왕이 분노와 수치로 인해 울음이 터지려 할 때.. 다행이 걸왕을 살려주는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거지놈아..! 간만에 보는데.. 꼴이 이게 뭐냐..!!"
마봉파파가 지팡이에 강기를 실어 혈미륵을 찔러오자 혈미륵이 한발 물러서고.. 걸왕이 겨우 수세에 몰리던 상황에서 한숨 돌리게 된다. 걸왕은 바로 마봉파파임을 알아보고 속으로 절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튀어나오는 말은 내심과는 다르다.
"이 년아..! 오래비가 위험한 거 같으면 바로 달려와야지..!!"
"어이구.. 그 놈의 허우대로 굴러다니는게... 아주 볼 만.. 합디다.. 그려."
마봉파파가 끼어들어 걸왕과 연수를 하니 혈미륵과의 싸움이 이제 대등해 진다. 특히나 걸왕과 마봉파파는 서로 거친 소리를 해대면서도 맞춘듯이 자연스럽게 연수합격을 한다.
***
마봉파파와 자량의 결계 안에서 보호받아 버티던 이들은 엄청난 기의 회오리와 함께 진식 자체가 검은 용이 되어 하늘로 사라져 버리자 넋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다.. 자량이 주섬주섬 깃발을 수거하여 터벅터벅 곡안으로 걸음을 옮기자 다들 부랴부랴 따라 나선다.
중간중간 실혼인들이 보이나 멍하게 있거나.. 잔뜩 겁을 먹고 웅크리고 있다. 귀곡의 인물들과 강서오귀, 사룡삼봉등은 자신들의 일행을 찾아보지만.. 죽은 이도 있고 살아 있는 이도 이지를 잃어 어찌할 수가 없다. 사룡삼봉과 귀문의 두사람은 일행을 살피느라 뒤처지고 나머지는 자량과 함께 안쪽으로 들어간다.
"저.. 저런..!!"
"꺅..! 저.. 저게 뭐야..!"
"허..!"
곡의 안쪽에선 현세에 본 적이 없는 괴물들과 추동이 어우러져 싸움을 하고 있고.. 한 쪽에선 붉고 거대한 뚱보가 붉은 장인을 찍어대며 걸왕을 핍팍하고, 걸왕은 수세에 몰려 뇌려타곤을 시전하고 있다.
"하.. 할아버지..!"
"저.. 저.. 거렁뱅이가..!"
마봉파파가 걸왕의 위급함을 바로 인지하고 혈미륵과 걸왕의 싸움에 달려 들어간다.
자량은 완성된 혈시는 아니지만 혈시화 되어진 실혼인들이 음험한 기운을 뿜어내며 격전장으로 다가서는 걸 발견하곤 침음을 흘리고는.. 그 자리에 다시 주저앉아 사방에 깃발을 꽂는다.
"저기.. 실혼인들이 합세한다면.. 위험해 보입니다. 제가 주문을 외우는 동안.. 호법을 좀 부탁드리겠읍니다."
다들 이미 자량의 도움을 받았고 자량의 능력이 대단함을 안다. 그리고 자신들이 보기에도 실혼인들이 뿜어내는 기운이 위험해 보인다. 자량이 무언가 조치를 취하겠다니.. 당연 호법을 서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자량이 정좌하여 양손을 휘둘러 부적을 주위에 띄워 올리더니.. 다시 양손을 가슴앞에 모으고 수인을 맺어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
자량이 주문을 끝내고 수인 맺은 손을 앞으로 향하자.. 자량의 주위에서 떠다니던 부적들이 타오르더니.. 무언가 투명하면서 흐릿한 기운들이 모여들며, 글자와 같은 것을 형성하더니 자량의 손이 향한 곳으로 날아간다.
투명하고 흐릿한 기운으로 형성된.. 글자와 같은 형상이 실혼인들의 머리위에서 넓게 퍼지더니 서서히 가라 앉는다. 글자의 형상이 실혼인들을 통과하자 실혼인들이 잠시 주춤하나 아무런 이상이 없다.
하지만 잠시 후..
크르르.. 크엑..!
실혼인들이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을 쳐댄다. 호법을 서던 이들이 글자의 형상이 실혼인을 통과해도 아무런 징후가 없자..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실망하고 있던 중에 실혼인들이 다시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치자 눈을 부릅뜨고 살펴본다.
슈르르륵.. 스르륵 스르륵..
실혼인들의 발 밑에 땅들이 일렁이며.. 실혼인들의 발을 휘감아 가는게 보인다. 실혼인들은 발이 땅에 붙잡히자 움직이질 못해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을 쳐댄다.
"@%&*^)*%@^......"
실혼인들의 발이 묶이자 자량이 계속해서 술법을 유지하기 위해 주문을 외운다.
그냥 보아도 흉험해 보이는 기운을 풍기는 실혼인 5-60구를 술법으로 묶어버리자.. 호법을 서는 이들은 다시금 자량이 우러러 보인다. 술법만으로 본다면 가히 절대고수의 경지이다.
그리고 잠시 후 실혼인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픽픽 쓰러지거나 멍하게 서서 움직임을 멈춰버리자 경악의 탄성을 발하며.. 자량을 흠모의 눈으로 바라보며, 자량이 힘이 드는지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있자.. 이런 대단한 도인을 알게 된 것에 영광스러운 마음과 자부심을 느끼고 호법을 서는 데 더욱 자긍심을 느낀다.
***
무영은 곡 안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자 추동과 걸왕에게 내려온 인물들을 맡기고.. 곡의 더 안쪽까지 훝고는 곡의 위쪽에 올라선다. 깜짝 놀라는 혈마자 몇 놈을 추동에게 배운 점혈법으로 잠재워 놓고는 수색을 하는데 혈마자와는 다른 복장을 한 사혼술사 한 놈이 보인다.
그 쪽으로 다가서자 호위하던 혈마사 세놈이 덤벼들지만.. 가볍게 점혈을 해버린다. 복장이 다른게 다른 놈들보다는 위에 놈인거 같아.. 주문을 외우고 있는 놈을 툭툭치고는
"얌마.. 그만 씨부리고.. 데려 온 애들.. 어딧어..?"
사혼술사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주문을 거두자.. 실혼인들과의 연결이 끊겨버린다.
"그.. 그대가.. 진을.. 기를 움직인 분이시오..!!"
사혼술사는 무영이 진을 날려버린 인물이라 짐작하고.. 적이지만 술법을 하는 자로써.. 한편으론 존경스럽고 두려운 눈을 하고서는.. 정중하게 물어온다.
"그래.. 내가 했다. 귀찮게 하지말고.. 애들.. 어딨어..?"
"후...! 데려온 아이들은.. 곡의 뒤쪽에 있읍니다..!"
"그래..! 고맙다.. 자라..!"
무영은 사혼술사의 대답을 듣고는 혈을 짚어 잠들게 하고 곡의 뒤쪽으로 사라진다.
적미수사는 곡의 뒤쪽에 마련된 야영지에 혈마사와 혈마자들을 데리고 쓰러진 사혼술사들을 데려와 살펴보고 있다. 다행이 주술의 실패로 인한 심적인 타격에 피를 토하고 쓰러졌지만 죽은이도 없고, 요양을 잘하면 이상이 없어보인다.
그리고 옆을 바라보니 혈을 짚혀 혼절해 있는 진가연과 진필이 보인다. 아무래도 일이 이상하게 꼬이고 있다. 왠지 건드려선 안 될 역린을 건드린 듯 싶다.
혈미륵과 마괴혈령이 상대한다지만.. 이전 같으면 그와 같은 전력이면 2황과 싸운다해도 불안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미수사는 이들을 데리고 일단 철수하는게 상책일 것 같지만.. 아직은 혈미륵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모르니 자신이 결정할 수는 없었다.
"너희들은 사혼술사들을 빨리 후송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기다려라. 전황을 보고 오겠다."
적미수사는 혈마사를 보낼까하다 아무래도 자신이 직접 가봐야 할거 같아 지시를 하고 나서는데
"다행이.. 애들이 별 탈 없으니.. 너희에게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겠다.. 다만.."
적미수사와 혈마사들이 깜짝 놀라 바라보니 어떻게 언제 들어 왔는지.. 무영이라는 자가 아이들을 살피고는 말을 하고 있다. 혈마사들이 검을 빼들고 덤비려하자 적미수사가 손을 들어 말린다.
"귀하는.. 도대체 뉘시오..?"
적미수사가 보기에 이러한 자는 듣도 보도 못했지만 결코 상대할 만한 자가 아니란 것이 느껴진다. 감당할 수가 없는 자이다.
"난. 무영이라 한다."
"알고 있소..! 누구시냔 말이오..!"
"난.. 인간을 벗어난 자이네.. 다만 인간의 연이 남아있기에... 나와 엮이지만 않는다면 나도 간섭하지 않을 것이네.. 그러니 돌아가거든 나와의 연을 계속 만들지 말아 줬으면 하네.."
적미수사는 무영의 말에 허탈한듯 무언가 결심한듯 한 표정을 보이더니.. 대답한다.
"그대가 어떤 자인지는 전하겠으나.. 내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이오..!"
"전해나.. 주게.."
무영이 걸어나가자 진가연과 진필이 떠 올라 무영의 뒤를 따른다. 적미수사는 길을 터주라 눈짓을 하고 혈마사들의 사이로 무영이 걸어 나가곤 바로 사라진다.
***
자량이 눈을 뜨고 일어서자 다들 은연중에 자량의 뒤에 선다. 싸움은 한시진이 되어가지만 쉽게 끝날 것 같진 않다.
귀곡의 장로인 귀곡삼로라도 저 괴물들의 싸움엔 엄두도 못내겠고, 혈미륵과 걸왕의 싸움엔 강기가 난무하니 강기를 발현도 못하는 이로선 들어가면.. 바로 분시가 되어 버릴 것이다.
흉험하지만 두번 다시 보기 힘든 절대고수들의 싸움이다. 모두들 눈하나 깜박이지 않고 하나라도 눈에 담기 위해 부릅뜨고 있다.
"아직도 싸우고 있네.. 자량이랬지..!"
다들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있건만.. 무영과 아이들이 나타난다.
"네."
"애들 좀.. 봐 줘..!"
무영이 말하자 떠 있던 진가연과 진필이 자량의 옆에 여전히 혼절한 채 내려진다. 무영의 신위에 다들 꿀먹은 벙어리처럼 침만 꿀꺽 삼킨다.
무영의 모습이 다시 슥 사라지고는 혈미륵과 걸왕, 마봉파파가 싸우고 있는 사이에 나타난다. 양 쪽에서 짖쳐드는 강기를 손을 휘저어 바깥으로 날려버린다.
스윽.. 휘류류.. 펑. 콰앙.
난데없이 무영이 중간에 나타나 강기를 쳐내버리자 혈미륵과 걸왕, 마봉파파가 물러선다.
"네.. 네 놈..!"
"허..!"
"뭐냐.. 이 놈은..!"
한참 싸우다 무영에 의해 싸움이 멈춰버리고 각자 한마디씩 내뱉는다.
"그만들 하고.. 추동아..! 뭐 해..!"
무영이 그만하라고 하고는 추동에게 소리친다.
"네..! 아니.. 이것들이 첨보는 신기한 것들이라.. 조금 놀아주고 있었읍니다..!"
그러고는 갑자기 사라져선 마괴의 얼굴 앞에 떠 올라 회전각을 날리는데.. 이제와는 다르게 마괴의 몸이 음한곡의 절벽에 날아가 박혀버린다.
쿠아앙..!!
스샤샤샥...
키에에엑..!!
그리고 땅을 향해 마령혈조의 강기를 퍼붓자 이번엔 땅이 긁히지도 않고 얇은 칼자국같은 선들이 그어지더니.. 혈령이 걸레조각이 되어 기괴한 울음을 터트리며 땅 속에서 튀어나온다.
상황이 정리되자 추동이 무영의 옆에 내려서고는
"이것들.. 안 죽일 거요..?"
"죽여서 뭐하게.."
"아니.. 혈교놈들이고.. 애들 납치했고.. 그리고 괴물들이 잖수..!"
"됐어.. 이 정도면.."
그리고는 혈미륵을 쳐다보고선
"여기 까지만 하자..! 돌아가라..!"
무영의 말에 혈미륵이 마괴와 혈영을 바라보고 나서
"다시.. 보게 될 거요..!"
혈미륵이 무영에게 어쩔수 없다는 눈빛으로 이야기하곤.. 인간의 몸으로 돌아온 혈영을 부축해선 얼굴 한쪽이 함몰되어 버린 채 절벽에서 빠져나온 마괴와 함께 사라진다.
무영이 나서고 간단하게 정리가 되어버리자 지켜보던 이들은 어이가 없다. 걸왕과 마봉파파, 지켜보던 이들이 쭈뼛거리며 무영과 추동에게 다가서며 말을 건내보려 하지만.. 무영은 추동과 아이들을 데리고 자량에게만 자신을 찾아오라 하고는 사라져 버린다.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것에 비해 너무 쉽게 끝나버리자 모두들 허탈해 있는데.. 뒤늦게 무림맹 지부와 세가의 인물들이 몰려 들어온다. 뒤늦게 들어온 이들은 실혼인들을 챙기고, 걸왕등 곡 안의 남아 있는 인물들에게 질문을 해대지만.. 다들 말이 없다.
***
"이거.. 자네가 가져가게.."
"왜.. 저에게 주십니까.."
"내 물건도 아니고.. 자네에게 자꾸 가려하는거 같아.."
"제가 가져가도 되겠읍니까.."
"뭐.. 상관있겠나.."
"세상을 바꿔 버릴 수도 있읍니다.."
"바뀌면.. 바뀐대로 살면 되지.."
"이것이.. 제가 가야 할 길일까요.."
"나야.. 모르지.."
"그렇군요.."
"아.. ㅆ발. 나도 좀.. 알아 먹게 들.. 이야기하면 안되겠수..!!"
태산에서의 사단은 오랫동안 평화롭고 조용했던 강호에 파란을 일으킨다. 삼백년 만에 등장한 혈교는 그 이름만큼이나 엄청난 사건을 일으켰고.. 무영마제의 마지막 거처에서 솟아오른 혈광과 예언과 같은 무영마제의 글귀는 혈교의 재림이라 일컬어졌다.
그리고 음한곡에서의 기이한 사술과 술법, 괴물같은 마물의 등장은 사람들을 경악시켰고 쉽게 믿으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무림맹은 혈교의 재등장을 확신했고, 세가들의 회합을 가지며 무림맹의 전력을 재정비하며 닥쳐 올 사태에 대비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태산에서의 사건으로 세명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한명은 도인으로 술법의 대가라 하여 천기술사라 불렸고.. 두명은 엄청난 고수로 소문은 났지만, 진실된 내력이 밝혀지지 않고 괴이하다 하여.. 괴마와 괴선으로 불리며 산동이괴라 칭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