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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호스티스 연쇄 자살사건
작가 : 민지민
작품등록일 : 2017.6.23

“난 자살하지 않았어. 절대...”, 지역 정치인의 비리를 수사 중 좌천된 강력계 형사 민혁수. 징계가 풀려 복귀하는 날, 자신의 죽음의 이유를 밝혀달라는 영혼(아영)을 만나게 된다. 혁수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거대한 힘이 진실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상처럼 외압이 열혈형사를 가로막고 수사는 난항에 봉착한다. “감당할 수 있겠어?”, 그 때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의 인권변호사 김무혁의 등장으로 수사는 탄력을 받고 거대한 힘의 꼬리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삽화:JewelSaviorFREE>

 
【11화】 김무혁 (6) √ 상처받은 고양이
작성일 : 17-10-29 23:53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6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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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상처받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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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발끝으로 원을 그리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멍하게 있는 것을 보니 상대가 먼저 말을 걸어주길 원하는 듯 보였다.

 

 

 “음... 저...”

 

 

 무혁이 눈빛을 맞추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상처받은 고양이.’

 

 

 그녀는 그에게 경계의 빛을 보이기도 했다.

 

 

 “제가 김무혁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무혁이 여인의 어색함을 풀어주려는 지 몇 걸음을 다가서며 다시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뒷걸음을 치려는 듯 오른쪽 발꿈치를 들고 있었다.

 

 두 눈을 꿈쩍거리고 있을 뿐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은 없었다.

 

 

 ‘무엇이 부끄러워서? 아니면... 두려워서?’

 

 

 그녀의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하지만 무혁의 진심서린 눈을 바로보지도 못하고 있다.

 

 

 ‘세상이라는 놈에게 매몰차게 버려졌기에 일까?’

 

 

 무혁은 그녀가 마치 주인에게 학대받은 반려동물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하하하. 변호사 사무실이라고 하기엔 조금 누추하죠?”

 

 

 무혁은 석고상처럼 굳어있는 여인을 위해 잇몸이 훤히 보이도록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녀가 무혁의 미소를 보더니

 입술을 살짝 열고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제야 여인에게 보았던 역력한 긴장감이 조금 수그러드는 가 싶었다.

 

 

 “말씀 드릴 게 있어요.”

 

 

 방금 전과는 달리 떨림 없는 목소리를 잇고 있었다.

 

 

 ‘경계를 끝내고, 믿을 거라는 뜻인가?’

 

 

 그녀는 무엇이 그리 급한지 무혁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네. 말씀하시죠. 참! 우선 먼저... 여기 앉으시죠.”

 

 

 무혁이 손바닥을 보이며, 자리를 안내하자 여인은 사무실 중앙에 놓인 테이블을 둘러싼 진갈색 가죽 소파 쪽으로 움직였다.

 

 

 “자 그럼. 무슨 일이신지 들어나 볼까요?”

 

 

 낮게 깔린 중저음의 목소리를 따라 그녀가 소파에 앉았다.

 

 무혁은 그녀의 심기를 살피며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다.

 

 

 “저기...”

 

 “네. 말씀 하세요.”

 

 

 무혁은 그녀를 향해 최대한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려 했다.

 

 

 “죄송하지만 변호사님과 단 둘이 얘기하고 싶은데요...”

 

 

 무혁은 주변을 두리번거려 보았다.

 

 

 “미스 리.”

 

 “왜요?”

 

 

 사무실 가장자리에 있던 책상 뒤로 미스 리가 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컴퓨터 모니터에 두었던 시선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 방문자와의 대화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였다.

 

 새하얀 하이힐과 맞춘 같은 색깔의 머리띠, 너풀거리는 레이스가 달린 쉬폰 원피스.

 

 청순한 흰 빛이 유난히 잘 어울리던 그녀였다.

 

 무혁은 그녀가 사무실로 들어서면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분에 휩싸였었다.

 

 데자뷰.

 

 마치 예전에 만났던 적이 있던 사람처럼.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필시 어디에선가 만났던 적이 있는 느낌.

 

 

 ‘설명할 수 없는 친근감이랄까?’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무혁은 사법고시를 차석으로 패스한 수재 중의 수재였다.

 

 아이큐 160의 멘사 출신, 명석한 두뇌가 잊어버렸을 법한 기억이 과연 있을까?

 

 

 “오늘 데이트 없어? 그만 들어가 봐. 오늘 불금인데.”

 

 “우리 변호사님 진짜 멋쟁이시라니까. 변호사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저는 그만 슝하고 갑니다.”

 

 “그래. 미스 리. 차 조심하고.”

 

 

 미스 리가 책상 위에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던 화장품이며 손거울을 매고 있던 핸드백에 집어넣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미스 리의 발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즈음 어렵게 입을 떼고 있었다.

 

 

 “사실 정혜보살님이 보내서 왔어요. 이리 가보라 하시더군요.”

 

 “정혜보살이요?”

 

 

 언젠가 들어보았던 이름이다.

 

 무혁을 이곳으로 오게 만들었던 인터넷 블로그의 글.

 

 그러나 피바람이 분다던 예언을 했다는 그 무당의 이름을 그녀의 입에서 듣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정혜보살이라고 하셨습니까?”

 

 

 무혁은 귀를 의심하며 재차 물었다.

 

 

 “네.”

 

 

 뭔가의 인연이 있을 거란 예상은 있었다.

 

 

 ‘이렇게 갑자기 불쑥 이어질 줄이야...’

 

 

 그렇다면 단 둘이 이야기해야 된다는 말도 그 무당과 관련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무엇인가 있다. 아직 내가 모를 무언가가...’

 

 

 무혁은 마주앉은 여인의 눈동자를 살폈다.

 

 흔들림 없는 따뜻한 시선이 무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분명 그녀는 단순한 소송이나 법률자문을 얻기 위해 허름한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것은 아닐 것이었다.

 

 

 “혹시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저... 저요?”

 

 “네. 혹시 재희가 아닌가요?”

 

 

 그렇다면 그녀의 이름도 들어봤지 않았을까?

 

 무혁은 그리도 찾아 헤매던 소녀의 이름이 맞는 지 물었다.

 

 

 “아니에요.”

 

 

 혹시나 였다.

 

 재희.

 

 재희와 너무도 닮은 분위기.

 

 그녀이길 바랐지만 혹시는 설마일 뿐이었다.

 

 

 

 

 *

 

 

 

 바람 없이 이는 파도가 어디 있겠는가.

 

 길 가에 핀 잡초 꽃도 그 자리에 피어난 이유가 있을 진데, 하물며 세상에 억울한 사연 없을 이가 어드메 있으리오.

 

 

 ‘하물며...’

 

 

 하물며 그러한데.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저마다 살아내는 이유가 어찌 없겠는가.

 

 삶을 잇 데 있어 심심치 않게 딸려오는 사정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정직한 인권변호사의 소문이 퍼져나가자 돈 없고, 빽이 없어 법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던 이들의 방문이 늘어났다.

 

 그 중 사채의 악순환 고리에 빠져든 여성들과 면담을 나누는 일도 가끔 있었다.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한 번 해 보시죠.”

 

 “그런데... 제가 수중에 가진 돈이 없어요...”

 

 “수임료는 괜찮습니다. 만약 승소하시면 수고비정도만 챙겨주십시오.”

 

 

 무혁은 승소할 확률이 적다하더라도 사건을 포기하지 않았다.

 

 채무소송의 경우 채권자에게 유리한 구조로 끝나는 사건이 대부분이었지만 판을 뒤엎을 한 방을 먹여가며 사건을 거의 역전시켰던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그녀들은 결국엔 소송을 취하했었다.

 

 소송 중간에 채무자인 여성이 과거를 숨기려는 생각인지, 아니면 협박을 받은 이유에서인지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때문에 무혁은 웬만하면 유흥업소 채무 관련사건은 기피하려 했다.

 

 무혁은 그녀들이 마지막 순간 소송을 취하하는 까닭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소송 도중의 포기는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을 것이리라.’

 

 

 전직 검사의 촉은 채권자의 인맥이 작용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포항 역시 시 규모의 도시라 하지만, 차로 도심을 몇 십분만 달리면 농촌과 어촌도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지역 특성상 지연과 혈연을 기초로 한 인맥구조가 그득할 것이었다.

 

 바로 그 점이 그녀들을 발목 잡았으리라 판단하고 있었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여성 개인이 한 명의 유흥업소 업주 하나와 싸우는 구조였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그녀들은 인맥으로 이어진 거미줄 안에 갇힌 꼴이었다.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은 자의 손에 휘둘렸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비슷한 포항 유흥업소 전 지역의 업주들이 뭉쳤을 것이다.

 

 집단 앞에 연약하기 그지없을 한 여성이 휘둘리는 식의 장면이 연출되었으리라.

 

 븐먕 그녀들을 돕고자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업주들보다 힘이 크지 않다면 함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기에 함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리라.

 

 

 “정혜보살이요? 전 그 분을 모르는데요.”

 

 “이제 곧 만나게 되실 거 에요.”

 

 

 무혁은 그녀 역시 사채의 고리에 얽힌 이유로 이곳을 찾았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를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흥업소의 접대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결정적 한 마디로 그녀를 돌려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인맥으로 형성된 업주들의 이권 전체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 올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면 풀 죽은 얼굴로 돌아가리라 싶었다.

 

 

 “변호사님. 얼마 전에 찾아왔던 유나라는 아이 기억하시나요?”

 

 

 무혁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의외의 말에 두 귀를 쫑긋거렸다.

 

 뜬금없는 여성의 물음에 어떤 대꾸를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녀가 메고 왔던 빨간 핸드백에서 꺼내어진 접혀진 신문.

 

 그녀는 신문을 펼쳐 무혁의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그가 아직까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이 곳 포항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밤의 세계, 그 어두운 단면의 이야기를.

 

 

 

 *

 

 

 

 포항 대도회.

 

 포항 유흥업소 업주들의 대표적인 사조직이다.

 

 포항에서 룸살롱이나 가요주점 간판을 내걸기 위해서는 대도회를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 하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그렇다보니 대도회를 포항 유흥가의 실세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른바 포항을 이루는 세력집단 중 밤의 돈을 관장하는 하나의 축이었던 것이다.

 

 공식적인 가입업체는 총 50여 업소로 밝히고 있지만 경찰 측 자료에 따르면 100여개 이상의 업체가 소속되어 있었다.

 

 물론 무혁의 조사는 달랐다.

 

 포항인근, 영덕과 경주 영천 등의 유흥주점의 숫자까지 합하면 수백 개 이상의 숫자로 추정할 수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의 이권을 위해 뭉쳤다.

 

 그 거대한 덩어리 앞에 개인의 존재는 무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살다보면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기도 하다.

 

 힘, 돈, 권력.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엄연한 경계가 있다.

 

 그 경계를 확고히 하려는 기득권의 엄포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여럿이 하나를 바보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지 않나?”

 

 

 중앙지검의 검사시절, 부장검사에게 누누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집단의 힘이었다.

 

 

 ‘집단의 거대한 힘은 개인의 주장을 단숨에 묵살시켜 버리는 위력을 가졌으니까.’

 

 

 여자 하나의 몸으로 힘 있는 자들 전체와 대항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보다 못한 맨땅에 헤딩이었을 것이다.

 

 

 

 

 

 ***

 

 

 

 

 

 “죄송합니다. 다른 방법을 한 번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건가요?”

 

 

 두 달 전이었다.

 

 무혁의 사무실 문을 들어오던 한 여성은 처음부터 떨리는 눈빛을 한 채였다.

 

 아마 지금 은아영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말하고 있는 유나라고 하는 여성이 바로 그녀였을 것이다.

 

 새빨간 뾰족구두에 진한 화장, 긴 속눈썹에 짧은 치마.

 

 한 눈에 봐도 업소 아가씨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옷차림이었다.

 

 아마도 그 여성은 세상의 모든 남자는 똑같다고 여겼을 것이다.

 

 자신들을 찾는 남자들 대부분이 발정 난 수캐였으니까.

 

 변호사 김무혁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노출이 많은 옷을 골라 입고 온 듯했다.

 

 남자를 유혹할 수 있는 최대의 무기, 그녀를 찾던 남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던 것.

 

 술에 취해 여자를 찾는 발정 난 수캐들의 욕망을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그녀들의 아름다운 몸뚱어리였을 것이니 말이다.

 

 

 “죄송합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개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죄송합니다.”

 

 

 정중하게 거절의 말을 건네는 변호사였다.

 

 안쓰러운 표정, 무혁에게 사정하고 있던 여인은 이제 갓 스물이나 되었을까?

 

 아직 소녀티를 벗지 못한 어린 나이로 보였었다.

 

 하지만 억지로 사건을 맡는다 하더라도 결과는 같을 것이었다.

 

 그 마지막 결말이 어찌 될지 이미 짐작하고도 남았다.

 

 

 “사정은 알겠지만. 대부분 소송 중에 취하하시거나 대응을 포기하시더라고요. 만약 업소에 약점을 잡힌 것이 있다거나 거칠게 진행 될 싸움이 두려우시다면 포기하시는 편이...”

 

 

 힘없이 쳐진 어깨로 돌아가는 여성을 뒤에서 보고 있자니 허망함이 가슴을 때린다.

 

 갈증이 돋고 있었다.

 

 정의로운 검사가 되었다는 감격을 받았던 지 얼마나 되었던가.

 

 여자가 멀어지는 것을 보던 무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 가까이로 다가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없는 변호사의 초췌한 얼굴이 벽에 걸린 거울에 비춰진다.

 

 

 “죄송합니다.”

 

 

 무혁은 그녀에게 사과하면서 자신을 질타한다.

 

 

 '이 못난 놈아. 힘없고 나약한 자식아.'

 

 

 무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글라스에 담겨진 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하지만 갈증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유흥업소 호스티스들이 찾아 올 때마다 그녀들의 의뢰를 거절해 왔다.

 

 그리고 힘없는 걸음으로 떠나던 그 날의 소녀를 연상케 만드는 그녀가 건넨 신문기사 제목에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포항지역 유흥업소 여 종업원 연쇄 자살사건 일파만파』

 

 

 유흥업소 종업원 연쇄자살사건이라는 신문 보도 기사 제목을 접하자 둔기로 얻어맞은 듯 뒷머리가 아파왔다.

 

 

 “죄의식이라도 느끼라는 겁니까?”

 

 “아니에요. 변호사님은 최선을 다해 주셨어요.”

 

 

 그저 메마른 얼굴을 하고 무혁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였다.

 

 

 ‘나 때문에 그 소녀가 죽었다는 말을 꺼내고 싶은 건가?’

 

 

 무혁은 도무지 여성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었다.

 

 

 “언젠간 변호사님이 오실 거라고 그렇게 말하셨어요.”

 

 “제가 올 거라고... 누가 말 했다는 말입니까?”

 

 “정혜보살님이요.”

 

 

 그런가? 그랬던 건가?

 

 피바람이 분다던 무당의 예언이 바로 이것을 의미한다는 것인가?

 

 

 “그럼 묻겠습니다. 전 이 사건을 어찌할 수 있을만한 능력이나 힘이 없습니다. 그런 저를 왜 찾아오신 겁니까?”

 

 

 무혁은 대뜸 화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프레임에 갇혔고, 기획자의 뜻대로 움직여 준 것인가?'

 

 

 꼭두각시가 된 기분이었다.

 

 무혁은 냉철하게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고 있었다.

 

 

 “변호사님만이 해결하실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감성적이 되어버린 무혁에 비해 그녀는 굴곡 없는 톤을 유지하고 있었다.

 

 

 “네? 저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요? 저는...”

 

 “변호사님. 저는 얼마지 않아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될 거에요.”

 

 

 그의 물음에 그녀는 끊어짐 없이 대답해주고 있다.

 

 마치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있었던 듯,

 차분하게, 책을 읽듯 또박또박.

 

 

 “그리고 못 다한 이야기들을 해 드리겠어요. 혹여 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시면 꼭 정혜보살을 찾아가보세요. 그 분께서 많은 이야기를 해 드릴 거 에요.

 

 “정혜보살? 그리고 당신은 왜 죽는다는 겁니까?”

 

 “그건 지금 말씀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당신을 도울 한 사람과 만나게 되실 거 에요.”

 

 “그가 누구죠?”

 

 “형사에요. 민혁수. 변호사님처럼 그 역시 타고난 영매죠.”

 

 “영매?”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인가?

 

 무혁이 귀신을 볼 수 있는 영안을 가졌다는 것을 전제해 둔 계획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인가?

 

 

 “그를 찾으세요. 당신께 큰 힘이 될 사람입니다.”

 

 “어떻게 찾을 수 있습니까?”

 

 “음... 아니에요. 찾지 않더라도 만나게 되실 거 에요. 운명이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까요.”

 

 

 주저흔(躊躇痕, hesitation mark) 혹은 미수손상(未遂損傷).

 

 자살흔.

 

 무혁은 짐짓 여인의 손목에 그어진 칼 자욱으로 시선을 주었다.

 

 

 “실례지만 성함을 물어도 되겠습니까?”

 

 

 묻고 싶었다.

 

 내 기억 속에 살고 있는 당신의 정체가 누구인지.

 

 

 “아영이에요. 은. 아. 영.”

 

 

 그녀의 긴 한숨소리 뒤로 정적이 찾아왔다.

 

 무혁은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힘없이 떨리는 속눈썹 뒤로 초롱이 빛나던 눈빛은 천정의 형광등 램프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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