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역쟁
작가 : 팔월팔일
작품등록일 : 2017.10.24

서기 5천년, 지구의 문명은 끝없이 발달해 과학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된다.
하지만 그로인해 인류의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심화되었고, 두뇌가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 역시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두뇌가 뛰어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똑똑해지지 못하게 조작하고 통제하며 그들의 두뇌를 점점 낮게 만들었고, 종래에는 다른 인종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
서기 1만년, 어느 순간 세계는 하나로 통일이 된다. 인류는 하나의 언어를 쓰고, 하나의 지배자를 가지며 세상 곳곳의 일을 모두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인류는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뛰어난 과학과 두뇌 덕에 점점 육체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고, 육체가 퇴화 돼 작아진 키와 큰 머리를 가진 ‘펙터’와 그들에게 억압당하고 배우지 못해 두뇌보다는 육체를 많이 사용하게 돼 육체가 거의 초인과 같은 수준으로 발달한 ‘네이처’.
처음에는 펙터가 네이처를 조금 무시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런 분위기는 점점 심해져갔고 극도로 발달한 문명은 펙터들의 눈에 네이처들을 강한 힘을 가진 짐승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펙터가 네이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류는 과학을 마비시키는 에너지를 가진 광물 '이브'를 발견하게 된다. 계속해서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었던 상류층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핵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그렇게 대부분의 세계는 이브로 인해 과학이 마비되고 네이처들이 반란을 일으켜 펙터와 네이처간의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다.

 
일행
작성일 : 17-10-27 15:26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836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야, 바보 병재! 너 진짜 미x어? 갑자기 무슨 짓이야?”

 

 

  화를 내려던 성현 앞으로 혁수가 소리치며 병재의 멱살을 잡았다.

 

 

  “어!?”

  “뭐가 ‘어!?’야, 어? 갑자기 사람 쪽으로 비수를 던지면 어떻게 하냐고!”

  “아... 그게 아니라. 뒤에.”

  “뭐! 뒤에 뭐? 어! 신호새다!!”

 

 

  혁수가 뒤를 돌아보니 나무에 도마뱀같이 생긴 새가 병재의 비도에 맞아 꿈틀거리고 있었다.

 

 

  “신호새요?”

 

 

  성현이 처음 듣는다는 듯이,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아, 저거 펙터에서 기르는 정찰용 새에요.”

  “정찰용 새요? 펙터들은 이곳 동물을 부릴 수 있단 말입니까?”

  “저희도 자세히는 몰라요. 그냥 얼마 전에 펙터들이 누군가를 추적하는 걸 봤는데, 그때 저 새가 사람들의 위치를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로 이 새가 보이면 바로 죽이고 있어요.”

  ‘펙터들은 기상천외한 기술을 쓴다고 듣기는 했지만, 섬의 동물까지 부리다니. 그곳에서도 듣지 못했던 정보다.’

 

 

  성현이 비도에 꼽혀있는 새를 요목조목 훑어봤다.

 

 

  “그리고 그거 엄~청 맛있어요!”

  “네?”

  “야, 그만 말하고 얼른 챙겨!”

  “오케이!”

 

 

  혁수가 비도에 꼽혀 있는 새를 뽑아 목숨을 끊고, 옆구리에 달린 줄에 걸었다.

 

 

  “횡재했네. 헤헤, 아무튼 성현 씨, 병재가 노리고 던진 거 아니라네요. 저 새가 재빠르고 예민해서 그런 거 같으니까 이해해주세요.”

 

 

  혁수가 성현에게 친근하게 윙크했다.

 

 

  “네, 알겠습니다.”

 

 

  혁수가 성현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성현의 손을 꼭 잡고 위, 아래로 마구 흔들었다. 성현은 혁수의 격 없는 행동을 보며 어린 시절 돈, 명예, 체면 그런 것들이 필요 없었던 순수했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후훗!”

  “왜 그러세요?”

  “혁수 씨를 보니 제 친구가 떠올라서요.”

  “아, 정말요? 그 친구 참 잘생겼겠네요.”

  “외모보다는 하는 행동이나 성격이 닮았어요.”

  “아~ 그럼 그 친구, 성격이 장난 아니게 좋겠네요.”

 

 

  묻지도 않고, 단정 지어서 말하는 혁수를 보며, 성현이 또다시 한번 웃었다.

 

 

  “하하하! 그렇죠?”

  “잠깐!! 웃는 것도 좋지만 우리 빨리 여기 떠야겠는데요?”

 

 

  병재가 검지를 입에 갖다 댄 채, 낮은 자세로 어느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형님!!”

  “오빠!!”

 

 

  병재가 가리킨 쪽, 골이 쓰러져 있는 곳과 4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녹빛 복장을 착용한 매우 건장한 체격의 남자 4명과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를 가진 남자와 여자 한 명, 총 6명이 골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4요새 복장이다!”

  “어, 어떻게 해야 하지?”

 

 

  혁수가 병재를 쳐다봤다. 병재가 성현을 힐끗 쳐다본 후, 말했다.

 

 

  “어떻게 하기는? 귀찮아지기 전에 튀어야지. 4요새에 들어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 사람들이랑 싸울 것도 아니잖아? 어떤 목적도 없다면 조용히~ 숲으로 돌아가야지.”

  “좋은 생각이네요.”

 

 

  성현 역시 이견이 없다는 듯, 병재의 말에 맞장구쳤다. 갑자기 병재의 머릿속에 의문이 하나 생겼다.

 

 

  ‘이상하군.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걸 보면 펙터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다른 요새 사람도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째서 골과 싸운 거지?’

  “병재야, 뭐해? 얼른 와.”

  “어, 그래.”

  ‘에라, 모르겠다. 골치 아픈 건 딱 질색이야! 어차피 우리 힘으로 벗어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혁수가 괜찮다고 했으니 괜찮겠지.’

 

 

  병재는 혁수의 눈을 믿었다. 혁수는 사람인지, 동물인지 구별 안 될 정도로 감이 좋았기에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을 기가 막히게 알아맞혔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강아지나 고양이가 착한 사람을 알아보듯이 말이다.

  병재가 관자놀이를 잠깐 꾸욱 누르고는, 빠른 속도로 혁수의 뒤를 따라갔다.

 

 

  잠시 후, 골을 향해 가던 녹빛의 무리가 골에게 도착했다. 그들은 재빠르게 골의 상태를 살핀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아있습니다. 검사는 해봐야 알겠지만 건강에도 이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휴~”

 

 

  녹빛 무리 중 홍일점인 여자가 탄탄한 몸매의 남자에게 버럭 화를 냈다.

 

 

  “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오빠 호위는 네가 책임지는 거 아니었어!?”

  “... 죄송합니다.”

  “그런 소리 들으려고 말한 게 아닌 거 알잖아!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주변 흔적을 보면 여기서 전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왜 오빠 혼자 여기에 이러고 있는 거냐구!!”

  “......”

 

 

  쟌이라 불린 남성이 아무런 말을 못하고 있자, 뒤에 있던 남성 중 하나가 말했다.

 

 

  “리아님,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쟌님께서는 계속 호위를 두려고 하셨지만 골님께서 거슬리니까 모두 리아님을 데리러 가라고 하셨습니다. 자꾸 눈앞에서 거슬리면 박살내버리겠다고...”

  “게릭, 누가 대화에 끼어들라고 했나!”

 

 

  쟌이 힐난하는 눈빛으로 남성을 타박했다.

 

 

  “죄송합니다.”

 

 

  게릭이라 불린 남자가 고개를 푹 숙였다.

 

 

  “또!? 어휴, 내가 정말, 언젠가 이런 날이 한 번은 올 줄 알았어!”

  “......”

  “그래서 몇 명이랑 싸웠는데?”

  “그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정황상 적이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그럼 아직 근처에 있을 수도 있겠네?”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그럼 빨리 잡아야지!”

  “네.”

 

 

  쟌이라 불린 탄탄한 몸매의 남자가 뒤에 서 있던 4명의 남자에게 눈짓했다. 그들은 평소에 잘 훈련된 병사인지 그 단순한 신호만으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아는 듯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으..음...”

  “형님, 정신이 드십니까?”

  “음... 쟌이냐?”

  “예, 형님 접니다.”

  “으윽...”

 

 

  골이 몸을 일으키려다 손으로 관자놀이를 감쌌다. 성현에게 맞은 관자놀이가 매우 욱신거렸다.

 

 

  “형님!”

  “오빠!! 괜찮아?”

  “어떻게 된 거냐?”

  “몰라, 이 바보 오빠야!! 그건 우리가 할 말이야! 왜 자꾸 혼자 돌아다녀서 이러고 있는 거야?”

  “아, 리아도 왔구나. 괜찮다. 그냥 살짝 어지러운 것뿐이야.”

 

 

  골이 계속 일어나지 못하자, 리아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튼튼한 거 말고는 가진 거 하나도 없는 인간이! 정말 내가 못 살아! 흑”

  “멀쩡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골과 리아는 친남매로, 4요새에서 태어났다. 그들의 부모님은 4요새에서 꽤 높은 직위의 실력자들이었는데 10년 전, 펙터들의 기습에 의해 목숨을 잃고, 골과 리아만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골과 리아는 어릴 때부터, 서로를 의지하며 아빠이자, 오빠, 동생이자,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서로가 서로를 챙기며 컸다. 그렇기에 골과 리아는 다른 가족들보다 서로에게 더욱 애틋했고, 리아는 이런 상황이 매우 달갑지 않았다.

 

 

  “뭐가 괜찮아!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흑, 이제부터 나도 위험하든, 말든 혼자 다닐 거야! 흐아앙!”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계속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하는 골의 행동에 결국 리아의 울음보가 터졌다.

 

 

  “우, 울지 말거라. 내가 잘못했다. 이제 조심하겠다.”

  “몰라! 흐아앙!”

  “쟌, 나 좀 일으켜다오.”

  “네.”

  “고맙다.”

 

 

  골이 쟌의 부축을 받아 그 커다란 덩치를 일으켜, 울고 있는 리아를 끌어안아줬다.

 

 

  “리아야, 이 오라비가 잘못했다. 이제 진짜 그러지 않을 테니. 화 풀어라.”

 

 

  골이 리아를 달래주자, 리아가 골의 품에 안기며 대성통곡했다.

 

 

  “흐아아앙. 오빠 다치지 마. 나 정말 무섭단 말이야. 이제 우리밖에 없잖아. 흐윽!”

  “알았다. 알았어. 오빠가 미안하다.”

 

 

  잠시 후, 리아가 진정되자. 골이 애통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후...”

  “왜 그러십니까?”

  “미안하다. 모든 게 기억났다. 져버렸어.”

  “형님...”

 

 

  옆에서 겨우겨우 울음이 진정된 리아가 버럭 화를 냈다.

 

 

  “그런 게 뭐가 미안해 이 바보 오빠야! 살아 있으면 된 거지!! 만약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난 정말... 흐으으”

 

 

  진정되던 리아의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맞습니다. 형님. 형님만 괜찮으시면 됐습니다.”

  “오빠! 도대체 어떤 놈들이야? 어떤 나쁜 놈들이 그런 거야? 갑자기 뒤에서 덮쳤어? 아니, 그런 거에 당할 오빠가 아니지. 여러 명이서 공격한 거야? 오빠를 이기려면 10명은 넘게 있었겠지? 아니, 수비대들은 도대체 뭐 하는 거야!? 그 정도 숫자의 적들이 침입 한 것도 모르고!! 돌아가면 다 죽었어!!”

 

  리아가 볼을 한껏 부풀리며,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요새가 있는 방향을 노려보았다.

 

 

  “에에~ 헷취! 어우, 날씨가 이렇게 맑은데 갑자기 왜 싸늘하냐?”

  “으으... 그러게 말이야. 귀신이라도 지나갔나?”

 

 

  괜히 서늘해지는 수비대였다.

 

 

  “그런 게 아니다. 정정당당한 대결이었다.”

  “!!”

  “뭐!?”

 

 

  쟌과 리아가 깜짝 놀랐다. 골은 농담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닐뿐더러 정정당당한 대결이라 함은 아무런 수작 없이 1대1 대결을 했다는 것이었는데, 그들이 놀란 이유는 이곳(섬)에서도 그와 정당한 대결을 벌여서 그에게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괜히 5인의 강자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5인의강자, 이브의 섬에 요새가 생기기전, 전란의 시기에 가장 강한 5명을 그렇게 불렀다. 초기에는 4인의 강자였지만 어떤 한 인물의 압도적인 무력에 의해 1인이 추가되었다. 그 뒤로는 100인의 강자가 있었지만 그들과 5인의 강자의 실력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요새가 생긴 이후로는 매년 칭호의 주인을 가리는 시합을 열었는데 지금까지 주인이 바뀐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골은 그 중 하나였다.

 

 

  “진심입니까?”

  “오빠, 정말이야?”

 

 

  골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쟌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추인’ 입니까?”

  “추인? 5인에 필적할 정도로 강하지만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떠돈다는 그 사람?”

  “네.”

 

 

  골이 고개를 저었다. 쟌의 표정이 더욱 진중해졌다.

 

 

  “그럼 설마 ‘그 분’...?”

  “그 분? 그게 누구야? 설마, 그 변태?”

  “리아님!!”

 

 

  리아에게 계속 고분고분하던 쟌이 처음으로 리아에게 소리를 질렀다.

 

 

  “꺅!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깜짝 놀랐잖아!”

  “그 분을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쟌이 인상을 쓰며 리아를 쳐다봤다.

 

 

  “그치만! 맨날 음흉한 눈빛으로 여자들 엉덩이나 쳐다보고 다니고, 거지꼴로 돌아다니면서 잠만 자는데 생각만 해도 기분 나쁘단 말이야!! 하는 짓이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잖아.”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아시잖습니까? 그 분은 섬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모르는 게 없으십니다.”

  “흥! 소문은 그렇다지만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섬이 얼마나 넓은데! 한 사람이 섬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안다는 게 말이 돼!?”

  “됐다. 그만. 쟌의 말이 맞다. 외향이야 어떻든 그 분은 현재 이곳에서 가장 강한 분이시다. 그리고 그 분에게 당한 것도 아니고.”

 

 

  그들이 부르는 ‘그 분’이란 현재 이브의 섬에서 가장 강한 떠돌이를 일컫는 말이다. 요새가 생기고 얼마 안 있어 시합이 열리기 시작할 무렵, 5인의 강자는 전란의 시기를 거친 만큼 그 어떤 시기의 강자보다 강했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도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고,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난 그의 등장에 모든 요새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어떠한 정보도 없이 나타난 그는 매년 열리는 칭호의 주인 시합에 순서대로 나가 모든 요새의 주인과 비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때 파벌이나 암투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것을 힘으로 누르고 요새의 주인들과 승부하여 비긴 것이었다.

  처음에 그가 한 명과 비겼을 때,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가 모든 주인들과 비겼을 때, 사람들은 생각을 바꿨다. 그가 요새의 주인들을 봐준 것이라고. 그렇기에 사람들은 일개 떠돌이인 그를 칭할 때, 존경을 담아 ‘그 분’이라고 불렀다.

 

 

  “그럼 누가 정당한 대결에서 골님을 이길 수 있단 말입니까?”

 

 

  리아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맞아! 그 변...아니, 그 사람이 아니면 이 섬에서 누가 오빠를 이길 수 있어? 다른 5인의 강자들은 자기요새 지키느라 바빠서 나오지도 못하잖아.”

 

 

  끝까지 존대는 하지 않는 리아였다.

 

 

  “성현이라 그랬다.”

 

 

  쟌과 리아가 동시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성현?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나도, 성현이 누구야?”

  “나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내 생각에 떠돌이나 신입인 것 같다.”

  “!?”

 

 

  쟌이 재빠르게 주위를 살핀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그렇다면 큰일 아닙니까? 만약 그 놈이 3요새의 ‘첸’이나 1요새의 ‘진’에게 가기라도 한다면...”

  “겨우 유지되고 있는 요새간의 힘의 균형이 무너지겠지.”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데?”

  “요새의 주인이 바뀔 확률이 높다.”

  “뭐? 겨우 한 명 때문에?”

  “겨우 한 명은 별거 아닌 전력이지. 하지만 5인의 강자라는 타이틀은 결코 가볍지 않단다.”

 

 

  다행인 점은, 골과 성현의 대결이 비공식적인 대결이었기에 아직 그것이 공론화되지 않았고, 그가 떠돌이였기에 칭호가 쉽게 넘어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나중에 다른 요새로 들어가서 오늘의 일을 말한다면 골은 칭호를 그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그것이 그들의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아...!”

  ‘그렇게 되기 전에 필히 그 자를 잡아야한다!!’

 

 

  쟌이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쟌 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어디냐!?”

  “여깁니다.”

  “골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쟌이 순식간에 부하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흩어졌던 네 명의 덩치 중 한 명이 방금 전까지 성현과 병재, 혁수가 있던 바위 근처에서 흔적을 살피고 있었다.

 

 

  “남아 있는 발자국의 크기나, 풀잎의 눌림 등 여러 가지를 조합해 본 바로는 키 약 170중반, 몸무게 85kg, 73kg 정도의 남성 두 명이 약 5분 전까지 이곳에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부하는 추격에 일가견이 있는지 남아있는 흔적만을 가지고도 꽤 세세한 것까지 알아냈다.

 

 

  “두 명이라고?”

  “네. 두 명의 흔적입니다.”

  ‘이런! 이 대결을 본 사람이 더 있었다.’

  “추적할 수 있겠나?”

  “흔적을 지우기는 했지만 휴이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좋다! 너랑 휴이는 당장 추적해서 그들의 위치를 파악해라! 다만,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거리를 두며 위치만 알려라.”

  “알겠습니다.”

 

 

  흔적을 살짝 훑어본 쟌이 남아 있는 흔적에서 무언가 어색함을 느꼈다.

 

 

  ‘이상하다.’

 

 

  바위 밑에는 여러 개의 흔적이 있었지만 부하의 말대로 그것은 모두 두 명에 의해 생겨난 것이었다. 쟌이 흔적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쟌, 왜 그러지?”

 

 

  골이 리아의 부축을 받으며 쟌에게 다가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무엇이 말이냐?”

  “여기 남아 있는 흔적이 뭔가 이상합니다.”

 

 

  골이 흔적을 힐끗 쳐다봤다.

 

 

  “음, 두 명이었나? 그 놈 말고도 한 명이 더 있었나보군. 후~ 근처의 인기척도 느끼지 못하다니 내가 이번에 많은 실수를 했어.”

  “오빠가 신도 아니고 그걸 다 어떻게 알아!? 제발 그런 말 좀 하지마. 이 바보 오빠야!”

  “맞습니다. 네이처 중에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제가 이상하다고 한 것은 여기 흔적들의 움직임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입니다.”

 

 

  골이 쟌이 가리키는 바닥의 흔적을 다시 한 번 유심히 살폈다.

 

 

  “그렇군, 이상하군.”

  “뭐가 이상해? 난 봐도 잘 모르겠는데?”

  “리아님,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 발자국을 보시면 발의 방향과 커다랗게 눌린 자국이 보이십니까?”

  “응.”

  “보면 아시겠지만 이들은 이곳에서 골님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골님을 쓰러뜨린 후에 이곳을 지켜보고 있었거나 전투 전이었겠죠.”

  “응, 그게 왜?”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건 발의 폭과 눌린 깊이를 보면, 두 명 중 한 명은 몹시 놀란 듯, 급하게 뒤로 이동하였고, 다른 한 명은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는 겁니다.”

  “응.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골님의 말을 들어보면 골님은 전투 전, 후에 이들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계셨습니다.”

 

 

  리아가 인상을 쓰며, ‘생각하는 사람’같은 자세를 취했다.

 

 

  “음... 그러네. 생각해보니까 정말 이상하다! 우리 오빠가 아니라면 이 사람들뿐인데 왜 이렇게 움직인 거야?”

  “바로 그겁니다!”

  “두 명 말고도 더 있었던 것인가?”

  “...제 추측은 그렇습니다.”

  “음...”

 

 

  골의 입에서 침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이 놀란 것으로 보아, 이 흔적의 주인들과 이 자들을 놀라게 한 자들은 같은 편이 아닌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렇군. 윽!”

 

 

  리아의 부축에서 벗어나려던 골이 다시 비틀거렸다.

 

 

  “오빠!”

 

 

  골이 괜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괜찮은 척 하지마!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거든!? 쟌, 빨리 돌아가자!”

 

 

  쟌은 자신이 바로 추적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지만 추적을 포기했다. 지금 돌아가는 골을 누군가 습격한다면 골은 무조건 죽은 목숨이었기 때문이다.

 

 

  “네, 알겠습니다.”

 

 

  ‘한 명이 아니라 최소 세 명... 절대 놓치면 안 된다! 돌아가면 모든 병력을 동원해서라도 꼭 붙잡아주겠다!’

 

 

  쟌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역쟁 1부 끝.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팔월팔일 17-10-30 16:20
 
1부 완결입니다.
다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공지에 올려놓았습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4 일행 (1) 2017 / 10 / 27 255 0 8361   
23 떠돌이 2017 / 10 / 27 229 0 7966   
22 성현 2017 / 10 / 25 241 0 6398   
21 이브의 섬 2017 / 10 / 25 226 0 6042   
20 이브의 섬 2017 / 10 / 25 204 0 7112   
19 폭주 2017 / 10 / 25 219 0 5568   
18 이브의 섬 2017 / 10 / 25 219 0 6476   
17 이브의 섬 2017 / 10 / 25 238 0 5751   
16 구사일생 2017 / 10 / 25 210 0 5470   
15 이브의 섬 2017 / 10 / 25 228 0 5661   
14 이브의 섬 2017 / 10 / 25 229 0 5275   
13 이브의 섬 2017 / 10 / 25 224 0 7581   
12 이브의 안개 2017 / 10 / 25 241 0 5905   
11 이브의 안개 2017 / 10 / 25 251 0 6182   
10 이브의 안개 2017 / 10 / 24 236 0 5416   
9 이브의 안개 2017 / 10 / 24 234 0 6322   
8 이브의 안개 2017 / 10 / 24 235 0 5978   
7 침몰 2017 / 10 / 24 234 0 5684   
6 헬파이의 습격 2017 / 10 / 24 238 0 6853   
5 헬파이의 습격 2017 / 10 / 24 228 0 5532   
4 헬파이의 습격 2017 / 10 / 24 248 0 5168   
3 헬파이의 습격 2017 / 10 / 24 216 0 6189   
2 이브의 섬 2017 / 10 / 24 213 0 5997   
1 프롤로그 (1) 2017 / 10 / 24 422 0 677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