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홉시 그들의 시간 2
“너 어떻게 된거야? 어제?” “서하 누나 나 하나도 생각이 안나” “잘 한다 아주 잘 해 자료 수집 좀 하랬더니 거기서 퍼마시다가 쓰러져있구 어제 누구랑 마신거야? 거긴 도대체 왜 갔구?” “나도 모르겠어 자료 수집 차 골동품 가게에 들린 것 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내가 거기서 왜 술을 마시고 있었는지 모르겠어 전혀 생각이 안나” “일단 뭐 좀 먹고 거기 다시 가보자 가보면 생각이 날거야” 준결의 부스스한 머리를 보면서 짜증을 내는 서하,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서 휙~던져준다. “야 그 머리 좀 어떻게 해봐 아휴~“ 준결, 모자를 받아들고, “땡큐~” 쓴다. “자료 조사한거 어디다 두고 온거야 어제 어디서 마셨다고?” “호프집에서 마셨어” “거기 가보자” “호프집?” “가서 찾아봐야지”
호프집 앞에는 경찰 한명이 서있고 출입 금지 표시가 되어있다. 서하와 준결 조심스레 경찰에게 다가간다. “여기는 사건 현장이라 출입 금지입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서하, 최대한 가냘픈 목소리로 “어머~여기 뭔일 있었어요? 어제 여기서 술 마시다가 뭘 좀 놓고 가서 찾으러 왔는데요 오빠~좀 들어가면 안될까요?”
젊은 아가씨의 오빠란 소리에 기분이 좋은 듯 보이는 경찰, “들어가시면 안되는데...놓고 가신게 있었다면 우리가 다 수거해가서 안에는 없을텐데요” 부드럽게 얘기한다. “뭔데 그래요? 같이 찾아줄까요?”
“그래주시면 넘 감사하구요 핸폰을 놓고 와서요” 준결에게 눈을 꿈뻑해보이면서, “어제 동생이랑 술 먹다가 급하게 집에 가느라..야 어제 나 많이 취했었지? 엄마한테 나대신 잔소리 많이 들었겠다” 준결, 눈치 빠르게 대꾸한다. “어제 누나 완전 뻗었지 누나 대신 엄마한테 나 여기 등짝 맞은거 볼래?” 등을 보여주는 시늉을 한다.
“여자가 칠칠치 못하게 핸폰도 흘리고 다니고 말이야 누가 데려가려나 그 사람한테 미리 감사드린다” “핸폰이라면 혹시 요거?” 경찰, 비닐 가방 안에 담긴 준결의 핸폰을 보여준다. “네? 아네..” 서하, 당황하면서 “여기 있었네” 덥썩 잡으려한다 “사건 현장 부근에서 발견된거라 그냥 가져가실 수는 없습니다” “아잉~오빠~요고 제꺼 맞아요 전화해볼까요?” “사건 현장 안에서 찾은게 아니라, 보고는 안 드렸지만 그래도 그냥 가져가시면 안되는데...” 경찰, 말끝을 흐리면서 망설인다. “어디서 찾으셨어요? 제 핸드폰 이거 아직 할부가 24개월은 남은거라서 핸폰 못 찾으면 전화도 없이 살뻔 했어요” 경찰, 안쓰러운 얼굴로 “학생이에요?” “네..” 서하, 불쌍한 표정으로 “어제도 알바 월급날이라, 등록금 해결되서 기분좋아서 동생이랑 한잔 마신건데...오빠 저 요고 없으면 알바 못해요 과외하는 학생들이 요기 다 입력되어 있다구요 한번 확인해보세요”
호프집 앞에는 유난히 큰 나무가 있다. 인테리어를 위해서 심어놓은 나무같지는 않고, 건물이 생기기전부터 있었던 고목이다.
“요거 여기 바깥에 나무 사이에 끼워져있던거라 그냥 드려도 상관은 없기는 한데 학생이 등록금 버느라 고생이 많네요“ 경찰, 마음 약해져서는 핸폰을 내민다. ”여기 있어요 힘들다고 넘 많이 마시지말고 열심히 공부해요 학생”
서하, 최대한 가냘픈 목소리로 눈물을 글썽이면서 “경찰 오빠..넘..넘..넘넘 감사해요 고맙습니다” 90도 각도로 깍듯하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준결도 서하 눈치를 살피면서 꾸벅 인사한다. “어서 가봐 학생들 쫌 있다가 동료들 오면 나 곤란해져 얼른 가봐” “오빠 성함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넘 감사해서 제가 다음에 커피라도 한잔” 경찰, 기분 좋은 얼굴로 명함을 꺼내서 “어린 학생이 안 그래도 되는데” 하면서도 명함을 건네준다. “민하율 오빠 이름 멋지다 담에 꼭 커피 한잔 해요 제가 전화드릴께요” “그래요 학생 언제든지” “수고하세요 오빠”
두 사람 바쁜 걸음으로 흐뭇한 얼굴로 보고 있는 경찰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호프집 건물 뒤쪽으로 돌아가서 두 사람은 건물 뒤편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찾았어?” “아니” “어? 이거..뭐지?” 건물 틈새에 억지로 구겨넣은 듯한 포장된 작은 물건이 보인다. 서하, 꺼내서 펼쳐본다. “어? 이거 시계잖아” 낡고 오래된 골동품 가게에서나 볼 수 있는 작은 태엽 시계다 “이거..혹시..?”
준결 아스라한 기억을 더듬어본다. “아..이거 기억난다 어제 골동품 가게에서 본거야..” 서하의 손에서 시계를 받아들고 살펴본다. “맞아 이거 어제 거기서 봤어 확실해” “그래? 근데 이게 왜 여기 있지? 너는 여기 왜 왔구?”
“나도 그걸 모르겠어 어제 이거 분명히 골동품 가게에서 봤거든 특이한 시계라 선명하게 기억이나 거기서 이거 잠깐 들여다보다가 누나가 얘기한거 안 보여서 그냥 나왔거든 나와서 그 길을 따라 쭈욱 걸어오다가, 목이 말라서 편의점에서 물 하나 사마시고, 나와서 걸어가는데..아 맞다..그때 전화왔었다 전화 와서 전화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전화? 누구한테? 왔었어?” “나도 잘 모르겠어 친구 녀석이었던 것 같은데, 잘 생각이 안나 가물 가물해” “자료 수집한거는 다 어쩐거야? 그거는 왜 안 보이지?” “쇼핑백에 넣어서 들고 있었는데, 그게 어딜 갔지? 찾아도 안보이고” “일단 골동품 가게로 가보자 가서 시계 사간 사람 물어보자” 서하, 시계를 보면서 “독특한 시계네”
준결이 안내하는대로 모통이를 돌아서 쭉 가다보니 낡은 간판이 걸려진 골동품 가게가 보인다. 건물 자체도 골동품처럼 보이는 낡은 골동품가게다. 문이 닫혀있는 골동품 가게 금일 휴업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문이 닫혀있네 오늘 쉬는 날인가?” 서하, 문을 두드려보다가 준결을 보면서 “주인장 얼굴은 기억나?” “어 기억나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였어” “말은 건네봤었어? 목소리는 어땠어?” “아니 말이 없는 사람이었어 뭘 물어도 고개짓만 하면서 대답을 안했거든 여기서 이 시계만 보고 찾는거 없길래 있냐고 물어보니까 없다고 고개짓만 하더라구 그래서 얼른 나왔어”
“그랬군 내일 다시 와볼까? 오늘은 그만 가자 자료 수집한거 기억은 나지? 내용 말이야” 준결, 머리를 긁적이면서 난처한 표정이다. “그게..기억이 잘 안나네 나중에 검토해보려고 쇼핑백 안에 바로 넣어뒀거든” “으이구 잘 한다 잘 했어” 준결의 등짝을 때리려한다. 준결, 얼른 피하면서 “누나, 서하 누나 이러면 안되지 나도 우리 집서 귀한 아들이라구”
“누가 뭐래? 덤벙아 이래서 너한테 맡기는게 아닌데..으휴 내가 못 살아 못살아” 느물거리는 준결, 서하의 화를 더 돋군다. “누나..히스테리 그만 부려 이러면 주름만 늘어 누나 주름늘면 누가 데려갈거야 주름이라도 없어서 그나마 젊어보인다 하고 데꼬가지 인상 쓰지 말고 얼굴 좀 펴 쫙쫙 펴봐 오늘 혹시?” 서하, 눈치 빠르게 “그래 그날이다 너 잡는 날, 이 느물아...”
준결 모자를 벗어서 머리를 몇 번 뒤로 쓸어넘기며 활짝 웃는다.
잘생긴 훈남 청년이다. 서하는 준결을 보면서 피식 웃고 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