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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화장해 주는 남자, 머리 감겨 주는 여자
작가 : 세빌리아
작품등록일 : 2017.10.25

미술 입시를 준비하던 고 2여학생과 멀쩡히 잘 다니던 의대를 휴학한 채 미용이 좋아 미용사의 길을 선택한 남자가 있다.

나이, 출신 지역부터 학력 수준까지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케미를 가져올까?

 
20. 늑대를 향한 정당방위
작성일 : 17-10-27 11:04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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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같이 가! 걸어서 언제 가냐? 타!"

 

 정신 없이 뛰어가는 시아를 향해 파랑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핸드폰에 대한 생각뿐 다른 건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파랑이 시동을 걸고는 붕하며 그녀 곁으로 갔다.

 

  "걸어가게?"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파랑이 멈추자 그녀가 끙차하고 올라탔다. 두 번이라고 아까 처음 탈 때보다는 훌쩍 잘도 올랐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야, 너 오토바이 처음 타는 애 맞냐? 왜 이렇게 익숙한데? 이거...남자 허리 좀 잡아본 솜씬데?"

 

 웃으며 이죽거리는 파랑의 드립에 그녀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다.

 

  "아, 뭔 소리에요? 남자 허리를 잡긴 뭘 잡아...그런 말 미성년자한테 할 말이에요?"

  "뭔 말? 허리가 어때서?"

 

 정말 아무 뜻 없이 파랑이 한 말에 오히려 그녀만 음란마귀가 된 상황이었다.

 

  "뭔 생각을 하는 거야...니 말대로 고등학생이 말이야."

  "아, 됐어요, 얼른 밟기나 해요."

  "고고씽!"

 

 파랑이 힘차게 페달을 밟자 불룩하고 그의 복근이 움직였다. 시아는 처음 만져보는 남자의 복근에 가슴이 뛰었다. 보이진 않지만 왠지 움직임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오랜 시간 춤으로 다져진 그의 잔근육이 이제야 그녀를 통해 빛을 발하는 걸까. 그들은 온 만큼의 시간을 달려 다시 학원으로 그들이 도착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데 수업은 끝났는지 학원 층이 전부 어두컴컴했다.

 

  "어, 뭐야? 불 꺼졌네?"

  "아, 수업 끝났나보다."

  "아, 씨...이렇게 시간이 됐나?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끝난 거야?"

  "야, 그럼 로사샘도 퇴근했겠네. 난 그럼 이만 가야겠다. 내 볼 일은 없고만."

  "간다고요?"

  "그럼 가야지. 알바도 해야하고...먼저 간다. 수업 때 보자."

 

 그렇게 미련 없이 유턴하는 파랑이었다.

 

  "헐...그냥 가네? 아, 내 가방은 그냥 안에 있는 거야? 문 잠궜나? 린이한테 전화 해봐야...아, 나 전화기도 없잖아! 지갑도 없고...진짜 미치겠네. 아, 저 오빠한테 차비라고 꿀 껄...그 생각도 못 했네. 아, 유시아 바보, 등신!"

 

 혼자 자책하며 학원 문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순간, 낯익은 쌍라이트가 조준선처럼 그녀의 이마 한 가운데를 때렸다.

 

  "아, 뭐야...눈 부셔."

 

 이 장면이 마치 데자뷰처럼 느껴졌다. 불과 얼마 전 똑같은 사람과 똑같은 일을 겪지 않았는가. 차에서 내린 사람은 물론 하완이었다. 시아는 그의 실루엣을 보자마자 위기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젠 벼랑 끝에 몰려 더는 오도가도 할 수 없는 처지가 아닌가.

 

  "야, 이제 왔냐?"

  "이, 이런..."

  "왜 안 도망 가냐? 파랑은 어디 갔냐? 니 수호천사 아녔어?"

  "뭐, 생각해보니 도망갈 이유도 없네요.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뛰었는지 모르겠네."

  "그러냐? 그럼 이걸 가져갈 이유도 없겠네?"

 

 그가 다시 차로 가더니 문을 닫고는 그녀의 가방을 창 밖으로 흔들어 보였다.

 

  "앗, 내 가방! 왜 갖고 있는 거에요?"

  "유실물을 보관해줬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그게 무슨 반응이야?"

  "아, 빨리 줘요!"

  "와서 가져가. 왜 날더라 오라 가라야?"

 

 그러면서 그는 운전석에 앉아 꼼짝을 안 했다. 시아는 께름칙했지만 일단 가방은 챙겨야했으므로 그의 차로 향했다. 그가 조수석에 가방을 올려놨다. 왠지 가까이 갈수록 불길해 최대한 멀찍이 그의 차 옆에 섰다. 그러자 그가 창문을 내렸다.

 

  "뭐해? 멀뚱히 서서...안 가져가?"

  "창문 더 내려봐요. 집어 가게."

  "싫은데?"

  "아, 진짜..."

  "일단 타지? 우리 아직 해결할 일이 남았잖아."

 

 결국 그녀는 차문을 열었다. 그때 그가 그녀의 가방을 낚아챘다.

 

  "아, 뭐해요? 이런 장난 재미없다고요!"

 

 그의 손에 들린 가방을 잡기 위해 그녀는 결국 조수석에 앉아야했다.

 

  "자, 이제 앉았으니 줘요!"

  "옛다! 뭐 금은보화가 있는 것도 아닐 거구만."

 

 드디어 그녀의 손에 들어온 가방이 너무 반가워 힘껏 꽉 끌어안았다. 그때였다. 철컥하고 그가 차 문을 잠궜다.

 

  "아, 뭐야? 이거 문 잠그는 소리 아니에요? 왜 잠궈요? 나, 나갈 거에요. 열어요!"

  "야, 대화가 끝나면 알아서 열어줄 거야. 니가 또 도주할까봐 일단 잡아두는 것 뿐이야."

  "이거 납치에요! 하나 더 추가해야겠네. 납치 감금죄!"

  "헐, 나 아무 데도 안 갔거든? 여기 아직 학원 사유지야."

  "무슨 대화요? 난 할 말 더 없구만."

  "야, 그래, 내가 좀 치사했던 거 인정한다. 그러니까 우리 동시에 녹음 지우자."

  "헐...이제 불리하니까 이렇게 나오는 것 봐. 난 절대 싫은데요?"

  "아...이 고집불통..."

  "이 협상은 결렬됐어요 그러니 이제 날 나가게 해줘요. 안 그럼 나 진짜 소리칠 거라고요. 막 여기 내부에 있는 거 부수고 그럴 거에요."

  "또 재물 손괴죄를 벌이시겠다?"

  "정당 방위죠."

  "내가 너한테 무슨 공격을 했다고 정당 방위냐?"

  "남자가 밀폐된 공간에 원치 않게 여자를 끌어다 앉혔으면 그것도 일종의 공격이죠."

  "야...너 요즘 말 배우는 학원 다니냐? 전보다 논리가 꽤 늘었는데? 그럼 진짜 정당방위하게 해줘?"

 

 그러면서 그가 시아의 좌석을 뒤로 확 눕혀버렸다.

 

  "꺄악!"

 

 그리고 그가 그녀의 허리 양 옆으로 손을 집었다.

 

  "이래도 안 지울래?"

  "이, 이거...뭐 하는 거에요?"

  "자, 이제 정당방위 해봐. 기회줄테니까."

  "이래도 되는 거에요? 미성년자 성추행은 바로 콩밥이라고요!"

  "나 아직 너 털끝 하나 안 만졌는데?"

  "아, 진짜!"

 

 계속된 그의 농락에 뿔이 오를 대로 오른 시아는 급기야 무릎을 올려 그의 급소를 가격했다.

 

  "악!"

 

 준비 없이 당한 타격에 그의 눈에선 눈물 한 방울이 찔끔 비어져나왔다. 그는 아무 말도 못한 채 자리로 돌아가 급소에 손을 대고 통증을 온몸으로 감내했다. 조수석에서 늑대를 쫓아냈지만 아직 탈출할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시아는 얼른 운전석 뒤로 갔다. 그리고 영화에서 본대로 재빨리 가방 끈으로 그의 목을 감았다. 목을 조르는 무언가에 생명의 위험을 느낀 그가 고통 속에서도 겨우겨우 말을 이어갔다.

 

  "아, 아...야, 너...지금 액션 영화 찍냐? 너 내가 나중에 2세를 생산 못 하게 되면 어떻게 책임지려고 이런 엄청난 짓을 벌이고 있는 거냐? 니가 한 짓이 얼마나 심각한 일인 줄...케, 켁..."

 

 그의 말이 길어지자 시아는 가방끈을 뒤로 당겼다. 그는 고삐 메인 말의 신세나 다름이 없었다.

 

  "문 열어요! 열면 풀어줄게요."

  "니가 안젤리나 졸리도 아니고...어디서 할리웃영화 흉내를...아, 아파, 켁..."

  "이렇게 말할 시간에 나 같음 열어주겠다."

  "너, 후회할 거다."

  "흥, 절대로요!"

 

 그가 잠금을 풀었다. 그녀가 스프링처럼 차에서 튀어나왔다.

 

  "진짜 웃기고 있어. 날 뭘로 보고..."

 

 그가 차창을 내렸다. 그리고 목을 만지며 그녀를 노려봤다.

 

  "너, 두고 봐."

  "쳇, 두고 보자는 사람 하나도 안 무섭더라."

  "이걸 봐도 두렵지 않을까?"

 

 그러더니 그가 시아의 핸드폰을 꺼내 흔들어댔다.

 

  "악, 내 폰! 왜 갖고 있는 거에요?"

  "흥, 메롱!"

 

 그러더니 그가 차를 몰고 쌩하니 가버렸다. 멋지게 늑대 한 마리를 해치운 뿌듯함도 잠시였다. 몰려드는 허무함에 시아는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아, 씨...아말고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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