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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화장해 주는 남자, 머리 감겨 주는 여자
작가 : 세빌리아
작품등록일 : 2017.10.25

미술 입시를 준비하던 고 2여학생과 멀쩡히 잘 다니던 의대를 휴학한 채 미용이 좋아 미용사의 길을 선택한 남자가 있다.

나이, 출신 지역부터 학력 수준까지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케미를 가져올까?

 
19. 쌍봉 가슴에 파랑, 커밍 아웃하다
작성일 : 17-10-27 10:38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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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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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랑의 바이크를 타고 10분 넘게 달렸다. 시아는 사실 오토바이를 타보는 게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안락하면서 때로는 스릴도 넘쳤다. 파랑이 빠르게 요리조리 차선을 변경하고 다니기 때문이기도 했다. 급커프를 돌 때마다 시아는 본능적으로 파랑의 허리를 꽉 끌어 안아야 했다. 그런 그녀의 팔 힘에 딸려 가지 않기 위해 파랑도 힘는 힘껏 배에 힘을 줬다. 생각보다 시아가 무거워 없던 복근이 생길 지경이었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어느덧 한강이 보이는 자리까지 와버린 그들이었다. 주차 경사로를 내려와 천천히 바이크를 세웠다.

 

  "안 오네?"

 

 시아가 그의 허리를 머쓱하게 풀었다. 죽지 않겠다고 너무 꽉 끌어안고 있었더니 팔뚝에 알이 배길 것만 같았다.

 

  "이제 안 와요?"

  "도로로 나갔을 때부터 안 보이던데? 내가 너무 잘 몰았나? 내가 레이싱을 좀 하긴 하지."

 

 파랑이 으쓱한 웃음을 지었다.

 

  "도로에서부터 안 왔다고요? 그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닐텐데?"

  "니네 또 사랑싸움했냐? 야, 적당히 해라. 아주 학원이 떠들썩하게 유난을 떤다, 정말."

  "사랑싸움이요? 누가요? 누가 누구랑 사랑 싸움을 한다고 하는 거에요?"

  "몰라서 묻냐? 너랑 그 별종이지."

  "와...나 참...어이가 없네. 누굴 어디에 붙여요? 지금."

  "미운 정이 더 무서운 거 몰라. 그렇게 투닥거리다가 정 붙는 거지."

  "투닥이요? 아니, 오빠는 애정싸움을 목숨 걸고 해요? 나 목숨 걸고 달아나는 거 못 봤어요? 난 아주 필사적이었다고요."

  "뭐가 그렇게 필사적인데? 걔가 널 죽이기라도 한대?"

  "죽일 지도 몰라요."

  "죽으면 다시 살리겠지. 의사라며?"

  "의사거나 말거나."

  "나야말로 공들여서 개 주게 생겼어, 지금."

  "네?"

  "저기...로사샘말이야."

  "로사샘?"

  "아, 암튼 있어. 미성년자는 몰라도 돼."

  "아, 뭐 다 말해놓고 미자 핑계를 대요? 내년이면 저도 성인이에요."

  "아, 해가 바꼈구나."

  "나야말로 핑계거리가 좀 있었으면 좋겠네."

  "로사샘 좋아해요?"

  "좋아한다기보다...음, 뭐...호감이 좀 있는 정도?"

  "호감? 그 여시가요? 전에 보니까 옷도 짝 붙고 가슴도 푹 파인 원피스 입고는...허리를 숙이고 남자 등에 딱 붙어가지고 그 사람 손가락을 만지작 만지작하더니만."

 

 시아의 말에 파랑은 다시금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때 그가 봤던 빵빵한 쌍봉 가슴이 다시금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매체에서 여자의 몸은 적지 않게 봤지만 유독 그녀의 몸에 뜨겁게 반응하는 건 스스로 이상할 일이었다. 정말 사랑인가? 아니면 제대 후 연애를 너무 오래 쉬어서 신체가 다시 숫총각으로 재부팅된 건가?

 

  "너도...봤냐?"

  "그건 여자가 볼 때 의도된 노출이라고요, 분명해. 여자 짓하는 거야."

  "그렇겠지? 안그래도 하완이한테 차가 멋지다는 둥 그런 말 하는 거 같더만."

  "전형적인 된장녀네! 돈 있어보이니까 꼬리치려고..."

  "그런데 하완은 관심 없대."

  "참 나, 남자면서 남자를 몰라요? 그렇게 육탄전으로다가 들이대는데 어느 남자가 마다하겠어요? 결국엔 자빠지고 마는 거지."

 

 순간 시아는 바짝 약이 올랐다. 화가 나는 것도 같았다. 이렇게 분석적인 진실을 말하면서 그렇게 속이 시원하지만은 않았다.

 

  "아, 씨...안 돼. 그렇게 둘 수는 없어. 이렇게 시도도 안 해보고 남의 것이 되게 둘 수 없지."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작전을 좀 짜보라고요. 그렇게 날름 누가 집어 삼키기 전에."

  "그래, 그래야겠다. 아직 퇴근 전이겠지?"

  "아마도요. 좀 늦게 가는 것 같던...아, 맞다! 나도 수업중이었지? 아...화장실 간다하고 잠깐 나온건데 시간이 이렇게 됐네? 아, 나야말로 헤어 샘한테 잡아먹히겠다."

  "하완이 자식 갔겠지? 안 쫓아왔으면 다시 들어갔단 말이잖아. 그럼 지금 끝나고 나갈 시간이잖아. 그치?"

  "린이한테 전화 함 해볼게요. 이게 완전 아말고 빠순이가 되어가지고 시시각각으로 그의 행적을 쫓는 게 요즘 걔 일과니까요."

  "아말고?"

 

 그렇게 말하고 시아가 주머니로 손을 넣는데 불길하게 허전했다.

 

  "어, 어디 갔지?"

 

 그렇게 있는 주머니를 다 뒤졌지만 애석하게도 휴대폰은 없었다.

 

  "으, 으아악! 떨어졌나봐. 핸드폰 없어졌어요."

  "뭐?"

  "언제 없어진 거지? 매달려 있는 동안 빠져나갔나?"

  "도로에 떨궜다고?"

  "분명 내가 꼭 쥐고 있었거든요. 타기 전까지."

  "타기 전? 그럼 탈 때 흘린 거 아냐? 중간에 흘렸어?"

  "아...힝, 어떡해, 어떡게 해! 내 폰! 아, 진짜 아말고 때문에! 그 인간 때문에 되는 일이 없어! 내가 이것도 손해배상청구할 거야. 아, 아니다. 핸드폰 잃어버렸다고 하면 완전 쾌재를 부르겠지? 아, 배아파! 아, 진짜 열받아, 짜증나!"

 

 시아는 맨바닥에 발을 구르며 울분을 토했다.

 

  "야, 그러고 보니...아까 따라올 것처럼 하던 하완이 왜 안 왔을까? 그때 바로 차에 갔다면 그래도 내 백미러에 한번쯤은 들어왔을 법한데...너무 고요했잖아. 너는 걔 차 봤어?"

  "너무 모범생이셔서 수업을 째기 싫었보죠, 아니면 그 빵빵한 가슴 관람을 놓칠 수가 없었던가."

  "야, 로사샘 가슴 얘긴 고만 해, 쫌!"

 

 로사의 가슴이 자꾸 화두가 되는 게 불쾌해진 파랑이 시아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 왜 때려요? 안그래도 나 지금 뚜껑 열리기 직전이라고요!"

  "이제 내가 그 여자 관리 좀 해야쓰겄다. 이왕에 로사샘 좋아하는 거 너한테 털린 이상."

  "우, 씨...애인도 아님서...아깐 호감이라더니 이젠 좋아하는 거 커밍아웃 하기로 한 거에요 뭐에요?"

  "에이, 인생 뭐 있어? 나도 직진이야. 어차피 이렇게 엎어진 거."

  "아, 내 핸드폰...거기에 증거가 있단 말이에요."

  "증거?"

  "아말고를 꼼짝 못 하게 할 족쇄요."

  "그럼 일단 있는 척 해. 걔도 니가 그걸 잃어버렸는지 모를 것 아냐?"

  "아, 그런가?"

  "설마 니 몸 수색이라도 하겠냐? 있다면 있는 줄 알겠지."

  "아, 그럼 핸드폰 비용은 받아낼 수가 없는데...에이, 그래 일단 그래야겠어요. 아, 그래도 아까워, 짜증나. 내 폰...할부도 안 지난 건데 난 또 엄마한테 죽었다."

  "그럼 알바라도 하던가. 너 돈 벌어본 적 없지?"

  "알바요? 그래, 이제 너 알바해도 중학생보다는 많이 받잖아. 난 초등학교 때부터 알바를 해왔어서 좀 알지."

  "초등학교요? 아, 엄마가 알면 가만 안 놔둘 텐데..."

  "모르게 하는 거지. 나도 이 바이크 사기 위해 장장 10년 가까이 알바했다. 진짜 코 묻은 돈 포함, 고사리 손으로 전단지 돌려가며...그 고생 내가 말도 못 해요. 어흑."

 

 그의 우는 시늉이 시아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일단 다시 가야겠어요. 수업은 끝났어도 가방은 챙겨야죠. 아, 설마...내 가방을 인질로 잡고 있는 거 아니겠지? 아, 안 돼!"

 

 엄습하는 불길한 예감에 그녀는 다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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