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말인가?”
“이대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억지로라도 전진할지 선택해야 할 듯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성현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희가 이 구역에 들어온 지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니 바로 돌아간다면 소형선이 물에 잠기기 전에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그 벌레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는 말인가?”
“네, 안개 벼룩이 위험하긴 하지만 현재 이곳보다는 덜 위험할 테니까요.”
“돌아가지 않고 계속 간다면?”
“목숨을 걸어야겠죠.”
“목숨만 걸면 되는가?”
“아마도요.”
선장이 성현의 눈을 유심히 쳐다봤다. 성현의 고요하고 검은 눈동자가 한 치도 흔들리지 않고, 선장을 곧게 쳐다보고 있었다.
“계산해서 말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예상인가?”
“계산한 예상입니다. 확률은 70프로 정도.”
“계산한 예상? 허허, 재미있는 말이군. 확률 70프로는 성공할 확률 맞겠지?”
“제 생각대로라면 말이죠.”
선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저 친구가 지금까지 충분히 믿을만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번에도 믿어야 할지, 어떨지 판단이 안 서는군.’
“아아!! 퍼내도, 퍼내도 끝이 없어!”
“이젠 수통도 차가워.”
“선장님 우리 어떻게 해요? 계속 이대로 물만 퍼요? 어떻게 좀 해보세요.”
선장과 성현을 제외한 인원들이 안달하기 시작했다. 선장의 이마에 힘줄이 하나 생겼다.
‘이것들을 확! 언제부터 내 말을 그렇게 잘 들었다고.’
“후... 혹시 자네들 노 저을 수 있겠나?”
선장이 환자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 할 수 있습...”
“동상자들 말고!”
규완이 또 나서려고 하자, 선장이 규완의 말을 막았다. 벼룩에게 피를 빨린 인원들이 선장의 눈길을 피하며 딴청을 부렸다.
“아~ 어지러워라, 피를 너무 많이 빨렸나 봐.”
“죄송한데 힘이 하나도 없어서...”
‘휴~ 정말 쓸모없는 놈들뿐이군.’
“서, 선장님, 제, 제가...”
“자네는 닥치고 있게!!”
“네, 넵!”
규완이 또다시 나서려다 선장의 무시무시한 눈빛에 찍소리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선장이 갑자기 짜증을 냈다.
“젠장! 암초에 박지만 않았어도 전혀 문제없이 가는 건데, 망할!!”
선장이 암초지대에서 배의 구멍에 지대한 공을 세운 공로자(?)들을 째려보며 말했다. 선장의 말에 딴청을 피우던 인원들이 얼굴을 붉혔다. 우스운 것은 하필 또 소형선 구멍에 지대한 공을 세운 인원들이 피를 빨려 쓰러져 있는 인원들이었던 것이었다.
“후...”
그 모습을 본 선장의 이마에 여러 개의 힘줄이 더 솟아났다.
‘저 모습을 보니 괜히 더 열 받는군.’
“저... 규완 씨라고 했나요? 괜찮으세요?”
“손이 많이 안 좋아 보이네요. 뭐 좀 도와드릴까요?”
“아, 아니요. 괜찮아요.”
“네...”
민망함에 괜히 동상자들을 챙기는 공로자들(?)이었다.
“후... 으아아아! 더 이상 못 참겠다! 모두 가지고 있는 짐 다 갖다버려!”
한 번의 짜증 후, 계속해서 입을 닫고 있던 선장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소형선 인원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선장의 모습에 깜짝 놀라 선장을 말똥말똥 쳐다봤다.
“뭘 쳐다 봐!? 짐 다 갔다 버리라고! 몇 번 말해야 하는 거야? 귀에다 대고 소곤소곤 속삭여주기라도 해야 하나!?”
선장이 소형선에 있는 짐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 아닙니다!”
선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형선에 있던 짐들을 다 바다에 던지기 시작했다.
“버려! 다 버려버려!”
“풍덩!”
“첨벙!”
소형선 인원들이 버려지는 짐을 보며 아까운 얼굴을 했다. 하지만 선장의 무시무시한 얼굴 탓에 그들은 끽 소리도 못하고 떠나가는 짐의 명복을 빌어 줄 수밖에 없었다.
‘흑, 내 옷.’
‘내 밥아, 안녕... 잘 살아.’
안 그래도 없던 최소한의 짐들이 소형선 밖으로 모두 내던져졌다.
“쫘악!”
짐을 모두 던진 선장이 자신의 옷을 찢어 성현이 만들었던 갈퀴 모양의 노를 따라 만들었다. 다만, 선장은 노 세 개가 아닌 두 개를 이용했다는 게 달랐다.
‘이놈들이랑 여기에 더 있다간 화병에 죽을 거야.’
“성현, 자네 생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내가 좀 정하겠네!”
“네.”
성현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장이 은연중에 계속 성현에게 결정을 하게해서 성현이 여러 가지 결정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성현도 나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조금 난감하던 찰나였다.
“내 생각에 여기서 돌아갔다가 다시 온다면 시간이 걸리겠지?”
“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나는 섬에 도착하기도 전에 화병으로 죽을 걸세. 그러니까 현재 나에게는 선택 안이 없는 거지. 그러니 목숨을 걸든, 뭐를 걸든 상관없으니 빨리 가세!”
“네, 알겠습니다.”
성현이 선장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선장의 결정이 생각보다 감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선장이 자신이 만든 노를 손에 쥐었다.
“내가 세 개는 무리지만, 두 개까지는 어떻게 해보겠네. 오른쪽 한쪽만 자네가 좀 맡아 주겠나? 그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지.”
선장이 세 개짜리 노가 있는 소형선의 오른쪽을 가리켰다. 그것을 본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네.”
선장이 수통으로 물을 퍼내던 인원 중 한 명을 지목하며 말했다.
“야! 너 아까 노 잘 젓던데 이리 와!”
“네?”
“안 들리나? 귀 먹었어? 이리 와서 노 저으라고!”
“아, 네!”
선장의 지목을 받은 남자가 재빠르게 선장의 앞에 착석했다.
“그리고 환자 넷은 걸리적거리지 않게 저기 구석에 처박혀 있어. 동상자 둘은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 몸을 따뜻하게 만들고! 단, 손, 발은 절대 비비지마.”
“네!”
선장의 폭주로 인해 소형선 내의 모든 인원들이 어떤 대꾸도 하지 않고, 선장이 시키는 대로 재깍재깍 움직였다.
‘진즉에 이럴 걸 괜히 참았네.’
선장이 가슴에 쌓인 화가 내려가는 듯, 시원하게 숨을 내뱉었다.
“후~!”
소형선 안에서 유일하게 선장의 명령을 받지 않고, 수통으로 물을 퍼내던 인원과 선장의 눈이 마주쳤다.
“뭘 봐?”
“저, 저는 어떻게...?”
“뭘 어떻게는, 어떻게야? 이제부터 너 혼자 죽어라 물 퍼는 거지! 네가 물 퍼는 게 조금이라도 늦으면 우리 다 죽는 거야 알았어!?”
“네, 넵! 알겠습니다.”
“대답은 한 번만!”
“알겠습니다!”
“좋아, 성현 준비됐나?”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 너도 잘 들어. 이제부터 여기를 벗어날 때까지 죽을힘을 다해 젓는 거야. 알았어!?”
“넵!!”
“좋아. 가자! 하나, 둘! 하나, 둘!”
“촤악!!!”
구석에 처박힌(?) 규완이 선장의 폭주한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바다사나이는 화나면 무섭구나.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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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고 맑은 바닷물이 해안가에 잔잔하게 물결 치고 있다. 하늘은 안개가 잔뜩 낀 듯, 우중충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해안가 육지 쪽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와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해안가에서 바다 쪽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맑은 바닷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어두컴컴한 안개가 있다는 것인데, 이 안개는 해안가에서 바다 쪽으로 몇 백 미터 떨어져서 육지를 감싸듯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런 아무것도 없을 것 같던 검은 안개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그 안에서 수 십대의 소형선들이 안개를 뚫고 나타났다.
“흐악!”
“도착했다!!”
“섬이다!”
“우린 해냈어!”
“살았다!”
“와!!”
안개를 뚫고 나온 것은 5선에서부터 이곳까지 소형선을 타고 온 광호와 수십 명의 역쟁 인원들이었다.
“후~ 무사히 도착했군.”
광호가 찡그린 표정으로 안개를 돌아봤다.
‘이브의 안개. 진짜 징글징글했다. 그래도 멍청한 놈들 때문에 살았어. 정말 그 놈들이 없었다면 어찌 됐을지. 휴, 멍청한 놈들아 고맙다. 조금만 부추겨주면 불나방같이 달려 들어줘서 내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어. 감사한다.’
그렇게 광호가 사고자들의 명복(?)을 빌어주는 사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광호에게 다가왔다.
“광호 씨, 고생하셨습니다!”
“광호 씨가 아니었다면 정말 쉽지 않았을 겁니다!”
“에이, 아닙니다. 운이 좋아서 그런 거죠 뭐.”
‘당연하지. 너넨 나 아니었으면 저기서 다 뒤졌을 거다. 날 만난 걸 다행으로 여겨.’
광호가 실제로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겸손한 척 말했다.
“오오~”
“실력도 좋은데 겸손하기까지! 대단하십니다.”
“진짜, 존경스럽습니다. 광호 님, 이곳에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걱정 마십쇼. 여러분, 지금처럼만 한다면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
광호는 이곳까지 오는 동안 계속해서 역쟁 인원들을 다독이고, 통제하며 위험을 하나하나 넘어왔다. 물론 광호 자신이 안전하게 섬에 들어오기 위해 한 행동이었고, 실제로 위험한 일을 한 것은 광호의 유도에 넘어가 죽은 인원들이었지만 광호는 사람들이 그것을 알 수 없도록 교묘하게 행동했기에 사람들은 모두 광호가 대단하다고만 생각할 뿐 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잘 부탁합니다.”
“네, 근데 지금 총 인원이 몇 명인지 아시나요?”
“잘은 모르겠지만 400~500명쯤으로 보이네요.”
“제가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괜찮은데.”
‘저걸 언제 다 세? 어차피 몇 명이 있든, 말든 크게 상관없는데.’
광호에게 바짝 붙어서 광호에게 아양을 떨던 인원 중 하나가 잽싸게 인원수를 세기 시작했다.
“1, 2, 3.... 47, 48대, 혹시 소형선 인원 10명 안 되는 곳 있습니까?”
“네, 저희 오다가...”
“저희도.”
3팀의 소형선 인원들이 손을 들었다.
“네, 확인했습니다. 더 없죠?”
“......”
“네, 알겠습니다. 광호 님, 총 473명입니다.”
“그렇군요. 고생했어요.”
‘저렇게 셀 줄이야. 꽤 쓸 만한 놈이군.’
“네! 광호 님, 혹시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옆에서 계속 보좌해드려도 될까요?”
아부 떨던 인원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광호를 쳐다봤다. 광호가 그를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훑어봤다.
‘키도 그렇게 작지 않고, 몸도 생각보다 다부지군. 외모도 그렇게 못생기지 않았고, 특히 똘똘한게 마음에 들어’
“그러세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이름이?”
“저는 충재입니다!”
“그렇군. 충재. 알았다.”
“네!”
광호가 갑작스럽게 말을 놓았지만 충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게 더 만족스러운지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광호 주변 인원들이 그 모습을 보고, 은근히 부러움의 눈빛을 보냈다.
‘분위기가 아주 좋아. 조금만 더 있으면 나의 왕국을 만들 수도 있겠어. 흐흐, 아, 저놈들만 없다면 말이지! 또 쥐새끼처럼 저기 모여 있네. 자식들, 그냥 말 들으면 될 걸. 왜 자꾸 의심을 해가지고 사람 성질을 건드리는 건지 모르겠네.’
광호가 자신과 살짝 떨어진 곳에 모여 있는 열 댓 명의 인원을 보며 살벌하게 웃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광호가 쳐다보는 인원 중 찰랑거리는 검은 생머리에 일행 중 가장 큰 키를 가진 남자가 광호를 힐끗 살피며 말했다.
“이대로 괜찮겠습니까? 저 광호라는 사람 아까부터 주위 사람들을 마치 소모품처럼 사용하던데.”
주위 사람들이 키 큰 남자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 사람은 위험해요.”
“다른 사람들은 왜 저런 사람을 영웅으로 추앙 해주는 건지... 답답하네요.”
키 큰 남자가 광호 주위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준영 씨,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라고 놔두고 우리만 생각하죠. 어차피 이야기 해봤자 우리만 역적 되는 거예요.”
“그렇긴 하지만... 후~ 안타깝네요. 어쨌든 저 사람에 대한 생각이 저랑 같다면 여기서 그만 흩어지는 게 어떨까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준영이 목소리를 낮추며 주변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다.
“흩어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도요.”
“좀 위험할지는 모르지만 여기 있는 것보다는 흩어지는 게 나을 거 같네요.”
“그래도 같이 있는 게 좀 덜 위험하지 않을까요?”
“안전하겠죠. 무슨 일이 생겨서 소모품이 되기 전까지는. 굳이 소모품이 되고 싶으시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
“그런데 어떻게 흩어지죠? 그냥은 보내주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 바로 가죠. 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사람들이 정신없을 지금이 적기입니다.”
“괜찮을까요?”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알아채기 전에 빨리 가죠. 아까부터 저 사람이 우리를 쳐다보는 게 또 뭔가 나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준영이 광호를 또 한 번 살짝 쳐다봤다.
“근데 어디로 가죠?”
“4요새로 바로 가죠. 길은 제가 볼 수 있습니다.”
“오! 길잡이신가요?”
“네.”
“잘 됐다. 그럼 어서 가요.”
“저기요~!? 다들 뭐하십니까!?”
‘!?’
광호가 출발하려는 준영 일행을 불러 세웠다.
‘하하, 너희 놈들을 그냥 보내 줄 수는 없지.’
광호가 준영 일행을 보며 방긋 웃었다.
“안 들리십니까!?”
“......”
“예!? 안 들려요? 다들 귀머거립니까?”
“......”
준영 일행이 계속해서 광호의 말을 무시하자 광호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했다. 광호가 갑자기 인상을 쓰며 짜증을 내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준영 일행에게로 향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자, 준영이 마지못해 광호의 질문에 답을 했다.
“아닙니다. 들립니다. 왜 그러시죠?”
“아, 진짜. 몇 번 말해야 하는 겁니까? 어디 가시냐고요.”
광호가 짜증난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주위에 뭐가 있는지 잠시 정찰을 좀 하고 오려고 했습니다.”
“다 같은 방향으로요? 하하,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닙니까? 들어오기 전부터 누누이 들어 알고 있겠지만 이곳은 보통 위험한 곳이 아니니 개인적으로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다 같이 움직여서 위험을 조금이라도 낮춰야죠.”
“그게...”
광호가 준영의 말을 끊었다.
“그게 아니면 설마, 여기 오기 전에 우리를 버린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만 살기 위해 우리를 버리고 가려는 건 아니죠?”
“그게 아니라...”
준영이 광호의 말에 당황하자, 주위 사람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설마 여기까지 와서 그런 쓰레기 같은 짓을?”
“에이~ 그런 새X들은 여기 없을 겁니다.”
“맞아요! 그런 놈들은 잡아서 족쳐버려야 돼.”
“자기만 살겠다고 설치는 그런 놈들은 가만히 두면 안 되죠.”
“광호 씨가 아니었다면 섬에 들어오지도 못 했을 건데. 설마 그러려고요.”
주변의 분위기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자 광호의 얼굴에서 인자한 미소가 흘러 나왔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기요, 우리들을 배신할게 아니라면 이리오시죠. 계획을 짜서 같이 움직입시다.”
준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젠장, 빨리 벗어났어야 했는데...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몰린 이상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준영 씨, 어쩌죠?”
“...어쩔 수 없습니다. 일단은 시키는 대로 하죠.”
“알겠습니다. 그리로 가겠습니다. 같이 계획을 짜서 움직이죠.”
준영이 이를 악 문 채 말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계획을 짜서! 같이 움직여요. 얼른 오세요.”
준영과 그 일행들이 광호와 그 신봉자들과 합쳐졌다. 준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후, 큰일이군. 방금 대화로 누군가 이 무리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면 배신자로 인식되게 돼버렸어.’
“자! 그럼 다 모였으니까. 바로 팀을 나누겠습니다. 팀은 정찰대, 본대, 후발대 이렇게 총 세 개로 나누겠습니다.”
“네.”
“그럼 정찰대 먼저 뽑겠습니다. 정찰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