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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18화
작성일 : 17-10-25 01:38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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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디 갔다 왔어?? "

 

 마네킹에 신상 샘플을 입히던 화연이 넋 놓고 들어오는 여솔를 보며 물었다.

 여솔은 쇼파에 엎어짐으로 화연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대신했다.

 

 " 왜 또 무슨일인데 "

 

 대충 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화연은 들고 있던 핀을 마네킹에 죄다 박아버리고는 여솔의 맞은편에 앉았다.

 

 " 자 말해봐 "

 

 쇼파쿠션에 머리를 박고 있던 여솔이 힘없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 고백을 받았다…."

 

 " 에이씨 난 또 뭐라고 "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었다. 여솔 본인은 심드렁하고 일상이라 적응할 만큼 했는지 몰라도, 저년이 이쁜 거야 굳이 누가 언급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지레 겁먹은 쫄보가 아닌 이상 심심하면 고백이든 청혼이든 해오는 남자는 많았다.

 

 " 심각한 일인 줄 알았더니, 염장지르는거였어 "

 

 화연은 픽 웃고는 다시 일어나서 마네킹 앞에 섰다.

 

 " 설화씨한테.. 난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 원래 남녀 사이에 친구란 없단다~ 왜 그런 말 있잖니. 남녀 사이에 친구려면 한쪽에 지독한 짝사랑이거나 더럽게 못생…."

 

 가만,

 

 " 너 왜 고민을 해? 그냥 평소처럼 거절하고 말면 되는 건데? "

 

 " 하아…."

 

 " 설마…."

 

 강태화를 제외하고는 남자한텐 평생 눈길 한번 준 적 없던애가 고민을 한다고? 그동안 그 잘난 사람들 다 매정하게 까놓고? 이런 말 하긴 좀 미안하지만 저런 찌질하고..

 

 " 너 설화씨한테 마음 있어? "

 

 " 솔직히 잘 모르겠어 "

 

 " 왜? 왜? 왜? "

 

 화연은 재빨리 여솔의 맞은편에 다시 자리를 잡고 눈을 반짝였다.

 

 옷과 결혼할 여자, 무성욕자, 심지어 동성애자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남자엔 관심도 없던 여솔의 이런 반응은 화연에게 제법 신선한 소재였다.

 

 " 오래 보고 싶은 건 내 욕심인걸까 "

 

 " 뭔소리야 "

 

 " 처음 고백받았을 때. 심장이 정말 많이 뛰었거든…."

 

 여솔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 채 말을 이어나갔다.

 

 " 근데, 이게 이성으로 설렘인지. 친구로 생각하다가 놀라서 그런 것인지 헷갈린단 말야 "

 

 " 야 솔직히 아무리 자기 마음을 스스로 모르겠다 라고 해도 본인 마음은 스스로 알기 마련인데? "

 

 화연의 말에 이어진 여솔의 깊은 한숨에 화연은 다시 입을 열었다.

 

 " 마음은 알지만, 그 외에 거슬리는 요소들이 많은 거지? "

 

 " 그래 이년아…. 난 설화씨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한번 만나봐도 좋을 만큼. "

 

 그럴 줄 알았어.

 

 " 근데, 난 친구로서도 좋고…. 무엇보다 정말 오래 보고 싶은데…. 연애 잘 할 자신도 없는 상태로 흐지부지되면 더 못 보게 되니까.. "

 

 그 뒤로 이어진 여솔의 이야기를 한참 듣던 화연의 입에서도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답도 없이 무한으로 펼쳐질 굴레. 아무리 고민하고 얘기를 나눠도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와서 다시 시작할 이야기. 이래서 연애사는 남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라 했던가.

 화연은 팔짱을 낀 채 머리를 긁적였다. 이쪽도 이해되고 저쪽도 이해되는 것만큼 피곤한 문제도 없거늘, 하지만 여솔은 그렇게 이기적이지 못했다.

 

 " 우리 좀 현실적으로 이야기해 볼까? "

 

 " 뭐어 "

 

 " 자 딱 놓고 생각해보자. 어차피 이미 뱉은 이상 너희 둘은 원래 사이로 돌아갈 수 없어. "

 

 " 그렇겠지이이이 "

 

 " 그럼 이미 답은 나온 거 아니야? 내가 보기엔 너가 그 답을 도출하지 못해서 고민할 거 같진 않은데? "

 

 “ 맞아. 사실 머릿속에서 이미 답은 나와 있어. 말할 용기가 없는거지. ”

 

 여솔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

 

 

 

 

 

 

 민준이 도착하기 전,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옷가지 사이에 누운 채 뻗어있는 설화는 천장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전등을 새것으로 갈았는지 뚫린 구멍과 눈에 잔상을 남기는 빛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동시에 느껴지는 쓰라림.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연애를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애초에 여솔과는 연애를 한 게 아니었는데도.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들이 아픈 심장을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 그냥 표현인 줄 알았는데…."

 

 혼자 중얼거리던 설화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진짜 가슴이 아프구나.

 

 때려도 보고 움켜쥐어도 봤지만, 통증은 가실 줄 몰랐다. 처음 든 감정은 미안함.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솔의 성격이 어떤지 알고 있음에도 행동한 나 스스로가 한탄스러웠다.

 그리고 든 두려움, 최적의 타이밍을 찾지 못한 데서 오는 다시는 볼 수 없다는 두려움. 시간이 지나면 잊히진 않아도 무뎌질테지. 하지만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을까.

 

 문득 유진을 만났을 때 생각이 났었다.

 

 뜬금없이 강태화의 아는 동생 이라고, 소개받았던 여자이자 내가 가장 오래 만났던 여자. 그리고 큰 배신감을 느끼게 했던 여자.

 

 애초에 나에게 트라우마만 심어주고 못 괴롭혀 안달이던 강태화가 무서워 받은 소개였지만, 당시에 유진은 나에게 안식이었다.

 평범하게 만나 영화 보고 밥 먹고 카페 가고. 연애를 해본 적이 없기에 다른 건 떠올리지도 못하던 그 시절의 반복에서도 마주 앉은 웃음이 그냥 그 시간 자체에 지루함을 느낄틈도 없었다.

 

 ' 나랑 만나는 거 재미없지….'

 

 ' 아니? 전혀 '

 

 소심한 설화의 질문에 큰 눈을 똘망똘망 뜬 채 바로 나온 대답은 설화에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 원래 뭘 하냐 보다는 누구랑 있냐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 '

 

 항상 나에게 뭔가를 요구했던 기억들 속에서 유진의 그 말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 니가 무슨 옷을 입던, 무슨 일을 하던, 같이 뭘 하던, 돈이 많든 적든, 그런 게 뭐가 중요해. 난 니가 좋은건데 '

 

 울컥했었다.

 

 너무 듣고 싶은 말이었다. 능력 없는 준비된 거 없는 사람의 변명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나' 라는 사람을 좋아해 주는 감정이.

 

 ' 그래서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야? 내가 먼저 사귀자고 해야 돼? '

 

 모든 게 완벽했다. 지나칠 정도로. 그랬는데 어쩌다가 그런 결말로 끝이 났을까.

 

 아니,

 

 애초에 모든 게 강태화의 설계였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괜히 더 울적해진다.

 하긴, 생각해보면 각자 자신들이 바라고 원하는 게 있을 텐데. 그것들을 억지로 상대방에게 강요할 권리는 없다. 서로 맞으면 좋겠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개인적인 욕심일 뿐이니까. 또한, 정말 기적 같은 일일테니까.

 

 " 그러네. "

 

 여솔에게 일방적으로 이기적이라고 쏘아붙였지만, 생각해보니 진짜 이기적인 건 나였다.

 3년 전부터 마음을 키워왔던 나와 달리 여솔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난 내 감정에 내가 좋아한다는 내 진심이라는 핑계로 여솔에게 부담을 강요했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억지로 주려 하는 게 얼마나 부담인지 알고도 그렇게 행동했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억지로 잡아끌려고 했다.

 

 누워있던 설화는 몸을 일으켰다. 주변에 땅을 짚자 땡그랑 소리와 함께 술병이 바닥을 굴렀다. 얼마나 한심한 모습인가. 자기 때문에 이런 모습이라면 나라도 더 부담스럽고 더 싫을텐데.

 

 스스로 준비가 덜 된 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 부족함을 남 탓으로 돌리려 했다.

 

 설화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병을 하나둘 주워 담기 시작했다.

 

 

 

 

 

 

 

 ***

 

 

 

 

 

 

 [ 성이 여 이름이 솔 : 내가 ]

 

 설화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생사의 갈림길에 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설화의 반응을 살피는 민준마저 꽉 쥔 손에 땀이 맺혔다.

 

 [ 성이 여 이름이 솔 : 설화씨를 좋아하게 할 수 있겠어요? ]

 

 설화는 얼어붙은 채 벌어진 입조차 다물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민준에게 메세지를 보여주고 물었다.

 

 " 긍정이냐? 긍정이야? 부정이야? "

 

 " 어느 쪽도 아닌 거 같은데? "

 

 " 뭐리고 보내? "

 

 " 일단은 붙잡아 기회라도 만들어야지 "

 

 으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고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설화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 너 집에 가 "

 

 " 뭐? 왜? "

 

 " 그냥 가. 니가 있으면 내가 몰입해서 집중할 수가 없어 "

 

 " 이상한 짓 하려는거 아니지? "

 

 " 아니니까 빨리가 "

 

 내쫓듯 민준은 내보내고 나서 설화는 조심스럽게 바닥에 앉아 핸드폰을 들었다. 쉴 새 없이 요동치는 심장과 긴장감이 온몸을 감싸고 들었다. 무거운 중압감.

 

 [ 제가 노력하겠습니다. ]

 

 [ 성이 여 이름이 솔 : 어떻게요? ]

 

 [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있다고도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건 알겠으니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 ]

 

 몇 분 지나지 않은 시간. 1분 1초가 다시금 늘어져 흘렀다. 적막한 공간을 밖에서 돌아다니는 차 소리가 채워갔다. 내가 유진이와 만날 땐 진심이 아니었던걸까. 아니면 매번 진심일때마다 새로운걸까.

 

 처음 느끼는 것같이 저릿한 감정에 손이 작게 떨려온다.

 

 그리고 그 적막을 깨고 핸드폰이 빛을 밝힌다.

 

 [ 성이 여 이름이 솔 : 끝까지 마음 못 열 수도 있어요. 그때 돼서 저한테 나쁜 년이라고 하면 안돼요. 전 경고했어요. ]

 

 [ 제가 감내하겠습니다. ]

 

 격양된 가슴이 쉴 새 없이 요동친다.

 

 [ 성이 여 이름이 솔 : 전 솔직히 준비가 안 됐어요. ]

 

 알고 있어요.

 

 [ 성이 여 이름이 솔 : 갑작스럽기도 하고 ]

 

 그것도 알아요.

 

 [ 성이 여 이름이 솔 : 전 설화씨 오래 보고 싶어요 ]

 

 저도 그래요.

 

 [ 성이 여 이름이 솔 : 부탁 하나만 할게요. ]

 

 핸드폰을 잡고 있던 손이 미세하게 떨려온다. 어느새 잔뜩 난 땀에 핸드폰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진다. 재빨리 주울 생각도 못 하게 꼿꼿하게 굳어버린 몸과 계속해서 떨리는 손 사이로 다시금 밝은 빛이 쏟아진다.

 

 [ 성이 여 이름이 솔 : 내가 설화씨 꼭 좋아할 수 있게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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