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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역쟁
작가 : 팔월팔일
작품등록일 : 2017.10.24

서기 5천년, 지구의 문명은 끝없이 발달해 과학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된다.
하지만 그로인해 인류의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심화되었고, 두뇌가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 역시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두뇌가 뛰어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똑똑해지지 못하게 조작하고 통제하며 그들의 두뇌를 점점 낮게 만들었고, 종래에는 다른 인종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
서기 1만년, 어느 순간 세계는 하나로 통일이 된다. 인류는 하나의 언어를 쓰고, 하나의 지배자를 가지며 세상 곳곳의 일을 모두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인류는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뛰어난 과학과 두뇌 덕에 점점 육체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고, 육체가 퇴화 돼 작아진 키와 큰 머리를 가진 ‘펙터’와 그들에게 억압당하고 배우지 못해 두뇌보다는 육체를 많이 사용하게 돼 육체가 거의 초인과 같은 수준으로 발달한 ‘네이처’.
처음에는 펙터가 네이처를 조금 무시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런 분위기는 점점 심해져갔고 극도로 발달한 문명은 펙터들의 눈에 네이처들을 강한 힘을 가진 짐승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펙터가 네이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류는 과학을 마비시키는 에너지를 가진 광물 '이브'를 발견하게 된다. 계속해서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었던 상류층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핵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그렇게 대부분의 세계는 이브로 인해 과학이 마비되고 네이처들이 반란을 일으켜 펙터와 네이처간의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다.

 
헬파이의 습격
작성일 : 17-10-24 16:49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5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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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재빠른 속도로 광호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선장?’

  “퍽!”

  “으윽!”

  “서, 서, 선장님!?”

 

 

  규완이 헬파이의 촉수에 맞으려는 찰나, 선장이 빠른 속도로 규완을 밀어내고 대신 촉수에 맞았다. 선장의 몸이 구석으로 날아갔다.

 

 

  ‘쯧! 저런 멍청한 놈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다니 선장도 멍청이군.’

 

 

  광호가 선장을 보며 혀를 찼다.

 

 

  “너 이 자식!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밀다니!!”

 

 

  기관사가 광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광호는 오히려 기관사를 향해, ‘순진하게 왜 그래?’라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며 기관사를 지나쳐갔다.

 

 

  “쉬이익!”

  “헛!”

 

 

  기관사가 헛바람을 들이켜며 급하게 옆으로 굴렀다.

 

 

  “팍!”

 

 

  헬파이의 촉수 중 하나가 기관사가 서 있던 바닥을 내리쳤다.

 

 

  ‘젠장! 망할 괴물! 어떻게 해야 하지? 갑각살이 아니면 저놈에게 상처를 입힐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내가 갑각살을 쓸 수도 없고, 쓰기는커녕 들 수나 있을 런지... 저걸 쓸 수 있는 건 선장님뿐인데 어떻게 해야 하지?’

 

 

  기관사가 쓰러져 꼼짝도 못하는 선장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갑각살’이란 특수제작 된 작살로 보통의 작살이 거대한 고래나 상어를 잡는 용도라면 갑각살은 외피가 단단한 갑각류 해양생물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작살이었다.

  그 탓에 갑각살은 쇠 중에서도 특히 강하고 무거운 ‘강쇠’를 여러 겹 압축해 만들어졌고, 보통 사람은 두 명이 있어야 겨우 들 수 있을 정도로 무거웠다.

 

 

  “촥!”

  “크아아아!!”

 

 

  헬파이가 촉수를 이용해서 자신에게 꼽혀 있던 작살을 억지로 뽑아냈다. 헬파이의 시퍼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자신의 피를 본 헬파이의 눈이 광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괴물이 피를 흘린다. 투척!”

  “슉!”

  “슉!”

  “쉬익!”

  “깡!”

  “깡!”

  “퍽!”

 

 

  헬파이의 행동에 깜짝 놀란, 선원들과 역쟁 인원들이 급하게 주위에 있던 작살을 헬파이에게 던졌다. 하지만 그들의 작살은 대부분 헬파이의 단단한 외피에 맞고 튕겨나가거나 작은 상처를 낼 뿐,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

 

 

  “크아아!”

 

 

  헬파이가 날아오는 작살에 더욱 흥분하여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헬파이의 촉수 중 하나가 구석에 꼿꼿하게 굳어있는 선장을 향해 움직였다.

 

 

  “앗! 기관사님 촉수가 선장님에게 갑니다!”

  “뭐? 막아! 빨리!!”

 

 

  선원들이 선장에게 다가가는 촉수에 급하게 작살을 던졌다. 촉수가 날아오는 작살에 잠깐 멈칫했지만, 곧 다시 선장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기관사님 막을 수 없습니다!”

  “무슨 수를 쓰든 막아!”

  “네!!”

 

 

  기관사와 선원들이 선장을 구하기 위해 선장 쪽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헬파이의 거친 몸부림에 가까이 다가가기는커녕 제 자리에서 한 발짝 전진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뚫어!!”

  “으아아!!”

  “퍽!”

  “컥!”

 

 

  억지로 선장에게 다가가려던 선원 중 한 명이 헬파이의 촉수에 맞고 뒤로 날아갔다.

 

 

  “기관사님 무리입니다!”

  “젠장! 갑각살만 쓸 수 있었어도!”

 

 

  불안함에 손을 잘근잘근 씹던 기관사의 눈에 앞에서 헬파이의 촉수를 막아내고 있는 역쟁 인원들이 보였다.

 

 

  “아! 혹시 역쟁 인원 중에 힘에 자신 있는 사람 없나? 어이! 거기 자네, 그거 놔두고 이리 와서 이거 들어보게!”

 

 

  기관사가 역쟁 인원들 중 가장 덩치가 큰 남자를 불렀다. 그는 온 몸이 근육질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골격이 넓적하고 커서 척 보기에도 힘이 좋아 보였다.

 

 

  “저 말씀이십니까?”

  “그래! 빨리 이리 와보게!”

  “네.”

  “이걸 들면 됩니까?”

 

 

  기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쯤이야!”

 

 

  남자는 내심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는 이미 적수가 없을 만큼 힘이 세다고 소문이 나 있었고, 도시 내에서 힘겨루기 시합이 벌어지면 언제나 1등을 했었기 때문이다.

  갑각살을 쥔 주먹에 힘줄이 꿈틀거리며 갑각살이 천천히 들렸다.

 

 

  “흡!”

  “오오!!”

  “후우~ 후우~”

 

 

  선원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오오~ 저걸 진짜 들었어!!”

  “건장한 뱃사람들도 둘은 모여야 드는 건데 역시 역쟁인원은 달라!”

 

 

  모두가 그를 보며 놀랄 때, 기관사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던질 수 있겠나?”

  “자, 잠시만요.”

 

 

  선원들의 반응과는 별개로 갑각살을 든 남자는 죽을 맛이었다.

 

 

  ‘이런 미친! 왜 이렇게 무겁게 만든 거야! 최소 150kg는 되는 거 같은데. 이걸 어떻게 던져! 드는 것만으로도 어깨에 무리가 온다.’

 

 

  갑각살을 든 남자가 헬파이와 자신의 거리를 얼추 짐작해봤다.

 

 

  ‘이걸 저기까지 던지라고? 너무 멀어. 절대 저기까지 던질 수 없어.’

  “큭! 안 되겠습니다.”

 

 

  남자가 분한 듯, 얼굴을 찌푸리며 갑각살을 내려놓았다.

 

 

  “쿵!”

  “젠장! 역시 무리인가!”

 

 

  기관사는 예상했다는 듯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도 헬파이의 촉수는 주변의 사람들을 마구 유린하며 날뛰고 있었다.

 

 

  “혹시 다른 사람 없나? 이거 들 수 있는 사람?”

  “아마 없을 겁니다. 제가 힘이라면 어디 가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데 이건 드는 것조차 힘겨웠습니다.”

  “그런...”

 

 

  기관사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끄악!”

  “으악! 내 팔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곳을 포기해야하나?’

  “기관사님! 억!”

  “안 돼!”

 

 

  그 와중에 또 한 명의 선원이 헬파이의 촉수에 잡혀 헬파이의 입으로 들어갔다.

 

 

  ‘큭! 어쩔 수 없다. 더 이상 선원들이 줄었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 선장님, 죄송합니다.’

 

 

  기관사가 결국 선장과 이곳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모두 후퇴...”

 

 

  기관사가 후퇴를 외치려는 찰나, 누군가가 갑각살에 손을 뻗었다.

 

 

  ‘응?’

  “잠시만 비켜 주시겠습니까?”

 

 

  방금 전, 갑각살을 들었다 내려놨던 덩치가 갑각살을 집으려는 인물을 말렸다.

 

 

  “이봐, 자네 덩치로는 들기도 힘들 거야. 괜히 다치지 말고 촉수나 막아.”

  “...흡!”

  “아니!?”

 

 

  갑각살을 직접 들어봤던 덩치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렇게 무거웠던 갑각살이 일반 작살처럼 가볍게 들렸기 때문이다.

  후퇴를 외치려던 기관사 역시 그 모습을 보고, 하려던 말을 멈췄다.

 

 

  “확실히 무겁군요. 아까 선장님이 이렇게 했었죠? 후우~ 흐압!!”

 

 

  갑각살을 손에 쥔 인원의 모습이 순간 흐릿해졌다.

 

 

  “아니, 저 모습은...!”

 

 

  기관사의 턱이 빠질 만큼 벌어졌다.

  조금 어색했지만 갑각살을 든 인원의 모습이 분명 아까 작살을 던졌던 선장의 모습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성현의 손에서 갑각살이 매끄럽게 쏘아져 날아갔다.

 

 

  “콰아아!!”

 

 

  주변의 모든 인원들이 갑각살 날아가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뭐, 뭐야!?”

  “작살?”

  “아니, 갑각살이다!”

  “퓩!”

  “서, 성현 씨?”

 

 

  규완이 갑각살을 던진 인원을 보며 깜짝 놀라 소리쳤다. 방금 갑각살을 던진 것은 바로 성현이었던 것이다. 성현의 주변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 성현을 쳐다봤다.

 

 

  ‘저렇게 덩치가 좋은 친구도 못 던지는 걸...!’

  ‘덩치가 그렇게 크지도 않은데 저걸 던졌다고?’

 

 

  그리고 깜짝 놀란 것은 헬파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성현의 손에서 떨어져 나온 갑각살이 주변의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와, 자신의 몸에 구멍을 냈기 때문이다. 잠시 후, 헬파이의 몸에서 새파란 피가 터져 나왔다.

 

 

  “돼, 됐다!!”

  “크륵?”

 

 

  헬파이는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됐는지 멀뚱거리며 구멍 난 자신의 몸을 쳐다보고, 성현을 쳐다봤다.

 

 

  ‘안 돼!!’

 

 

  구석에 쓰러져 있는 선장의 입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움찔거렸다.

 

 

  ‘저대로 두면 안 돼! 잘못하면 배가 침몰한다!’

 

 

  잠시 후, 상황파악이 된 헬파이가 뒤늦게 몰려온, 고통에 몸부림치며 배에 박혀있던 몸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도, 도망간다! 막아!”

  “쿠아아아악!!!!”

  “우지지직!”

  “어? 어?”

 

 

  헬파이의 몸이 빠진 곳으로 바닷물이 세차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성현이 재빠르게 다음 갑각살을 손에 들었다.

 

 

  “빠, 빨리 던져!”

 

 

  기관사가 성현을 보며 외쳤다.

 

 

  “크윽!”

 

 

  하지만 성현 역시 아까 던질 때, 무리가 왔는지 아까처럼 던질 수는 없었다.

 

 

  “슈욱!”

  “푹!”

 

 

  성현이 던진 갑각살이 또다시 헬파이의 몸통에 꼽혔다.

 

 

  “크악!”

 

 

  갑각살에 맞은 헬파이가 더욱 발악하며 몸을 빼내기 위해 몸부림쳤다.

 

 

  “촤!!!촤악!!!!!”

  “잡아!”

  “으악!”

 

 

  그것을 본 기관사가 소리쳤다.

 

 

  “젠장! 더 이상은 안 된다. 올라가!!”

 

 

  “선장님은요?!”

 

 

  기관사가 선장을 잠깐 쳐다본 후, 애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늦었다! 빨리 올라가!!”

  “네!”

  “다다다!”

  “휙~!”

 

 

  선원들이 계단으로 올라가는 사이 누군가가 선장을 향해 달려갔다.

 쓰러져 있던 선장의 눈에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규완의 얼굴이 보였다.

 

 

  ‘어째서!? 난 이미 늦었어! 빨리 도망가!!’

 

 

  선장의 눈동자가 도망가라는 듯이 계속해서 통로 쪽을 쳐다봤다.

 

 

  “저희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원수는 잊어도, 은혜는 절대 잊지 말라고. 선장님, 꼭 구해드릴게요!”

  ‘이런 바보 같은!!’

 

 

  그 사이, 헬파이가 배에서 완전히 몸을 뽑아내 바다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아까 와는 비교도 안 되는 양의 바닷물이 구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앗!”

 

 

  규완이 바닷물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선장을 끌어안은 채로 벽을 꽉 붙잡았다.

 

 

  “촤!!!!!”

 

 

  몰려온 바닷물이 규완의 몸에 세차게 부딪혔다. 규완이 버티기 위해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강력하게 몰려오는 바닷물을 규완의 힘으로 버티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규완의 손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촤!!!!!”

  “으... 더 이상은 못 버티겠어.”

 

 

  재빠르게 올라온 1급 기관사가 바닷물이 차오르는 아래층을 보며 외쳤다.

 

 

  “폐쇄문!!”

  “기관사님, 아래층에 아직 사람이 있습니다!”

  “이미 늦었어! 다 같이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막아!!”

 

 

  선원들이 아래층과 위층을 이어주는 통로를 막는 폐쇄문을 들고 왔다. ‘폐쇄문’은 비상시에 통로를 폐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단단한 쇠로 만들어져 한 번 막으면 밑에서는 어지간해서는 열 수 없었다.

 

 

  “터엉~!!!”

 

 

  폐쇄문이 통로를 단단하게 틀어막았다.

 

 

  “바닷물이 새어 올라오지 않도록 틈을 막아!”

  “네!”

 

 

  1급 기관사의 주도하에 아래층과 위층을 이어주는 통로가 순식간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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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장이 폐쇄문에 의해 막히는 통로를 보며, 눈을 감았다.

 

 

  ‘이제 끝인가...’

  “촤!!!!!!”

  “어? 저기로 나가야하는데... 으... 선장님, 죄송해요. 저 더 이상은...”

 

 

  규완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선장을 쳐다봤다. 선장은 괜찮다는 듯이 편안한 눈빛으로 눈을 감았다, 떴다.

  억지로 버티고 있던 규완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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