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호가 경고를 듣자마자, 재빠르게 바닥에 엎드렸다.

　 “쾅!!!!!!”

　 곧이어 강렬한 충격과 함께 방이 크게 흔들렸다.

　 “끄아악!”

　 “으악!”

　 문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가, 갑자기 뭐야!?”

　 “위급상황이다. 훈련한대로 움직여!!”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재빠르게 방밖으로 뛰쳐나갔다. 그것은 광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켜, 멍청아!”

　 “으악!”

　 광호가 옆에 있던 규완을 밀어 넘어뜨렸다.

　 “야! 너 이 새끼들, 운 좋은 줄 알아. 상황이 너희 살렸어. 특히 너! 오지랖, 너는 꼭 기억해 둔다. 섬에서 나 만나지 않게 기도해라!”

　 “......”

　 “퉤! 얼어서 말도 못 할 거면서 나서기는! 비켜라 비켜! 광호님 나가신다!”

　 “괜찮으세요?”

　 규완을 도와 준 남자가 쓰러져 있는 규완에게 손을 내밀었다.

　 “히익!”

　 “.....?”

　 하지만 규완은 그 손을 오해했는지 경기를 일으키며 손을 들어 얼굴을 방어했다. 규완을 도와준 남자가 규완을 멀뚱멀뚱 쳐다봤다.

　 잠시 후, 규완이 ‘내민 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는 헛기침을 하며 벌떡 일어났다.

　 “아, 흠, 흠 괜찮아요. 괜찮아. 아, 참나! 뚱땡이 시끼 별거도 아닌 게! 진짜 내가 확 조져버리려다 참았네.”

　 규완이 옷을 털며 일어나,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광호가 나간 쪽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

　 “아,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내가 엄청 잘 싸우는데 배 멀미가 심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거든요. 아~ 비겁한 뚱땡이 시끼. 사람이 멀미하는데 치사하게, 진짜 밖에서 보기만 해봐라. 확! 눈탱이를 밤탱이로 만들어 버려야지. 아! 저는 규완이라고 해요. 그쪽은?”

　 규완이 자신을 도와 준 남자에게 악수를 청했다. 남자는 규완의 행동이 신기한지, 규완을 잠시 쳐다보더니 방긋 웃으며 규완의 손을 마주 잡았다.

　 “성현입니다.”

　 “어이! 너희들은 뭐냐? 빨리 나가!”

　 “아, 네, 네.”

　 규완이 무슨 말을 하려다 선원의 으름장에 후다닥 문으로 달려갔다.

　 “저기요, 성현 씨라고 했죠? 이번에 도와준 거 절대 잊지 않을게요. 다음에 무슨 일 생기면 저한테 말하세요. 제가 꼭 도와드릴 테니까. 그럼 다음에 또 봐요. 먼저 갑니다!”

　 “어? 앞에.”

　 “네, 저도 반가웠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빡!”

　 “크악!”

　 성현을 보며 급하게 달려 나가던 규완이 위쪽 문틀에 박치기를 했다.

　 “아오오~ 아파! 문, 문이 왜 이렇게 낮은 거야!?”

　 “......”

　 “아아, 너무 아프다아! 으아아!”

　 규완이 이마를 부여잡고 발악을 했다. 규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나가라니까 뭐하는 거야!”

　 “아, 예! 나가요. 나가고 있어요. 아~ 문을 왜 이렇게 작게 만들어 놨어?”

　 규완이 짜증을 내며 문을 손으로 툭 치고 밖으로 나갔다.

　 “선원 말을 참 잘 듣는 독특한 사람이군.”

　 “어이! 넌 뭐하는 거냐? 빨리 나가!”

　 “네, 알겠습니다.”

　 성현을 마지막으로 방 안의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빠져나왔다.

　 “후우~ 시원하군.”

　 성현이 방 밖으로 나오자 강렬한 햇살과 함께 시원하고, 짭짤한 공기가 성현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역쟁 인원들은 모두 이쪽으로 모여라!”

　 현재 성현이 서 있는 곳은, 망망대해에 위치한 9척의 배 중, 가장 뒤에 위치한 배의 갑판으로, 배의 돛대에는 7대륙 중 하나인 ‘거국’을 가리키는 거대한 붉은 호랑이문양의 깃대가 펄럭이고 있었다.

　 “죽음의 해수다!!”

　 누군가 바다를 보며 외쳤다.

　 “죽음의 해수?”

　 성현이 훈련소에서 배웠던 정보를 떠올렸다.

　 ‘...너희가 가게 될 여정에는 여러 가지 위험한 것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최악인 것들 몇 가지에 대해서 알려주겠다. 한 번만 설명할 테니 잘 듣도록! 그 중 첫째가 바로 죽음의 해수라 불리는 ‘헬파이’다. 우선 외향에 대해 설명하자면 성체가 대략 50미터 정도이고, 길쭉한 거머리처럼 생겼다. 등 전체가 바다색비늘로 덮여 있으며 비늘은 어지간한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딱딱하다. 그리고 비늘 안, 몸통 쪽에는 수십 개의 촉수가 존재하는데 이 촉수에는 살짝 스치기만 해도 거대한 바다 생물조차 하루 종일 꼼짝도 못할 정도로 강한 마비독이 있다. 다음은 특성! 헬파이는 위협을 느끼면 몸을 둥글게 말아 자신을 보호하는데 이 때, 헬파이 주변 10미터가 최상급 마비 독으로 오염된다. 바다 생물도 순식간에 마비되는데 인간이 그 물에 닿는다면 어떻게 될지는 말 안 해도 예상할 수 있겠지? 자, 지금까지 들은 것만 해도 어마무시하게 위험한 놈이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놈이 정말 성가신 점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영악하다는 것인데 이놈은 괴물치고 지능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래서 다른 멍청한 생물들처럼 앞에서 우직하게 부딪쳐 오지 않고, 바다 속에 몸을 숨긴 채, 빠른 속도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배를 고장 내고, 그 주변 일대에 마비 독을 퍼트린다. 그리고 주변에 마비독이 모두 퍼졌다 싶으면 그때! 배에 달라붙어 배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사냥을 하지. 생각해 봐라. 물 밖에서는 공격할 수단이 거의 없고, 물속에는 들어가는 순간 마비당해서 익사. 끔찍하지? 근데! 더 끔찍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이놈은 오만가지 생물 중에서도 특히나 인간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놈을 만난다면 그 날로 너희의 운은 끝이라고 생각해라.’

　 떠오른 내용은 매우 심각하건만 성현의 입으로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긴 내용이 아직 다 기억이 나네. 신기할 정도로 머리에 쏙쏙 박히는 목소리였어.”

　 “흐아아아! 이놈만은 만나지 않기를 빌었는데! 흐윽, 엄마, 죽고 싶지 않아!”

　 성현의 10미터 옆에서 규완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울부짖고 있었다. 성현은 규완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말 독특한 사람이야.”

　 엎드려 울부짖는 규완과는 대조되게 갑판 위에서는 선원들이 선장의 지시 아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이며 헬파이에게 당당히 맞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각자 위치로! 전투 준비!”

　 “위치로!”

　 “빨리빨리 움직여!”

　 “온다!!”

　 “쾅!!!!!!!”

　 “으악!”

　 “끄악!”

　 “풍덩!”

　 “살려줘!”

　 갑작스러운 충격에 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넘어지거나 바다에 빠졌다.

　 “투망!”

　 “촤악!”

　 바다에 빠진 사람들을 건지기 위해 배 위에서 바다로 투망을 던졌다.

　 “쏴아아아아~”

　 “히익!!”

　 “으윽!”

　 하지만 사람들이 투망으로 구해지기도 전에 바다가 요동치더니 소용돌이가 형성되며 사람들을 바다 속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끄악! 살려줘!!”

　 “먹히고 싶지 않아!”

　 “슈르르르륵!”

　 “촤르르륵!”

　 사람들이 모두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자, 소용돌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제길! 모두 조심해라. 헬파이가 사라졌다.”

　 “쾅!!!”

　 “어디냐!”

　 “저희 함선이 아닙니다!”

　 옆의 함선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다행히 옆의 함선에선 미리 대비하고 있던 터라 거의 피해가 없었다.

　 “투척!!”

　 선장이 배와 부딪히고 물위로 떠오른 헬파이를 보며 투척명령을 내렸다. 배 위에서 수 십 개의 작살이 빠른 속도로 헬파이에게 날아들었다.

　 “쐑!”

　 “쐐액!”

　 “촥!”

　 “캉!”

　 “캉!”

　 “젠장! 소용없나?”

　 헬파이는 선장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잠시 더 물 위에 떠 있다가 다시 물속으로 사라졌다.

　 “또 사라졌다. 다들 조심해라!”

　 “쾅!!!!!”

　 “뿌지직!!”

　 “음!?”

　 또 다시 성현이 타고 있던 함선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선장님! 아래쪽에서 물이 샌다는 보고입니다.”

　 “제길, 기관장! 밑을 부탁하네!”

　 “네! 거기 너, 너, 너 저기 있는 것들 들고 따라오고, 1급 기관사는 남아서 비상사태에 대비 하라. 그 외에는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 모두 나를 따라간다!”

　 “네!!”

　 기관장을 선두로 기관사와 역쟁 인원 열 댓 명이 물이 새는 배의 바닥을 향해 달려갔다.

　 “관측병! 헬파이 위치는?”

　 “현재 위치가 파악 되지 않습니다!”

　 “빨리 찾아내! 그리고 갑판장! ‘갑각살’ 준비하게!”

　 “네! 너희 날 따라와라!”

　 “펑!!!!!”

　 “우드득!”

　 “끄악!”

　 “첨벙!”

　 “어디냐!”

　 “노실 쪽입니다!”

　 “뭐? 그쪽은 방금 기관장이 갔지 않나!?”

　 “확인해보겠습니다!”

　 선원이 배의 바닥으로 가는 통로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젠장, 갑판장! ‘갑각살’ 준비되려면 멀었나?”

　 “다 됐습니다!”

　 “좋아, 서둘러! 내가 내려간다!!”

　 그 사이, 함선이 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어...어?”

　 “갑판에 남아 있는 기관사들은 하던 일 멈추고 모두 바닥 보수를 준비해라! 갑각살이 준비 되면 바로 내려가겠다.”

　 “네!”

　 “갑판장!”

　 “준비 됐습니다!”

　 “좋아! 역쟁 인원 중에 투창이나 투석에 자신 있는 놈들 따라와!”

　 “네!”

　 “이번에 못 막으면 끝이다. 모두 정신 바짝 차려!”

　 “네!!”

　 선장을 필두로 수 십 의 인원이 다시 한 번 배의 바닥을 향해 달려갔다.

　 “크아아!!”

　 “흐악!”

　 그 시각, 광호는 죽을 판이었다. 갑판에서 납작 엎드린 자세로 몸을 사리고 있었는데 기관장이 갑자기 자신을 지목하며 따라오라는 것이 아닌가?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명령 불복은 즉결 처형이기에 따라오기는 했는데 문제는 내려오고 나서 기관장과 그 외 중요 인물들이 한 번 더 돌진해 온 헬파이의 몸통박치기에 그대로 짜부가 나버린 것이었다. 심지어 헬파이는 배의 구멍이 난 부분에 박힌 상태 그대로 안에 촉수를 뻗어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집어먹었다. 그리고 현재 그 촉수들은 자신에게도 뻗어 오고 있었다.

　 “이 괴물, 저리 꺼져! 난 먹는 게 아니란 말이다!”

　 광호가 손에 들고 있던 나무판자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헬파이의 촉수를 내리쳤다.

　 “퍽!”

　 “꾸륵?”

　 헬파이의 눈이라고 짐작되는 부분이 광호를 쳐다봤다. 곧이어 더 많은 수의 촉수가 광호에게로 다가왔다.

　 “으아아! 꺼져! 꺼져!”

　 “퍽!”

　 “퍽!”

　 광호가 발악하며 다가오는 촉수를 마구 쳐냈다. 헬파이는 광호의 발악이 재미있는지 가만히 지켜보며 광호에게 조금씩 더 많은 촉수를 보냈다.

　 “헉, 헉,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슥!”

　 광호가 발악하며 헬파이의 촉수를 쳐냈지만 애초에 헬파이의 수많은 촉수를 모두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헬파이의 촉수 하나가 광호의 오른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자 광호의 오른팔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으으! 시X! 내가 겨우 이런 오징어 괴물의 밥이 되려고 그 훈련들을 버텼다고? 웃기지마!”

　 광호가 있는 힘껏 입술을 깨물었다. 광호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헬파이의 촉수 하나가 광호의 반응을 즐기는 듯, 광호의 눈앞에 곧게 서서 흔들렸다.

　 “개x발! 난 절대 안 죽어!”

　 “퍽!”

　 광호의 일격에 촉수가 저 멀리 밀려났다. 광호가 계단 방향으로 달아났다.

　 “꾸륵!”

　 헬파이가 보내줄 수 없다는 듯이 광호를 향해 촉수를 쫙~ 뻗었다. 촉수가 순식간에 광호의 등에 도달했다.

　 “퍽!”

　 “윽!”

　 “쿠당탕!”

　 헬파이의 촉수가 광호의 등을 때리려는 순간, 위에서 내려온 선장이 광호를 발로 차 바닥으로 넘어뜨렸다.

　 “괜찮나?”

　 “으으.. 뭐하는...”

　 “또 온다. 피해!”

　 “헛!”

　 “푹!”

　 광호가 뒤에서 날아오는 촉수를 보고 옆으로 굴렀다. 광호가 있던 자리에 촉수가 꼽히며 바닥에 구멍이 났다.

　 “꿀꺽!”

　 ‘주, 죽을 뻔 했다.’

　 “작살!”

　 선장이 뒤로 손을 뻗자, 뒤에 있던 선원이 선장의 손에 작살을 얹어줬다.

　 ‘해술, 무적 던지기!’

　 선장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한 바퀴 빙 돌았다. 선장의 몸이 다시 정면을 봤을 때, 선장의 팔과 작살은 아직 선장의 머리 뒤에 있었다. 회전의 힘이 팔과 작살에 축적됐다. 선장의 팔과 어깨, 등 근육이 터질 듯이 꿈틀거리더니 머리 뒤에 있던 팔과 작살을 얼굴 앞으로 억지로 끌어 당겨 헬파이에게 던졌다.

　 “받아라!”

　 “후우웅!!”

　 작살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헬파이의 눈으로 추정되는 부분으로 날아갔다.

　 “퍽!!”

　 “크아악!!!!!!!”

　 헬파이의 눈에 작살이 반 이상 꼽혀 들어갔다. 헬파이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됐다! 지금이다. 갑각살!”

　 선장이 갑각살을 준비하는 사이, 누군가가 계단에서 재빠르게 내려와 광호를 부축했다.

　 “괘, 괜찮아요?”

　 “아니, 넌? 으윽! 발목이...”

　 넘어져있는 광호를 부축한 것은 규완이었다. 광호가 규완의 부축을 받으며 선장 쪽으로 이동했다.

　 “슈아악!”

　 “피해!”

　 규완이 광호를 부축해서 선장 쪽으로 가는 사이, 고통에 몸부림치던 헬파이의 촉수가 광호에게로 날아왔다. 광호가 순간적으로 규완을 촉수 쪽으로 밀쳤다.

　 “윽!?”

　 규완이 멍한 표정으로 광호를 쳐다봤다.

　 ‘휴~ 멍청한 녀석, 덕분에 살았네. 고맙다.’

　 광호가 규완을 보며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