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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8. 들개들 (6)
작성일 : 17-10-22 23:09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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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하, 탑에서 지배자로 가는 사람은 많았지만 지배자가 탑의 사자로 전향한 경우는 드문데요. 마치 잘못을 회개하고 벌 받기 위해 온 것 같은 느낌이군요.”

 

  도현은 흥미로워하며 이난을 맞이했다. 그는 책상에 팔꿈치를 얹고 손깍지를 끼고 있었는데, 이난의 또래 모습에서 자주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다. 저 차일이라는 녀석도 그렇고, 이난은 여긴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웃으면서 지껄이는 거 치고는 죄인이라도 취급하는 모양새인데.”

 

  “지배자들은 탑을 끔찍하게 싫어하니까요. 물론 전(前)새라새의 주인은 예외였지만.”

 

  “뭐, 나도 이게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라.”

 

  “아아,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난이 묻는 얼굴로 도현을 바라보자 도현은 은근한 눈으로 그를 데려온 둠과 차일을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이난을 도현의 집무실로 데려온 것은 둠이었다. 둠이 생각하기로 이난의 ‘대장’이라는 말에 유일하게 떠오른 자가 도현이었던 까닭이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도현은 이런 상황에 의문을 품었다.

 

  “저도 일개 탑의 사자인데 말이죠. 아주 조금의 도움을 드렸을 뿐인데 어느 순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선 일일이 보고하지 뭡니까.”

 

  그는 미소 지었다. 자만도 아니고 과시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부드러운 말씨에서 베어 나온 미소는 오만했다.

 

  “사나 죽으나 천직인가 봅니다.”

 

  “살아서 출세한 놈은 죽어서도 출세한단 소리냐. 그럼 난 죽어서야 인생 역전한 셈인데.”

 

  이난이 자조적으로 웃었고 도현의 미소는 여전히 부드러울 뿐이었다. 그것은 상대의 말을 경청한다는 태도와 비슷했지만, 이난에 보기엔 좀 달랐다.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호의는 아닌, 좀 더 기분 나쁜 무언가 였다.

 

  “내가 아까운 짓을 한 건가?”

 

  남들 좋다는 지배자의 자리를 비우고 왔으니 말이다. 그에 도현은 더욱 짙게 웃었다.

 

  “아니오, 잘 오셨습니다.”

 

  흐르듯 나오는 대답도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흐음, 이난은 팔짱을 끼며 도현을 훑어봤다. 다시 봐도 흠잡을 데 없는 깔끔한 태도였지만 어딘가 구린 구석이 있는 녀석이 확실했다. 어쩌면 차일보다 더 구릴 것 같다. 이런 건 원래 비슷한 녀석끼리는 알아보는 법이다.

 

  “내가 이대로 너희들 뒤통수치고 갈 거란 생각은 안 드나?”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본 말이었다. 뭘 믿고 이렇게 호의적일까? 같은 성에 살던 녀석들도 주인 자리가 비자마자 핏물 떨어지는 먹이를 본 짐승마냥 돌변해 덤비던데.

 

  “탑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뛰쳐나가고 싶거든 언제든 나가셔도 됩니다.”

 

  전혀 아쉬울 것 없다는 얼굴. 이런 특이한 자리에 있다 보면 본래 별별 사람을 다 만나보는 법이다. 솔직히 그 중에 이난은 아주 얌전한 편에 속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리고 정말 당신이 뒤통수를 치고 달아난다하더라도 그건 제 뒤통수가 아니니 괜찮습니다. 걱정 마시길.”

 

  도현의 고개가 자연스레 차일에게 돌아갔다. 그 순간 이난의 마주 편 소파에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앉아있던 차일의 입매가 움찔 달싹였다.

 

  “뒤통수 튼튼하시죠, 차일?”

 

  “이봐.”

 

  차일은 결국 인상을 찌푸렸다. 이난이 혹여 말썽을 일으킬까 따라오긴 했지만 그는 지금 이 자리가 매우 언짢았다. 뭔진 몰라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상황을 직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파트너는 이미 한 사람 있잖아.”

 

  “꼭 둘일 필요는 없잖습니까?”

 

  “셋은 정신 사나워.”

 

  “그거야 차일 당신의 기호죠. 전 셋이 함께 했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도현은 차일이 거절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정말하기 싫다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가도 상관없지만 그동안 도현이 보아온 차일은, 혹은 도현 앞에서 차일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아까 전에 천직이니 뭐니 떠들어 댔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선 차일도 마찬가지였다. 차일은 본능처럼 도현의 말을 어기지 않는다. 그러려는 의지조차 내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분명 이난이 필요한 순간이 올 겁니다. 제가 헛소리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시죠, 차일.”

 

  부드러운 말씨 속에 숨은 그것은 경고와 비슷했다. 탑의 누구보다 도현을 오래 알았던 차일은 불쾌한 눈으로 도현을 노려봤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 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도현이 차일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도현은 두 사람의 신경전을 흥미진진한 얼굴로 보고 있던 이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난이 도현을 수상히 봤듯이 도현도 이난을 남다르게 보고 있었다. 지배자에, 사념과 전령을 부리는 솜씨가 보기 드물게 탁월한 까닭이다. 그런 자가 어떻게 용케 탑으로 흘러들어왔나 싶다.

 

  “괜찮으시죠?”

 

  이난은 도현이 목석같은 녀석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꽤 재미있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차일이 겉모습은 침착해도 아마 방금의 대화로 속이 한바탕 뒤집어졌을 것이다. 무슨 생각인지 이난의 입매가 얄밉게 비틀어졌다.

 

  “내 쪽에서 거절한다면?”

 

  차일의 얼굴이 험상궂게 구겨졌고 도현은 조금 눈을 크게 떴다.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곤 도현은 차일을 한번 바라보더니 결국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뭐, 처음부터 탐탁지 않아 하는 줄은 알았다만, 차일은 어지간히 이난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사람의 기분이야 지나가는 잡초처럼 무시해대던 그의 지고한 자존심을, 이난이 감히 내리 긁어내리고 있으니.

 

  이난이 씨익 웃었다.

 

  “농담이야.”

 

  그리고 아무래도 이난은 그걸 정확히 알고 있는듯했다.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이난은 도현이 아직 어떤 작자인지 알지 못했다. 특이한 위치에서 탑의 사자들을 관리하는 관리자쯤으로 알고 있었다.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나가면 나가는 대로 막지도 잡지도 않는 속편한 관리자. 그러면서도 어딘가 구린내가 나는.

 

  물론 지금까지는 이난에게 도현은 그런 작자였다. 이 말을 듣기 전까지는.

 

  “여긴 당신이 붙잡고 늘어지던 온실과 비교도 안 되게 잔혹한 곳이거든요.”

 

  이난의 입술 새로 짧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정정해야겠다. 녀석은 재미있는 녀석이 아니라 차일만큼 더럽게 기분 나쁜 녀석이었다.

 

 

 

 

  “전부터 생각한 건데. 탑의 사자는 경찰이나 뭐 이런 비슷한 거 아닌가?”

 

  “그런 거지 뭐. 아주 단순한 구조라는 것만 빼면.”

 

  “단순한 구조?”

 

  “뭐가 있겠냐? 쏘거나, 잡아서 탑에 던지거나 둘 중 하나지. 사람 피 말리게 하는 잠복 같은 건도 없어서 좋긴 한데.”

 

  이난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둠을 돌아보자 둠은 어깨를 으쓱였다.

 

  “당신 경찰이었어?”

 

  “보다시피 한창 때 절명했지만.”

 

  별로 웃기지도 않는 말이었는데 둠은 혼자 실실 웃었다.

 

  “그래서 난 탑에 오고 좀 안심했다. 내 일을 찾은 것 같았거든.”

 

  둠의 눈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이난은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하늘을 더듬었다. 구름 사이사이를 훑어보던 이난이 문득 물었다.

 

  “당신, 하늘 성이라고 알아?”

 

  “모를 리 없지.”

 

  “거기엔 진짜 경찰이 있어.”

 

  하늘 성, 그 이름과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실제로 가본 적은 없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모든 일이 벌어진다는 그곳, 그곳에 경찰도 있다는 이난의 이야기는 둠을 놀라게 했다.

 

  둠이 무어라 말하려 했을 때 이난이 팔을 뻗었다. 그의 손 위로 기다리던 전령이 내려앉았다.

 

  차일이 보낸 전령이었다. 전령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듣고 이난이 둠을 돌아보았다. 둠은 묻고 싶은 것을 삼킨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지만 그렇다고 지금을 지체할 순 없는 노릇. 묻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곧 합류하겠다는 차일의 보고를 뒤로하고 둠과 이난은 움직였다. 그들이 습격할 건물 앞에서 이난은 새 몇 마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혹여 도망치는 자들을 녀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였다.

 

  “그냥 이거 부수면 알아서 기어 나오지 않을까? 굳이 우리가 들어가야 하는 거야?”

 

  이난은 영리한 청년이었고, 동시에 강했다. 목적지 앞에서 선 이난이 정말로 싫은 티를 내자 둠은 웃으며 그의 등을 떠밀었다.

 

  “자자, 앞장서라고.”

 

  “당신이 아니라?”

 

  “나는 사념을 쓰는 데 한계가 많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요컨대 내가 방패라 이거지?”

 

  둠은 대답대신 킬킬 웃었다. 처음부터 앞잡이라니,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둠은 이미 그의 실력을 봐왔기에 맡길 수 있었던 것이다. 순박하게 웃는 둠을 보고 이난도 허탈하게 웃었다.

 

  “총은?”

 

  그가 묻자 이난의 손바닥에 사념이 휘돌더니 은빛 총이 쥐여졌다. 탑의 사자의 무기. 사자가 탑을 떠나게 되면 작동을 멈춘다는 기이한 총이었다.

 

  이난은 처음부터 사념 다루기와 전령을 능숙하게 부렸기에 가르칠 게 거의 없었다. 거기다 전부터 다루던 총이 있었기에 탑의 무기를 쥐는데도 거부감도 없었다. 손바닥 안에서 장난감처럼 가볍게 놀아나던 총구가 돌연 둠에게 향했다.

 

  둠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리고 한 발의 총탄이 그를 스쳐 뒤의 적에게 적중했다. 둠은 놀라지도 않고 담백하게 칭찬했다.

 

  “제법인데.”

 

  “빨리 털어야겠는데.”

 

  방금의 총성으로 기습이 하려던 것이 무마되었다. 그렇다면 이젠 속전속결이다. 이난은 둠의 요청대로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둠 역시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하며 한 발 뻗었을 때였다. 숨이 틀어 막혔다.

 

  여운이 남아있던 미소가 누군가 세게 움켜쥐듯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둠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목을 움켜쥐었다. 서늘한 무언가가 잡혔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사념이었다.

 

  “컥.”

 

  목구멍을 치밀고 피가 울컥 쏟아졌다. 버틸 새도 없이 몸이 허물어졌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몇 걸음 앞서 걷고 있던 이난의 신발이 보였다. 그가 뒤를 돌았다. 이윽고 쓰러진 둠을 발견하고 성급한 걸음을 내뻗는다.

 

  안 돼.

 

  말 대신 덩어리 같은 피가 한 움큼 쏟아졌다.

 

  도망쳐.

 

  눈앞이 깜빡였다. 기습이었다. 이난은 포위되고 있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둠의 세계는 어둠속에 잠겼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가 그를 잠식했다. 눈앞에 물결치는 어둠이 꿈틀거리다가 서서히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감각 없는 어둠의 손길이 그를 끌어당겼다.

 

  어둠보다 더 짙은 암흑으로, 심연보다 더 깊은 곳으로.

 

  지하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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