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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여전히, 푸른 봄
작가 : 박양지양
작품등록일 : 2017.7.20

존경하다가,
동경하다가,
닮고 싶어 바라보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가,
자각해버리고.
사랑해버리고
추억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이야기.

서툰 유지애의 서툰 이야기.
#여주성장물 #짝사랑주의



 
나는 그저 네가 좋았을 뿐이었다.
작성일 : 17-10-22 18:46     조회 : 43     추천 : 0     분량 : 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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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그렇게 있었는지 모르겠다.

  침묵을 견디기 어려워 강민이의 가슴을 살짝 밀어내었다.

  이번엔 순순히 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마주친 강민이의 눈빛은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고개를 돌려보았다.

  사범님은 가만히 서서 우리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건 사범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나저나 사범님은 여긴 어떻게 알고 오신 거지?

  의문이 잠시 떠올랐지만 이내 잡힌 손목의 통증에 사라졌다.

 

  “아파.”

 

  나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 나왔다.

  강민이에게 잡힌 손목을 빼내려고 했지만 비틀리지도 않았다.

  남자가 힘이 센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압도적으로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가지마. 유지애.”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내가 가긴 어디를 간다고. 강민아 손목 좀 놔봐. 아프단 말이야.”

 

  피가 통하지 않을 만큼 세게 잡힌 손목이 아팠다.

  아프다는 말에도 강민이는 그저 쳐다보고만 있었다. 왜 그런 식으로 절박하다는 눈빛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느새 사범님이 다가왔다.

  잡힌 내 손목을 빼낸 사범님을 강민이는 날 선 눈으로 쳐다보았다.

  손목이 풀리자 사범님은 날 뒤로 보내며 높낮이가 없는 말투로 말을 꺼냈다.

 

  “... 술을 좀 마신 거 같은데. 이런 아무도 없는 밤에 이렇게 행동하는 건 상대에게 폭력이라는 걸 알고 하는 건가?”

 

  “사범은 이런 개인적인 일에도 참견을 하나 보죠?”

 

  명백한 적대감이 강민이의 눈빛에 떠올랐다.

 

  “일단 지애는 체육관 행사에 참여 중이고 혹시라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면 책임이 나한테 있어서 말이지.”

 

  “당신이 보호자라도 되나 보죠?”

 

  “일단 지애는 학생이니까.”

 

  “과도한 관심이네요. 혹시 성인이 미성년자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는 건 되는 건가요?”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대체 왜 저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사범님의 말이 끝나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 치는 강민이의 말이 이어졌다.

 

  “하, 당신 생각보다 더 비겁하네?”

 

  노골적인 비아냥거림에도 사범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제삼자가 껴들 필요는 없는데요?”

 

  “할 말이 있으면 밝을 때 하는 게 좋겠어. 맨정신에 말이야.”

 

  “보호자인 척 가면을 쓰고 뒤에서 이렇게 비겁하게 행동하는 당신이 이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네. 당신 기본적인 상도덕도 없어? 아니면 헷갈리나? 여자 친구가 누구인지?”

 

  적대감이 가득한 말에도 사범님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대체 왜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상대에게 반응이 없어서일까?

  강민이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파도 소리만이 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말없이 선 우리를 차가운 바닷바람이 스치고 지나가자 작은 벨 소리가 그 적막을 깼다..

  발신자를 확인한 강민이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조용해진 폰은 이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지 전화를 받아든 강민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뭐라는지 모르겠지만 여자임이 확실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응. 아니 산책했어. 들어갈게.”

 

  몇 번의 단답형 대답을 하고는 전화를 끊은 강민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유지애.”

 

  부르는 소리에 강민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런 나를 사범님은 딱히 막아서지 않으셨다.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멈춰 서자, 강민이의 위태로운 표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를 보던 눈은 잠시 내 손목에 머물렀다 다시 내 눈을 향했다.

  다시 마주친 눈에는 미안함이 가득 차 있었다.

 

  “...미안 아팠지?”

 

  강민이의 손이 조심스레 내 손목을 쓸었다. 대답 없는 나를 보며 쓰게 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다 미안해. 지금은 가봐야 할 거 같아. 나중에 전화할게.”

 

  “...응.”

 

  대답을 들은 강민이는 힘겹게 잡았던 손목을 내려놓으며 그대로 돌아서 멀어졌다.

  그런 강민이를 심란한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뒤에서 사범님의 한숨이 들렸다.

 

  ‘이상한 건 내가 아니야.’

 

  강민이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럼 이상하다는 건 누군데?

  돌아서 사범님을 바라보았다.

  ... 이상하다는 건... 누군데?

  시선을 피하지 않던 사범님은 할 말이 있는 듯 망설이는 듯했지만, 들어가자, 란 한 마디만 내뱉고는 그대로 뒤를 돌아 걷기 시작하셨다.

  그런 사범님의 등을 보며 따라 걸었다. 유난히 느린 걸음이었다. 나도 사범님도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둘 문제니까 내가 뭐라고 하진 않겠지만 싫으면 싫다고 표현하는 게 좋아.”

 

  “남자친구인데요.”

 

  “그래도 싫은 건 싫다고 해야지. 누가 도와주지 않으니 네가 확실히 말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런 행위에 익숙해지니까. 그리고 그런 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당하는 거고.”

 

  딱히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었다. 무서웠던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 아마 화가 났나 봐요.”

 

  변명같이 말을 이었다.

 

  “화가 났다고 그런 행동을 해도 되는 건 아니야.”

 

  “요즘 여유가 없어 보였으니까...”

 

  “그것도 아까 행동을 정당화시킬 수 없고.”

 

  “어쨌든 내가 불안하게 했나 봐요. 원래 다정하거든요. 근데, 내가 너무 서툴러서 힘들어하는 거 같아요. 하아... 관계가 제일 어렵네요.”

 

  “하아... 유지애.”

 

  “사범님.”

 

  또다시 한숨을 내쉬는 사범님의 말을 끊었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돌아선 사범님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내 말을 들은 사범님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근데, 저 어디서 자야 하죠?”

 

  “... 따라와.”

 

  뒤돌아 앞장서서 걷는 사범님의 뒤를 따라 걸었다. 아까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였다.

  뛰어내렸던 창문 반대편에 선 사범님은 조금 열려 있던 창문을 활짝 열었다.

 

  “들어가.”

 

  사범님의 도움을 받아 창문으로 들어갔다.

 

  “사범님은요?”

 

  “먼저 자고 있어. 위험하니까 이쪽 창문은 닫고.”

 

  “네.”

 

  사범님은 창문을 닫았다.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이 잠겼다.

  진하게 선팅된 창문 너머로 돌아서 멀어지는 사범님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건 내가 아니야.’

 

  이상한 건가? 이런 관계가?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철이 들 무렵부터 함께 있던 사람들이었다.

  너무 오랜 시간 함께여서 경계가 모호해진 그런 사이였다. 게다가 사범님을 남자로서 경계해 본 적이 없어 강민이의 불안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이런 관계가 싫다는 마음은 이해해 줄 수 있었다. 싫은 거니까. 그렇지만 솔직히 체육관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그건 들어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냥 사범님과 다른 애들과 너무 친하게 있지 말라는 부탁은 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차 안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6년간 부대끼며 함께 성장한 사람들이었다. 남자와 여자 이전에 동료의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건 나한테나 그런 거고 강민이는 이런 관계 싫다는 거겠지. 완벽히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는 해야 했다.

  어쨌든 내 소중한 남자 친구니까.

  폰을 꺼내 들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화면이 켜졌다.

  문자를 보내볼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접었다. 연락한다고 했으니까.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뒷좌석에 몸을 웅크리며 누웠다.

  아무렇게나 놓인 옷을 걸치듯 살짝 덮었다. 눈을 감으며 심란한 마음을 잠재우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서야 만난 사범님에게선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옅은 담배 냄새가 났다.

 

  *

 

  강민이에게 연락이 온 것은 하루가 지난 내 생일날 아침이었다.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거 같았다.

 

  “Happy birthday."

 

  머쓱하게 축하 말을 건넨 강민이는 팔을 벌렸다.

  싱긋 웃으며 품에 안겼다.

 

  “그날은 미안.”

 

  자꾸 사과를 하는 강민이를 꼭 안으며 괜찮다고 토닥였다.

 

  “그리고 보니 그 날 대체 어떻게 온 거야?”

 

  “수험생이니까 바다 보고 싶다고 부모님께 생떼를 썼지.”

 

  “네가?”

 

  “응.”

 

  상상이 가질 않았다.

  떼를 쓰는 강민이라니...

 

  “왜?”

 

  “보고 싶어서.”

 

  “치. 그럼 왜 화를 낸 거야?”

 

  “... 차에서 둘이 내리는 거 보니까 순간 울컥했어.”

 

  “아아...”

 

  “미안, 너한테 화를 내려던 건 아닌데... 아팠지?”

 

  “조금.”

 

  “미안. 내가 진짜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품에 안은 채 계속 사과를 하는 강민이의 등을 더 꼭 껴안았다.

 

  “내가 사범님이랑 있는 게 싫어?”

 

  “어. 싫어.”

 

  “하하. 그렇구나. 다른 애들도?”

 

  말없이 안고만 있는 강민이이에게 벗어나 눈을 마주쳤다.

 

  “강민아.”

 

  “응?”

 

  “솔직히 체육관은 못 그만두겠어.”

 

  “알아.”

 

  작게 미소짓는 강민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체육관이 먼저라는 말이 사실이라 미안했다.

 

  “그래도 체육관 남자들이랑은 사적으로 만나거나 연락하는 건 좀 자제할게. 그러면 좀 괜찮으려나?”

 

  미묘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강민이를 보며 말을 이었다.

 

  “연락도 더 자주 할게. 응?”

 

  “너도 수험생인데 미안. 내가 요즘 짜증 낸 거 같아. 그냥 너는 ...”

 

  “나는?”

 

  “아니야. 내가 미안해.”

 

  쓰게 웃으며 강민이는 내 손목을 살며시 잡아 올렸다. 손목에 붉은 보석이 반짝이는 팔찌가 채워졌다.

 

  “어?”

 

  “생일 선물. 요즘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준비도 못 했어.”

 

  “고마워. 예쁘다.”

 

  손목을 들어 반짝이는 팔찌를 보며 웃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손목 진짜 엄청 가늘구나.”

 

  “응? 그런가?”

 

  “많이 아팠겠다.”

 

  “다음엔 정말 화낼 거야.”

 

  “미안.”

 

  계속해서 사과하는 강민이의 손을 잡았다.

 

  “나 배고프다. 생일인데 맛있는 거 사줄 거지?”

 

  “응.”

 

  “아, 그럼 맛있는 거 먹어야지. 떡볶이? 피자?”

 

  “스테이크도 사줄 수 있어. 영화도 볼까?”

 

  “우리 되게 못된 수험생이네.”

 

  강민이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었다.

  그래, 지금은 다들 힘든 시기니까.

  그런 강민이를 보며 웃음 지었다.

 

  “GO."

 

  10대의 마지막 생일은 무척이나 햇볕이 따가웠었다. 더운 열기에 가만히만 서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였다. 그래도 우리는 꼭 붙어서 함께 걸으며 오랜만의 데이트에 행복해했다.

  19살. 너만 있으면 괜찮을 거라고 너를 위해 주변과 멀어지던 안일한 선택을 한 그 날, 나는 그저 네가 좋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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