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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8. 들개들 (5)
작성일 : 17-10-20 23:52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4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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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난에게 패배했지만 끈질긴 몇몇이 다른 도시처럼 함께 지배자로 협력하는 게 어떻겠냐고 매달리고 당연하게도 무시되었다. 연우도 그런 부류 중 하나였고, 시온이 그를 좋아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결국 미련이 남은 자들은 성에 남고 그렇지 않은 자는 떠났다. 그리고 새라새는 더 이상 평화롭지 않았다. 잘 벼린 칼날 위를 걷듯, 성에는 호시탐탐 새라새의 자리를 노리는 묘한 긴장이 흘렀다.

  이난의 행동은 어쩌면 합리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그 자리를 원한 자들에게 순순히 넘겼다면 지금은 이 도시가 어떻게 됐을지 시온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시온이 이 성을 떠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가 이 성을 지키려 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시온은 그만 미칠 것 같은 기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차례 호흡을 고른 뒤 그는 천천히 책장 사이를 거닐었다. 불청객이 세 명이나 있지만 그래도 이곳만큼 그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곳이 없었다.

  오랜 시간동안 노인이 하나하나 꽂아놓았을 책 제목들을 훑어보던 시온의 걸음이 문득 멈췄다. 누군가가 있었다. 처음엔 어떤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이곳에 있는 녀석들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에 책장 사이로 슬그머니 빠져나가려 했다. 그 자가 낯선 자라는 사실은 깨달은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 순간 몸이 굳어지며 소름이 끼쳤다. 시온은 숨마저 멈추고 그 자를 살폈다. 그자는 시온이 뒤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연우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시온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적막과 그림자 속에 익숙하게 스며든 그 자는 천천히 움직였다. 흠잡을 곳 없는 걸음 걸이였지만, 그의 세계는 마치 적막 속에 갇힌 듯 지독하게 고요했다. 비딱한 자세로 책장에 기대 하품하던 연우는 그 순간까지도 누가 다가오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

  마치 시간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그 속에서 저 자만이 멈춰버린 공간을 가로지르는 듯 보였다. 저 홀로 살아 움직이는 듯, 혹은 이 세상과 별개의 존재인 듯, 또는 지독히 고독의 한켠인 듯했다.

  그리고, 한 발의 탄환이 모든 것을 깨부쉈다.

  연우의 이마에 검은 구멍이 생겼다. 그의 얼굴은 그제야 낯선 이를 발견하고 놀란 눈이 된 채였다. 거기까지였다. 몇 번의 총성이 울리고 그럴 때마다 연우의 몸은 경련하듯 떨었다. 이윽고 검은 지하의 문이 열렸다.

  탑의 지하, 말로만 듣던 것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시온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 자신이 알고들은 게 맞다면, 저 은빛 총은 분명 탑의 무기. 그렇다면 저자는........ 이윽고 낯선 자는 몸을 돌려 시온을 바라봤다. 처음부터 그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똑바로 다가왔다. 그 앞에서 시온은 초식동물처럼 얼어붙었다. 그러나 코앞까지 다가온 낯선 자의 걸음은 이어지지 못했다. 관자놀이에 차가운 총구가 닿았기에.

  “고작 이런 걸로 우릴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알아. 그래도 네 놈 대가리 정도는 날릴 수 있겠지.”

  낯선 자의 것과 마찬가지로 이난의 목소리 역시 싸늘했다.

  “지하에 처박혀서 머리 좀 식히지 그래.”

  “오늘 눈 좀 붙이고 내일 다시 보잔 소린가?”

  “순순히 꺼져주는 방법은 모르냐?”

  “일을 하면 끝장을 봐야하는 성미라.”

  두 사람은 아는 사이인 듯했다. 그것도 그다지 좋은 방향은 아닌 쪽으로. 이난이 겨눈 총이 서서히 내려가는 듯했다.

  “아아, 그래서 나랑 끝을 보겠다는 거야?”

  말미에 이난은 웃었다. 재미없는 친구에게 어이없는 농담을 들은 것처럼 허탈한 웃음이었다. 직후 낯선 자의 발등에 총탄이 꽂혔다. 고막을 후려치는 총성에 시온은 저도 모르게 그만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

  그자의 몸이 휘청한 순간 이난은 무릎으로 복부를 찍고 사념으로 그자의 두 팔을 속박했다. 그자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고 이난은 아주 느긋한 태도로 발로 그를 굴려 똑바로 눕히곤 거만하게 내려다봤다. 마치 원한이라도 갚은 듯 개운한 얼굴이었다. 일전에 당한 일에 대한 복수였다. 그러나 차일의 얼굴엔 순간적인 고통에 이맛살만 찌푸릴 뿐 그 이상의 감정을 담지 않은 채 부연했다.

  “네가 아니라 이 성이지.”

  차일은 지나치리만치 침착하게 대꾸하곤 복부에 힘을 주어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관통당한 발등에서 흐른 피가 바닥에 고여 퍼져나갔다. 고요한 도서관과 지독하게도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다. 이난은 그의 말을 곱씹으며 되물었다.

  “이 성?”

  “너, 밖에서 거둔 들짐승을 성에서 키우더군.”

  굳어지는 이난의 얼굴을 보며 차일은 비죽이며 웃었다. 시온이 보기에 차일의 표정은 그렇게 앉아서 올려다보며 지을 법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 반대라면 모를까.

  “이곳에 가둬놓고 될 거라고 생각했나? 자기 사람들은 철썩 같이 믿고서 말이야. 새를 붙여 놓고 감시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지?”

  그의 말에 움찔 놀란 건 시온이었다. 믿었다고? 누굴? 설마 우리를?

  밖에서 거둔 들짐승, 시온은 생각을 더듬은 끝에 그게 무엇을 가리키는지 깨달았다. 요근래 이난은 바깥에서 몇 사람인가를 데려왔다.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사정인지 이난도 그 자들도 딱히 말해주지 않았지만, 이난이 가장 최근에 데려온 여자와 다르게 그들은 그다지 좋지 않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던 건 알고 있다.

  이난에게 대해서는 지극히 삐뚤어진 시온은 역시나 끼리끼리 논다고 이죽댔지만, 그 자들에게 새를 붙여 놓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거기다 한통속이라고? 누가?

  시온의 시선이 절로 연우가 사라진 곳을 향했다. 그의 흔적은 이미 증발되어 말끔히 지워졌다.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만, 그 녀석들이 왜 사람의 혼까지 먹어가면서 힘을 키우려는지 이제야 알겠군. 네 녀석의 자리가 탐났던 거야. 그리고 네 놈은 그런 녀석들을 개처럼 풀어놨고.”

  시온은 비명이 터지려는 입을 틀어막았다. 시온도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다. 사람을 먹으면 사념이 강해진다는 이야기, 그건 한참 이 도시 저 도시를 들쑤시는 화제 거리였다. 그것이 헛소문이던 아니던 간에 이런 이야기를 처음 떠벌린 녀석은 정신병자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는데........

  “연우가...?”

  그리고 시온은 틀어막은 입으로 신음처럼 말했다.

  “그럼 다른 애들은.......?”

  “처단되었다.”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체격이 다부진 남자는 어딘가 지친 얼굴로 이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얕게 헐떡이는 숨이, 그가 방금까지 어떤 일을 하고 왔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차일이 이난의 앞에 나타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진짜 우연은 그 자리에 연우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차일의 서늘한 시선이 시온에게 닿았다. 그와 눈을 마주친 순간 시온은 다시 한 번 주춤 뒤로 물러났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녀석들이 밉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계실 적부터 있던 녀석, 떠난 녀석, 새로 온 녀석, 그들이 전부 이 평화를 깨트려서, 또는 외면해서, 혹은 모르기에 미웠다. 차라리 전부 떠나버리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차라리 홀로 남는게 이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지금 이렇게나 절망적인 스스로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혼란으로 가득한 그의 눈을 바라보며, 차일은 시온에게서 흥미를 잃었다. 그에겐 이 성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녀석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건 저 건방지기만 한 애송이도 마찬가지였다.

  이난은 그제야 차일이 어째서 그렇게 순순히 당해주었는지 깨닫고는 씁쓸히 웃었다.

  “미끼였냐?”

  차일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텅 빈 청년을 바라보며 동정도, 조롱도 담지 않고 말했다.

  “너, 대체 무엇을 지키려고 한 거냐.”

 

 

 

 

  “여기가 바로 탑이라는 곳이란 말이지.”

  “.......”

  차일은 굉장히 불편한 눈으로 이난을 바라보았다. 둠은 타고 있던 전령을 차일 쪽으로 바싹 붙이곤 속삭였다.

  “쟤 좀 웃기네.”

  새라새에서의 볼 일이 끝나고 차일과 둠은 곧장 성을 떠났다. 전령이 일러준 녀석들을 해치우는 게 그들의 일이었으니 볼 일이 끝난셈이다. 그래서 미련 없이 떠났건만, 그들이 떠나는 순간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를 이난이 따라 붙었다.

  달리 말하면 그들이 새라새의 성을 공격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보복하려는 건가 싶어 긴장하고 태세를 갖추었지만, 어쩐지 이난은 잠잠했다. 둠이 몇 마디 걸어도 봤으나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는 탑에 도착해서 한다는 말이 저거였다.

  탑이 궁금해서 따라왔다면야 여기서 헤어지고 다시는 보지 말아야 마땅했다. 그래서 차일은 그만 돌아가 쉬려고 했다.

  “여기 대장이 누구야?”

  그런데 이 빌어먹을 녀석이 얌전히 있을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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