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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최악의 악마 (5)
작성일 : 17-10-19 14:54     조회 : 31     추천 : 0     분량 : 9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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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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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에서 날카로운 공격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평소의 모니카라면 아무 저항도 못하고 꼼짝없이 당할 공격이다. 하지만 지금 모니카를 움직이는 것은 천유강이다.

 

 “큭!”

 

 몸을 허공으로 띄워서 날아오는 모든 공격을 피하고 미리 만들어두었던 철퇴를 집었다. 물론 끝에는 강철 덩어리 대신 성서가 묶여 있었다.

 

 쾅!!!

 

 성서에 맞은 악마가 폭파되어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놀라울 정도의 파괴력에 두려움을 모르는 악마들도 잠시 움츠러들었다. 성서에서 나오는 신성력이 그들을 압박하는 거다.

 

 “놀랍군요. 그런 재주가 있었습니까?”

 

 이제는 본색을 감추지 않은 에디아가 마기를 풀풀 풍기며 웃고 있었다.

 

 “당신······, 에디아 사제가 아닌가?”

 

 천유강은 악마가 에디아로 변신해서 자신들을 속였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럴 리가요. 저는 에디아 본인입니다.”

 

 “거짓말! 신탁을 받드는 에디아가 악마에 붙었다고?”

 

 “모든 건 신탁 때문입니다, 모니카 사제.”

 

 “뭐?”

 

 “저는 수많은 신탁을 받고 그것을 통해 미래를 보았습니다. 그 끝이 어땠는지 아십니까?”

 

 천유강이 주변을 경계하며 입을 다물고 있자 에디아는 슬픈 눈빛으로 말했다.

 

 “모든 것들의 멸망이었습니다. 슬프게도 인간들은 스스로를 파괴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모든 생명체를 말살하고 말았습니다.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땅은 그 어떤 생명도 포용하지 못했습니다.”

 

 “일어날지도 모르는 먼 미래의 일 때문에 이런 짓을 벌인다는 건가?”

 

 “저도 처음에는 미래를 바꾸려고 많은 일을 했습니다. 사건의 원흉이 되는 것은 모조리 제거했고 나중에 악인이 되는 자들을 미리 처단했습니다. 때로는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죽이기도 했죠.”

 

 에디아의 눈에는 깊은 슬픔과 피로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수십 년을 더 헤매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인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악마에게 판 거냐?”

 

 “그렇습니다. 인간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존재는 신이 아니라 악마입니다. 인간은 악마의 노예가 되는 게 더 어울립니다.”

 

 “당신, 미쳤군.”

 

 신탁까지 받은 고위 사제였지만 앞으로 닥칠 미래를 견디지 못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결국 타락해버린 거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선택으로 인해 오히려 인간은 영원할 수 있습니다.”

 

 “저 악마들의 가축이 되어서?!”

 

 “그러니까 아직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겁니다. 이미 인간은 가축입니다. 단지, 그 대상이 신에서 악마로 바뀐 것뿐입니다. 이건 그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번 함정을 통해서 각 교단의 주요 성직자들을 줄이면 악마들이 활동하는 것이 편할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고작 그들을 제거한다고 해도 악마가 이 지상계를 점령할 수 없다. 그게 가능했으면 진작에 악마의 소굴이 되었을 거다.

 

 에디아가 그 의문을 풀어주었다.

 

 “토스카는 대단한 악마입니다. 악마인 주제에 이 지상계에 동화하려고 했고 심지어 어느 정도 성공도 했습니다. 덕분에 가장 좋은 촉매를 얻었죠.”

 

 “뭐?”

 

 “간혹 인간을 제물 삼아서 악마들이 이곳에 강림하는 건 알고 있죠? 하지만 나약한 인간의 육체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고작 하급 악마 몇몇만 강림하는 데 그쳤죠. 하지만 토스카를 관문으로 만들면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이 되십니까?”

 

 “설마··· 토스카를 헬 게이트로 만들 생각이냐?”

 

 “똑똑하시네요. 정답입니다.”

 

 일이 심각해졌다. 그녀의 말대로 이곳에 헬 게이트가 생긴다면 마계와 이곳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통로가 생길 거다. 헬 게이트는 하급 악마뿐 아니라 중급 악마도 이동할 수 있는 거대한 포탈인데 중급 악마가 100마리만 나와도 이 나라는 쑥대밭이 될 거다.

 

 “당신도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세요. 당신 정도라면 아주 아름다운 악마로 바꿔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더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느낀 천유강은 빠르게 머리를 회전했다.

 

 만약 모니카였다면 함정에 빠진 성직자를 구하려 뛰어갔을 거다. 하지만 천유강은 모니카와 다르게 더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함정에 빠진 성직자를 구하려다가는 오히려 같이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난 후라서 어쩌면 벌써 당했을지도 모른다.

 

 ‘발상을 전환하자.’

 

 특급 균열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판단도 잘못 생각하면 안 된다. 가장 최선의 수를 찾아 실수 없이 행동해야 한다.

 

 생각을 끝낸 천유강은 주변의 악마들을 뿌리치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호호호~ 역시 모니카 사제님이라면 그렇게 행동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아무리 태양교의 성녀라도 그들을 구하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에디아는 천유강이 함정에 빠진 성직자들을 구하기 위해 뛰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천유강이 뛰어가는 곳은 성직자들이 들어간 곳이 아니었다.

 

 토스카에게 가고 있었다.

 

 ‘토스카를 구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이것은 에디아와 다른 악마들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행동이다. 평소에 모니카가 얼마나 악마를 증오하는지 알기에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애초에 한 몸에 두 개의 정신이 있다는 것을 예상하는 것이 더 이상했다.

 

 「안 돼요! 지금이면 신부님들을 구할 수 있어요.」

 

 “죄송하지만 그건 하책입니다. 만약 그들을 구한다고 해도 너무 늦어요.”

 

 「하지만······.」

 

 “헬 게이트가 열리면 정말 모든 인간이 죽거나 노예가 될 겁니다. 그걸 바라는 겁니까?”

 

 천유강의 말에 모니카도 더 반대하지 않았다. 순간의 선택에 많은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다. 아직 어린 모니카에게는 너무 어려운 선택이다.

 

 다행히 성안 곳곳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성직자의 파악의 힘이라면 마물들을 상대하는 것이 더 쉬웠을 거다. 하지만 같은 악마끼리 싸우고 있으니 상성의 차이는 없었다.

 

 물론 수는 침입자들이 월등히 많았다. 손 놓고 있으면 성이 점령당하는 건 순식간일 거다.

 

 “홀리 에로우!”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침입한 마물을 공격했다. 천유강의 도움을 받은 토스카의 마물들이 힘을 냈다. 마물과 성녀의 연합이 시작된 거다.

 

 쾅!!

 

 철퇴가 된 성서의 힘은 놀라웠다. 공격에 맞은 마물들은 버티지 못했고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었다.

 

 “토스카는 어디에 있지?”

 

 천유강이 하반신이 박살 난 스켈레톤에게 물어보니 손가락을 들어 방향을 알려주었다. 저긴 응접실이 있는 곳이다.

 

 이들이 인간이나 다른 종족이었으면 치료해주었을 거다. 하지만 마물에게 성력을 나눠주는 것을 독을 붓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뒤를 맡긴 천유강은 빠르게 토스카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토스카!!”

 

 벌컥!

 

 응접실을 박차고 나갔을 때는 이미 많은 악마들이 그 안에 가득했다. 쓰러진 것은 모두 토스카의 병력이었고 서 있는 것은 이미 피범벅이 된 토스카와 그를 압박하는 악마들이었다.

 

 “모니···카?”

 

 엉망이 된 몰골로 천유강을 알아본 토스카가 애써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지상계에 오래 있어 약화되었다지만 그는 마계에서도 상대를 찾을 수 없다는 고위 악마다. 그런 그가 아무 힘도 쓰지 못하고 당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

 

 “이런, 성녀님이 이곳까지 어떻게 오신 겁니까?”

 

 천유강에게 친근하게 말을 붙인 사람, 아니 악마는 전에도 봤던 자다. 분명 에디아가 도둑 길드원이라고 소개했던 자다.

 

 본모습을 드러낸 그는 거대한 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힘은 토스카에 비해서도 절대 약하지 않았다.

 

 “넌 누구냐?”

 

 “보잘것없는 악마의 이름을 알아서 무엇하겠습니까? 그래도 원하신다면 알려드리죠. 전 피케르라고 하는 하찮은 악마입니다.”

 

 「피케르?」

 

 너스레를 떨고 있지만 그는 모니카의 기억 속에도 있는 유명한 악마다. 그는 이름보다 그 악명과 별명으로 더 유명했다.

 

 “기만의 악마.”

 

 “그렇게도 불리지요.”

 

 끔찍한 계략과 기만으로 세상을 몇 번이나 뒤집었던 악마다. 성직자 사이에서도 절대 접촉하면 안 되는 악마로 손꼽힌다.

 

 “네가 에디아 사제님을 타락시켰구나.”

 

 “오해입니다. 저는 단지 그녀가 원하는 일을 들어주었을 뿐입니다. 꼭 제가 아니라도 언젠가 이런 일을 할 운명이었습니다.”

 

 “거짓말!”

 

 참담한 미래 때문에 아무리 힘든 에디아라지만 이런 악마의 유혹이 없었더라면 이런 미친 짓을 할 리가 없었다. 언젠가 괴로움과 걱정을 떨쳐내고 더 신실한 모습으로 신탁을 수행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의 빈틈을 노리고 들어온 이 악마 때문에 모든 것이 뒤바꿨다.

 

 “흠~ 이상한 일이군요. 아까부터 계속 힘을 보내고 있는데 전혀 흔들리지 않으시네요. 정신력이 뛰어나신 건가요? 아니면 그 망할 성서 덕분인가요?”

 

 사실 피케르가 이렇게 말을 걸면서 시간을 끄는 건 천유강을 농락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특유의 파장을 이용해서 정신을 희미하게 만들고 말로 구슬려서 타락시키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천유강이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에디아 같은 고위 사제들도 기만했던 그다. 모두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

 

 피케르도 모니카의 안에 두 명의 정신이 있다는 건 알아차리지 못했다.

 

 “흠~ 내 취향은 아니지만 물리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는 없겠군요.”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토스카를 둘러쌓던 마물들이 천유강 쪽으로 향했다. 마물에게 천유강을 맡기고 그 자신은 토스카에게 걸어갔다. 토스카를 헬 게이트로 만들기 위함이다.

 

 “스트랭스! 헤이스트! 블레스!”

 

 걸 수 있는 모든 버프 마법을 자신에게 건 천유강이 철퇴가 된 성서를 단단히 쥐었다.

 

 “키키킥! 야들야들해 보이는군.”

 

 어리어리한 몸의 사제가 책을 움켜쥐고 있자 마물들이 웃으면서 다가왔다. 아무리 촉망받는 성녀라고 하지만 자신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으니 도망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천유강이 성서를 휘두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붕!

 

 “캑!”

 

 어마어마한 성력이 충격과 함께 쏟아져 왔다. 설마 성서를 휘두를 거로 생각하지 못한 마물들이 다가오다가 큰 데미지를 받고 뒤로 물러서야 했다.

 

 이곳에 모인 마물들은 여기까지 오면서 상대한 마물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500 공격력의 성서를 정통으로 맞고도 죽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공격력이 높은 무기이지만 애초에 휘두르는 무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성서다. 아무리 꼼꼼하게 제작했어도 무게 균형이 엉망이라 휘두르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이게!”

 

 허를 찔린 마물들이 긴 손톱을 빼내서 거칠게 공격했다. 아무리 버프를 두르고 있어도 육체적인 능력에서는 상대가 안 된다. 천유강의 무술이 없었더라면 이미 쓰러졌을 거다.

 

 “샤이닝 폴!”

 

 무술만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다. 신성 마법을 적절히 배합하니 마물들이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여기서는 오라 레이가 좋아요.」

 

 모니카도 의식 안에서 최대한 천유강을 도왔다. 원래 직접 싸우는 사람보다 뒤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법이다. 적절한 조언을 곁들이니 천유강의 부담도 한층 덜어졌다.

 

 쾅!!

 

 다시 성서에 맞은 마물이 멀리 날아가니 피케르도 인상을 썼다.

 

 “멍청이들! 인간 여자 하나 정리 못하고 뭐 하는 거야?”

 

 토스카를 헬 게이트로 만드는 건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일이다. 안정된 상태에서 해도 위태로운 일인데, 시끄러운 전투가 진행되는 곳에서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내가 나서지 않으면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나.”

 

 피케르는 투덜거리며 소매에서 기다란 막대를 소환했다. 막대가 허공에서 한 바퀴 빙글 돌더니 커다란 낫으로 변신했다.

 

 피케르는 육체적인 능력보다는 지략으로 더 유명한 악마지만 마계에서 유명세를 떨칠 정도의 고위 악마가 전투에 약할 리가 없다. 단지, 그의 말처럼 땀 흘리며 싸우는 건 그의 취향이 아닐 뿐이다.

 

 “좋습니다, 모니카 양. 원한다면 놀아드리지요.”

 

 여전히 여유 있는 그의 면상에 천유강이 오라 피스트를 날렸다.

 

 한편, 완전히 제압되어 있는 토스카는 의식은 있지만 꼼짝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마계에서도 대악마를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신했건만 기습에 당해서 이런 굴욕을 맛봐야 했다.

 

 ‘지상에 너무 오래 있었군.’

 

 무려 10년 동안이나 마계에 돌아가지 않았다. 겉으로 표시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의 마력은 이미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는 힘을 숭상하는 악마다. 계략과 기습도 그 힘의 일부다. 그 어떤 비열한 계책이라도 마계에서는 당하는 쪽이 바보라고 생각된다.

 

 그 어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모니카라는 성녀가 이상한 전투 방식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피케르도 약한 녀석은 아니다. 곧 정리되고 자신은 놈의 계획의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될 거다.

 

 그때 늙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꼴이 말이 아니군, 토스카.”

 

 잘 알고 있는 목소리다. 지상 최고의 성기사라고 불리는 사내다. 비록 인간이지만 자신도 그의 강함을 인정하고 있다.

 

 “드미트리.”

 

 모니카의 직속상관인 드미트리 신부가 수많은 악마들을 뚫고 토스카가 잡힌 이곳까지 온 거다.

 

 “큭큭큭! 이거 걸작이군. 피케르 놈,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가장 중요한 너를 놓친 건가?”

 

 여기 온 성직자들을 다 합쳐도 드미트리보다 무섭지 않다. 만약 자신이었으면 가장 먼저 그를 어떻게든 떨어트려 놓았을 거다.

 

 “잘 됐군. 피케르 녀석에게 당하는 것보다 네 손에 죽는 게 덜 쪽팔리겠지.”

 

 토스카는 드미트리가 자신을 죽이려고 온 거라 생각했다. 헬 게이트의 핵인 자신이 죽으면 피케르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모니카와 다른 성직자들을 싸움을 틈타 자신에게 온 것도 최고의 선택이다.

 

 피케르는 모니카를 상대하느라 이쪽은 전혀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후임을 잘 가르쳤군. 저 정도면 다음 성검으로 손색이 없겠어.”

 

 우스꽝스러운 무기를 들고 있지만 모니카는 굉장한 솜씨로 피케르와 맞서 싸우고 있었다. 저 정도면 자신과 싸워도 밀리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니카의 솜씨에 놀란 건 그만이 아니다.

 

 “글쎄, 나도 듣던 거와 달라서 놀라고 있는 중이야. 저런 이야기는 없었는데.”

 

 요즘 교단의 전투 교관이 누군지 잡아다 묻고 싶은 심정이다.

 

 “쓸데없는 이야기 그만하고 날 조롱할 것이 아니라면 어서 죽여라.”

 

 그 말에 싸우고 있는 모니카를 잠시 바라보던 드미트리는 속으로 계산을 했다. 저 정도면 시간은 충분히 벌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드미트리를 죽이는 대신에 대화를 건넸다.

 

 “사실은 자네를 도와주러 왔네.”

 

 “뭐?”

 

 자신을 도우러 왔다는 말에 토스카는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불같이 화를 냈다.

 

 “저 멍청한 사제에게 바보 병이 옮기라도 한 건가? 나는 악마다. 저 피케르가 오지 않았으면 이 세계는 내 손으로 멸망했을 거야!!”

 

 피케르에게 당했을 때도 분노하지 않았던 토스카다. 그런데 드미트리의 말에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드미트리는 태연하게 말을 했다.

 

 “모니카 사제에게 들었네. 인간의 이타심을 이해하면 주민들을 다 죽이고 떠나겠다고 했지?”

 

 “큭큭! 놀라운 일은 아니지. 이곳의 생활 자체가 모두 거짓이다. 그동안 한 수고에 대한 상으로는 살육이 최고지.”

 

 토스카는 누가 뭐래도 악마 중의 악마다. 사람들을 도륙한다는 상상만으로도 쾌감이 올라왔다. 그 즐거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역시나 드미트리였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는가? 자네의 힘의 원천은 불가해(不可解)다. 이해하지 못한 것이 바로 앞에 있으면 힘이 넘쳐흘러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인가? 서열도 낮은 피케르한테 엉망으로 당했지 않는가?”

 

 그 말에 토스카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난 조롱할 생각이면 차라리 죽이라고 했을 텐데?”

 

 “이상하지 않는가? 힘이 넘쳐야 하는 자네인데 전에 없을 만큼 무력하지 않는가? 혹여······ 이타심을 이해한 것이 아닌가?”

 

 드미트리의 말에 토스카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절대! 이해가 되었으면 당장 마계로 돌아갔을 거다. 내가 뭐 하러 풀린 불가해를 붙잡고 있다는 말이냐?”

 

 “모르지. 갑자기 인간을 죽이는 게 싫어졌을지도.”

 

 “웃기는 소리하지 마라. 전에 저 여자가 왔을 때 약조했었다. 날 이해하면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떠나겠다고. 만약, 내가 죽이는 것이 싫어졌다면 그때 떠났겠지.”

 

 여전히 토스카의 목소리는 높았지만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갑자기 그때 했던 모니카의 말이 떠올랐다.

 

 [제 감정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그런 그들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입니다.]

 

 확실히 그때를 기점으로 자신의 힘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만약 그때의 일이 없었더라면 피케르에게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지 않았을 거다.

 

 토스카가 혼란스러워할 때, 드미트리가 쐐기를 박았다.

 

 “흠~ 그런 일이 있었는가? 그렇다면 답은 하나지.”

 

 드미트리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토스카를 쳐다봤다.

 

 “인간계를 떠나기 싫었던 거지.”

 

 “웃기지 마! 내가 왜 더러운 인간계를 떠나기 싫다는 것이냐?”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그건 네가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말에 토스카는 황당한 눈으로 드미트리를 쳐다봤다.

 

 “내가······, 인간을 사랑한다고?”

 

 “그래.”

 

 “나는 악마다. 파괴를 통해 공허를 추구하는 악마란 말이야. 인간을 포함한 그 무엇을 사랑하는 것도 불가능해!”

 

 “그래. 불가능한 일이지.”

 

 “인간 따위는 절대, 절대로······.”

 

 그때였다. 토스카의 옷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졌다.

 

 “이건······.”

 

 그건 전에 꼬마가 주었던 종이학이다. 더러운 종이쪼가리였는데 버리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드미트리가 종이학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며 말했다.

 

 “사실 너는 예전부터 인간의 이타심을 조금씩 이해해가고 있었어. 그러다가 조금씩 두려워졌지. 네가 이해했다고 인정하면 의무감으로 인간을 죽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불가능해.”

 

 “다음은 모니카 사제의 역할이 컸지. 그녀의 말에 마지막 남아있는 모든 의문이 풀렸을 거야. 그런데 왜 자네가 떠나지 않았느냐고? 그거야 간단하지. 떠나기 싫었으니까.”

 

 “······불가능하다.”

 

 “다시 네게 새로운 불가해를 주겠다. 그건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악마가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이 악마를 사랑하게 만드는 놀라운 것이지. 봐라!”

 

 드미트리는 속박된 토스카의 몸을 일으켜 창밖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영주님을 구하자!”

 

 “절대 영주님에게 손 댈 수 없어!”

 

 밖에는 몰려든 마을 주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영주성이 공격 받는다는 말을 듣자마자 자발적으로 나서서 토스카를 구하려 한 것이다.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늙은이들과 여자들까지 있었다. 싸울 수 있는 자들은 모두 몰려온 것 같았다.

 

 그들이 가진 무기라고 해봤자 쟁기 같은 농기구가 전부다. 그런 허접한 무기를 들고 마물들과 맞서 싸우려고 하는 것이다.

 

 “어때, 어리석지? 저게 인간이다. 저게 사랑이라는 감정이지. 그리고 그건 네 가슴 속에도 싹을 피웠지.”

 

 드미트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토스카는 자신의 가슴에서 어떤 열기가 불꽃처럼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건 악마인 자기는 가질 수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환희였다.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이번에는 이해한 다음의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아도 좋아. 사랑이라는 감정은 너무 복잡해서 현명한 사람들도 이해하려면 평생이 걸린다.”

 

 새로운 불가해를 얻은 토스카의 몸에 다시 힘을 돌아오기 시작했다. 근육이 커지는 것만으로도 속박한 장치들이 터져나갈 정도의 엄청난 힘이었다. 단언컨대 이 정도로 난해한 불가해를 얻어 본 적이 없다.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드미트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너 같이 더러운 악마는 수천만 년이 지나도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이다. 그러니 마음껏 이용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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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별을 품은 소녀 (6) 2018 / 1 / 15 315 0 8802   
108 별을 품은 소녀 (5) 2018 / 1 / 15 365 0 9378   
107 별을 품은 소녀 (4) 2018 / 1 / 15 296 0 5962   
106 별을 품은 소녀 (3) 2018 / 1 / 15 274 0 7949   
105 별을 품은 소녀 (2) 2018 / 1 / 15 313 0 5976   
104 별을 품은 소녀 (1) 2018 / 1 / 15 302 0 7390   
103 마주치다 (5) 2018 / 1 / 10 284 0 6096   
102 마주치다 (4) 2018 / 1 / 9 281 0 8532   
101 마주치다 (3) 2018 / 1 / 7 277 0 9614   
100 마주치다 (2) 2018 / 1 / 6 281 0 8728   
99 마주치다 (1) 2018 / 1 / 2 278 0 9420   
98 바다 이야기 (7) 2018 / 1 / 2 278 0 7781   
97 바다 이야기 (6) 2017 / 12 / 31 289 0 7725   
96 바다 이야기 (5) 2017 / 12 / 30 312 0 5588   
95 바다 이야기 (4) 2017 / 12 / 28 287 0 6851   
94 바다 이야기 (3) 2017 / 12 / 26 296 0 6738   
93 바다 이야기 (2) 2017 / 12 / 25 262 0 6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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