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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내 옆에서 함께 걸어가줘(3)
작성일 : 17-10-18 12:42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7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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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널 어쩌면 좋으니….”

 

 단아가 애잔한 눈으로 제 후배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력을 형상화 해 선으로 긋는 단계까진 빠르게 배웠지만 실질적인 마법의 구사 부문에서 빈은 취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인을 그리는 거야 멀쩡하게 잘 해내지만 막상 발현되는 마법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허접함이란 소리다.

 

 “왜. 딱 저런 놈이 하나 있잖아.”

 

 가방을 챙겨들며 은랑이 대꾸했다. 오후에 수업이 있어 이젠 가봐야 할 시간이었고, 신참 미드워커의 교육은 할 일 없이 소리나 지르며 찡찡거리기만 하던 여왕에게로 양도된 것이다. 단아는 짜게 식은 눈으로 머쓱하게 뒷목만 긁적이는 빈을 보다 주변을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빈의 곁에 엉덩이를 붙이는 새하얀 털뭉치를 뻥 차버렸다. 흰둥아! 빈이 깜짝 놀라 손을 뻗으며 외쳤고 하얀 짐승은 데굴데굴 굴러가다 책장에 콩, 하고 부딪혔다.

 

 “누나. 애완동물 학대에요!”

 “저게 무슨 애완동물이야? 그냥 괴물새끼지.”

 “불쌍한 우리 흰둥이….”

 “언제는 백구라고 하지 않았어?”

 “그때그때 이름이 바뀌던걸? 저번엔 해피라고 하더라.”

 “얼씨구. 무섭다고 엉엉 울어댄 게 언제였더라.”

 

 두 여자가 뭐라 하던 빈은 낑낑거리는 흰둥이를 안아들었다.

 

 “뭐, 사람은 누구나 적응하기 마련이잖아요….”

 

 완전히 애완동물을 기르는 주인이 다 됐다. 빈의 말에 단아는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

 

 “그럼 제발 마법에 적응 좀 해 봐. 이러다가 너 순살당한다? 너 같은 쪼렙은 괴물 스매시 한방에 실피된다고. 뒤에서 힐해줄 프리스트는 없으니까 좀 살아보려고 발악하란 말이야.”

 “…누나. 전부터 생각했는데 게임 겁나 좋아하시나 봐요.”

 

 “찡찡거리는 게 두 사람이라니. 난 여기를 벗어나야겠어.”

 

 은랑은 그렇게 중얼거리곤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렸다. “잘 가.” “누나 잘 가요!” 둘이서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꼬박꼬박 인사는 날려주는게 퍽이나 고마웠다.

 

 빈은 은랑이 간 후 혼자서 인을 그려 마법을 연습해대기 시작했다. 은랑과는 다르게 단아는 그저 가만히 그가 하는 양을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마스터해야 할 네 가지를 꼽는다면 당연 칼날, 화살, 방패, 그리고 광휘의 인이다.

 

 광휘의 인은 더디지만 이제 형체를 잡아가고 있었고 방패와 칼날도 흔들리지만 조금만 노력한다면 완성될 것 같았다. 문제는 화살마법이다. 빈은 화살마법에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이나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단아가 “그만하자.”라고 말했고 빈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는 딱 그거야”

 “뭐요?”

 “화살마법의 선천적 고자.”

 “아, 뭐에요! 말을 해도 고자라니! 내가 고자라니! 그것도 선. 척. 적 고자라니!”

 

 단단히 빈정이 상해버린 빈이 ‘나 안 해! 못 해!’를 온 몸으로 표출하며 바닥에 엎어지면서 칭얼거렸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 그날 학교는 왜 가서 이런 포악한 선배를 만났는가. 죽도록 고생하고 구르는데 고자라는 소리나 듣고.

 

 “아냐. 들어 봐. 마법에도 상성이란 게 있어.”

 “없을 거 같은데….”

 “있어!”

 “들어나 볼게요.”

 “칼날과 화살, 방패. 가장 기본적인 마법이지. 일반적으로 미드워커들이 전투에 이용하는 패는 이 세 가지란 말이야. 자. 네가 병사라고 쳐. 전투에 나갈 건데 쓰라고 던져진 건 기다란 장검과 화살과 화살통, 그리고 한 손에 들 수 있는 방패야. 넌 뭘 고를 건데?”

 “어…. 전 일단 칼이요. 게임을 할 때도 항상 궁사보다는 검사를 택하거든요. 검은 자고로 남자의 로망이니까요!”

 “그리고?”

 “음. 칼을 들었으니 방패도 들어야 하겠죠? 방어도 해야 하니까.”

 “그거야.”

 “에?”

 

 단아는 손을 뻗어 허공에 대강 사람의 형상을 그려냈다.

 

 “검을 선택하면 한 손은 비어버리니까 방패를 들 수 있지. 그렇지만 만약 활을 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한 손엔 활을, 다른 한 손은 화살을 들어야하니 방패를 쥘 수 없게 된다는 거야. 이처럼 방패와 화살마법 간의 반발력은 아주 높은 수준이야. 또 생각해봐. 네가 궁사인데 보조물품을 챙긴다면 검이나 방패, 둘 중 어떤 게 더 필요하겠어?”

 “당연히…. 검이죠?”

 

 단아는 금빛 선으로 그려진 사람의 한쪽 손에 활을 쥐어주고, 허리춤엔 검을 그려 넣었다.

 

 “맞아. 그래서 칼날과 화살 마법은 반발력이 낮은 수준이야. 그래서 두 가지 마법엔 서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이 총체적인 현상을 ‘양손의 법칙’이라고 불러.”

 “그게 제가 화살마법을 쓰지 못하는 이유란 거예요? 누나들은 두 가지 다 사용할 수 있잖아요.”

 “기본적 틀이 그렇단 이야기야. 내 짐작이 맞는다면 넌 방패마법 쪽에 특화되어 있는 거 같아.”

 “음. 그렇지만 그렇게 방패마법이 썩 잘 되는 건 아닌 거 같은데요.”

 “처음은 누구나 그래.”

 

 단아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의문을 담은 빈이 눈을 깜박하는 순간 시야가 뒤집히고 마구 일그러지더니 책장들이 뭉게지고 천장이 부서져 내렸다. 모든 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으악!”

 

 빈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가 눈에 들어오는 새하얀 배경에 헛숨을 들이켰다. 새하얀 모래알이 바람에 파스스 흩어졌다. 믿을 수 없게도 그는 새하얀 모래사장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철썩! 설마, 하면서 고개를 들자 짙은 색의 파도가 넘실거리며 다가와 하얀 모래사장 위로 엎어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미친….”

 

 설마 또 순간이동인가. 분명이 제어하는 법을 제대로 배웠고, 자신은 순간이동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이리 저리 둘러봐도 단아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황망해져서 멍하게 서있는데 별안간 박수소리가 짝짝 들려왔다.

 

 그는 괴상한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하늘 위에 단아의 얼굴이 둥그렇게 떠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누나 거기서 뭐해요!” 그의 외침에 단아의 얼굴이 깔깔 웃음을 쏟아내더니 빙그르르 회전했다. 가히 엽기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어때?”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충격에 입을 쩍 벌리고 있다가 한 번 눈을 깜박인 순간 갈색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 빼곡하게 알록달록한 표지의 책들이 꽂힌 책. 발 아래로 보이는 보라색 카펫과 동그랗게 떠다니며 은은하게 빛을 내는 기이한 구체. 그가 있었던 겨울 도서관의 2층이었다.

 

 단아는 그 앞에 쪼그려 앉아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그건 뭐예요?”

 “환각마법. 상위마법 중에서도 까다로운 뻘짓이지. 하는 건 더럽게 많고 어려운데 실제론 아무것도 아니라니, 엄청난 뻘짓이지 않아? 난 환각마법과 상성이 맞는 편이야.”

 

 덧붙이자면 은랑은 원소계열 중에서도 얼음마법이 기막힐 정도로 뛰어났다. 어쩌다보니 실질적 전투에선 많이 사용하는 빈도가 낮지만 말이다. 게다가 용의 계약자인 옵션으로 정화 계열이 무식할 정도로 능력 수치가 높다. 하급 괴물인 ‘렘’들이 은랑의 주변에만 오면 터져나갈 정도니 말은 다 한 셈이다.

 

 ‘계약자의 성향이 얼음계열에 특화되어 있으니 용이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던 거겠지.’

 

 단아는 16살 겨울에 처음 마주했던 하얀 용을 떠올렸다. 그 날은 은랑이 졸지에 용과 계약을 맺게 된 날이었고 아무것도 모르던 은랑과 단아는 자신들이 왜 거기 있는 줄도 모르고 멍청하게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듀비에의 지하, 두 번째 세계의 가장 낮은 곳이자 가장 깨끗한 곳에서 용은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유리알같이 새파란 눈동자였다.

 

 용을 칭칭 감은 새하얀 사슬엔 냉기가 넘쳐 나와 살얼음이 끼여 있었다. 괴이하고, 두려우며, 또 성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중에야 알고 보니 그게 계약을 위한 단계였고 여왕이었던 단아는 그 자리에 계약의 증인으로 불려간 거였다.

 

 그에 반해 기사, 제윤의 마법 상성을 따진다면 아주 눈물겹게도 처참한 수준이었다. 그나마 보통 수준으로 쳐 줄 수 있는 게 화염계열 마법이다. 단아는 만약 제윤이 벨릭페스의 검을 얻지 못한 그냥 평범한 미드워커였다면 몇 번 마법을 시도하기도 전에 괴물에게 썰려버렸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었다.

 

 다만, 마력량은 단아보다도 뛰어났다. 다섯 친구들 전체에서도 가장 커다란 용량의 마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상성이란 게 뭔지, 누누이 단아와 은랑이 놀려왔듯 마법고자란 타이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 무식한 마력통 덕분에 겔샤르의 인을 펼칠 때 꽤나 도움이 되었다.

 

 아.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제윤인데, 평범한 미드워커라도 괴물을 마주하면 마법을 시도하기보단 주변의 쇠파이프를 들지도 모르겠다. 단아는 제윤이 신명나게 말레바를 쇠파이프로 후드려 패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낄낄 웃어 빈의 짜게 식은 눈길을 받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미드워커가 될 가능성이 있는 ‘예비 미드워커’다. 언젠가는 각성할 수도 있고 드물게는 여왕의 세례를 받게 될 지도 모른다. 타고난 특성처럼 각자마다 다 잘 되는 마법이 있기 마련이라는 거다. 물론 그걸 알아내는 과정이 어려울 뿐이다.

 

 “나도 환각마법이랑 상성이 좋지만 처음에는 잘 몰랐어. 그냥 남들이랑 비슷한 수준인 줄 알았거든. 한 단계를 넘어서는 순간 본질의 재능이란게 눈 뜨는 거야. 문이라는 게 두 겹이라서 첫 번째 문을 열고 두 번째 문에 도달하는 데 까진 동일한 환경이지만 그 두 번째 문 뒤의 길은 모두가 다른 거야”

 “설마 그것도 무슨 법칙이라고 부르나요?”

 “어. ‘두 문의 법칙’이라고 해. 멜리사 홀트(Melissa Hlot)라고, 개인적 특성과 마법 재능의 발현에 대해 겁나 책을 써댄 여자가 주장한 거야. 나름 인정받고 있는 가설이었는데 90년대에 미드워커 협회에서 법칙으로 승격시켰지.”

 

 그러니 빈은 방패마법을 주로 연습해야 할 것이다. 물론 당연히 제 앞가림은 해야 하니 칼날마법 연습도 틈틈이 하고 말이다. 화살의 인은 완전히 버리는 패로 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괜히 골고루 하자고 연습시켰다가 방패마법까지 흐지부지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

 

 “힘내. 훌륭한 탱커(게임에서 파티원을 대신해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주는 역할이나 직업군; 다시 말해 몸빵)가 되겠어.”

 

 뭐라구요? 단아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빈이 미심쩍은 눈으로 노려보자 그녀는 해사하게 웃으며 전혀 다른 말을 술술 불어댔다.

 

 “방패의 인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방어의 인을 가르쳐 줄게. 전투 보조형 상위계열 마법인데, 저번에 내가 날린 폭파마법도 막아낼 수 있는 짱짱 훌륭한 마법이지.”

 

 단순한 빈은 그 말에 솔깃했는지 금방 입이 귀에 걸렸다. 신이 난 그는 열심히 방패의 인을 허공에 그려대고 혼자서 전혀 필요 없는 ‘핫! 핫!’라는 기합소리를 넣고 있었다. 무슨 드래곤의 불길이라도 막아내는 줄 알겠다.

 

 ‘어쨌거나 동기 부여는 좋은 거겠지.’

 

 지이잉. 진동이 울렸다. 단아는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택배입니다. 부재중이셔서 경비실에 맡기고 갑니다.]

 

 뭐. 그럼 그렇지.

 

 다시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리려는데 지이잉, 하고 또다시 진동이 울렸다.

 

 [★룰룰마트 수요 특가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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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배추 (국산) 1개 1400→700원 ......]

 

 포기할 때도 되긴 했다. 차라리 자신이 은랑에게 했던 말처럼 이 도서관을 뒤져보는 게 훨씬 효율적인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막상 핸드폰을 테이블에 올려두자니 미련이 남아 그냥 그걸 손에 든 채로 갖은 동작을 펼치며 방패마법을 시도하는 빈을 바라보았다.

 

 “저건 대체 무슨 정신 나간 추태야.”

 

 흰둥이가 그녀의 곁에 다가와 앉아 대답이라도 하듯 ‘왕왕!’하고 짖었다. 아무리 개처럼 생겼다지만 진짜 개처럼 짖을 줄이야. 단아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얼씨구. 이젠 꼬리까지 흔들며 바닥을 탁탁 쳐대는 게 영락없는 개새끼였다.

 

 “이제 보니 빈이만 병신 같은 게 아니라 이것도 바보 아냐.”

 

 훌륭한 주인과 애완동물 콤비였다.

 

 지이잉.

 

 [ 국☆내※최◇고

  댄□싱☞클↘럽♬

  참♣가비공↗짜↗

  후♨끈↗후♨끈↗ ]

 

 “스팸 겁나 싫어 시발.”

 

 단아는 코트에 핸드폰을 쑥 쑤셔 넣고는 책장을 쭈욱 둘러보았다. 그야 말로 엄청난 노가다를 할 생각을 하니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아무래도 자신이 잘 손대지 않은 책장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구석진 곳의 책장으로 다가가 책 표지를 타타닥 손가락으로 훑었다. 각자의 필체로 멋대로 적힌 책 제목은 여러 가지 언어로 쓰여 져 있었지만 곧 자신이 알아볼 수 있는 한글로 바뀌었다.

 

 ㅡ싱난다! 나는야↗ 염탐의 고↘수↗

 ㅡ괴물 표본 채집 연구서

 ㅡ여성을 위한 피부관리마법

 ㅡ마누라도 홀딱 넘어가는 비법♨

 ㅡ1784년 일지

 ㅡ원소계열 마법의 이론과 실제에 대하여

 ㅡ용의 계약자와 용무기의 관계론

 ㅡ용의 흑백전쟁 회고록

 ㅡ기사 벨릭페스와 꿈꾸는 처녀 스텔라

 ㅡ꿈의 개입과 설정.

 ㅡ생존을 위한 구차하지만 제법 유용한 하찮은 마법 시리즈

 ㅡ환상마법의 왜곡에 입각한 정신분열의 사례 분석

 ㅡ마법. 사실 존나 간단하다.

 ㅡ덕질의 완성은 구현이라 하였다.

 

 개성 작렬이었다. 도대체가 스팸 문자와 다를 게 뭔지 모르겠다. 진지한 제목도 있지만 대게가 가볍기 그지없는 제목이었다. 도대체 왜 여기다 써서 나뒀는지 모를 책들도 있었다. 하긴. 미드워커란 게 정신이 안 나가는 게 이상한 집단이지. 단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법. 사실 존나 간단하다.]라는 다소 시크한 제목의 책을 집어 들어 첫 장을 펼쳤다.

 

 [나는 지금 징지(단아는 펜을 들어 진지라고 고쳐주었다.)하다. 마법은 사실 존나 간단하다. 왜냐하면 내가 겁나 천재이기 때뭉(때문으로 역시 고쳤다.)이다. 나는 졸랭 간단하게 상위 마법을 펼치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 위대한 마법사 랄리카 쿱타가 우매한 너희 미드워커들을 위해 지식을 나눠주고자 한다. 뒷장. 넘겨.]

 

 제법 호기심이 일어 페이지를 넘겼다. 백지다. 뭔가 싶어서 계속 페이지를 차르륵 넘기자 어느덧 마지막 장이다.

 

 [ㅎ.]

 

 자음 하나만 덩그러니 적힌 게 끝이다. 단아는 욕설을 내뱉으며 책을 집어던졌다. 도서관의 한 편에는 과거부터 미드워커들이 아무렇게나 던져져 쌓인 책들이 한 더미였다. 단아는 이번엔 [기사 벨릭페스와 꿈꾸는 처녀 스텔라]를 집어 들어 아무 장이나 펼쳤다.

 

 [“오 그대. 나의 피앙새. 그대 내가 떠나는 길을 잡지 말아주오”

  “벨릭페스님. 흑흑. 꼭 돌아와 주세요 흑흑….”

  “내 그대를 위해 검은 용의 심장을 뽑아 오리다. 용의 비늘로 그대에게 걸맞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지어주겠소. 그대를 향한 내 사랑! 내 마음! 느껴지시오?”

 

 벨릭페스가 스텔라의 손을 잡아 그의 가슴 위로 올리며 불타는 눈으로 말했다.

 

 “아아! 벨릭페스님!”

 “스텔라! 나의 어여쁜 별이여!” ]

 

 로맨스 소설이다. 은랑이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단아는 그 책을 슬그머니 옆구리에 꼈다. 도서관에서 사실 2층 첫 번째 책장이 아니고는 거의 다 이런 책들이 마구잡이로 끼여 있는 터라 정보를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단아는 무심코 [여성을 위한 피부관리마법]이라는 책을 펼쳐들었다.

 

 화장에 공을 들일 대학 새내기이다 보니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던 탓이다. 그냥 펼쳐들었는데 생각보다 눈길을 끄는 마법이 많아 금세 책에 푹 빠져들었다.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핫! 핫! 대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빈이 열심히 하고는 있는 모양이었다.

 

 지이잉. 한참 얼굴 수분관리 파트를 읽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에휴. 그냥 폰을 꺼두던가 해야지….”

 

 핸드폰 전원 버튼을 꾹 누르려던 손은 그대로 꿈적도 않고 멈췄고 미약하게 찌푸려졌던 이마는 순간 놀라움으로 커지는 눈으로 자연스럽게 펴졌다.

 

 “아….”

 

 반박자 늦게 숨을 들이켰다. 단아는 멍하게 도서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새하얀 눈이 언제나처럼 송이송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계속해서 들려오던 빈의 목소리도 거짓말처럼 뚝 하고 멎었다. 이내 와아! 하고 기쁨의 함성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단아의 몸통 안에서도 무엇인가들이 와아! 함성을 지르는 것 같이 피부가 찌르르 울렸다. 새하얀 수많은 함성이 울리는 것 같았다.

 

 “누나! 저 성공했어요!”

 

 [그래. 나도 보고 싶더라.]

 

 * * *

 

 [우리, 한 번 만나자]

 [그래. 나도 보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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