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8. 들개들 (3)
작성일 : 17-10-10 00:14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62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남자가 가장 먼저 뛰쳐나가고 그 뒤를 차일이 따랐다. 벙 쪄있던 둠이 마지막으로 뛰었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여자는 식인에게 붙잡힌 상태였다. 정체를 들켰다는 공포가 엄습한 건지 식인의 목덜미와 뺨이 검게 물들고 눈동자는 사념에 먹힌 듯 새까맸다. 눈이 반쯤 뒤집어진 그것은 짐승의 목울대에서 울리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여자를 벽으로 몰아붙인 채 목을 조르고 있었다. 이성이 날아간 증거였다. 만약 남아 있었다면 죽이지 않고 삼켰을 테니까.

 

  방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청년은 총을 두어발 연사했다. 그러나 탑의 사자들이 들고 있는 은빛 총이 아니었기에 그것은 검게 물든 식인을 제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거칠게 자극했을 뿐이다. 식인에게 꼼짝없이 잡힌 여자가 괴로운 듯이 발버둥 쳤다. 한계에 달한 듯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할 수 없이 남자는 성큼 식인에게 다가갔다. 계획대로라면 그대로 사로잡을 생각이었지만 저렇게 날뛴다면 그대로 보내버리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남자의 두 손에 검은 화염 같은 사념이 휩싸였다. 그대로 식인을 붙잡으려는 순간 남자는 하마터면 팔이 잘릴 뻔했다. 그 직후 총성과 함께 그가 고꾸라졌다. 옆구리에 닿은 딱딱한 무언가가 그를 걷어치우듯 밀어 찼다.

 

  “비켜.”

 

  뒤에서 들려온 낮은 목소리, 차일이었다. 식인의 몸이 천천히 기울어지고 있었다. 차일의 한손에 들린 장검이 여자를 찍어 누르던 두 팔을 잘라버리고 몸뚱이가 균형을 잃었다. 여자를 향해 쓰러지는 식인을 보며 여자의 잇사이로 끔찍한 비명이 터졌다.

 

  차일은 식인의 몸뚱이를 발로 차 밀어내며 왼팔을 뻗었다. 고막을 찢는 총성과 동시에 식인의 머리에 정확히 총탄이 박혔다. 총 세 발을 맞고서야 지하의 검은 공간이 펼쳐지며 지하의 문이 열렸다.

 

  상황 정리는 짧았다. 식인의 잘린 팔과, 흩어진 핏물, 튀어버린 신체 일부는 식인이 지하로 빨려간 뒤 어딘가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 남은 건 고통에 이를 문 남자의 신음이었다. 은빛 총탄은 남자의 어깨를 관통해 창가 옆에 박혔다.

 

  “너, 이 새끼......!”

 

  “아무 이상 없군. 죽을 정돈 아니지?”

 

  차일이 청년에게 쏜 것은 지하의 문을 여는 총이었다. 그가 지하에 빠질만한 인물이었다면 그 식인과 함께 지하에 잠겼을 것이다. 이렇게 관통되는 것이 아니라 어깨에 박혀서 산 것처럼 꿈틀거렸을 거라는 뜻이었다.

 

  차일은 매우 유감스럽다는 얼굴로 바닥에 팔을 집고 고통을 참는 청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다른 쪽의 팔을 억지로 잡아 비틀었다. 남자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이 모습을 지켜 본 둠을 가만히 혀를 찼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행동을 하는 걸 보니 저 청년이 어지간히 차일의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늘 점잔부터 빼는 양반이지만 실은 저 인간도 성격이 어지간하다.

 

  “아프다고!”

 

  차일의 손길에 청년이 신경질 적으로 소리쳤다. “고쳐주려는 사람에게 할 말인가?”

 

  “네가 쐈잖아! 금붕어냐?”

 

  차일은 묵묵히 남자의 팔을 조금 더 비틀었고 남자는 비명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차일은 피범벅이 된 남자의 어깨에 손바닥을 댔다.

 

  그것은 이상한 경험이었다. 차일의 손이 떨어나가는 순간 찌르듯이 아파오던 고통이 누군가 훔쳐가기라도 한 듯 사라졌다. 그럼 아프지 않냐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고통은 줄었지만 분명 고통은 남았다. 하지만 온 정신을 괴롭히는 고통 같은 것이 아니었다.

 

  청년은 반대쪽 손을 들어 어깨를 더듬었다. 관통돼서 파헤쳐진 상처가 아닌 보통의 맨들맨들한 살결이 만져졌다. 대신 상처가 있던 부위를 더듬을 때마다 날카로운 칼이 피부 속에 남은 듯 찌르는 듯한 따끔함이 느껴졌다. 마치 몸이 고통을 기억하는 듯이. 고통을 겪은 팔도 아직까지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상처는 없었다. 차일이 말한 상처를 지운다는 게 이런 뜻인 모양이다. 몸이 고통을 기억하지 않았다면 시간이라도 돌린 줄 알았을 것이다.

 

  “대체 어느 시대 물건이냐, 그건?”

 

  벌떡 일어난 청년이 차일의 장검을 보고 한 말이었다. 본적도 없고, 사용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해 본 물건이다. 유용했던 건 둘째 치고 말이다.

 

  “여기서 시대 따위가 의미가 있나.”

 

  살았던 시절을 들춰서 무엇하랴. 당황한 나머지 찔러본 말인 듯 청년은 어깨를 으쓱였다. 하기야 여기 오기 전까지 자신도 총이란 걸 쏘게 될지 몰랐으니.

 

  “볼 일 다 봤으면 꺼져.”

 

  차일이 말한 검증도 끝냈겠다. 청년은 꼴도 보기 싫다는 얼굴로 손을 휘저었다. 팔을 움직이니 상처가 지워진 어깨가 욱신거렸다. 그때였다.

 

  “이-난-! 이 개새끼야아-!”

 

  아래에서 지금에야 정신을 차린 나머지 식인 하나가 빽 소리 질렀다.

 

  “아, 그냥 여기서 없애버릴까.”

 

  이난이라 불린 청년은, 지겹다는 얼굴로 창가로 다가갔다. 식인은 뭐가 그리 분한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폭언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동료처럼 폭주하진 않는 모양이었다. 그 자는 안간힘을 다해 손발을 묶은 사념을 풀어내려했지만 원래부터 힘이 약했던 건지 이난이 대충 둘러놓은 사념에도 꼼짝 못했다.

 

  일이 이상하게 꼬이지 않았다면 저 녀석이 깨어나기도 전에 끝날 일이었는데, 쓸데없이 귀찮아졌다. 그리고 마치 그 생각을 읽어 들이기라도 한 듯 차일이 대꾸했다.

 

  “그럼 끝내주지.”

 

  차일은 아주 자연스럽게 동작으로 나머지 식인을 쐈다. 생각지도 못한 방심이었다.

 

  “이게 무슨.......”

 

  속박한 사념 하나도 풀지 못했던 그는 총탄 하나에 지하로 떨어졌다. 이난은 왈칵 얼굴을 구겼다가 이내 기가 차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분명 내가 처리하겠다고 했던 거 같은데?”

 

  “어차피 지하로 떨어뜨릴 것 아닌가.”

 

  “그럼 나한테 총은 왜 쐈냐. 진짜 금붕어 대가리냐?”

 

  “별개의 문제다. 우린 네 놈이 어떤 놈인지 알아 볼 필요가 있었어.”

 

  그러니까 총 맞춰서 확인해봤고, 상처 지워줬고, 식인 놈들도 다 데려가겠다는 거다. 거기에 이난의 주장이라곤 없었다. 아주 살판 난 듯 날뛰고 있는 모양새였다.

 

  “이거 완전 생양아치네.”

 

  “흥.”

 

  차일은 코웃음 치며 이난을 흘겼다. 누구도 아닌 너 따위가 그딴 말을 할 재주가 되는지 순전히 비웃는 태도였다. 고스란히 전해진 의미에 이난의 얼굴이 험상궂게 굳어졌다.

 

  두 사람의 키는 얼추 비슷했다. 차일은 두 손에 들린 두 무기를 없애고 주머니에 손을 찔렀다. 그리고 이난을 똑바로 바라봤다.

 

  “탑의 사자가 내리는 심판이 가장 안전하다는 걸 기억이나 해 둬라.”

 

  “공정하다는 소리도 아니고, 안전?”

 

  “사람이 글러먹지 않게 도와주고 있잖나. 특히 너같이 어딘가 엇나간 놈은.”

 

  “그래서 사람을 처벌하는 게 탑에서 온 놈들의 권한이라 여겨라, 이 소린가?”

 

  “그건 아니지만, 주변에 탑의 사자가 있다면 기꺼이 손을 빌려라. 언제나 친절하고 빠르게 해결해주지.”

 

  그건 전혀 친절한 태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탑의 사자들에게는 탑의 의지를 품은 총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이난은 짜증스레 머리를 넘겼다. 욕지기가 목 끝까지 차올랐다.

 

  “진짜 거지같네.”

 

  “꼬우면 탑으로 오던가.”

 

  “엿 먹어.”

 

  참 한결같은 청년이다. 차일은 피식 웃어주고는 새를 불렀다. 창밖으로 몸을 부풀린 흰 전령이 나타났고, 차일은 창밖을 넘어 새의 등으로 떨어졌다. 이어 얼떨떨한 얼굴로 얼빠져 있던 둠도 이어 같은 동작으로 떠났다.

 

  인사는 없었다. 애초에 인사를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도 아니다.

 

  “거 참 모르겠네.”

 

  발아래 도시의 건물이 작아질 쯤 되어서야 둠이 한숨처럼 말했다.

 

  “대체 무슨 심보야?”

 

  그답지 않게 유치하게 말싸움이나 하질 않나, 비꼬고 비웃지 않나. 그간 보아온 차일과는 영 딴 모습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이난의 싸가지가 상당하다는 건 그도 이미 깨달은 사실이다. 하지만 차일의 행동은 그보다 복잡했다.

 

  “친절인지 불친절인지 모르겠네.”

 

  그래놓고 꼬우면 탑으로 오란다. 그러니까, 저 이난이라는 녀석더러 탑의 사자가 되라는 소리다. 또 다시 마주치면 물어뜯고 싸우지나 않으면 다행인데.

 

  “탑으로 오라는 건 또 뭐야?”

 

  “저런 능력을 엉뚱한데 쓸 바엔 해가 없는 편이 낫지.”

 

  “탑의 사자도 착실하게 걸러지는 거 몰라서 하는 소린 아니지? 참나.......”

 

  열은 잔뜩 받은 주제에 그 와중에 합리적인 판단이라니. 태도는 모났지만 탑의 사자도 아님에도 타고난 능력은 높이 산다고? 참 이상한 곳에서 침착한 양반이다.

 

  “그 녀석이 바로 새라새의 주인이라는 건 말해줬던가?”

 

  둠도 처음엔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식인이 악에 받쳐 지르는 이름을 듣고 서야 비로소 그가 누구인지 알았다. 그럼 그렇지. 그 능력에, 그 성질머리에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게 오히려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을 것이다.

 

  “그런가.”

 

  둠의 이야기에 차일은 무덤덤했다. 그 역시 이난이 그런 자리 하나쯤은 꿰찼을 녀석일 거라고 예상한 바였다.

 

  “그나저나.”

 

  다만 한때 조용했던 주인이 그런 놈으로 바뀌었으니 이제 새라새는 탑이 요주의해야 할 곳으로 바뀐 셈이다. 이난을 떠올리자 차일은 그의 앞에서 꽉꽉 눌러놨던 감정이 솟구치는 기분을 느꼈다. 참 간만에 느끼는 짜증이었다.

 

  “요즘 애들은 정말 버릇이 없군.”

 

  둠이 보기에 차일이 할 말은 아니었다. 그는 혀를 차며 투덜댔다.

 

  “젊은 것들은 항상 막나간단 말이야.”

 

 

 

 

 

 

 -----------------------------------------------

 1. 12시 넘었다.... :D하하

 청년이 저 놈인 건 다들 알고 계셨죠?

 

 2. 연휴가... 끝이 났군요.

 대신 연휴 때 못했던 일들이 폭풍처럼 몰아닥치겠네요-_-; ㅎㅎㅎ

 힘냅시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8 11. 두 걸음 (3) 2018 / 1 / 5 267 0 4293   
57 11. 두 걸음 (2) 2018 / 1 / 5 275 0 4488   
56 11. 두 걸음 (1) 2018 / 1 / 3 274 0 6480   
55 10. 길 잃은 밤 (3) 2017 / 12 / 28 301 0 5799   
54 10. 길 잃은 밤 (2) 2017 / 12 / 18 257 0 4999   
53 10. 길 잃은 밤 (1) 2017 / 12 / 13 238 0 5634   
52 9. 비취 성의 군주들 (5) 2017 / 11 / 27 279 0 4580   
51 9. 비취 성의 군주들 (4) 2017 / 11 / 18 270 0 6611   
50 9. 비취 성의 군주들 (3) 2017 / 11 / 12 262 0 4345   
49 9. 비취 성의 군주들 (2) 2017 / 11 / 12 284 0 5069   
48 9. 비취 성의 군주들 (1) 2017 / 11 / 5 259 0 4259   
47 8. 들개들 (9) 2017 / 10 / 30 285 0 5817   
46 8. 들개들 (8) 2017 / 10 / 29 267 0 6392   
45 8. 들개들 (7) 2017 / 10 / 25 264 0 5763   
44 8. 들개들 (6) 2017 / 10 / 22 261 0 4912   
43 8. 들개들 (5) 2017 / 10 / 20 269 0 4197   
42 8. 듣개들 (4) 2017 / 10 / 15 270 0 5535   
41 8. 들개들 (3) 2017 / 10 / 10 263 0 4624   
40 8. 들개들 (2) 2017 / 10 / 7 253 0 3745   
39 8. 들개들 (1) 2017 / 10 / 5 276 0 4095   
38 7. 초대받지 않은 초대 (4) 2017 / 9 / 30 278 0 5863   
37 7. 초대받지 않은 초대 (3) 2017 / 9 / 26 270 0 4842   
36 7. 초대받지 않은 초대 (2) 2017 / 9 / 21 281 0 5467   
35 7. 초대받지 않은 초대 (1) 2017 / 9 / 17 276 0 4896   
34 6. 꼭두각시 (12) 2017 / 9 / 14 247 0 5410   
33 6. 꼭두각시 (11) 2017 / 9 / 12 277 0 3883   
32 6. 꼭두각시 (10) 2017 / 9 / 10 293 0 3438   
31 6. 꼭두각시 (9) 2017 / 9 / 9 276 0 4971   
30 6. 꼭두각시 (8) 2017 / 9 / 7 258 0 4273   
29 6. 꼭두각시 (7) 2017 / 9 / 6 261 0 5309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