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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8. 들개들 (2)
작성일 : 17-10-07 21:52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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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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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무슨 짓이야?”

  건너편의 청년이 다시 말했다. 놀랐다기보다는 짜증이 베인 목소리였다.

  “탑의 사자인가?”

  “그러는 댁들이 바로 탑의 사자시냐?”

  차일의 물음에 청년은 조롱하듯 짧게 웃었다.

  “우린 식인(食人)이 있다고 해서 온 것이다.”

  “그래서?”

  “네가 방금 날려버린 저 녀석이 그 놈이고.”

  “아하. 그럼 이제 퇴근이나 하지 그래. 내가 잡았으니까.”

  비웃는 말투였다. 더욱이 그들이 탑의 사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더욱 삐딱하게 구는 듯했다. 청년의 대꾸에 차일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꼴사납게 기절한 식인의 사지는 이미 사념으로 묶여있었다. 청년의 힘이었다. 그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저건 내가 처리할 거야.”

  “네 녀석이 한 패인지 아닌지 확인이 안 되는데.”

  “댁은 동료를 창밖으로 던지나?”

  “꼴 뵈기 싫으면.”

  “살벌하시네.”

  청년은 차일과의 대화에 금세 흥미를 잃고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 높이가 어느 정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념을 발에 실어 가볍게 착지했다.

  이어 차일이 창밖을 넘어 뛰어내리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둠도 따라 뛰었다.

  청년은 기절한 녀석을 살펴보는 듯 하다가 하늘을 돌아보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하늘을 맴돌던 전령이 한 마리 다가오더니 사람이 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몸을 부풀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둠이 헛웃음을 흘렸다.

  “정말 탑의 사자가 아니라고? 탑에서 지낸 적도 없어?”

  “그게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도 몰라.”

  “이거 위험한 놈이네.”

  신체에 사념을 실어 사용하는 것도 능숙하고, 탑 밖의 사람들에게 시큰둥한 전령들도 곧잘 따른다라. 둠은 심상치 않은 기색으로 차일에게 눈짓했다. 저 청년의 정체가 어떻든 저런 능력들은 탑의 사자 입장에서는 막연히 골치 아파진다.

  “칭찬이냐?”

  그가 처음으로 웃었다. 어딘가 삐뚤어진 구석이 있는 웃음이었다.

  그럼에도 그 작은 변화는 청년의 인상을 바꿨다. 조금 더 부드러워졌고 날카로움이 사라졌다. 저런 양아치 같은 작태가 아니었다면 누구에게나 인기를 얻었을 법했다. 둠은 못마땅한 얼굴로 혀를 쯧쯧 찼다.

  “서로상간 대가리에 피는 다 말랐을 텐데 말버릇이 그게 뭐냐?”

  “그거 설마, 서로 얼굴 한 번 보기도 전에 총이나 갈기고 사과도 없는 작자한테 깍듯하게 예의나 차리라는 소린 아니겠지?”

  “그건, 인마. 너한테 쏜 게 아니잖아.”

  “그럼 이제부터 내가 허공에 주먹질을 좀 할 건데, 딱히 당신을 때리려고 하는 건 아니야. 알겠지?”

  “허허허허. 얘 봐라.”

  둠은 기가차서 웃었다. 사실 마땅히 맞받아칠 말이 증발해서 그렇기도 했다. 청년는 그런 그를 훑어보다가 차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천천히 올라왔다.

  “할 말 있어?”

  “저 자를 데려가서 무엇을 할 셈이지.”

  한껏 시비조로 굴었지만 차일은 말뚝처럼 묵묵히 본론을 꺼냈다.

  “알아서 뭐하게.”

  “한 패가 아니라면 응징이라도 할 셈인가.”

  “그러면 안 된다고 훈계라도 놓으려고?”

  “이따위 작자들로 인해 지하에 나가떨어질 짓거리 하는 건 네 손해다.”

  “아, 글쎄?”

  이난은 차갑게 웃었다.

  “남을 혼내는 건 탑의 사자들의 권한이라 이거야?”

  “물론 아니지. 단지 네 놈이 같은 부류는 아닌지 의심이 돼서 하는 말이다. 정의를 추구한다며 응징하는 자들의 방식은 그다지 곱지 않아서.”

  “아아, 이거 억울한데. 나만큼 자비로운 처사도 없는데 말이야. 사람 잡아먹는 돼지 새끼랑 같은 취급이나 하고.”

  “의사소통할 줄 아는 인간들은 전부 믿을 게 못돼서.”

  “부정하고 싶지 않은 말인데, 거기에 내가 끼어있으니 세상이 다 원통해지는데.”

  “이런 일에 끼지 않으면 그럴 일도 없다.”

  청년을 대하는 차일의 태도는 지극히 메말랐다. 청년은 그런 차일을 뭐하는 놈인가 하고 훑어봤다. 감정은커녕 쩍쩍 갈라진 가뭄 같은 태도를 보아하니, 말 섞는 게 아까울 정도로 재미없는 녀석인가 싶다. 차일은 지루한 회의를 이어가 듯 단조롭게 제안했다.

  “귀찮게 굴고 싶지 않으니 한 가지만 해라.”

  “뭘?”

  물음과 동시에 차일의 손에는 은빛 총이 들려있었다.

  “한 대만 맞아.”

  그와 동시에 서로는 서로를 겨눴다. 차일이 청년을 겨누는 그 짧은 시간, 청년의 손에 순식간에 쥐어진 검은 총구가 차일을 향했다. 순발력도 순발력이지만 줄곧 경계하고 있던 주제에 저따위로 도발이나 하고 있었다니.

  “아, 나 참.”

  이 광경에 가장 기막혀 한 건 멀뚱히 지켜보던 둠이었다. 그는 자기 손에 쥐어 쥔 총을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청년을 겨누고는 차일을 향해 외쳤다.

  “이봐, 진심이야?”

  “순순히 탑에 끌려갈 거 같지 않으니까.”

  물론 수상한 놈이니 과거 행적을 가늠해 볼 법했다. 구체적인 건 알 바 없고 탑에 안에 던져보면 금방 결론이 날 터였다. 그런 차일의 판단대로 저 건방진 성질머리로 보아 입 닥치고 탑으로 갈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런 순간적인 대응이라니. 총을 그대로 베낀 건 아닌 듯 형태가 달랐다. 아마도 종종 쓰던 것이리라. 아무리 봐도 보통 놈은 아니었다. 이러면 정말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런 녀석을 차일은 직감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빠르군.”

  차일의 낮은 목소리가 위협적으로 으르렁댔다.

  “지하로 나가떨어지든 뭐든 상관은 없는데, 일방적으로 총 맞으면 억울하잖아.”

  “저거 또라이네.”

  청년이 펼치는 논리에 둠은 저도 모르게 중얼댔다. 차일의 총구는 청년의 어깨쯤을 겨냥하고 있었다.

  “상처는 걱정마라. 아무 일 없다면 바로 지워 줄 테니. 따끔할 거다.”

  “상처도 없던 걸로 할 수 있냐? 탑의 사자는 대단하네.”

  청년은 그를 한결같이 비웃었다. 그 역시 대응식이 아닌 듯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듯 팔목에 힘이 들어갔다. 두 총의 거리는 1미터 남짓, 빗나갈 수 없는 거리였다. 한쪽이 쏘면 한쪽은 반드시 맞는다.

  그 가름에 선 둠은 갈등했다. 서로에게 총을 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총상 입은 차일의 상태를 보고 판단해? 아니면 무작정 청년을 쏴? 그것도 아니면 두 사람 다 쏴버리고 정신 차리라고 혼이라도 낼까. 에라이 씨, 요즘 애들 진짜 골 때리네. 하여간 지지리도 안 맞는 놈들이 붙으면 이렇게 된다니까. 그러나 둠의 고민은 거기서 더 이상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 순간 머리 위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졌다.

  식인(食人)이 사는 방에서부터 들린 소리였다. 세 사람은 흠칫 놀랐으면서도 상대를 경계하느라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어 바닥을 구르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긴장은 무너졌다. 세 남자는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아.”

  그때 돌연 청년의 총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흘렀다.

  참견 많은 인간들을 만나는 바람에 잊고 있던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게 아마 저 위에서 들리는 소동의 원흉임이 분명했다.

  “한 놈 더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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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평소보다 짧군요. 일단은 분량상.

 오늘 오후 10시에 CGV채널인가에서 하트 오브 더 씨 (In the Heart of the sea)하는 거 기다리고 있습니당 :D

 동시간대에 라라랜드한다는데 그건 이미 봤으므로.

 참고로 전 처음 라라랜드를 봤을 때 울었습니다 -_-;

 슬프고 속상한 그런게 아니라 인정하기 싫은 것을 인정해야 하는 기분이라 현실적으로(?) 마음이 아팠어요. 영화를 보고 또 이런 기분은 처음이라 복잡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감상은 전부 다르겠지만요.

  어쨌든 라라랜드를 보고 이야기라는 게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명작b

 하트 오브 더 씨도 기대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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