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기의 이야기 **
“인정전은 창덕궁의 정전(正殿)으로서 왕의 즉위식,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신의 접견 등 중요한 국가적 의식을 치르던 곳이다. 앞쪽으로 의식을 치르는 마당인 조정(朝廷)이 펼쳐져 있고, 뒤쪽으로는 북한산의 응봉으로 이어져 있다.” 입에 익지 않는 단어와 지명을 외우기 위해 계속 연습 중이다.
“1405년, 태종 5에 창덕궁 창건과 함께 건립되었으나 1418년, 태종 18, 박자청에 의해 다시 지어졌고,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610년(광해 2)에 재건, 1803년(순조 3)에 소실된 것을 이듬해에 복원해 현재에 이른다.” 이 부분을 읽으며, 댄형의 예전 몸이던 소나무가 인정전 어디쯤, 어느 기둥으로 서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댄형에게 살짝 어느 기둥인지 물어보자, 인정전에 가서 알려주겠다며 윙크를 한다.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멤버들에게 제작진에서 준비해주신 그림판과 함께 각 장소에 대한 설명을 틀리지 않게 해낸다. 지루해지려는 역사 공부 현장에 멤버들은 나와 빈형을 놀리며 웃을 거리를 제공한다.
“효기는 어려서 잘 외우고, 삼개국어 유창하게 잘 하는 빈은 그냥 잘 외우는 건가요?!”
“그런데, 지금 둘이 틀리게 설명해줘도 우리가 모르니 잡아낼 수가 없어”
“장소랑 설명 막 섞으면 안 돼”
촬영 동선을 따라 모였다 흩어졌다를 하는 우리 여섯 명. 정신없이, 아니 정신 바짝 차리고 다음 촬영 준비를 하고 동선을 따라 카메라와 같이 움직인다.
창덕궁 안, 나의 목적지인 인정전에 도착했다. 인정문을 지나 인정전이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곳에 서서 다른 모든 사람이 우리를 스쳐 지나기를 잠시 기다리며 핸드폰을 꺼내 형과 나의 셀카를 찍어 본다. 어색해지지 않게 이렇게라도 형을 불러 빈형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떼어내어 내 옆에 잠시 서게 만든다.
인정전을 바라보고 서 있는 우리 둘.
내가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아라.”
나를 바라보는 빈형. 눈이 슬프다고 생각한다.
“너는 어명을 이행하여 네 그루의 소나무 영혼을 찾아 한 자리에 모았으니, 불로불사의 영혼을 거두어 제자리로 돌아가라”
빈형의 멈춰진 숨소리가 형의 긴장감을 보여준다. 나를 바라보는 고정된 형의 시선에서 형의 나에 대한 믿음이 보인다.
“예, 전하…”라는 대답을 하는 빈형의 눈에 푸른빛이 도는 것 같더니, 빈형이 갑자기 옆으로 휘청 넘어간다. 본능적으로 두 손을 뻗어 옆으로 넘어가는 형을 붙잡고 미친 듯이 형의 이름을 부른다.
손에든 핸드폰은 그 와중에 돌바닥에 떨어져 버려 박살이 난다.
“형!”
“빈이 형!”
“형!”
내 두 손은 빈형의 몸을 잡고 있다.
앞서가던 사람들이 모두 뛰어오는 듯 하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빈형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