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니의 이야기 **
수영장에서 우리가 기억을 잃었냐며 자꾸 질문을 해대는 빈을 놀려 줘야겠다고 댄형과 내가 손발을 맞춘다. 우리가 자신의 질문에 별 반응이 없어서 시큰둥하게 수영장 구석에 서 있는 빈에게 다가가 수영장 한가운데로 집어 던져버린다. 수영장 물 한번 먹어 보더니, 정신을 차렸는지, 본격적으로 물장구 공격을 우리에게 퍼붓는다. 저러다 다시 몸살 나면 어쩌나 싶어 이제는 내가 되려 빈형 몸 걱정이다.
그래도 저녁을 먹고, 추억을 이야기하고, 그동안 같이 고생해준 모든 사람에게 눈물의 감사 인사를 드리고 헤어질 때 보니 네오형이나 빈형이나 아침에 아팠던 사람 같지 않고 생생하다. 빈형은 되려 에너지가 아직 남아 있는지, 두 어깨 가 축 쳐서 호텔 방으로 향하는 막내를 따라가며 왕이 어쩌고 저쩌고, 계속 이야기 중이다. 따라가서 두 명의 모습을 촬영해야 하나 하고 고민을 잠시 하며 핸드폰 안 시계를 본다.
벌써 밤 열한시가 넘어가고 있다.
내가 촬영 안 하면 또 누가 하나 싶어 둘을 따라간다. 우리 셋이 효기의 방으로 들어선다. 둘의 대화를 앞에서 찍고 싶지만, 창밖을 바라보고 선 둘 때문에 카메라에 둘의 뒤통수만 잡힌다.
효기가 휙 하니 뒤를 돌아보기레, 잘하고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효기의 눈이 다시 빈에게 향하고, 아무 말 없이 계속 빈의 말을 듣고 있다.
오늘은 정말 시간이 휙 하고 지나간 날 중의 하나일 것 같다.
빈의 이야기가 끝나고, 효기의 이야기가 끝나고, 빈을 방으로 돌려보내는 효기.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찍고 나는 내 방으로 향한다. 내 방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푹하고 쓰려져 정신을 놓아 버린다.
== 17화. 촬영 둘째 날, 17:00PM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