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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일월오봉도 (日月五峯圖)
작가 : 별넷은꿈
작품등록일 : 2017.10.6

왕은 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에 살아있는 소나무의 영혼을 넣어 호위무사로 삼고 싶어 한다. 이 어명을 받은 박수 무당은 하늘의 기운을 건드려 소나무에 영혼을 불어넣고, 그 벌로 오백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죽지 못하고 살아, 현재 유명 남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되어 있다. 형제애로 뭉친 여섯 명의 멤버들은 2박 3일 촬영 중 그들 서로간의 비밀을 알게 되고, 박수 무당은 영생을 끝낼 단서를 찾아 나선다.

 
17화. 촬영 둘째 날, 17:00PM (17-2. 빈)
작성일 : 17-10-06 16:48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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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의 이야기 **

 

 

 오늘 아침까지의 고민 따위는 다 잊어 버린 듯 선유도 공원에서 멤버들과 마음 편하게 웃고, 떠들고, 농담하고, 우리의 데뷔 초 모습을 이야기한다. 나의 주술은 정말 잠깐의 나의 애드리브였었다는 듯,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촬영에 집중하는 멤버들의 프로다운 모습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촬영을 하고 제작진이 잡아둔 호텔로 저녁 촬영을 왔다. 숙소에서 벗어나 다른 장소에서 다 같이 모이면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라고 호텔로 촬영 장소를 설정하신 이유를 작가님이 설명해 주신다.

 

 호텔에 도착해서 각자 방 하나씩을 배정받는다. 저녁을 먹기 전 야외 수영장에서 짧은 촬영을 하기로 한다. 아침까지 몸살로 앓아누운 네오형과 나를 걱정하는 제작진을 향해 이제 정말 괜찮다고 큰소리친다.

 

 여름밤의 야외수영장.

 

 한낮의 열기가 가버린 곳에 숲속 바람이 불어온다. 수영장을 비추는 조명이 아름답다. 수영복을 입고 힘차게 물에 뛰어든다. 여섯 명 모두 물에 첨벙첨벙 뛰어든다.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네오형을 보면서 확실히 뭔가가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네오형의 아버지와 아들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면서, 형이 물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유를 알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모습이 없다.

 

 효기에게 수영 기본 동작을 배우고 있는 네오형에게 가서 물 싫어하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네오형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보며 “내가 물을 왜 싫어해?” 하고 되묻는다. 놀란 나는 효기의 얼굴을 본다. 효기는 그냥 어깨를 으쓱해 보인 뿐 아무 말이 없다.

 

 조금 떨어져서 카메라 앞에서 근육 자랑 중인 나비에게로 가본다. 꾸준한 식단조절과 운동으로 군살 하나 없는 나비. 옆에 가서 “소나무….” 이야기를 꺼내기가 무섭게, “아까 네가 주술 외우고 우리 팬픽 이야기 끝났잖아”라며 내 이야기를 자른다. 카메라 감독님이 계셔서 그런 것 같다.

 

 댄형과 케니형도 같은 대답이다. 둘은 그냥 물놀이에 정신이 없다.

 

 어떻게 된 거지? 뭔가 바뀌었다. 나의 주문이 정말 효과를 발휘해서 모두의 영혼을 제자리로 돌려버리기라도 한듯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몸이 죽어야 영혼이 이동되는 거 아닌가?

 

 멍하니 수영장 가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댄형과 케니형이 몰래 내 옆에 와서 나를 붙잡더니 물속으로 확 집어 던져 넣는다. 발버둥 쳐도 형 둘의 힘을 이겨 낼 수가 없다. 수영장 물속으로 내던져졌다가 물밖으로 나오면서 효기에게 수영을 배우고 있는 네오형을 본다.

 

 그래, 형의 영혼이 이동할 때는 꼭 영혼이 든 몸이 죽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었다. 그리고 형의 이야기에 의하면 네오형 몸에 소나무 영혼을 넣어준, 미아보호소에서 만난 여자아이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갔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소나무의 영혼들이 나와 같은 저주를 받을 이유도 없으니, 다 같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제자리로 돌아가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이 그들이 원했던 시간이었었는지는 모르겠다. 같이 하길 원했던 지금의 시간이었는데, 내 멋대로 그들의 영혼을 제자리로 돌려버렸다면 다시 한번 나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것 같다.

 

 수영장 촬영을 끝내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다 같이 샤워실로 향하면서 모두 괜찮은 거냐고 뭍어보지만 다들 당연하다는 듯 나와 네오형만 건강하면 된다는 말을 한다. “아니, 우리 영혼들…” 나의 말이 시작되자 효기는 “형, 나 화장실!”을 외치며 먼저 뛰어가 버린다. 다른 멤버들은 듣는 둥 마는 둥 모두 저녁 메뉴가 뭐일까의 이야기 뿐이다.

 

 샤워를 끝내고, 최소한의 메이크업을 하고 저녁 식탁 자리의 촬영이 시작된다. 이 촬영이 끝나면 나를 계속 피하고만 있는 효기를 붙잡아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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