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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불사신이 멸망한 이세계에 떨어지면
작가 : CheezeLove
작품등록일 : 2017.9.23

'돌연사'이후 제2의 인생을 약속받아 이세계로 떨어졌지만,

판타지는 개뿔SF도, 마법세계도, 무협도 뭣도 아닌.. 하다못해 좀비아포칼립스도 아닌 텅빈 세계에 떨어져 버렸다.

 
소환2
작성일 : 17-09-23 21:17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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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망'

 아무것도 없이 완전히 망해서 없어졌다는 사전적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러한 뜻으로 사용하는 단어다.

 

 우연히 바깥에 나가 트럭에 치여 죽은것도 억울해죽겠.. 그래 이건 그렇다 치고, 그렇게 죽어 제 2의 삶을 약속받고 미리 이야기 했던 판타지 세계에서 꿈을 생활을 할터인 내가..

 

 그런 내가 그야말로 '멸망'해버린 세계에 도착한 것이다.

 마지막 그들이 했던 잡담과, 실수했다는 이야기로 들어 무언가 착오가 생긴것이다.

 그래 좋다. 착오! 있을 수 있다!

 

 "그럼 싯팔! 나좀 여기서 내보내달라고!"

 

 실수는 괜찮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실수를 수습하기만 하면 그만인 일인것이다.

 

 "이게 뭐야! 이게 설마 그 판타지 세계는 아니겠지!? 설명이 다르잖아! 설명이! 이게 뭐냐고! 판타지는 커녕 그냥 멸망한 지구잖아 새끼들아!"

 

 흥분해 소리지른다. 그러나 그 누구도 대답해주는 이 없이 내 목소리는 돌아오는 메아리조차 없이 허공에 퍼져나갔을 뿐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걸었다. 혹시 정말 보통의 판타지 세계인데 특별히 이상한 지역이 아닌가 싶어 한시간정도 걸어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게다가 수상적은 잔해들때문에 걸어다니기도 힘들어 지쳐 주저앉아 버렸다. 그 한시간동안 생명의 '생'자도 보지 못한 것이다.

 

 말이 되냐고 이게, 이게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이냐고, 내가 무슨 잘못을 한거냐고, 울고싶다.. 여태까지 방구석 폐인으로 살아온게 죄인가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할 무렵에

 

 내 머릿속에서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들려요?"

 "뭐, 뭐야! 살아있는 사람인가요!?"

 

 그 목소리에 사방을 둘러보며 소리쳤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머릿속에 직접이야기를 하는듯한 감각만이 맴돌았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거 그녀석들이구나'

 

 그 면접관 같이 생긴녀석들.. 이세계에 보내준다고 해놓고 아포칼립스 세계에 떨군 그...순간적으로 온갖 욕이라도 하고 싶은 분노가 치밀었다.

 

 -"이야- 죄송합니다. 저희쪽에서 실수가 있었네요. 거기 얼마전에 망해가지고 버려놓은 곳이였는데.. 하하!

 대신 몇개 특전 좀 넣어드려서 더 좋은 환경으로 소환 시켜드릴께요."

 "..그, 그럼 어쩔 수 없죠.. 빠, 빨리좀.."

 

 그런데 금방 가라앉았다.

 한국사람은 본디 덤으로 준다는 것에 거부하지 않는법이다.

 다른곳으로 다시 소환시켜준다면 나름 좋은 경험 했다고 한 셈치고 넘어갈 수도 있는것.

 게다가 특전이라니 뭔지 좀 궁금하기도 하고.. 흠흠

 

 -"아, 그럼 일단 좀 죽어주실래요?"

 "네?"

 -"죽어달라구요."

 

 마치 감정 없는 사람처럼 담담히 말하는 목소리, 조금 섬뜩하기까지한 목소리에 나는 지레 겁을 집어먹고는 되물었다.

 

 "저,저기..?"

 -"아, 다른 이유가 아니라 일단 죽으셔야 저희쪽에서 손을 쓸 수 있거든요. 규칙이고 뭐고 이전에, 그쪽 계에는 저희가 아예 손을 못대요. 하하! 죄송합니다 이거 하루에 두번이나 죽게해서!"

 "아하하.. 괘,괜찮습..니..다.."

 

 괜찮긴 개뿔, 자살을 하라는 뜻이다.

 내가 자살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지금까지 히키코모리처럼 살지 않고 진작에 어디서 떨어져 죽었을 것이다.

 

 그런 내게 자살을 하라니, 말도.. 안돼는 일이지

 하지만 더욱더 말이 안돼는건 자살이라도 하지 않으면,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이세계에서 살아야 된다는 뜻인 것이다.

 

 "...꿀꺽.."

 그러니 선택지가 더 있겠는가?

 마른침을 삼키며 근처를 둘러보아 잔해속에서 적당한 쇠파이프를 찾아쥐었다.

 

 -"아 그거 좋네요! 그거를 심장에 콱! 하고 박아버리면 아마 죽을 수 있을 겁니다. 아, 잠시만요 여기 고통없이 한방에 죽을 수 있도록 물건을 강화할 수 있는 권능이 하나..어? 없어? 다썻다고? 언제? 어제? 아 진짜 말도 없이..응? 아냐 아냐 괜찮아 별로 안중요해, 일이나 계속해, 다음부턴 말하고 하하! 진짜 괜찮아 으하하!"

 

 아니 안괜찮다. 그 말은 즉 이걸 쓰더라도 한방에 안죽을 수도 있고 아프긴 더럽게 아플꺼라는 뜻 아닌가?

 

 "...그.. 뭔가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네? 아아.. 괜찮을 겁니다. 가시기전에 '불로불사'의 패시브로 기본적으로 신체능력은 상승시켜 놨으니까. 푹 하면 푹하고 들어갈꺼에요 하하!"

 

 그렇게 간단한게 아니라니까..평생 방구석에서 살아온 나에게

 첫 날붙이이자 처음으로 물리적으로 상처입히는 행위가 바로 자해이자, 심장에 쇠파이프를 찔러넣는 자살이라니..

 

 히키코모리는 커녕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온 사람한테도 이 과제는 어렵다. 끔찍할 정도로..

 

 "하아, 하아.. 하아.."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살아있기는 싫다. 최소한 인터넷이라도 있으면 고려는 해볼 수 있겠지만.. 아니 그런건 상관 없나..더이상 혼자 고독하게 삶을 버릴 생각은 없다.

 

 "하아...하아....하아..흐읍!"

 

 몇번씩 심호흡 한 뒤에 쇠파이프를 심장에 찔러넣는다.

 푹-

 깔끔한 소리와 함께 깔끔하게 심장을 파고들어가는 쇠파이프, 그와 동시에

 

 "커, 커억..!"

 

 말못할 고통이 전신을 휘감는다. 비명한번 내지르기 힘들정도로 숨이 차오르지만 그 내뱉을 수 없는 답답함, 숨이 막혀오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게 몇번째인지 모르는 감각을 느끼며, 다시한번 시야가 어두워졌다.

 

 * * * *

 파앗-

 "허억-!"

 

 감았던 나의 눈에 강함 빛이 내려와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난다.

 

 "허억..허억..하아.."

 

 손, 손가락이 제대로 달려있는지, 원하는대로 움직이는지를 확인하고

 

 "하아.."

 

 안도의 한숨을 한번 내쉰다.

 트럭에 치여 즉사했을때와는 달리 전혀 다른 느낌.. 천천히 죽어가는 느낌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끔찍하니 다시는 격고 싶지 않은 감각이다.

 만,

 

 "뭐..야.."

 

 겨우 숨을 고르고 일어난 내 가슴팍에는 아까 내가 심장에 찔러 넣었던 쇠파이프가 그대로 꼿혀 있는 것이다.

 

 "히익!"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지만 그런다고 나와 이어져 있는 쇠파이프가 떨어지진 않는다.

 

 "...씨..씨발.."

 

 욕지꺼리르 내뱉으며 떨리는 손으로 쇠파이프를 잡는다.

 

 "윽!"

 

 기분나쁜감촉이 온몸에 전해져 온다. 차가운 쇠파이프의 감촉, 다시 심호흡을 한번 한다.

 

 "흡..! 끄아악!"

 

 그리곤 짧은 기합성과 함께 쇠파이프를 빼어내 던져 버린다.

 아프다. 꽃을때도 뺄때도 다시는 경험하기 싫은 끔찍한 감각이다. 차가운 금속이 심장에 꽃히는 것도,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감각도, 전부 싫다.

 

 그런데,

 그런 고통을 감수하면서 까지 나는 자살을 감행했는데..

 여전히 내 눈앞에는 황량한 폐허밖에 보이지 않는다.

 

 "뭐야.. 이게 뭐야! 왜..왜!"

 

 그제서야 나는 깨닫는다.

 '불로불사'

 늙지도 죽지도 않는 치트 능력.

 

 -"어라? 뭐야? 왜 아직도 거기계세요? 빨리 죽으시고 이쪽으로 오시라니깐?"

 

 조금 닥쳐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목소리는 아직깨닫지 못하고 있다.

 나는 불로불사, 당연하게도 죽지않는다. 늙지 않는다. 하지만 고통은 느낀다.

 그 증거로 나는 내 가슴팍에 쇠파이프를 꽃아 넣어는데도 멀쩡히 서 있으며, 커다란 구멍이 뚤려있어야 할 가슴팍은 천천히 아물고 있었다.

 

 내가 쓰러졌던 자리에는 대량의 피가 쏟아져 있었고, 반대로 내 가슴팍에는 그 흔적만 남아있을 뿐 피는 더이상 흐르지 않았다.

 

 -"응? 뭐라고? 에이 설마 아직도 그런소원을 비는 멍청이가.. 어. 있어..? 진짜로? 그럼 어떻게해? 몰라? 아니, 나도 몰라, 알겠냐? 응? 이런 사례 있었냐고? 있겠냐?! 실수해서 다른세계로 보낸 것도 오늘 처음보는거야 임마!"

 "이..이익!"

 

 무책임한 소리하지 말라고! 뭐야! 나 불로불사인거야!? 그럼 나 평생을 여기서 살아야 되는거야? 아니 평생도 아니고 영원히? 아무도 없는 이 조용한 곳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뭘먹고 뭘하면서 어떻게 살아가냐고!

 라는건 초월적인 존재에게 대놓고 할 수 없어 최대한 분노를 삭히며 다급히 목소리를 불러보았다.

 

 "이봐요! 어이! 이봐요!"

 

 다급함에 목소리를 불러본다.

 

 -"아,! 아네네, 아..음...치익- 어라? 전파 상태가 왜이러지?"

 "이봐요! 뭔가 어떻게좀 해줘요!"

 -"치직-! 아-! 잠시만요 지금 잘 안들려서요!"

 "야! 니들이 실수한거잖아! 수습하라고! 이새끼들아!"

 -"치익- 아, 일단 치직- 방법찾는대로- 칙 말씀 드릴- 께요! 치익! 어억 전파가...!

 야! 끊어 끊어! 빨리끊어 임마!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해보자, 중국집 먹고싶은거 시켜라 난 짜장면.. 뚝-"

 "야! 야 잠깐만 ! 어이 이봐요! 잠깐만요! 어떻게 해결좀 해줘요! 씨발! 야이 개새끼들아!!!!!!!!"

 

 말도안돼..아니, 진짜로 말이 안돼잖아...

 

 내가 왜 이런꼴을 당해야 하는거냐고..

 왜 이 아포칼립스에서 강제 생존서바이벌을 해야 하는 거냐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 잘못한거라곤 그냥 방구석에 쳐박혀 있었을 뿐인데..

 

 "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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