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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지금은, 초인 시대!
작가 : 김견
작품등록일 : 2017.9.19

어느날 TV속 뉴스에 방영된 조금 이상한(?) 히어로의 등장에 대한민국은 초인 시대가 막을 연다. 그리고, 어린시절 히어로를 동경해왔던 소년 '동우'의 히어로를 꿈꾸는 파란만장한(?) 이야기.

지금은, 초인시대..! 마스크를 뒤집어 쓴 무뢰배들 아니, 히어로들의 무대가 열린다!

 
소년이여, 망토를 둘러라!
작성일 : 17-09-22 17:43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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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장」 소년이여, 망토를 둘러라!

 

 

 아동용 캐릭터가 그려진 봉투를 쓰고 강도를 때려잡은 남성의 출현으로 SNS는 한동안 떠들썩했다. ‘괴짜 강도 퇴치남’으로 남았어야 했을 서모씨는 난데없이 식혜 광고의 모델로 등장했고, SNS로 유명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선 서모씨의 팬을 자처하는 페이지라든지 서모씨_봇 같은 희한한 것들이 나타났다. 더 재미있는 것은 서모씨가 CCTV 화면 속에 나타날 당시 쓰고 있던 봉투엔 유명한 아동용 만화 캐릭터인 ‘미찌’라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는데, 미찌의 저작권을 지니고 있던 ‘아이코니즈 코리아’에서 서모씨를 미찌 전속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는 것이었다.

 

 연녹색 미찌 집업 점퍼와 미찌 캐릭터가 그려진 종이봉투를 뒤집어 쓴 우스꽝스러운 ‘미찌맨’이 만화 캐릭터들과 춤을 추는 모습은 정말이지...

 

 관악구의 명예 경찰부터 식혜 광고 모델, 그리고 ‘미찌맨’까지. 어느새 서모씨는 ‘괴짜 강도 퇴치남’이나 ‘용감한 시민 서모씨’가 아닌 ‘미찌맨’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미디어에선 미찌맨을 대한민국 1호 히어로라며 대접하기 시작했다.

 

 

 “야 똥규, 진짜 골 때리지 않냐? 아니 이 사람은 무슨 복이 터졌길래 강도 때려잡고 스타가 된대. 요즘 같은 세상에 인터넷 스타 되는 거 진짜 하늘에 별 따긴데.”

 

 

 “뭔데? ... 아~미찌맨? 왜, 이름이 좀 구려서 그렇지 멋있잖아.”

 

 

 “멋있냐? 너는 저게 멋있냐? 애들 만화 캐릭터 그려진 종이봉투 뒤집어쓰고 일하라면 난 못한다. 아니 안한다! 쪽팔리게 이게 뭐냐? 아니 왜, 배트맨이나 아이언맨 봐봐, 얼마나 멋있어. 그런 게 진짜 히어로지 미찌맨은 무슨...”

 

 

 “미찌가 애들 만화라서 그런 거지. 그리고 히어로는 무슨... 그냥 광고 모델이지. 그리고 사진 속에 있는 미찌맨이 그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냐? 어차피 종이봉투 쓰고 있는데.”

 

 

 “몰라 몰라. 하여튼 구린 건 사실이잖아. ... 쩝~ 그래도 좋겠다 이 사람은. 쪽팔리긴 해도 돈은 잘 벌겠지?”

 

 

 “넌 못한다며. 아니, 안 한다며?”

 

 

 “야 그래도 주면 하지 인마. 어차피 얼굴도 안 보이는데, 쪽팔리면 좀 어떠냐? 흐흐. 주면 한다. 주면.”

 

 

 어렸을 적 동경해왔던 히어로가 현실에 나타났다지만, 나는 그런 미찌맨을 좋아하진 않았다. 미찌맨이라는 캐릭터가 외국 만화 캐릭터들에 비해 멋이 없다거나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배트맨도 슈퍼맨도 지금에서야 유명하니까 멋있어 보이는 것뿐이지. 솔직히 쫄쫄이 타이즈에 삼각 빤쓰는 너무 언밸런스하지 않은가? 어린 시절, 공무원 대신 히어로를 동경하고 또 히어로를 꿈꾸었던 한 명의 소년으로서 스크린 속의 미찌맨은 내가 꿈꿔왔던 히어로의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다. 만화 캐릭터들과 춤을 추고, 인터넷 광고 배너 속에서 미찌 캐릭터가 그려진 캐릭터 상품이나 굿즈를 판매하는 종이봉투 히어로.

 

 발차기 한 방으로 히어로 행세라니. 그건 부드럽게 펄럭이는 빛나는 망토를 휘날리며 시민을 구하는 히어로가 아닌, 하나의 상품 같은 느낌이었다.

 

 

 “야 똥구.”

 

 

 잠시 미찌맨에 대해 씁쓸한 마음을 떠올리고 있을 때, 친구 놈은 나를 골똘히 쳐다보며 말했다.

 

 

 “근데 너도 히어로가 꿈이라고 하지 않았었냐?”

 

 

 

 * * *

 

 

 미찌맨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 한 이후로부터, 내게는 한 가지 취미가 생겼다. 그것은 미찌맨처럼 히어로로서 유명세를 타고 싶어서 미찌맨을 하는 괴짜들의 영상이나 글들을 읽는 것이었다. 히어로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것이니까. 그리고 또한 어린 시절 내가 동경했던 사람들이기도 했으니까. 비록 지금은 꼴찌 김똥구지만 그들이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슴 어딘가에서 소년 김동우가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 시청 중이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본격 히어로 리얼 방송의 BJ 후리쟈입니다! 본방 백 칠십 명이네요 이거 실화냐?’

 

 

 미찌맨 사건 이후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히어로를 모방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타이즈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두어 장짜리 사진들이 SNS에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유명 플랫폼 인터넷 방송의 히어로를 자처하는 BJ들까지 이어졌다.

 

 히어로를 자처하는 BJ란 사람들은 자신들이 손수 만든 건지 아니면 어디 이색 코스튬 가게에서 사 입기라도 한 건지, 꽤 그럴싸한 코스튬을 입곤 밤거리를 돌아다녔다.

 

 

 ‘아, 오늘은 껀수 하나 건졌으면 좋겠네요. 어디 잃어버린 휴대폰이라도 주워다가 주인 찾아주면 미션 완료라고 생각이 듭니다만... 뭐, 허탕이라도 별수 없죠. 늘 일이 벌어지면 그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이겠습니까? 지옥이지 지옥. ... 그나저나 이제 진짜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이거 타이즈가 너무 얇아서 좀 추워요. 다음에 주문할 때는 안에 기모라도 넣어달라고 하던지 해야겠다 정말.’

 

 

 그중에서도 ‘후리쟈’라는 BJ가 유명했다. 보라색 타이즈와 망토, 그리고 모조 뿔이 달린 가면을 쓰고 다니는 후리쟈는 늘 저녁 10시가 되면 방송을 키곤 밤거리를 돌아다녔는데 물론 히어로라기엔 그다지 정의로운 일을 하는 편은 아니었다. 술에 취해 길거리에 잠든 사람을 깨우거나 길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파출소에 맡기는 것이 후리쟈의 일이었고,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그런 후리쟈에게 ‘누가 보면 미친놈으로 볼 듯.’, ‘히어로가 아니라 정신병자 아니냐.’ 하며 비웃었다. 그럴 때마다 BJ후리쟈는 너스레 웃거나 애써 무시했지만 사실상 후리쟈는 그들에겐 동물원 원숭이나 다름이 없는 모습이었다.

 

 

 「후리쟈님 가천대학교 학생이라는 거 진짠가요?」

 「ㅋㅋㅋ후리쟈 가천대 공과 4학년임. 저랑 동기인데 목소리 듣고 알았음.」

 「4학년이면 졸업반인데 정신 못차렸네. 부모님이 방송 보시면 우실 듯.」

 

 

 어느 대학교의 재학생이라는 둥, 자기와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둥, 학창시절에 왕따였다는 둥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러 소문이 그의 인터넷 방송 채팅창을 가득 메운다. 보라색 쫄쫄이를 입고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원숭이. 후리쟈는 그들의 조롱거리에 불과했고, 사람들은 그런 후리쟈의 신상 정보를 마치 전리품처럼 자랑하며 떠들어댄다.

 

 

 -나 얘 누군지 암. 저랑 고등학교 같이 다녔음.

 

 

 그러나 후리쟈는 언제나 그렇듯 너스레 웃으며 태연하게 지나갔다.

 

 

 ‘에이~형님들. 그런 게 중요합니까? 12시 넘어가면 추천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나는 그런 후리쟈의 모습이 좋았다. 비록 약간은 모지리 같은 이 인터넷 방송 BJ가 사람들에게 조롱거리가 되었다고 한들, 그는 언제나 그렇듯 너스레 웃으며 떨쳐냈다. 아니, 극복했다. 어쩌면 TV 광고 속에서 만화 캐릭터들과 춤을 추며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미찌맨보다, 조롱당하지만 사람들 가까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BJ후리쟈가 더 히어로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광고 모델 그런 거 안 하고 쭉 방송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때, 저 멀리 에선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비명소리 들린 거 아님?」

 「나도 들은 듯. 여자 목소리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후리쟈 당황했죠?」

 「뭐하냐 안 달려가고. 히어로 자격 소멸잼.」

 「비명소리 소름;;」

 

 

 한적한 아스팔트 도로를 비추던 화면엔 잠깐 후리쟈의 얼굴이 비치더니 이내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채팅창 가득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도 들었다.’ 등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들의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후리쟈는 비명이 들렸다는 근원지를 찾기 위해 돌아다닌다.

 

 

 ‘어, 방금 비명소리 들렸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지금 어디서 난건지 찾아보려고 하거든요. 저도 뭐 들은 것 같긴 한데... 고양이 울음소리? 그냥 고양이 울음소리 아니었나?’

 

 

 「아님. 사람 비명소리가 확실 한 듯.」

 「술 마시고 소리 지르는 거 아니야? 저번에도 누가 우리 동네에서 소리 지르고 지랄하더구만.」

 

 

 후리쟈가 뛰기 시작한 듯 바람이 거세게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폰을 타고 들려왔다. 화면은 뛰는 방향의 정면을 비추고 있었지만, 휴대폰을 손으로 들고 있었는지 흔들리는 화면 탓에 보이는 것은 거의 없었다.

 

 

 「어. 방금 또 들렸음.」

 

 

 바람이 부딪히는 소리를 헤집고. 한 번의 비명소리가 더 들려온다.

 이번엔 더 가까이. 여성의 목소리였다.

 

 

 「왜 아무것도 안 보여.」

 「후리쟈 겁먹어서 도망간 듯ㅋㅋㅋ. 방종 각ㅋㅋㅋㅋ.」

 「어, 방금 뭐임?」

 

 

 어두컴컴한 화면 속. 좁은 골목길에 BJ후리쟈와 함께 다른 두 명의 실루엣이 비진다.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긴 머리의 여성. 그 새 BJ가 방송 중이던 휴대폰을 골목길 모퉁이에 세워 두었는지, 잘 들리지 않는 잡담 소리와 함께 검은 모자를 쓴 남성과 후리쟈가 실랑이를 벌이는 것 같았다. 여자는 뒤를 돌아 도망치기 시작하고, 보라색 쫄쫄이를 입은 원숭이와 검은 모자를 쓴 괴한은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채팅창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스크롤이 내려가고,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한다. 기껏해야 취객이나 돌려보내며 히어로를 자처하던 한 무명 BJ의 인터넷 방송은 어느새 폭력으로 뒤덮인 콜로세움으로 변한다. 어두운 화면 탓에 보이는 것이라곤 그저 엎치락뒤치락하는 보라색과 검정색 남자의 몸싸움이었지만, 그 모든 걸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는 긴장감에 사람들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채팅창을 바라보고 있자니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익숙한 골목길에서 싸움을 벌이는 두 남자와, 그 광경을 생중계로 바라보며 열광하는 사람들. 케이지 안의 싸움꾼을 구경하는 듯한 그들의 무책임함에 금방이라도... 어...? 잠깐만... 익숙한 골목길?

 

 

 “여기... 주유소 사거리 골목길 아니야...?”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익숙한 가로등, 익숙한 배관들. 하굣길에 자주 드나들었던 골목길이 분명했다.

 

 

 “아니야, 아니지. 골목길이야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거니까. 어차피 골목이란게 다 거기서 거기잖아...”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아니야. 아닐거야.

 귀가 먹먹하다. 아니야. 아닐거야. 아닐거야.

 

 아닐거야. 아닐거야. 아니야.

 

 맞아.

 

 

 “그 골목길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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