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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눈 먼 나르시스트를 위하여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5.8
눈 먼 나르시스트를 위하여 더보기

에브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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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삼일 앞두고 도망 친 남자. 나르시스트 오권혁(27세)
그런 남자에게 화가 나 있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여자. 평범녀 안나경(29세)

 
8.
작성일 : 16-05-18 09:13     조회 : 433     추천 : 0     분량 :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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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만류에도 할 수 있는 데까진 그녀를 찾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연예인의 특성상 내가 그녀를 찾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아무런 흔적도 남기려 들지 않는 그녀를 찾는다는 건 사막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는 이 모든 일에 환멸을 느끼고 꽁꽁 숨어버리기로 작정한 것인지, 서울 역에서 그녀를 픽업해 간 여자와의 흔적을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완전히 종적을 감춰 버리고 말았다.

 cctv라도 있는 곳이었다면 그녀를 데려 간 사람을 통해 그녀를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서울 역에는 그날 cctv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를 데려간 여자는 그녀와 꽤 친근한 사이 같았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나오긴 했지만 뿔 테 안경을 쓴 흔하디흔한 생김의 여자들 틈에서 그녀를 데려간 여자를 가려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지만 스케줄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그 와중에 회사에 막대한 투자를 해 준 태중 그룹의 외동딸과의 스캔들이 한차례 터지기도 했다.

 “형. 이게 뭐야.”

 “아, 이거……? 이게…….”

 “이런 거 하나 못 막고 뭐 하고 있었어?”

 “이게 말이지.”

 “내가 터트리자고 했다.”

 사장이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사라진 동안 벌어진 소동으로 회사가 얼마나 큰 손해를 감수했는지 알아?”

 “손해 본 만큼 벌어다 주잖아요.”

 나는 그동안 쉬지 않고 굵직한 일만을 해 왔던 시간을 알았고, 내가 어느 정도의 몸값을 자랑하는지 완벽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 사장에게 꿀리고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벌어다 줘? 어디서 건방지게! 누가 널 이렇게 키워줬는지도 모르고, 그게 할 소리야?”

 “키워 준 건, 잘나가는 신인일 때까지만 약발이 드는 거지요. 그 이후에는 완전히 순수익인데……. 그걸 키워 준 게 누구다. 라는 말로 퉁 치는 건 아니라고 보는데…….그리고 사장님은 그동안 내덕에 회사도 이만큼 키웠잖아요? 내 밑으로 간판스타도 엄청 영입하고, 연습생도 들이고. 나 없었으면 그게 가능했을까요?”

 사장은 분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를 데뷔시키면서 부당하게 12년 계약을 걸어 놓은 터였다.

 지금이라도 그가 부당한 계약 내용 때문에 그동안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원래 받았어야 했던 수당을 받지 못한 것을 물고 늘어진다면 계약이 파기 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착복한 수당까지 다 토해내야 할 수도 있었다.

 ‘성질 나쁜 녀석. 그동안 이런 건 신경도 안 쓰더니, 고작 여자 하나 때문이냐?’

 사장은 정말 굽히고 들어가기 싫지만 어쩔 수 없다는 뜻이 역력한 얼굴로 우물우물 사과의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미안. 내가 좀 예민했다. 알잖아. 그동안 일이 좀 많았다는 거…….그래서 내가 제대로 생각도 못하고 입 밖으로 내뱉은 거지. 정말 너를 그렇게 생각 한 것은 아니다?”

 “아니라고요?”

 “그, 그래.”

 “그런데 내 결혼을 파투 내셨군요.”

 “아니, 야! 그건…….”

 “제 탓이라고요?”

 “너도…….일말의 책임은 있잖아.”

 사장이 자신 없는 어투로 말했지만 나는 그 말에 굳이 까칠하게 반박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사장이 교활하게 파고들 여지를 만든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으니까.

 “일은 성실히 할 거예요. 그녀를 찾는 것도 멈추지 않을 거고요.”

 사장이 씩, 만족스럽게 웃는가 싶더니 곧이어 벌레라도 씹은 듯 완벽하게 얼굴을 구겼다.

 “아, 야! 그건 좀 포기하면 안 돼ㄴ…….”

 “안돼요. 그러니까. 방해 할 생각 말아요.”

 “야…….”

 한 달.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그녀의 실마리는 그러나 의외의 장소에서 조용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와 나만이 아는 이야기들을 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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