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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지금은, 초인 시대!
작가 : 김견
작품등록일 : 2017.9.19

어느날 TV속 뉴스에 방영된 조금 이상한(?) 히어로의 등장에 대한민국은 초인 시대가 막을 연다. 그리고, 어린시절 히어로를 동경해왔던 소년 '동우'의 히어로를 꿈꾸는 파란만장한(?) 이야기.

지금은, 초인시대..! 마스크를 뒤집어 쓴 무뢰배들 아니, 히어로들의 무대가 열린다!

 
누구나 다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 (3)
작성일 : 17-09-22 05:08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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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내빈 여러분께선 정면에 있는 태극기를 향하여 일어나 주시기를 바랍니다.”

 

 

 평범한 중학교의 체육관. 흰색 테이프로 경계선을 그어 표시한 것이 고작인 경기장엔 도복을 입은 오십여 명의 선수들이 나란히 서 있다. 여덟아홉 살 남짓의 어린아이들부터 머리가 파 뿌리가 될 정도로 연세가 지긋한 노령의 할아버지까지, 그리고 내빈이라고 해봤자 그들의 가족들뿐인 체육관.

 

 

 “차렷, 국기에 대하여- 경례.”

 

 

 대회라는 것은 그냥 커다란 친목회인 셈이다. 선수로 참가한 어린아이들의 부모들에겐 돈을 내고 자신의 아이들이 얼마나 남을 이기는 지 지켜보는 경쟁의 장이기도 하고, 정년을 훌쩍 넘어서도 대회에 얼굴을 비치는 노령의 선수들에겐 할 일 없이 집에 있는 것보다야... 이런 대회 자리에서라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좋았으니까.

 

 

 “다음은, 서울 시장님의 대회 축사가 있겠습니다. 내빈 여러분께서는 자리에 앉아 주시길 바랍니다.”

 

 

 아버지께서는 검도장의 관장님이셨다. 부모님께선 맞벌이를하셨고, 우리 집은 도우미 아줌마를 부를 만큼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곧잘 아버지의 도장에서 시간을 때우곤 했었다. 자연스레 도장에 살다시피 하다 보니, 처음엔 호기심으로 그 뒤론 마땅히 놀 곳이 없어서 아버지 밑에서 검도를 배웠다.

 

 

 “윤파도 선수, 청무관 윤파도 선수-!”

 

 

 처음 죽도를 쥐었던 것은 아홉 살 때였다. 학교가 끝나면 늘 아버지의 일터이자 나의 놀이터였던 검도장으로 갔다. 걸레로 마룻바닥을 닦고, 심심풀이로 죽도를 휘두르고 있다 보면 내 또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것이 좋았다. 그래도 오전엔 초등부나 중등부같이 내 또래나 나이 차가 많지는 않은 형들이 도장에 왔었기 때문에 내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처럼 느껴졌었다.

 

 치마처럼 넓적한 바지와 까끌까끌한 도복. 비가 올 때면 눅눅한 장판 냄새와 여러 사람이 흘리고 간 퀴퀴한 땀 냄새. 솔직히 나는 검도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또래 아이들처럼 학원에라도 다니면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비싼 학원비를 낼 만큼 가정 형편이 녹록지만은 않았으니까. 내겐 도장이 놀이터였을 뿐이지, 딱히 검도가 좋아서 다녔던 것은 아녔다.

 

 

 “아, 네. 제가 윤파도인데요.”

 

 

 “다음 순번이시니까 제2경기장으로 가시면 됩니다. 청 띠 챙기셨죠?”

 

 

 “아, 네.”

 

 

 “건승하세요! 파이팅!”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그렇게 13년. 이제는 이런 작은 대회에 나와도 꽤 많은 사람이 내게 아는 척을 하며 인사를 건넨다. 물론 아버지가 관장님이신 덕이 가장 컸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다른 도장에 가거나 대회에 나오면 ‘네가 윤관장님 아들이구나? 많이 컸네~’하며 땀 냄새 나는 아저씨들이 나를 들춰 안고는 했었으니까.

 

 나는 대학교를 진학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도장을 물려받을 거라고들 얘기했다.

 

 ‘아 윤관장님 아들? 성실하지. 요새 젊은 애들 중에 그렇게 운동 열심히 하는 애가 어디 있어? 다들 술 마시고 놀기 바쁘지. 지 부모 등골 빼먹어 가면서 대학가고 술 퍼마시면서 시간낭비 하는 애들 보다야 저렇게 운동이라도 해서 도장 받는 거. 윤파도 쟤 저런 애 찾기 힘들어. 에휴.. 우리 딸년은 예술 한다고 집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나는 늘 비교의 대상으로 다른 부모님들의 입에 올랐다. 성실하지. 착하지. 대학 그 까짓거 요새는 가는 게 더 손해라면서, 차라리 파도처럼 부모 말 잘 듣고 열심히 지 할 거 해서 도장 물려받는 게 잘하는 거라면서.

 

 

 ... “다음은, 청년부 우승자에 대한 메달과 우승 트로피 수여가 있을 예정입니다. 호명하는 선수는 단상 위로 올라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윤파도 선수-! 청무관 윤파도 선수-! 지금 단상 위로 올라와 주세요!”

 

 

 그렇지만. 사실 내게도 꿈이 있었다.

 

 이런 기억이 있다. 내가 열 한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청주 지역 검도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꼭두새벽부터 두어 시간은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거리는 어린 내게 너무 멀게만 느껴졌고 심지어 선수로 참가하는 것도 아녔다. ‘원래 가끔씩 얼굴도 비추고 인사도 나누고 하는 거야, 네가 청주지역 검도인들을 만날 기회가 또 언제 생기겠니? 일찍 일찍이 만나두고 얼굴도 익혀두고.’라며, 언젠가 네가 크면 다 이해할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아버지에게 가고 싶지 않다며 떼를 부렸다.

 

 그렇게 도착한 대회장에서 나는 뾰로통한 얼굴로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대회장에 날아 들어온 나비 한 마리를 보았다. 저 나비는 어디서 들어 온 건지, 선수들이 발을 구르며 격렬하게 움직이고, 대나무들이 쪼개지듯 죽도를 부딪치는 소리와 우렁찬 기합 소리 사이로 청초하게 날아가는 나비를 쫒아 대회장 밖으로 나갔다.

 

 나비를 쫓다 보니 어느샌가 나는 낯선 지역에 홀로 나와 있었다. 처음 보는 간판, 처음 보는 도로. 길을 잃어버렸다는 두려움에 엉엉 울고 있을 때즘, 한 인상 좋은 형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꼬마야, 길을 잃어버렸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 형은 고등학생 즘 된 것 같았다. 교복을 입고 있었고, 꽤 키가 컸다. 물론 그 당시엔 내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커 보였는지도 모르지만.

 

 

 “집이 어디야? 부모님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채 경황도 없었던 어린 나는 제대로 대답도 못 하곤 엉엉 울고만 있었고 인상 좋은 형을 따라 해가 질 때까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곤 하늘에 별이 떴을 때즘에서야 대회장을 찾을 수 있었다.

 

 

 “윤파도! 이놈 자식 어딜 그렇게 돌아 다닌 거야! 아빠가 얼마나 걱정 했는지 알아!? 미안해서 어째요 학생. 내가 뭐 사례라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그 형은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버지에게 하얀 이를 반짝이며 웃었다. ‘괜찮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길을 잃어버린 기억이 있어서요.‘ 형은 어른인 아버지보다 더 어른 같아 보였고, 내 눈엔 별처럼 반짝거렸다.

 

 이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아니면 별처럼 반짝이는 그 학생에게 무언가의 느낌을 받았었는지, 나는 그 형에게 ‘근데 형은 누구세요?’ 하곤 엉뚱한 질문을 했고. 형은 나를 쳐다보며 답했다.

 

 

 “슈퍼맨.”

 

 

 

 * * *

 

 

 

 “아니 관장님, 제가 이 도장 다닌 지 벌-써 10년 된 거 아시죠? 우리 파도가 진짜 코흘리개 시절부터 봤었는데. 이 녀석이 벌써 이만큼이나 컸다는 게... 저는 아직도 우리 파도만 보면 어렸을 때 그 얼굴이 선명하다니까요?”

 

 

 “알지. 근데 그때는 최선생도 젊었었어. 파도만 크남? 우리도 늙지.”

 

 

 “그러게요~요 녀석이 이 만큼 컸다는 건 우리도 그만큼 늙었다는 얘기겠죠?”

 

 

 어느 대회의 끝이 그렇듯, 이 커다란 친목회의 끝은 언제나 술자리와 뒤풀이로 이어진다. 그리곤 매년 대회가 있으면 나왔던 얘기들을 사본이라도 떠 둔 건지, 반복되는 얘기들로 웃음꽃을 피운다.

 

 

 “파도야 이놈아. 네 아버지가 말이야... 아니지 아니지, 관장님께서 네 걱정을 얼마나 많이 하시는지 너도 알지? 운동 끝나고 맥주 한 잔 할 때면 네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신다? 그러니까 너도 열심히 운동해서...”

 

 

 “알죠. 아들인 제가 그걸 어떻게 모르겠어요. 사부님 많이 취하신 것 같아요.”

 

 

 “그래! 너도 잘 알 거야. 아무렴! 아들인데 나보다야 네가 더 잘 알겠지. 나는 우리 파도가 정말로 이렇게 늠름하게 자라줘서 진짜 진짜 고맙다 야... 내가 너 코흘리개 시절부터 업어 키우다시피 했는데~...”

 

 

 “아이고 우리 최선생님 또, 또 그 얘기 하신다. 무슨 최선생님만 업어 키운 줄 알아요? 우리 도장 관원들이 다 업어 키운 거나 마찬가지지 뭘. 자 잔들 들어요! 건배합시다 건배.”

 

 

 “건배에 건배사가 빠지면 되겠어? 그 뭐야, 우리 중랑구 검도 대회 청년부 개인전 우승! 윤파도 건배사 한 번 들어봅시다!”

 

 

 그것이 몇 명이든 사람들의 앞에 서는 것은 어렵다. 더군다나 이런 많은 아버지들을 앞에 두곤 말이다.

 

 

 “아... 먼저...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청무관에 모여 함께 운동을 해온 관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술잔과 함께 고개가 넘어가고. 오늘의 달도 그렇게 건물 뒤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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