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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지금은, 초인 시대!
작가 : 김견
작품등록일 : 2017.9.19

어느날 TV속 뉴스에 방영된 조금 이상한(?) 히어로의 등장에 대한민국은 초인 시대가 막을 연다. 그리고, 어린시절 히어로를 동경해왔던 소년 '동우'의 히어로를 꿈꾸는 파란만장한(?) 이야기.

지금은, 초인시대..! 마스크를 뒤집어 쓴 무뢰배들 아니, 히어로들의 무대가 열린다!

 
누구나 다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 (2)
작성일 : 17-09-21 10:01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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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왔을 영화 속의 히어로들. 이 히어로가 현실에서 나타난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겠습니까? 어젯밤 오후, 도심 한복판에서 현대판 히어로가 나타났습니다. 조진현 기자의 취재. 전해드립니다.’

 

 

 오전 9시의 교무실. 교사용 TV에서 흘러나오는 아침 뉴스 속 아나운서의 입에서 ‘히어로’라는 단어가 나온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왔을.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왔다는. 그래, 마치 어린 시절 히어로를 동경해왔던 어린 소년이 그렇듯이. 내가 그랬듯이.

 

 

 ‘서울시 종로구의 도심 한복판. 오후 열 시경 한 남성이 힘없는 노인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합니다. 노인이 바닥에 쓰러지자 남성이 노인의 가방을 뺏으려 들었고, 그 순간 얼굴에 가면을 쓴 또 다른 남성이 나타나 흉기를 든 남성을 제압합니다.’

 

 

 또랑또랑한 보도 기자의 목소리와 함께 흑백의 CCTV 화면이 비춰진다. 아스팔트 바닥에 넘어진 할머니와, 흉기를 휘두르는 강도. 추리닝을 입고 종이봉투 같은 가면을 뒤집어쓴 남자. 남자는 날렵한 발차기로 강도의 복부를 걷어차고 강도는 쓰러진다. 그리고,

 

 

 ‘뒤늦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흉기를 든 남성을 검거하는 동안, 가면을 쓴 남성은 잠시 현장을 서성이더니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남자는 사라진다.

 

 

 “야, 똥구.”

 

 

 투명한 플라스틱 자가 얼굴 앞으로 다가와서야 나는 TV에 홀린 정신을 차렸다. 홀애비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인마. 선생님이 말씀하시는데 짜아식이... 어디다가 한눈을 팔고 있는 거야?”

 

 “선생님. 똥구가 아니라 동우에요. 김동우.”

 

 “뭐 인마?”

 

 

 아뿔싸. 실수했다.

 

 

 “선생님이 똥구라면 똥구인거지 자식이... 그래, 김동우. 너 이번에도 꼴찌인데 뭐 어쩌겠다는 거야?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짜샤. 내년이면 너도 고3이야 김똥구. 대학은 가야 되지 않겠냐?”

 

 

 어린 소년이 동경하던 히어로의 꿈을 포기하듯, 나는 다시 현실의 김동우로 돌아온다. 아니, 전교 꼴찌 김똥구로. 본연의 자리로 돌아온다.

 

 

 “공부할게요.”

 

 

 ‘흉기를 휘두른 남성을 쓰러뜨린 시민이 쓰고 있는 것은 TV에서 방영중인 유명한 아동용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쇼핑백인데요.’

 

 

 “그게 다야 인마?”

 

 

 ‘현재 서울시에선 봉투를 쓰고 시민을 구한 이 남성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하기 위해 수소문에 있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똥구 너 계속 그렇게 방황하는 모습. 선생님이 보기 많이 안타까워서 그래 인마... 중학교 성적 보면 너도 나쁘지 않았잖아... 응? 잘하자.”

 

 

 반에서 1, 2등을 다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중학생 때는 그나마 성적이 나은 편이었다. 물론 인제 와서 공부에 흥미가 떨어졌다거나 성적이 떨어진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나는 그렇게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저 다른 아이들을 따라 등교했고, 다른 아이들을 따라 공부했다. 남을 따라 하는 것마저 해내지 못하면 내 존재가 없는 것 같은 느낌에 스스로가 어디로 튀어버릴지 내심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나는 천천히 무너져왔던 것 같다. 이것이 어린 시절 적었던 장래희망 설문 조사지에 공무원 대신 히어로를 적었던 아이들의 전형적인 단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지 않던가. 공무원을 꿈꾸는 아이와 히어로를 꿈꾸는 아이는 떡잎부터가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금씩, 소년 김동우는 꼴찌 김똥구로 변해왔다.

 

 

 “...네.”

 

 

 홀애비의 잘하자는 마지막 얘기에 나는 ‘네.’하고 대답했다. 뭘 잘해야 하는 지, 어떻게 잘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그냥 그렇게 ‘네.’하고, 대답했다.

 

 

 “야-아 김똥구! 얼굴이 왜 이렇게 침울하냐? 홀애비가 뭐라고 하든?”

 

 

 “아냐. 그냥, 아침에 아무것도 안 먹고 왔더니 배고파서.”

 

 

 “괜-찮아 짜샤. 홀애비가 저러는 거 한두 번이냐...? 저거 다 히스테리야. 지가 여자 없는 거 우리한테 화풀이하는 거라고. 알지?”

 

 

 응. 알지 짜샤. 어른들이 그러는 게 한 두 번이냐.

 다 똑같은 거지 뭘. 괜찮아.

 

 

 “알면 됐어 인마, 아는 김에 오늘 수업 끝나고 피시방 콜...!? 오늘은 이 엉님이 쏠게!”

 

 

 나의 학창시절은 그렇게 흘러간다. 경찰도. 과학자도. 아이돌도. 공무원도. 히어로도 아닌. 그저 그런 평범한 학생 A. 다른 아이들을 따라 등교하고, 다른 아이들을 따라 수업을 받고, 늘 나를 보며 ‘괜찮아 인마.’같이 마음 편한 소릴 하는 친구를 따라 하굣길의 거리를 걷고. 스크린 속의 히어로들이 악인들과 맞서 싸우게 되는 것 같이 ‘어느 날 갑자기’로 시작하는 뻔한 전개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주 평범했고, 지극히 정상적이었고, 지랄맞게 현실적이었다. 그런 현실에 불만을 느끼지는 않는다. 나는 토니 스타크나 브루스 웨인, 에이드리언 바이트가 아니라 꼴찌 김똥구니까.

 

 만약 현실이 아닌 스크린 속의 삶을 살았더래도. 나는 여전히 꼴찌 김똥구였을 테니까.

 

 

 “다녀왔습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께선 늘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계셨다. 작은 중소기업의 배관공으로 계셨던 아버지는 허리를 다치시는 바람에 결국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셔야 했다. 직장에서 나온 산재 보험과 퇴직금이 많은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께서 소파에 늘어지듯 앉아 계신 걸 보면 가끔 시원스럽게 웃으시던 내 어린 시절의 아버지 얼굴이 그리울 때가 많았다.

 

 

 “우리 아들 왔어? 밖이 많이 덥지? 밥 차려놨으니까 식기 전에 먹어라.”

 

 

 ‘...다음 소식입니다. 며칠 전 가면을 쓰고 나타나 위기에 빠진 노인을 구한 시민. 기억하시는지요?’

 

 

 “아버지는요? 식사 하셨어요?”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 받을 예정이었지만 현장에서 홀연히 사라져 찾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아빤 먹었지.”

 

 

 ‘어젯밤, 서울시 관악 경찰서에 다시 한번 가면을 쓰고 나타나 계획대로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했다고 합니다. 조진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샤워 먼저 하고 먹을게요.”

 

 

 ‘흉기를 휘두르며 쓰러진 노인의 가방을 탈취하려는 위험천만한 아찔한 순간을 막아낸 것은, 바로 봉투를 쓰고 나타난 서모씹니다. 서울시 관악 경찰서. 가면을 쓰고 강도를 제압한 서모씨의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하기 위한 자리. CCTV 화면 속에서 쓰고 나왔던 가면을 쓰고 온 서모씨 덕에 수여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그럼 국 다 식어. 아빠가 김치찌개도 끓여놨으니까, 밥 먼저 먹고 씻어.”

 

 

 ‘이에 SNS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 많은 네티즌이 한국형 히어로의 등장이라며 서모씨의 행동을 지지했고. 서울시경찰청 경찰서장인 한경모 경찰서장은 서모씨가 국민들에게 귀감이 되는 행동을 보여주었다며 서울 경찰 홍보 대사로 위촉하여 명예 경찰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아 씻고 먹는다구요.”

 

 

 아들을 끔찍이도 사랑했던 내 아버지와 TV 뉴스 속 기자의 목소리 사이로 애꿎은 투정을 부린다. 안 봐도 비디오다. 김치찌개는 이미 식어있을 테고, 밥은 며칠 전에 지어놨던 끈적한 진밥이겠지.

 

 됐다. 그런 밥.

 

 

 “아들! 밥은 먹고 씻으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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