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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눈 먼 나르시스트를 위하여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5.8
눈 먼 나르시스트를 위하여 더보기

에브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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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삼일 앞두고 도망 친 남자. 나르시스트 오권혁(27세)
그런 남자에게 화가 나 있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여자. 평범녀 안나경(29세)

 
6.
작성일 : 16-05-18 09:11     조회 : 485     추천 : 0     분량 : 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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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녀가 내게 일말의 감정이라도 갖고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없는 것이다.

 홧김에 정지시킨 핸드폰 속에 잠자고 있는 허무맹랑한 문자 내용을 봤다면, 이런 식으로 한참동안 모든 것을 방치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연예인 DC로 해외 미용 관광을 다녀오게 됐어.]

 누가 봐도 조악한 내용.

 내가 이런 것을 이유로 해외여행을 가는 남자가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그녀가 잘 안다.

 그러니 애정이 있었다면, 내게 관심이 있는 여자였다면 화를 내며 나를 찾아 와야만 했다.

 그녀라면 날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도 있을 터였다.

 그동안 내게 관심이 있었더라면.

 그러나 그녀는 오지 않았다.

 내게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혼자서만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혼자서만 애가 닳아 있었던 거다.

 그게 너무 화가 나고 억울했다.

 

 

 매일 신경을 긁으며 알짱거리던 여자였다.

 내가 나타나는 시간엔 그녀도 나타났고, 내가 팬들에게 붙들려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할 때면 그 옆에 파고들어서 능청스럽게 팬들에게 샘플 화장품을 나눠주던 여자였다.

 “예쁜 언니들. 이거 한 번 써 봐요. 지금도 예쁘지만 이 화장품을 쓰면 더 예뻐질 거야. 오호호호호호호.”

 처음엔 관심조차 없었다.

 내 관심은 온전히 내게만 집중 되어 있었으니 누구에게 관심을 준다는 게 그리 쉬운 일도 아니었다.

 나보다 아름다운 사람.

 나보다 완벽하게 매력적인 사람.

 자기애가 강한 나만큼이나 자기애가 강하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이끌림으로 나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를 기대했다.

 그러니 적어도 이런 여자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내가 기대 했던 사랑이라는 건.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같은 일이 반복되다보니 그녀가 신경 쓰이기 시작 했고, 그녀가 다른 연예인에게 눈길이라도 주면 불같이 화가 끓어올랐다.

 팬들에게 샘플 화장품을 건네주는 시간에 잠깐씩이라도 내게 시선을 돌려주길 바랐다.

 내게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한 것임에도 순리를 거스르며 언제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그녀가 얄미웠다.

 알짱거리며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면서 정작 나를 소 닭 보듯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그녀를 이해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날 무시 할 수 있지? 이렇게 잘생긴 날 어떻게?’

 어쩌면 그녀는 부끄러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날 마주 볼 자신이 없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그녀를 보기 시작하고부터는 그녀가 참을 수 없이 귀엽게 느껴졌다.

 오종종종한 걸음으로 여기저기 데굴데굴 굴러다니듯이 활보하며 때로는 능청스럽게, 때로는 활발하게 팬들을 대하는 모습이 온전히 내게 집중 될 날을 기대했다.

 그러다 보니 썩 괜찮은 그림이 그려졌다.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피곤했죠? 이 얼굴 상한 것 봐.’ 라고 애교스러운 콧소리를 내뱉는 그녀.

 머리를 만져주고 귀를 쓰다듬으며 내가 이 세상에서 최고로 근사한 남자라고 수줍게 속삭이는 그녀.

 상상할수록 꽤 그럴듯한 광경이라 절로 입이 호선을 그렸다. 그랬는데…….

 “왜 노려봐요?”

 그녀가 입모양으로 내뱉은 말은 충격이었다.

 노려본다고? 내가?

 “내가 언제 노려봤다고 그래.”

 나 역시 그녀에게 입모양으로 중얼거렸고 그녀는

 “봤잖아요.”

 “언제!”

 “방금!”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뱉으며 나를 마주보았다.

 설마…….그럴 리가 없어. 내게 관심도 없이 알짱거리는 여자는 있을 수 없다고! 어떻게…….

 “왜 내 앞에 알짱거렸지?”

 처음엔 아니었지만 이번엔 진짜로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느냐는 듯이 가소로운 눈으로 쳐다보며 내게 말했다.

 “재빨리 샘플 넘기고 판촉 끝내려면 당신 팬이 제격이거든요? 도끼병도 그 정도면 암이겠네.”

 “뭐, 뭣? 도끼병? 암?”

 그녀는 그날 날 아주 완벽하게 뭉개버렸고, 그날의 굴욕으로 난 그녀에게 호기심뿐만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오기와 집착마저 느끼게 되었다.

 나 때문에 알짱거리는 게 아니라 자투리 시간을 남기기 위하여 내 팬들에게 샘플을 나눠주고

 화장품 장사를 한다는 그녀를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어서 더 그녀를 집요하게 관찰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어 일 년쯤 되었을 땐, 이미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 후였다.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 하지만 그만큼 끈끈한 무언가.

 나는 내 감정을 그렇게 정의 내렸다.

 내 감정을 확인하고 난 이후, 나는 곧바로 그녀에게 고백했다. 이쯤에서 손을 내밀 줄 알았던

 그녀가 손을 내밀지 않으니 내가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사귀자.”

 “뭐라고요?”

 황당한 듯 홉떠진 그녀의 눈이 얼마 후 실처럼 가늘게 접히며 호선을 그렸다.

 “왜?”

 “판촉 하다가 번호 따인 적도 없는데, 다짜고짜 연예인이 사귀자고 하니…….내, 참.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그 말을 내뱉던 그녀는 이내 정색을 하며 내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요? 연예인이라면 옳다구나 사귀자 할 것처럼 보이냐고요.”

 “내가 언제 널 만만하게 봤다고…….”

 “반말 하지 말아요.”

 “아니, 너…….너, 몇 살인데?”

 “스물아홉이다. 왜!”

 “나이……는 나보다 두 살 많지만 쪼그만 게, 오빠라고 불러!”

 “뭐?”

 “나보다 작잖아. 한참 작고만. 키도 150? 153? 그쯤 되지?”

 “156이거든?”

 “그거나, 저거나.”

 나는 막상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자 애처럼 우기는 수밖에 없었다.

 스물아홉 살이라니.

 많아 봐야 스물 대여섯쯤으로 보았는데, 잘못 봐도 한참을 잘못 봤던 것이다.

 두 살 차이면 이 바닥에서 그렇게 많이 연상은 아니었지만 연상일 거라 생각지 못한 터에 받은 충격은 꽤 타격이 컸다.

 게다가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에 잡으면 통통하긴 해도 뼈대가 가늘어 보이는 여자의 모습에 저렇게 강한 말발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하긴. 스물아홉이나 된 직장인 여자가 연약하고 여기저기 휘둘리기만 할 거라고 생각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외모만을 보고 편견을 갖고 내 편의대로 상상 한 것이었다.

 이렇게 연약하고 순해 보이는 여자라면……. 나만을 해바라기 하는 완벽한 이상형의 여자가 되어줄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단단히 잘못 짚은 것이었다.

 아주 예쁜 여자가 아니니 쉬울 거라고 단정 지었던 그녀는 알면 알수록 쉽지 않았고, 완벽하게 날 무시하는 여자였다.

 그런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녀가 갖고 싶었고 안달이 났다.

 거울을 보며 스스로에게 감탄하던 시간은 완벽히 사라지고 어느 날 깨달은 내 모습은 눈앞에서 먹지 못하고 아른거리기만 하는 사탕에 목매다는 아이의 모습과 다름없었다.

 나는 매일 그녀에게 떼쓰기 시작했다.

 “책임 져! 너 때문에 난 더 이상 거울을 볼 시간도 없다고.”

 “뭔 소리야.”

 “난 누구에게 관심 가져 본 적도 없다고!!”

 “아~ 그러세요? 그런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내 말에도 그녀는 덤덤하게 대답하며 팬들에게 샘플 화장품을 나눠줬고, 바구니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샘플 화장품이 동나고 나면 미련 없이 돌아서버렸다.

 그녀가 그럴수록 나는 더 안달이 났고, 그런 나를 보며 반응 하는 것은 언제나 그녀가 아닌 팬들 뿐이었다.

 그녀가 떠나고 나면 팬들은 내게 묻곤 했다.

 “오빠. 저 평범한 여자 뭐가 좋아서 그렇게 목매요. 여기, 오빠가 마음만 먹으면 사귈 수 있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요.”

 “그래. 그렇지.”

 “그렇죠?”

 “하지만 내가 사귀고 싶은 여잔 너희가 아니야. 그리고 너흰…….숫자가 너무 많아! 나보고 의자 왕이 되라는 말이야, 뭐야?”

 나는 나를 원하는 팬들에게 차갑게 대답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내가 관심을 갖는 여자가 내게 무덤덤할수록 팬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점점 더 차가워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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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 16-08-04 14:15
 
남녀의 입장이 이렇게 다른거구나 .. 하는 생각이 드네요
표현을 잘 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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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흑나비 16-08-13 13:35
 
^^표현이 부족할 것 같아서 걱정이었는데 표현을 잘 해 줬다 하셔서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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