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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15화
작성일 : 17-09-17 23:30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4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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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로야 "

 

 설화는 실망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노골적이고 단호한 대답에 민준은 책상을 내려치며 말했다.

 

 " 아니 왜? "

 

 " 그건 진짜 싸우자는 거잖아? "

 

 민준이 제시한 내용은 그럴싸하면서도 제법 심플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했던가, 특히 대기업처럼 크면 클수록 먼지는 더욱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민준이 의도하고 노린 건 바로 그 부분.

 

 보통은 먼지가 있어도 털지 않는 이유가 보복이 두려워서 혹은 역으로 당할 수도 있기에 조심할 뿐이었다.

 

 다만, 이미 제법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강태화를 그에 못지않은 강설화. 그 친동생이 직접 그 비리에 대해 파헤친 글을 기사화해서 올리자는 내용이었다.

 

 " 당연히 싸우자는 거지.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망하게 생겼는데. 더군다나 이건 편집장님이 자리를 내놓을 생각까지 하면서 내준 기회라고! "

 

 끝없는 설득에도 계속해서 시큰둥한 설화를 보며 민준은 울화에 치민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 자뻑이 아니라! 진짜 이건 나니까 만든 기회고! 나도 잘 안 풀리면 잘릴지도 모르는 각오로 만든 거라고! 이미 내가 아는 실장님 만나서 필요한 자료도…. 헙 "

 

 " 그러니까 하지 말자고 "

 

 설화는 쉴 새 없이 쏟아내는 민준의 입을 막고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민준은 자신의 입을 막고 있는 설화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치워버리고선 남은 맥주를 마저 들이켰다.

 

 작가 생활이 끝날지도 모르는 위기 때문에, 자기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까지 휘말릴지도 모르는 걸 감수하면서 만들어준 기회를 저렇게 실실 웃으며 단호하게 거절하자 민준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 있잖아. 난 항상 너한테 고맙고 미안한데, 더 미안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

 

 " 그러니까 쓰자고! "

 

 설화는 내밀었던 차기작 기획서를 한쪽으로 치우고는 책꽂이 구석에서 뭔가를 꺼내며 말했다.

 

 " 만약에 반대입장이었다면 너도 거절했을꺼잖아 "

 

 " 그건…."

 

 " 내가 왜 계속 포기하지 않고 글을 썼는지 아냐 "

 

 뜬금없이 튀어나온 질문에 민준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 한번은 사이트에 연재하다가, 세이브 분량이 날아간 거야. 동시에 잇따른 공모전 탈락이 겹치면서 멘탈도 깨지니까 딜레마가 오더라 "

 

 설화는 꺼낸 두툼한 서류봉투를 탁탁 털면서 계속해서 말했다.

 

 " 그래서 다음 화를 무려 2달 만에 올렸어. 솔직하게 말하면 조회수도 얼마 안 되고 댓글도 잘 없어서, 상관없다고 가볍게 생각했던 모양이야 "

 

 " 요점이 뭔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

 

 " 근데 2달 만에 올렸을 때 댓글이 달리더라. 다시 정주행했다고. 그 댓글 하나에 그렇게 심장이 뛸 수가 없더라. "

 

 설화는 책상에 구멍이 날 정도로 손가락 끝을 찍어대는 민준을 보고 멋쩍게 웃으며 손에든 서류봉투를 건넸다.

 

 " 그땐 한 명이지만 지금은 그렇게 날 기다려주는 사람이 제법 많아. 그런데 내가 작가를 그만둘 것 같아? 내 방식대로 가자 "

 

 절대 포기할 수 없지.

 

 설화가 받아든 원고를 보며 민준은 자신의 두 손을 꽉 맞잡았다. 내리깔린 시선에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설화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 니 말대로 "

 

 까짓거 한번 해보지. 설령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꼴이 되더라고.

 

 " 도박이니까 "

 

 

 

 

 

 

 

 

 ***

 

 

 

 

 

 

 

 " 아아아 나 심심해~~~ "

 

 태화의 사무실 쇼파에 드러누운 현정은 발을 애꿎은 쿠션에 발길질을 하며 칭얼거렸다.

 

 " 일을 하시죠 "

 

 아무리 칭얼거려도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한 채 들고 있는 서류만 쳐다보던 태화의 첫마디에 현정을 울컥하며 대답했다.

 

 " 할일없거든요? "

 

 " 없겠죠. 지금 제가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직원들 보기 안 좋습니다. "

 

 " 직원은 지금 당신밖에 없네요 "

 

 " 그 직원이 보기 안 좋다는 말입니다 "

 

 " 어떻게 있어야 보기 좋은데? "

 

 현정은 가늘게 뜬 눈으로 야릇하게 입술을 핥으며 요염하게 다리를 꼬고 물었다.

 

 " 그냥 거기서 한숨 주무세요 "

 

 태화는 조금의 동요도 없는 평온한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쉬며 말하자, 현정은 거칠게 상체를 세우며 말했다.

 

 " 방금 한숨 쉰 거지!! 와~ 오빠는 상사에 대한 예의가 없어!! "

 

 " 직함은 제가 위입니다만? "

 

 " 그래서 뭐! 뭐!! "

 

 " 뭐 없습니다 "

 

 태화는 말을 마친 채 다시금 결재 서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정은 무심해도 너무 무심한 태화의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 방해됩니다 "

 

 " 나 말이야 궁금한 게 있는데 "

 

 태화는 서류에 결재하던 펜을 멈추고 깍지를 낀 채 말했다.

 

 " 말씀하세요 "

 

 제법 오랜 시간 봐온 결과 지금 태화는 제법 자상한 표정으로 대하고 있음에도 느껴지는 딱딱함에 현정은 침을 삼켰다. 자신은 물론이고 태성을 대할 때도 심지어 처음 팀장으로 진급할 때 자신의 할아버지인 회장님과 마주했을때도 태화는 한번도 주눅들거나 작아진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언제라도 기회가 되면 삼켜버릴 듯한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 그 녀석은 호랑이야 거두면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꺼야 '

 

 회장님의 그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명되었지만, 목줄만 잘 채우면 된다는 태성의 의견이 반영되어 지금의 태화가 되었다.

 

 최근에 다소 허술한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때마저도 현실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고, 그 뒤엔 언제 그랬냐는 듯 전처럼 일을 처리해 나갔다.

 

 " 오빠는 동생을 왜 그렇게 미워하는 거야? 친동생 아냐? "

 

 현정의 질문에 태화의 입가가 작게 경련했지만, 현정은 보지 못했다. 잠시 고민하던 태화는 아무렇지 않은 눈빛으로 말했다.

 

 " 전 동생을 싫어한 적 없습니다만? "

 

 " 진심으로 하는 말 아니지? "

 

 " 진심입니다. 전 제 동생은 한 번도 미워한 적 없습니다. 조금.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지 "

 

 " 많이 마음에 안 들면 죽겠네 "

 

 하하, 작게 웃던 태화는 결재하던 서류를 잠시 옆으로 밀어둔 채 말했다.

 

 " 저희는 부모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설화를 낳다가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저희를 고모에게 맡긴 채 소식이 끊겨버렸죠.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

 

 그건 현정도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원한다면 아버지의 행방 정도는 찾아낼 수 있었지만 태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 보호자가 없다는 건 상당히 불리했습니다. 한번은 설화가 맞고 돌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학교를 찾아가 봤지만 애초에 대화조차 성립되지 않았죠. 보호자가 없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

 

 처음 듣는 태화의 이야기에 현정은 어느새 조금 집중하고 있었다. 태화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 억울했습니다. 보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근데 제가 아무리 운동을 하고 무슨 짓을 해도 방법이 없더군요. 그 아이들에게도 다른 형들이 있었으니까요. 결국, 손해 보는 건 저희였습니다. "

 

 왜 자꾸 사고 치냐면서 구박받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태화는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 그러다 한번은 절 좋아하던 여자아이 오빠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영원히 방법이 없을 줄 알았던 상황이 너무나 쉽게 해결되더군요. 그때 알았죠. 내가 강할 필요 없다. 더 강한 누군가가 있고 그 힘을 내 것처럼 쓸 수 있다면 쉽게 해결될 문제였다고. "

 

 " 그런데? "

 

 " 근데 그놈은 그걸 몰라요.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겠다고, 불필요하고 오래 걸릴 노력을 계속하죠. 포기하지 않는 건 좋지만,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해서 형으로써 바로잡아 주려고 했을 뿐입니다. "

 

 태화는 자신의 서랍에서 이력서를 한 장 꺼내 책상 위에 놓았다. 이력서 이름에는 '강설화' 라고 쓰여 있었다.

 

 " 끊임없이 각인시켜줬습니다. 넌 약하다. 넌 아무것도 아니다. 다소 트라우마가 되더라도 별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

 

 태화는 설화의 이력서를 찬찬히 쓸어내렸다.

 

 " 쉽게 꺾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방법을 바꿨습니다. 혼자 잘 해봐라. 안되면 그때 힘이 되어줄 수 있도록 저 혼자라도 높이가 있으려고 했는데…."

 

 " 했는데…?"

 

 갑자기 한기가 돌 정도로 서늘해진 태화의 손에 힘이 들어갔고, 이력서는 처량하게 구겨진 채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 지금은…. 싫어하는 게 맞습니다. "

 

 

 그런 태화를 보는 현정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살짝 흘러내렸다.

 

 " 건드리면 안 되는 걸 건드렸거든요. "

 

 아마도 여솔이겠지. 현정은 태화를 거둬들인 태성의 선택이 틀리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

 

 

 

 

 

 

 " 에엑~? "

 

 동대문 시장 한구석, 먹던 김밥을 입에 문 여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 좀 보기 그렇네요 "

 

 설화의 말에 여솔은 입에든 김밥을 서둘러 씹어 삼키고는 다시 말했다.

 

 " 이걸 소설로 쓰게 해달라니…."

 

 설화는 들고 있던 여솔의 샘플 봉투를 한쪽에 놓고 말했다.

 

 " 제 소설 중에 '디자이너' 라고 있는데 "

 

 " 봤어요, 재밌던데 제법 현실적이었어요 "

 

 설화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살짝 붉혔다. 작가가 되어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도 누군가 자신의 소설을 읽었다는 사실은 좀처럼 부끄러워서 익숙해지지 않았다.

 

 마치 내 일기를 타인이 읽은 듯한 기분이랄까.

 

 " 네…. 여튼 그게 여솔씨를 보면서 쓴거에요 "

 

 " 쿨럭 "

 

 " 물 드릴까요.. "

 

 설화는 사레 걸린 듯 켁켁 거리는 여솔의 등을 두드리며 물을 건넸고, 여솔은 받아들고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한참 만에 겨우 진정한 여솔이 설화를 쳐다보자, 설화는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

 

 " 그…. 양해를 안 구한 건 죄송한데…."

 

 " 자랑해도 돼요??? "

 

 " 에? "

 

 불쾌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설화의 예상과 다르게 여솔은 밝게 웃으며 눈을 반짝였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들뜬 채 여솔이 계속 말했다.

 

 " 저 완전 이런 거 한때 로망이었거든요! 저 영화도 봤어요. 그거! 저 주인공 나야 막 이렇게 자랑해도 돼요?? "

 

 " 네? 아…. 네 뭐…. 사실이니까 "

 

 " 완전 씬나! "

 

 " 그럼…."

 

 " 네네 써주세요! 저도 그럼 좋죠, 솔직히 말해서 이 나이에 이 정도 위치에서 자서전은 너무 웃기잖아요? 오글거리고 "

 

 매번 느끼는 부분이지만 정말 쿨한 오케이에 설화는 다소 당황했지만, 결과가 좋으니 좋다고 생각하고 다시 봉투를 들었다.

 

 " 근데 갑자기 왜 허락을 받으시지? "

 

 " 아…."

 

 여솔의 핵심을 파고든 질문에 설화는 잠시 고민하고는 솔직하게 전부 털어놨다. 태화가 취한 행동과 현재 자신의 입장까지. 말하는 동안 여솔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지만, 부탁하는 입장에서 속이거나 숨기는 건 없어야 할 것 같아 설화는 끝까지 말을 마쳤다.

 

 " 굳이 허락을 받고, 이렇게 다 말한 건 꼭 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였습니다. "

 

 " 그게 뭐죠? "

 

 " 여솔씨가 알고 있는 강태화에 대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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