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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14화
작성일 : 17-09-17 23:29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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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여솔은 얼음이 가득 담긴 녹차와 커피를 양손에 들고 와 앉으며 말했다.

 

 " 녹차? 커피? "

 

 " 녹차로 할께요 "

 

 용기 내서 여솔의 사무실까지 왔고, 얼떨결에 마주쳐서 들어와 앉았지만 실제로 만난 뒤는 생각하지 않았던 터라 설화는 여솔에게 받아든 녹차의 얼음을 입안에서 천천히 굴렸다.

 

 그런 설화를 보며 따라서 얼음을 머금고 있던 여솔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여전히 얼음 좋아하시네요 "

 

 " 제가… "

 

 " 속에 열이 많아서요 "

 

 대답하다 멈춘 설화는 여솔의 말에 멋쩍게 웃으며 얼음을 씹었다.

 

 " 설화씨는 여전하시네요 "

 

 " 그런가요… "

 

 " 뜬금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것도 그렇고 "

 

 " 죄송합니다… "

 

 여솔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 죄송하실 건 아니구, 저 없었으면 어떡하시려고… "

 

 " 생각 안 해봤어요! "

 

 이 인간이 정말… 무슨 생각인지 당당한 태도에 여솔의 입에서 푸스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정말 여전하시네요.

 

 " 다음부터는 연락 먼저 주세요. "

 

 " 네… "

 

 " 그보다 어쩐 일로 오셨어요? "

 

 " 아…! "

 

 본론이 나오자 갈 곳 잃은 설화의 눈이 흔들리고 이마에서는 땀이 삐질 새어 나왔다.

 

 긴장할 이유도 없는데 괜스레 떨리는 손에 녹차 속 얼음이 잘그락 소리를 냈다.

 

 " 응? "

 

 " 아… 그게… 말이죠… 그러니까…. "

 

 " 설화씨 "

 

 " 네!? "

 

 여솔은 양손을 펴 설화를 가라앉히든 천천히 손짓하며 말했다.

 

 " 우리 서로 긴장할 사이 아니잖아요? 차분하게 그냥 말씀하세요 "

 

 설화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여솔은 분명 별 이야기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이렇게 긴장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하며 찬찬히 뜯어봤다.

 

 처음 봤을 때랑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진 모습, 샤프하게 넘긴 머리며, 왠지 좀 더 날렵해진 듯한 눈매, 견고하게 다문 입술은 단호함마저 느껴졌다.

 

 옷은 내가 만든 옷이니 이쁘지 않을 수가 없지, 3년 전에 만든 옷이지만 지금도 충분히 예뻤다.

 

 하긴, 내가 만든 건데.

 

 반면 속은 3년 전 그대로인 모습이 묘하게 느껴졌다.

 

 여솔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여유롭게 웃으며 설화의 긴장이 풀리길 기다렸다. 설화도 느꼈는지 문득 정신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 예전에… 한 달 그거요…. "

 

 " 네? 아~ 네 "

 

 " 아직 안 끝났으니까…. "

 

 계속하자는 건가?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강태화 말대로 그가 뒤에서 설계한 거라면 내가 남기고 싶었던 것,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거나 다름없는데.

 

 문득 까먹고 있던 생각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자 여솔의 얼굴에 서글픈 그늘이 내려앉았다. 여솔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 설화씨, 제가 깊게 말씀은 못 드리지만, 죄송해요. 이제 그건 저에게 의미가 없어졌어요. "

 

 " 아…. 왜죠…? "

 

 여솔의 말에 설화의 입에서 마른 탄식과 아쉬움 가득한 질문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여솔의 머릿속에도 의아함이 자리 잡았다. 그저 한때 나르시즘과 설화에 대한 미안함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화연의 표현을 빌리자면 '관심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일인데, 더군다나 이제는 이름있는 작가로서 자리를 잡은 그가 맡을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 그건 반대로 제가 묻고 싶네요…? 설화씨에겐 딱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텐데 "

 

 " 아뇨! "

 

 설화는 자기도 모르게 테이블을 내려치며 말했다.

 

 " 저…저한테! 정말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여솔씨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전 그때가…. "

 

 " 그때가…? "

 

 갑작스러운 액션에 약간 움츠러들었던 여솔은 뒤에 이어진 설화의 말에 흥미로운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 가장 즐거웠습니다! "

 

 " 네? "

 

 설화는 눈을 감은 채 그간 참아온 말을 쏟아냈다.

 

 " 여솔씨랑 함께했던 그 짧은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여솔씨가 떠났을 때,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또 제가 쓴 '디자이너'도 여솔씨를 모티브로 썼던거고, 아니 제가 뭐 상을 받긴 했는데 그건 제가 잘난 게 아니라 제 친구가 출판사 직원이라 번역을 잘…. "

 

 " 설화씨 "

 

 " 네!? "

 

 내가 무슨 소릴 한 거야. 라는 생각과 그제서야 자신의 억양이 제법 높았음을 뒤늦게 깨달은 설화의 얼굴이 천천히 붉어졌다. 귀까지 빨갛게 물든 설화의 눈은 어느새 갈 곳을 잃은 채 흔들리기 시작했다가 문득 닿은 여솔의 얼굴에서 얼어 붙었다.

 

 새하얀 여솔의 뺨 위로 또르륵 흘러내린 한 방울,

 

 처음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왠지 탁하게 느껴졌던 여솔의 눈에 눈물이 맺혀 다시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 제…제가! 실수했나요! 아니 그게! 어어어!! "

 

 당황해서 안절부절못하는 설화에게 여솔은 웃어 보이며 서둘러 눈물을 훔치고 대답했다.

 

 " 아니에요. 하…. 고마워서 그래요 "

 

 " 고마우면 웃어요 "

 

 " 고마운 거로 눈물 뽑아내기가 더 힘들거든요? "

 

 한쪽 눈썹을 치켜세운 채 말하던 여솔과 설화는 이내 서로 마주 본 채 푸스스 웃음을 터트렸다.

 

 " 울다가 웃으면…. "

 

 " 유치해요 "

 

 야심 차게 시도한 농담이 단호한 정색에 막히자 설화는 어색하게 녹차를 입에 가져갔다.

 

 여솔도 커피를 손에 든 채 찬찬히 생각했다. 아까부터 마시고 있었음에도 이제서야 느껴지는 커피의 달달한 향기, 손에 맺힌 시원함과 어느새 녹아서 작아진 얼음이 자기들끼리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마치 주말 아침 같은 포근함에 여솔의 입가에 얕은 미소가 떠올랐다.

 

 " 해봐요. 그러면 "

 

 저도 좋았어요.

 

 " 네? "

 

 저도 그 시간이 즐거웠어요.

 

 " 설화씨가 말한 대로 전에 하던 거 계속 이어서 하자구요 "

 

 다시 즐거워지고 싶네요.

 

 " 에? 아…. 네…. 뭐…. 네…. 그럽시다…. "

 

 " 싫어요? 반응이 어째 "

 

 " 아! 아니요! 좋아요! 네! 그냥 진짜 오케이 하실 줄 몰랐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

 

 그동안 설화의 가방에서 쉴새 없이 울리는 핸드폰의 진동소리를 둘 다 듣지 못하고 있었다.

 

 

 

 

 

 

 

 ***

 

 

 

 

 

 

 " 편집장님 그러게 무슨…! "

 

 한껏 흥분한 민준을 말없이 쳐다보던 편집장은 천천히 깍지를 끼며 말했다.

 

 " 자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이미 알고 있어 "

 

 " 그런데…. "

 

 다소 격양된 목소리를 손으로 제지한 편집장은 큰 한숨을 내쉬며 펜대를 굴렸다. 속 터지는 자신과 다르게 어딘가 느긋한 편집장의 행동은 민준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평소 성격 급한 편집장이 이렇게 여유 부린다는 건 그만큼 이미 확고하게 결정을 내렸다는 뜻이기도 했다.

 

 편집장은 굴리던 펜대로 멈춘 채 입을 열었다.

 

 "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사업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곳이 어딘지 알고있지? "

 

 " 용아그룹 아닙니…. 아…. "

 

 민준의 입에서 마른 탄식이 터져나왔다. 지독하게 유치해서 혹시나 설마 하며 생각 않았던 부분.

 

 " 맞아.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강설화 작가의 소설 판매중단을 요구해 왔어. "

 

 심하게 일그러진 민준의 얼굴을 보며 편집장도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 그래 자네 마음이 어떤지 잘 알아. 솔직하게 현실적으로 말하지. 처음 자네의 추천을 받았을 땐, 순전히 자네의 안목만 믿고 강설화의 작품을 싩기로 했어. 냉정하게 소설로 쓸 글은 아니었지만, 자네가 여태 얼마나 잘해왔는지 알기 때문에. "

 

 말하던 편집장은 자신의 서랍에서 서류를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서류를 꺼내 보던 민준의 입이 까득하는 소리를 냈다.

 

 편집장이 건넨 서류에는 이미 여러 차례 강설화의 퇴출과 노골적으로 투자를 끊겠다는 내용과 투자가 줄어들고 그 자리를 설화의 소설 매출이 메꾼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

 

 " 본래는 아무한테나 보여주는 건 아닌데. 용아그룹의 강태화 상무가 워낙 유명인사라 둘이 형제 사이라는 건 금방 알게 되더군. 그래 솔직히 기대했어. 동생이 있으면 뭔가 특별한 게 있을까 싶었는데. "

 

 " 너무 불합리한 거 아닌가요."

 

 " 이쪽에서도 정식으로 항의도 해봤지만, 그쪽은 없는 이유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이야. 물론 그동안은 설화씨가 부족한 금액만큼 매출은 내준 덕분에 우리도 버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글 안쓴지 시간도 제법 지났고, 수상한건 예상 외였지만 요즘 소설 읽는 사람이 많은것도 아니라 열기 식는것도 순식간이란 말이지. "

 

 민준은 딱히 반박 할 수 없는 내용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예상 못 했던 부분은 아니었지만,

 

 여솔.

 

 그 여자가 돌아온 이후로 모든 게 꼬여가기 시작했다. 지금의 강설화를 만든 것도 여솔인지라 원망만 할수는 없기에 속이 더욱 타들어 갔다.

 

 " 신작을 써서 부족한 매출을 메꿀 수 있으면 되는겁니까. "

 

 편집장은 말없이 건네준 서류를 다시 서랍에 넣으며 의자에 기대며 천장만 응시했다.

 

 편집장도 위에서 받는 압박이 상당했을 텐데, 이정도 버텨준것만 해도 사실 민준은 할 말이 없었지만,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와서 달리 방법 또한 없었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

 

 " 편집장님도 나름의 입장이 있는 거 알고 있습니다. 제 친구라서가 아니라, 제가 담당자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설화는 더 잘할 수 있습니다. "

 

 " 내가 알기론 써둔 게 더 없는걸로 아는데 "

 

 편집장의 회의적인 표정에 민준은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빠른 성과와 인지도를 위해 그간 써왔던 모든 소설을 한 번에 풀어버린 터라 새롭게 쓴다는거 사실상 말이 안되기 때문에,

 

 아.

 

 순간 눈이 크게 떠진 민준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 도박해볼 만한 건 있습니다. "

 

 

 

 

 

 

 

 ***

 

 

 

 

 

 

 " 미안 전화 온 지 몰랐어 "

 

 결과가 좋았는지 갑자기 뛰쳐나가기 전과 다르게 한껏 상기된 표정의 설화가 웃으며 말했다.

 

 "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혼자 속 터지고 고생하는지는 아냐 "

 

 설화는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배시시 웃었다.

 

 " 웃지 마 정들어. "

 

 " 아냐, 진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안 그래도 이번에 새로 쓸꺼 기획서를.. "

 

 " 아니, 잠깐만 "

 

 민준에게 건네주기 위해 출력해둔 기획서를 꺼내던 설화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민준은 빤히 쳐다봤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장 내놓으라고 닦달하던 놈이

 

 어두운 낯빛을 하던 민준은 입던 자켓을 대충 던져둔 채 쇼파에 앉았다. 평소같으면 가지런하게 접어서 걸쳐두거나 옷걸이를 찾아 걸던 민준의 조금 다른 행동과 표정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직감한 설화가 물었다.

 

 " 뭔일인데 "

 

 " 맥주 하나 줄래? "

 

 설화는 말없이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와 건넸고, 받아든 맥주를 한꺼번에 반정도 거덜낸 민준은 입을 닦으며 편집장과 했던 이야기에 대해 털어놨다.

 

 이야기를 듣던 설화의 눈가가 일그러지기 시작했지만, 민준은 아랑곳 하지 않고 끝까지 말을 끝낸 뒤 다시 말했다.

 

 " 너네 형이 이렇게 집착하는 줄 몰랐는데. "

 

 민준의 이야기를 듣던 설화의 꽉 쥔 주먹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그런 모습을 보며 민준은 나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 그래서 말인데, 나한테 생각이 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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