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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13화
작성일 : 17-09-17 23:29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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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세상에…. 무슨 그런 미친…."

 

 울컥하는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던 욕설을 다급하게 막은 화연은 여솔을 눈치를 살피며 다시 말했다.

 

 " 나 욕해도 되니? "

 

 " 마음껏…."

 

 여솔은 좋을 대로 하라고 손짓하고는 이미 갈기갈기 찢겨져 있던 부침개를 또다시 찢었다.

 

 답답하고 짜증이 치미는 속을 달래고자 화연은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켜며 입을 닦았다. 여솔은 그런 모습을 보며 그저 말없이 부침개를 입에 넣어줄 뿐이었다.

 

 가늘게 찢어진 눈으로 화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우리가 바닥부터 기어 올라갈 땐 관심도 없더니…. 기껏 키워놓으니까…."

 

 화연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자 여솔은 티슈를 몇 장 뽑아주며 말했다.

 

 " 너 많이 취한 거 같다 "

 

 " 열 받는 만큼 마셨으니 안 취하겠어…."

 

 " 미안해…."

 

 " 니가 뭐가 미안해! 강태화 그 새끼가 나쁜새낀거지.. 개만도 못한 새끼…."

 

 여솔은 쓴웃음을 지으며 같이 목을 적셨다.

 .

 .

 .

 .

 귀국하기 전.

 

 " SoL은 이제 용아 그룹의 하청으로 움직이게 될꺼야 "

 

 프랑스 파리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스카이라운지의 가치가 무색해질 만큼 황당한 말이 태화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 무슨 소리에요? "

 

 표정관리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무섭게 일그러진 여솔의 얼굴에도 태화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 이만큼 키웠으면 된 거 같아서 회수하려고 "

 

 마치 자기 것 돌려받는 듯 당연하게 말하는 태도에 여솔은 말문이 막혔다. 뭐부터 따져야 할지 생각하는 와중에도 태연한 태화의 표정에 화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

 

 말 같은 소릴 해야 들어주지.

 

 " 그걸 내가 납득할꺼라고 생각하는 거야? "

 

 " 니 의견이나 납득은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넌 SoL을 버릴 수 없잖아? "

 

 내가 지금 듣고 있는 걸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헷갈리기 시작했다. 대체 이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무슨 말을 하는 거지?

 

 " 투자자들이나 광고, 협찬, 방송국 등등 이미…. 아니, 애초에 전부 이쪽 사람이었어. "

 

 " 내가…. 이 회사를…."

 

 어떻게 키운 건데…. 여솔의 입이 열리기 전에 태화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 회사를 키운 건 나야 "

 

 " 하? "

 

 " 내가 뒤에서 서포팅하지 않았다면, 그 회사가 이렇게까지 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나? "

 

 태화는 여유롭게 턱을 괸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

 

 " 세상에 재능을 가진 사람은 지천에 널렸어. 특히 패션계 같은 블루오션엔 더욱더. 그렇게 널리고 널린 사람 중에 니가 성공한 이유가 운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재능? "

 

 " 내가…. 얼마나 노력…."

 

 " 아니. 노력은 누구나 하는 거야. 물론 내가 뒤에서 제공한 기회에 합당한 노력과 실력은 인정해. "

 

 여솔은 떨리는 손을 움켜쥔 채 잠자코 들었다. 아니, 말을 할 수 없었다.

 

 " 성공엔 맞물려야 하는 요소가 너무 많아. 성공하는 법이 담긴 책이 그렇게 쏟아져 나와도 정작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인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아무것도 없는 데 성공하기란 쉬운 게 아니야. 그럴바엔 이미 성공한 곳에서 그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편이 더 간단하지. 그 증거가 SoL이고 "

 

 " 이제 와서 이러는 이유가 뭐죠? "

 

 배신감, 수치, 치욕, 비참함. 등등 온갖 감정이 눈가에 맺혀 당장에라도 이 자릴 뜨고 싶었다.

 

 " 이 정도면 합격이다. 결혼하도록 하자 "

 

 이게 미쳤나.

 

 " 넌 지금까지처럼 계속 대표로서 일하면 돼,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다. 다만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우리 방식으로 일하면 되는거야 "

 

 

 

 

 

 

 

 

 ***

 

 

 

 

 

 

 

 삐리릭-

 

 설화가 여솔을 만나고 며칠 동안이나 소식이 끊겨 설화의 집에 들어선 민준은 자기도 모르게 작게 탄식했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옷가지. 적어도 며칠을 닫혀있었을 것 같은 커튼에 대낮에도 집안은 어두웠다.

 

 옷들을 대충 옆으로 걷어낸 채 민준은 커튼을 쳤다.

 

 " 으음…."

 

 커튼이 걷히자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에 쇼파에 웅크리고 있던 설화가 작게 신음했다.

 

 " 야 일어나 "

 

 햇빛 때문에 눈을 가느다랗게 뜬 채 설화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 아…. 왜 자꾸 오냐…."

 

 " 왜 오긴요. 차기작 기획서 잘 쓰고 있는지 감시하러 왔죠 "

 

 " 아…. 어…. 하고 있어…."

 

 " 내일 대학교 강의 있는 건 아시고요? "

 

 " 어? 어…."

 

 " 까먹었다는 것에 내 재산의 반을 건다 "

 

 힘없이 몸을 일으켜 비틀비틀 걷는 폼이 좀비가 따로 없었다. 그런 설화를 보며 민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잘하다가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그 여자 때문이야? "

 

 설화는 정수기에서 얼음을 받아 책상에 앉았다. 질문에도 대답 없이 얼음만 씹는 설화를 보자 민준의 억양이 높아졌다.

 

 " 대체 그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좀 같이 지냈다고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 누가 보면 같이 산 줄 알겠어 3년이다 3년. 하.. "

 

 민준은 답답한 듯 넥타이를 거칠게 잡아 풀었다.

 

 " 그렇게 궁상떨 거면 차라리 연락을 해. 아직 한 달 못 채웠잖아 껀덕지도 있네 마저 채우자고해 "

 

 " 푸악 "

 

 " 드러워 임마 "

 

 민준의 말에 입가를 닦던 설화는 한껏 밝아진 얼굴로 말했다.

 

 " 그거 좋다 "

 

 " 아닌 거 같은데…."

 

 하지만 설화는 민준의 말은 애초에 차단한 채 평생 살면서 본적 없는 속도로 옷을 갈아입고 나갈 채비를 마쳤다.

 

 " 나 안 이상해? "

 

 " 어 괜찮은데…. 아니 직접 갈 게 아니라 문자나…."

 

 쾅-

 

 민준이 만류할 틈도 없이 듣고 싶은 대답만 캐치한 설화는 이미 문밖을 나섰다. 민준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전투적인 환복의 흔적을 한쪽으로 치우며 중얼거렸다.

 

 " 미친놈…. 미친놈이야…."

 

 

 

 

 

 

 

 ***

 

 

 

 

 

 

 사무실 바닥에 원단 샘플을 가득 깔아놓고 보던 여솔은 그대로 힘없이 드러누웠다. 먼지가 가득했지만 그런 건 신경도 쓰이지 않을 만큼 머릿속이 복잡했기 때문에.

 

 파리에서 강태화에게 이야기를 들은 후, 될 대로 되라 하고 막무가내로 입국했지만 이미 성과는 그놈 말마따나 딱히 달라진 건 없었다.

 

 " 하아…."

 

 그동안 해온 노력이 그저 강태화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는 생각이 좀처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그렇다면 내가 뭘 더 한들 무슨 가치가 있을까.

 

 학창시절 가장 동경했던 선배이자 처음 해본 짝사랑.

 

 만화 주인공이 튀어나온 듯 잘생긴 외모,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1등을 놓친 적이 없었고, 운동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못하는 걸 찾는 게 더 힘든 천재. 모든게 완벽해 보였다. 그래서 그렇게 차가운 성격에도 불구하고 주변엔 항상 사람이 넘쳤고 어디서나 인정받았다.

 

 그렇게 혼자 앓다가 용기 내서 처음 한 고백에 대한 대답은

 

 '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면 '

 

 이었다. 참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이 황당한 그 말이 그땐 왜 그렇게 매력적으로 들렸는지. 콩깍지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던 모양이다.

 

 강태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바라보기도 힘든 곳으로 순식간에 멀어져갔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발버둥 쳤다. 조금이라도 따라가기 위해.

 

 시작은 다소 철없는 순정이었지만, 돌아볼 틈도 없이 달려간 덕분에 강태화 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위치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갈 때마다 들려온 대답은

 

 ' 고작 그 정도로 '

 

 그때부턴 오기였던 거 같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좋아했던 감정은 자연스럽게 식어갔지만, 그래도 덕분에 여기까지 왔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 내가 아직도 그때 고등학생인 줄 아나…."

 

 그놈 때문에 연애도 제대로 못 해본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울화가 치미는데.

 

 " 결혼 소리가 입에서 나오나…."

 

 여솔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과도한 짜증에 상당히 예민해지고 일도 하기 싫으니 오늘은 당당하게 땡땡이를 치기로 마음먹은 여솔은 문을 박차고 나갔다.

 

 퍼억-

 

 " 아악! "

 

 열리던 문이 막히면서 동시에 들려온 남자의 비명소리에 화들짝 놀란 여솔은 다시 천천히 문을 열었다.

 

 두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신음하는 남자를 보고 여솔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 저…. 저기 괜찮으세요…?"

 

 " 아파…."

 

 저 옷은? 3번 자켓…. 실루엣과 목소리….

 

 " 설화씨..? "

 

 설화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우고 웃으며 말했다.

 

 " 하하…. 이번엔 진짜 괜찮습니다. "

 

 " 네 아 뭐 괜찮습니다… "

 

 많이 아플 텐데, 얼마 전에 상당히 어색했는데. 설화는 뭐가 좋은지 해맑게 웃으며 붉어진 이마를 쓰다듬으며 일어섰다.

 

 긴장이 풀린 걸까. 순간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 우리 저번에도 이랬던 거 같은데요 "

 

 여솔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설화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 그래도 이번엔 코피 안나네요 "

 

 " 뭐에요 그게… "

 

 미안해야 하는데, 사과해야 하는데, 걱정해야 하는데, 어색했었는데. 마치 3년의 세월을 되돌아간 듯한 기분에 피식하던 여솔의 입에서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가식이 아닌 진심이 우러난 건강한 웃음이었다.

 

 그렇게 둘이 세상 즐겁게 웃는 동안.

 

 여솔의 사무실로 향하던 또 다른 발걸음이 위층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함께 멈춰 섰다.

 

 " 강설화? "

 

 태화는 멈춘 발걸음을 돌렸다.

 

 " 어? 벌써 나오…셨… !! "

 

 밖에서 기다리던 비서는 태화가 바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재빨리 차에서 나왔지만 바로 말문이 막힌 채 침을 꿀꺽 삼켰다.

 

 주변 공기도 얼려버릴 것 같은 태화의 싸늘한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기 때문에.

 

 태화는 차 문을 열며 이를 갈았다.

 

 " 이 새끼가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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