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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향기를 입다
작가 : 서은환
작품등록일 : 2017.6.24

" 여솔씨, 사랑에 눈 먼 남자에겐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어요. 얼마나 멀리있던, 얼마나 높이있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갈께요. 누구도 무시 할 수 없는 최고의 남자가 될께요. "

 
12화
작성일 : 17-09-17 23:28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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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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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도 까먹은 적 없이 늘 그리워했던 그 얼굴이 막상 눈앞에 다자 오자, 설화는 당황스러움과 어색함에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 설화 씨는 여전하네요? "

 

 여솔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마치 지난 3년의 시간이 애초에 없었던 것 처럼. 그런 모습이 설화의 마음을 더욱 애매하게 자극했다.

 

 " 아…. 네, 그…. 언제 돌아오셨어요…?"

 

 " 어제 귀국했어요 "

 

 3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여솔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보는 사람마저 기분 좋게 만드는 싱그러운 웃음도, 빨갛고 도톰한 입술….

 

 설화의 목울대가 천천히 오르내렸다. 어린 시절의 첫 입맞춤을 했을 때처럼 주책맞게 요동치는 심장에 설화는 말을 잇지 못했다.

 

 " 우연이네요. 저도 마침 클렌징 워터가 다 떨어져서 들렀는데. "

 

 " 아 저도…. 마침…."

 

 " 화장품을 사러 오셨을 거 같진 않고…."

 

 " 로션이요…."

 

 " 장족에 발전이네요? "

 

 여솔은 쪼그려 앉아 진열대 가장 아래 있는 클렌징 워터를 보며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 뵙고 싶었거든요, 어떻게 연락하나 했는데 이렇게 마주쳐서 다행이에요 "

 

 저도요. 정말 보고 싶었어요.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은 설화의 목 끝에 걸려 정작 입에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왔다.

 

 " 그럼 연락이라도 한번 주시지 "

 

 " 그게…!"

 

 뭔가 말하려던 여솔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여솔의 얼굴에 낯빛이 어둡게 깔렸다. 힘겹게 억지로 웃어 보였지만 끝맺지 못한 입술이, 말을 잇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고 대변하고 있었다.

 

 워낙 바쁜 사람이었으니까.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혼자서 속으로 되뇌며 지나간 시간이 3년이었다. 사실 별거 아닌 문제였다. 설명이 부족하고 성급하게 떠났지만, 말 그대로 연락하면 되는 거였으니까. 매일같이 들여다본 핸드폰은 너무도 조용했고, 울림에 서둘러 확인할 때도 써있는 이름은 '김민준' 뿐이었다.

 

 애정이 생겼던 만큼 배신감도 컸고. 잊지 못하는 만큼 서운함도 하루하루 지날수록 커져갔다. 설화는 조용히 한숨을 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소식은 기사로 봤어요. "

 

 " 네…. 저두요 "

 

 " 제 기사 보셨어요? "

 

 " 그럼요, 최연소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여있던걸요. 대단해요. "

 

 설화는 붉어진 뺨을 멋쩍게 긁적였다.

 

 " 어쩌다 보니…. 여솔씨에 비하면 부족하죠…."

 

 " 아뇨, 전 설화씨가 훨씬 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

 

 클렌징워터를 집어 들고 일어난 여솔은 다시금 밝게 웃으며 말했다.

 

 " 정말로요. "

 

 칭찬하면서도 어딘가 슬픈 여솔의 표정이 의아했다.

 

 승승장구했다는 소식뿐인데 왜 그런 표정이죠.

 

 설화는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적어도 그게 오늘은 아니었다.

 

 " 아…. 저 그…. 화연이가 기다리고 있어서 전 이만 가볼게요…!"

 

 " 아…. 네…."

 

 애꿎은 손톱만 뜯던 여솔은 다급하게 돌아섰다.

 

 " 저…. 여솔씨..! "

 

 " 네? "

 

 놀란 듯 돌아보는 여솔의 얼굴을 마주한 설화는 최대한 밝게 웃으며 말했다.

 

 " 연락…. 하셔도…. 되요…."

 

 설화의 말에 여솔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지만 여솔은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

 

 " 네 "

 

 또 봬요. 결제하고 설화를 뒤로한 채 가게를 나서는 동안 너무나 익숙하고 그리웠던 장미 향이 설화를 감쌌다.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이렇게 말할까 저렇게 말할까. 하고 싶은 말도 묻고 싶은 말도 듣고싶은 말도 많았고, 3년간 혼자 상상하고 준비했던 말이 그 향기에 막혀 하나도 하지 못한 채 재회는 끝이 났다.

 

 어딘가 답답하고 짜증이 치밀었지만, 시간을 되돌린 듯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란 걸 알았다.

 

 " 보고 싶었어요…."

 

 가장 하고 싶었던 그 말이, 당사자가 떠난 이후에야 입에서 흘러나왔다.

 

 

 

 

 

 

 

 ***

 

 

 

 

 

 

 여솔은 심란한 마음으로 천천히 사무실 비밀번호를 눌렀다.

 

 까득.

 

 뜬금없이 들려온 쇠 구겨진 소리와 함께 느껴진 이상한 감촉에 내려다본 곳에는 맥주캔이 힘없이 찌그러져 있었다. 동시에 따라 올라간 시선에 처참해진 사무실의 풍경이 들어왔다.

 

 " 어…? 언제 왔어?? "

 

 산발된 머리에 푸석해진 피부, 엉겨 붙은 머리와 턱까지 내려갈 기세의 다크서클을 한 채 화연이 여솔을 맞았다.

 

 바닥엔 널브러진 맥주와 에너지 드링크 캔들이 아무렇게나 흩뿌려져 있었고, 소파에 이불과 베개가 초라하게 얹어져 있었다.

 

 " 아…. 그러니까…. 이게 말이지…."

 

 언제나 깔끔하고 잘 정리정돈 돼 있던 사무실이 쓰레기장이 된 것에 머쓱한 듯 갈곳잃은 시선을 땅에 떨군 화연이 눈을 굴렸다.

 

 그런 화연의 모습을 본 여솔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 미안해…."

 

 3년 전 주요거래처와 투자자들의 불가능하다면 더는 투자와 거래가 어렵다는 막무가내식 파리 진출요구. 때마침 찾아온 용아 그룹의 제안.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던 요구도 용아 그룹의 막대한 자본과 지원이라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판단하에 될 대로 되란 마음이었다.

 

 사실 기사로 뜬 것처럼 엄청난 성공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결과에 본래는 5년짜리 기획을 3년 만에 끝내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한국에서 혼자 남아 잠도 못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고생해준 화연에게는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 직원 뽑아서 쓰라니까…."

 

 " 다 한 달을 못 채우고 도망가더라…."

 

 책상에 기댄 채 습관처럼 에너지음료를 따던 화연의 팔 아래로 가득 쌓인 이력서가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많은 사람이 한 달도 못 채우고 도망갈 일을 혼자 도맡아 나한테 문제없게 처리해낸 화연이 그저 대단하고 고마웠다.

 

 화연은 글썽이는 여솔을 보며 아무 일 없다는 듯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 휴가 주냐 "

 

 " 빡시게 준다 "

 

 여솔이 바닥에 널브러진 캔을 줍자 화연이 몸을 일으켰지만, 여솔은 손으로 제지하며 다시 주우며 말했다.

 

 " 나 말이야…. 그…. 아니다…."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말하고 있는 여솔이었지만, 그럼에도 가득하게 깔린 수심을 놓치지 않은 화연이 편하게 자세를 잡고 물었다.

 

 " 나 고민 있어요. 라고 얼굴에 대문짝만하게 써놓고 아니라는 건, 내가 어쩔수 없이 대답하도록 계속해서 물어봐 달라는 뜻이지? "

 

 " 아냐…. 그런 거…."

 

 " 여솔님 당신에게 무슨 고민이 있는지 제가 너무 듣고 싶은데 세 번 물어보기는 너무 싫어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

 

 피식 작게 웃음을 터트린 여솔은 주운 캔을 쓰레기통에 담고서 말했다.

 

 " 나 아무래도 이거 관둘까…?"

 

 " 휴가 달랬더니 백조로 만들겠다는 거야? "

 

 " 역시 안 되겠지…? 실언이었어 그냥 잊어 "

 

 화연은 말없이 켜져 있는 컴퓨터를 끄고는 짐을 챙겨 일어났다.

 

 큰 눈으로 뭐해? 라고 묻는 여솔의 팔을 잡아 일으켜 앞장세운 화연이 말했다.

 

 " 역시 이럴 땐 소주지? "

 

 " 아니 나 그게…."

 

 " 빨랑 가 이년아 "

 

 여솔은 쇠똥구리 쇠똥 굴리듯 힘없이 밀려 나갔다.

 

 

 

 

 

 

 ***

 

 

 

 

 

 

 민준은 힘없이 걸어들어오는 설화를 보고 혀를 차며 말했다.

 

 " 그걸 손에 바를 생각은 아닐테고 "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걸어오던 설화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향수를 보고는 탄식하듯 말을 뱉었다.

 

 " 아…."

 

 " 아 가 아니지 않냐. 뭔데 니가 쓸 것도 아니고 선물할 것도 아닌거 같은데 "

 

 " 어…."

 

 " 왜 저래 넋 나가서 무슨 일 있었어?? "

 

 " 아냐…. 그냥 샀어 "

 

 " 안 쓸 거면 나 줘 "

 

 설화는 자신의 향수와 감성을 자극하는 달큰한 장미 향이 민준의 몸에서 풍겨나오는 모습을 상상하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그건 절대 안 돼 "

 

 " 지금 니 표정 되게 실례되는 건 알고? "

 

 " 욕 안 한 걸 다행으로 여겨라 "

 

 " 여자 소개받을래? "

 

 " 뜬금없이 뭔 소리래 관심없어 "

 

 " 보면 얘기가 다를걸, 우리 출판사 경린데. "

 

 민준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프로필 사진을 켜서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 니 소설 팬이래. 자 봐봐 이뻐 "

 

 " 관심없어 "

 

 설화는 민준의 손을 옆으로 밀고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키보드 앞에 무심한척하지만, 보석 다루듯 올려놓는 향수를 보던 민준이 입을 열었다.

 

 " 여솔씨 귀국했더라 "

 

 설화의 메일을 확인하던 손이 민준의 말에 멈칫했지만 이내 다시 움직이며 대답했다.

 

 " 알아, 방금 만났어 "

 

 " 어? "

 

 되물어보는 말에도 대답 없는 설화와 앞에 놓인 향수를 본 민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 해바라기네 해바라기야 "

 

 " 그만 가라 "

 

 한참을 고심하던 민준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 친구로서 하는 조언인데. 그냥 이만 잊는 게 어떻겠냐 "

 

 " 왜? "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설화의 눈빛에 주변 공기마저 싸늘해진 듯 민준은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형제는 형제란 건가. 민준은 아랫입술을 잘근 씹으며 생각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상당히 오래 함께한 친구면서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설화의 모습이 근래에 들어서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화가 나고 속이 상해도 억지로 웃음 짓던 설화는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 자체가 달라졌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아니, 어쩌면 지금이 본 모습일지도.

 

 민준은 날 선 설화를 달래듯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 솔직히 내가 보기엔 썩 좋지 않아. 상황도 입장도…. 그 여자, 아니 여솔씨가 보인 태도도 별로고 "

 

 " 그 정도는 나도 알아 "

 

 "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니가 뭐가 아쉬워서 왜? "

 

 설화의 시선이 슬프게 향수에 꽂혔다. 쓰린 속을 대변하듯 애꿎게 긁히는 의자 팔걸이를 보며 민준은 다시 말했다.

 

 " 쉽지 않은 건 알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집착같아 "

 

 대답 없는 설화를 뒤로한 채 민준은 벗어놓은 자켓과 가방을 챙겨 설화의 집을 나섰다.

 

 3년 전 자기가 실수한 게 있는지 걱정하는 설화 때문에 알아본 여솔의 출국에는 이유가 있었지만, 설화에게 말해봤자 불필요한 분란만 생길 것 같았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었고, 해야 할 게 많은데, 거기서 발목 잡힐 수 없었기에 숨겼다. 대신 더욱더 최선을 다해 서포팅 해줬다. 일에 글에 집중해서 잊어버릴 수 있게.

 

 하지만 시간이 지나 높이 갈수록 설화는 생기를 잃어갔고, 그 결과가 이런 거였다.

 

 민준은 쓴 숨을 삼키며 전화번호를 찾아 핸드폰을 들었다.

 

 " 네, 실장님. 오랜만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한번 뵙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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