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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7. 초대받지 않은 초대 (1)
작성일 : 17-09-17 00:10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4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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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것은 여느 이야기와 다름없이, 아주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했다.

 

  자리에 앉아, 이제는 기억나지도 않는 이야기를 떠들며 웃어대던 나는 둔탁한 충격에 깜짝 놀랐다. 낯선 위화감에 고개를 들자 이름과 얼굴만 아는 사이인 아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책상 분단 사이를 지나가다 나와 부딪친 것이다.

 

  이상했다. 애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발을 삐끗하지 않은 이상 자리에 앉은 나와 이렇게 세게 부딪칠 일도 없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미간을 찡그린 채 불쾌해 하는 그 얼굴을 보고 나는 반사적으로 사과했다.

 

  “아, 미안.”

 

  딱히 내가 사과해야 할 일은 아니었지만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다시 친구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야.”

 

  하지만 날 부르는 그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나는 조금 기분이 상한 채 다시 그 아이를 올려다보았다.

 

  “주워.”

 

  무슨 소리야, 나는 눈썹을 찡그리며 바닥을 내려다봤다. 어이가 없었다. 나는 언짢은 얼굴로 머리끈을 주워 건넸다. 낚아채듯 받는 그 아이가 비웃는 것도 같았다.

 

  어디서부터 시작이었을까?

 

  나와 부딪치고 이윽고 지나쳐간 그 아이가 히죽이며 ‘그 애’ 옆에 섰다.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숨기지도 않은 채 나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쟤랑 싸웠어?”

 

  “뭐?”

 

  뜬금없는 친구의 질문에 신경질적으로 되물었다. 친구는 어깨를 으쓱이며 까닥 턱짓해보였다.

 

  “일부러 그런 거 같은데.”

 

  그 말에 나는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기분 탓이 아니라면, 그들은 줄곧 나는 보며 무어라 떠들고 있었다. 그들과 눈이 마주치고서야 낯선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 노골적인 악의를.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그것은 여느 이야기와 다름없이, 아주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됐다.

 

  “뭘 봐, 씨발년아.”

 

 

 

 

  “하.”

  솔은 떨리는 숨을 들이켜며 잠에 깼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바람에 정신을 못 차리고 다시 침대에 고개를 파묻었다. 희미한 신음이 이불에 스몄다. 한참이나 끙끙거리다 자신이 제아의 방에 있다가 잠들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바닥에 주저앉아 침대에 기대어 잠든 것도 모자라 꿈까지 꾸다니.

  ‘이건 잘 잤다고 해야 돼, 못 잤다고 해야 돼?’

  투덜대며 이불에서 고개를 든 솔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거기서 뭐해요?”

  활짝 열린 창틀에 한쪽다리를 걸고 앉은 이난은 가만히 솔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한동안 입을 다물던 그가 창밖을 바라보며 물었다.

  “꿈에 제아라도 나왔냐?”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에 솔은 눈썹을 찡그렸다.

  “언제부터 있었어요?”

  이난이 솔을 돌아보았다. 대답을 회피한 솔이 뜨끔해서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대답은 잠시 뒤에 나왔다.

  “아까 전에.”

  “사람이 이렇게 자고 있는데 깨우지도 않아요?”

  “편히 주무시고 계시길래.”

  “댁은 뭐 자다 불편하면 누워 주무시나?”

  솔은 투덜거리며 비적비적 일어나려다 도로 쓰러질 뻔했다. 밤사이 굳어버린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통에 솔은 끙끙 거리며 결국 침대 가장자리에 반쯤 매달렸다.

  “와서 좀 주물러 봐요. 몸이 안 움직여요.”

  “경각심 좀 가져라. 외간남자한테 몸 좀 주물러달라니.”

  눈 하나 까딱 안하고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니 눈꼽만큼도 해주기 싫은가보다.

  “그렇게 말하니까 좀 이상하게 들리긴 하네.”

  솔은 기막혀 하며 침대를 기어 올라가 엎어졌다. 그리고 반쯤 베개에 파묻힌 목소리로 덧붙였다.

  “저질.”

  “남자는 짐승인지라.”

  “언제는 오빠라고 부르지도 말라놓고.”

  “그래주면 고맙고.”

  솔은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나 하는 말다툼이지만 두 사람 다 그 이상 서로를 도발할 생각은 없었다. 뱉어버린 말도 그저 흘러나온 대로 중얼거린 것이 다였다.

  “안 오는 걸 까요”

  “못 오고 있는지도 모르지.”

  제아의 이야기였다. 탑에 뜻을 세운 소년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것이 그의 의지는 아닐 거라고 믿고 있다. 제아라는 존재는 남들이 쉬이 가지지 못하는 재능을 가진 그 아이는 어리고 작은 만큼 너무나 손쉽게 탐욕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말아서. 그리고 탑은 언제나 열려있기에 반대로 탑에 어떤 뜻을 품은 이까지도 붙잡지 않는다.

  “구하려 가야 된다는 이야기예요?”

  “가고 싶으면 가고.”

  “가고 싶으면?”

  그대로 되물으며 솔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찌뿌드드한 몸이 여전히 뻐근해서 솔은 가볍게 목과 어깨를 돌렸다.

  “이난은요?”

  “지금은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예요?”

  “비취 성 녀석들을 언젠가 조져야하는 건 맞지만, 지금은 아니야. 가려면 알아서 가.”

  창에서 고개를 돌린 이난이 열심히 스트레칭하고 있는 솔을 바라보고 덧붙였다.

  “그런데 그건 나한테 덤비려고 몸 푸는 거냐?”

  “생각 좀 해보고.”

  이난은 혀를 한 번 차며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고 열심히 팔을 뒤로 꺾던 솔은 허리를 곧게 펴고 이난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빤히 그의 옆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한참동안 이어진 노골적인 시선에 먼저 질린 건 이난이었다. 그는 눈썹을 콱 찡그렸다.

  “뭐냐?”

  그리고 솔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걱정되지도 않아요? 제아.”

  “머리는 비상한 녀석이니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그보다 걱정되는 건 제아의 힘으로 또 무슨 짓을 할지야.”

  “이것도 저것도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무표정하게 아침 바람을 맞고 있는 그는 대화 내내 시큰둥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얼굴로. 이렇게 제아 방까지 찾아와 놓고.

  “차일한테 일러야지.”

  솔이 삐죽이며 말하자 이난은 황당함을 감추지 않고 쏘아붙였다.

  “그 자식이 내 엄마냐?”

  “엄마라니, 무지 안 어울리는 호칭이긴 한데.”

  솔은 픽 웃었다.

  “형 정도?”

  “대체 어딜 봐서 형이냐.”

  “정신머리부터 발끝까지.”

  겉모습은 분명 동년배였지만 이난이 보통의 청년이라고 한다면, 차일은 어쩐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무게감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곁에 이난이 있다면 철부지 동생 같은 느낌이랄까. 날뛰는 동생을 조용히 제압할 책임감 있는 연장자 같다. 그리고 그건 청개구리 심보를 가진 이난과 지독히 상극이었다. 이런 둘이 파트너라니.

  “대체 둘은 어떻게 만났어요? 아무리 봐도 친해지기 어려워 보이는데.”

  “알 거 없어.”

  “차일한테 물어봐야지.”

  “그 녀석이 구구절절 떠들 거 같냐?”

  “저는 좀 특별하잖아요.”

  생전의 인연이라고는 없는 이들, 나를 어떻게 알았냐는 물음에 차일은 짧은 몇 마디로 대답했다. 숨기고 싶었다면 말 한마디 않고 얼마든지 숨겼을 텐데, 솔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기억을 이미 간직하고 있는 그들 앞에서 더 이상 과거를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 꾼 꿈의 조각 하나라도 내비추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솔이 속을 감추고 까불거렸지만 이난은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그는 다시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온 채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는 솔을 무시했다.

  다시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정적을 버티다 못한 솔이 텁텁한 숨을 흘려보냈다. 묻고 싶었지만 주춤주춤 계속해서 망설이던 이야기였다.

  “희나리는 아무 이야기도 없었어요?”

  “그 녀석이야 말로 제 발로 기어간 녀석 아닌가?”

  그 말에 솔은 다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틀린 말이 아니어서, 더욱 그랬다.

  “다시 데려와야죠.”

  “왜?”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 거예요. 거기다 당신을 제일 믿고 따랐잖아요.”

  “네가 아니라?”

  솔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이난의 눈이 여전히 차가워서 솔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저는.......아니었나 봐요.”

  자신이 희나리에게 의지가 됐을까. 그렇다는 말보다, 아니라는 쪽에 더 마음이 기울었

 다. 희나리가 그루터기 주민들의 편으로 돌아선 이후, 줄곧 어쩔 수 없다 여기면서도 알게 모르게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도 같다.

  마을을 보살피는 희나리를 지켜보는 내내, 그녀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을 보았지만 차마 도와줄 수가 없었다. 마을에서 일어난 그 문제들은 제3자가 끼어들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을 뿐더러, 그래서 그것을 외면했다는 것이 더 맞았다. 그리고 그 외면은 희나리를 구석으로 몰아놓고 기어코 그녀를 떠나게 만들었다. 어쩌면 희나리를 조금은 원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리더가 지하에 떨어졌다. 그 소식을 듣고 온새미로에 찾아갔을 때 그루터기 주민들과 희나리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사라진 제아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일이 연달아 터져서 막막했다.

  마을 사람들이 리더를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검게 물들어 지하의 문에 잠식되어 가고 있었다. 그의 온 몸은 상처투성이였고 고통인지 슬픔인지 모를 고통으로 흐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손쓸 틈도 없이 그는 지하로 떨어졌다.

  리더를 해친 것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루터기든 온새미로든, 어느 쪽이든 리더를 해칠 명분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기에.

  다만 탑의 사자들이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온새미로를 뒤늦게 찾았을 때, 온새미로의 주민들은 이 사건을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론 어딘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개운해보였다. 씁쓸하게도.

  희나리는 아마도 리더의 소식을 가장 빨리 접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루터기 주민들과 함께 떠나버린 다휜이 가장먼저 그녀에게 알렸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홀로 직면한 이 문제에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희나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쩌면 사건이 일어나던 그때 그곳에서 희나리는 비취 성의 누군가와 만났고, 그 자는 제아까지 데려간 걸까?

  “희나리가 정말 아무 얘기도 안 했어요?”

  “꼭 무슨 얘기를 하고 갔어야 했냐.”

  “당신 좋아했잖아요.”

  그렇게 대답하고 솔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난에게 고백했다던 희나리는 그가 어떤 대답을 해줬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지금 둘의 사이가 어떤지도.

  “좋아하는 사람을 떠나는 일인데.”

  이난은 짧게 웃었다. 간결하고 가벼운 그 웃음은 아무런 걱정도, 사심도 담지 않은 채 덧없이 허공에 흘렀다. 솔은 그 웃음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어쩌면 희나리와 그의 마음이 서로 맞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글쎄. 과연 그럴까?”

 웃음의 의미를 알게 된 건 훗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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