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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튜토리얼 (2)
작성일 : 17-09-13 20:05     조회 : 68     추천 : 0     분량 : 8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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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G IN》

 

 우웅~

 

 익숙한 어지러움이 끝나고 눈을 뜨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곳이 가상현실 게임 ‘디멘션 월드’다.

 

 하루에 디멘션 월드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7시간으로 정해져 있는데, 잠자면서도 접속할 수 있어 대부분의 사람은 잠잘 때 접속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달라붙어 연구했어도 그 원리를 밝히지 못한 완벽한 가상현실 게임이다. 심지어 게임의 제작사도 알려지지 않았는데, 단지 NPC들이 한국어와 한글을 사용한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때 한국 사람이 만들었다고 짐작할 뿐이었다.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한국어와 한글을 배워야 했다.

 

 천유강이 있는 곳은 전형적인 판타지 세계 풍경의 도시 속이었다. 어제까지 드루이드와 관련된 퀘스트를 했기 때문인데, 오늘은 조금 특별한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포탈의 종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대륙 안에 다른 포탈로 이동하는 대륙 내 포탈이다. 원하는 마을로 순식간에 이동시켜주지만 10골드의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큰 단점이 있다.

 

 디멘션 월드에서는 화폐의 단위가 쿠퍼, 실버, 골드로 나누어지는데 100쿠퍼가 1실버고 100실버가 1골드다. 골드의 환율을 매일 달라지는데 보통 1골드에 10만 원 정도 했다.

 

 그러니 대륙 내 포탈을 한 번 사용하는 데 100만 원이라는 큰돈이 드는 셈이다.

 

 두 번째의 포탈 종류는 대륙 간 포탈이다. 대륙 간 포탈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다른 대륙으로 이동시켜주는데 대륙 내 포탈과는 달리 공짜였지만 저번에 탔던 위치로 이동하게 된다.

 

 디멘션 월드에는 총 7개의 대륙이 존재한다.

 판타지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담아낸 ‘판타지 대륙’,

 무림과 막부와 요괴 등 동양의 전설을 구현한 ‘동방 대륙’,

 미래 세계의 최첨단 과학으로 만들어진 ‘과학 대륙’,

 흑마법사와 언데드들이 점령한 ‘암흑 대륙’,

 모든 신화가 모여 있는 ‘신성 대륙’,

 모든 부정한 것과 악마들이 모여 살는 ‘마계 대륙’,

 그리고 모든 대륙의 특징들이 뒤섞여 있는 ‘중앙 대륙’

 

 이번에 가기로 결정한 대륙은 온갖 악마들이 모여 산다는 마계 대륙이었다.

 

 위잉~

 

 포탈을 빠져나오자마자 후끈한 공기가 반겼다.

 

 「흑암의 대지」

 

 마계 대륙은 다른 대륙과는 달리 땅속에 존재했다. 태양 빛은 보이지 않지만 사방에 에너지원이 있어서 밝았고 천장도 곳곳에 거대한 용암산이 있을 만큼 높았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섬으로 된 신성 대륙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륙마다 몬스터들의 특색이 다르다. 마계 대륙의 몬스터는 강하지만 혼자 다닌다는 특성이 있어 파티를 맺지 않고 다니는 천유강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사냥터는 크게 ‘필드’와 ‘던전’으로 나누어진다.

 

 필드 사냥터는 탁 트여 있어서 다음 몬스터를 찾기가 쉽고, 활동할 곳이 넓어서 다른 플레이어와 마찰을 일으킬 확률도 낮다.

 

 반면에 던전 사냥터는 좁지만 특정 퀘스트와 관련된 곳이 많고 돌발 퀘스트도 많이 일어난다.

 

 천유강은 필드 사냥터를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사냥의 목적이 레벨 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멘션 월드를 하는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 수련하기 위함이다. 이곳에서는 목숨을 건 싸움을 수도 없이 할 수 있다.

 

 천유강이 향한 곳은 레벨 350대의 몬스터가 출몰하는 ‘흑암의 대지’였다. 이곳에는 사람을 닮은 마물 '헬 스폰'이 등장하는데 전투 방식도 인간과 닮아있어서 수련하기에 적합했다.

 

 “시작해 볼까?”

 

 헬 스폰은 플레이어들에게 인기 좋은 몬스터는 아니다. 아이템 드랍률도 낮고 전투 패턴도 복잡해서 상대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잡으려는 사람이 적어서 사냥터가 항상 한가했다.

 

 “그래야 하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플레이어들이 많지?”

 

 원래라면 한가해야 할 사냥터가 웬일인지 사람들로 붐볐다. 모두 같은 디자인의 망토를 한 것으로 봐서 같은 길드에서 나온 사람들인 것을 알 수 있다.

 

 “특별한 퀘스트라도 있나?”

 

 간혹 퀘스트로 특정한 종류의 몬스터를 잡아야 하거나 특정 아이템을 모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중요한 퀘스트라면 이렇게 길드를 총동원하는 일도 간혹 있었다.

 

 “어이! 거기 멈춰!”

 

 천유강이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역시 길드를 나타내는 망토를 입은 자가 짐짓 위협하는 표정을 하며 막아섰다.

 

 다른 길드원과는 달리 보초를 서고 있는 것을 보면 높은 위치에 있는 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다른 플레이어 앞에서는 목을 뻣뻣하게 들고 퉁명스럽게 말을 뱉었다.

 

 “뭐야? 노비스 아냐?”

 

 노비스는 아직 종족을 정하지 않은 자들을 부르는 말이다. 환생 퀘스트를 거쳐 종족을 얻게 되면 그 종족에게 맞는 두드러지는 점이 나타나게 되는데 엘프의 귀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종족은 많은 보너스도 주지만 직업을 승급시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승급하지 않은 노비스들은 약하기 때문에 이렇게 다른 유저들에게 무시 받고 파티 참여에도 제약을 받는다.

 

 상대가 노비스인 것을 본 플레이어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 내저었다. 마치 아랫사람에게 명령하는 모양새다.

 

 “여긴 우리 길드가 점유했으니까, 저리 꺼져!”

 

 많은 플레이어가 공유해야 하는 필드를 점유하는 일은 소위 말하는 비매너 플레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런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자들이 넘쳐났다.

 

 현실에서 절정의 끝을 보는 천유강이지만 이곳에서는 디멘션 월드의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

 

 천유강의 레벨은 이제 299, 낮은 레벨은 아니지만 높은 레벨도 아니다. 수련을 위해서 싸웠기 때문에 자신의 스탯보다 훨씬 강한 적들만 찾아다녔다. 고렙의 몬스터를 쓰러트려 더 많은 경험치를 얻기도 했지만 많이 죽기도 해서 레벨이 떨어지기도 많이 했다.

 

 무례한 언사를 한 남자의 옆에 있는 여자는 한술 더 떠서 말했다.

 

 “아무리 뒤져도 던전이 나오지 않아 짜증나는데 한 대만 때려도 픽하고 쓰러질 날파리 같은 놈들이 자꾸 설치네.”

 

 다분히 천유강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고압적이고 오만하기까지 한 그들의 태도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옆으로 걸음을 돌렸다.

 

 원하는 헬 스폰이 나오는 곳은 여기만이 아니다. 쓸데없는 전투로 하루 일정을 소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천유강이 순순히 자리를 피하자 둘은 김 샌다는 표정으로 무기를 들어 애꿎은 바닥을 찔렀다. 그들 딴에는 천유강이 욱해서 덤벼오기를 바랐던 것 같다.

 

 “정보가 틀린 거 아냐?”

 

 “모양으로 보면 저 산이 맞아. 그리고 날짜를 계산해도 오늘이 맞고.”

 

 여자가 가리킨 것은 기괴한 나무처럼 엉망진창으로 보이는 거대한 돌산이었다.

 

 “불타는 산 아래로 은빛 구슬이 숨을 때라니 도대체 그게 뭔 소리지? 어떻게 구슬이 산 아래로 숨는다는 거야?”

 

 “쉿! 그런 비밀을 이런 데에서 하면 안 되지!”

 

 여자가 혹시라도 누가 남자의 말을 들을까 봐 호들갑을 떨었지만 남자는 뭐가 걱정이냐는 듯이 코를 후비적거렸다.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해봤자 저 노비스 밖에 없는데 뭔 걱정이야? 저놈은 히든 던전을 찾아도 보물을 찾기는커녕 들어가자마자 죽을 거다.”

 

 여자의 걱정대로 그들의 대화는 천유강의 귀에 똑똑히 들렸지만, 정작 천유강은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원하는 것은 전투 감각을 살려줄 강력한 몬스터다. 보물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용돈 벌이는 되겠지만.’

 

 현재 모든 생활비는 이모님에게서 받고 있다. 가끔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팔아서 생활비에 보태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면 딱히 아이템을 탐낼 이유도 없다.

 

 레벨이 오르면 좋은 것은 더 강하고 더 복잡한 패턴을 보이는 적과 마음껏 싸울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를 제외하면 굳이 기를 쓰고 레벨을 올릴 필요가 없다.

 

 천유강이 하는 것은 게임이 아니라 차라리 전쟁에 가까웠다.

 

 거대 길드가 점령하고 있는 지역을 피해 간 곳은 바닥에 물이 고여 발목에 찰랑거리는 바위산 능선이었다. 그곳에 헬 스폰이 서 있었다.

 

 헬 스폰은 하급 데몬이다. 돼지와 악마를 섞어놓은 것 같은 얼굴에 온몸은 새빨간 페인트를 칠해 놓은 것처럼 붉었다.

 

 하급이라고 하지만 데몬은 데몬이다. 동렙의 몬스터에 비해 더 강하고 패턴도 복잡해 플레이어들이 싫어하지만 반대로 그 때문에 천유강은 더 좋아한다.

 

 “나약한 인간이군.”

 

 플레이어들에게는 노비스라고 불리고 몬스터들에게는 나약한 인간이라 불린다. 만약에 엘프였으면 싱싱한 엘프라고 했을 거다.

 

 뭐라고 불려도 상관없다.

 

 “덤벼.”

 

 50레벨 넘게 차이가 나는 적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레벨이라면 플레이어보다 몬스터의 스탯이 훨씬 높다. 스탯의 차이가 절대적인 디멘션 월드의 룰에서는 천유강의 도전은 자살행위로 보였다.

 

 하지만 천유강은 스탯보다 더 귀중한 것을 지니고 있었다. 그건 평생을 수련한 무술이다.

 

 헬 스폰이 허공을 향해 손을 휘두르니 어느새 채찍처럼 휘어지는 불줄기가 잡혀 있었다. 악마들이 부리는 지옥의 불은 뜨거운 열기만이 아니라 물리력도 지니고 있다.

 

 저 채찍에 감겼다가는 그대로 통구이가 될 거다.

 

 번쩍!

 

 헬 스폰의 손이 휘둘러지자 섬광이 번쩍이며 화염 줄기가 어둠을 갈랐다. 속도라는 것은 상대적이라서 빠른 입장에서 보면 느린 것은 멈춰있는 것과 같다. 그러니 헬 스폰은 천유강을 가만히 서 있는 표적으로 생각했다.

 

 휘리릭!

 

 화염 채찍이 검은 잔상만 보일 정도로 빠르게 휘몰아쳤다. 저 화염의 폭풍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전투의 시간은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동작을 잘게 쪼개 붙인 것과 같다. 그 틈을 비집고 올라와 흐름을 끊는 것이 느린 자의 무술이다.

 

 천유강의 손은 헬 스폰의 흐름을 끊고 균형을 망가트렸다. 스탯이 압도적으로 높은 쪽은 헬 스폰이지만 서 있는 자는 천유강이다.

 

 “제법이구나.”

 

 한 번 넘어졌다고 헬 스폰이 완전히 쓰러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까보다 더 크고 긴 채찍을 소환해서 주변을 열기로 덥혔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열기가 온몸을 덮쳤지만 열기를 손으로 막거나 고개를 돌릴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천유강의 외조부이자 스승인 염제는 자상한 스승이 아니었다. 사자는 자신의 새끼를 절벽에서 민다고 하는데 천유강이 떨어진 곳은 절벽 따위가 아니었다. 백척간두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이겨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이따위 열기쯤은 장난에 불과하다.

 

 오히려 휘어지는 채찍을 밟고 당황해하는 헬 스폰의 얼굴을 발꿈치로 찍었다.

 

 퍽!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는 헬 스폰의 턱이 장난감처럼 돌아갔다. 미처 자세를 잡기도 전에 천유강의 손톱이 헬 스폰의 옆구리를 난사했다.

 

 파바박!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헬 스폰의 옆구리에 커다란 구명이 숭숭 뚫렸다. 하지만 이내 뜨거운 불꽃이 새어 나와 상처를 메꾸고 공격한 손가락을 태웠다.

 

 치이익~

 

 순식간에 손가락이 검게 타서 열기가 머리끝까지 올라왔지만, 여기서 멈추면 이보다 더한 화염에 휩싸일 거다.

 

 다시 내질러진 손가락이 열기를 뚫고, 뼈를 부수고, 심장을 터트렸다.

 

 “끄르륵!”

 

 심장을 잃은 헬 스폰이 차가운 물에 가라앉았고 점점 형상을 잃고 불덩이로 변했다. 뜨거운 화염은 물에 반쯤 잠겨서도 꺼지지 않았고, 오히려 발목까지 잠긴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헬 스폰이 떨어트린 아이템도 없어서 돌아서려는 그때, 물에 비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건 아까 보았던 산의 그림자였는데 밑에 있는 물이 너무 맑아서 거울처럼 산이 비췄다.

 

 “불타는 산 아래로 은빛 구슬이 숨을 때.”

 

 헬 스폰의 불이 아직 꺼지지 않고 있으니 물에 비친 산이 마치 불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은빛 구슬은 뭔지 몰랐다.

 

 호기심에 주변을 둘러보니, 물 한 가운데 은빛으로 빛나는 동그랗고 거대한 돌이 있는 게 보였다.

 

 “설마 이건가?”

 

 언뜻 보면 구슬처럼 보이는 깨끗한 돌이다. 아까 봤을 때는 별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인위적으로 보였다.

 

 이미 헬 스폰의 불붙은 사체가 푸쉬쉬 소리를 내며 꺼지고 있었다. 완전히 불이 꺼지기 전에 조심스럽게 들어 그 은색 바위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드르륵!

 

 옆에 있던 바위가 갑자기 옆으로 움직이더니,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입구가 나타났다. 히든 던전을 찾은 거다.

 

 《엠블럼 획득》

 운 좋은 탐험가

 (랭크 C)

 조건 : 숨겨진 던전을 1회 이상 찾는다.

 능력 : 행운 +10

  적 아이템 드랍 확률 +10%

 

 히든 던전과 함께 엠블럼도 얻었다. 엠블럼은 특정한 조건을 달성하는 얻는 훈장 같은 개념이다.

 

 하나밖에 착용 못하는 칭호와 다르게 여러 개를 동시에 적용할 수 있으며 랭크의 등급에 따라 스탯이나 특성들을 얻을 수 있다.

 

 지금 얻은 엠블럼은 등급은 C이지만 행운이라는 귀중한 스탯을 올려주었다. 행운은 레벨업으로 얻는 보너스 스탯으로는 올릴 수 없고 장비나 이런 엠블럼 등으로만 올릴 수 있어 플레이어들이 귀하게 여기는 스탯이다.

 

 운 좋게 히든 던전을 발견한 천유강은 아까 무례한 길드원들이 점령하고 있는 돌산 부분을 보았다.

 

 그들은 아직도 돌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불을 지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무 하나 없는 황량한 돌산이 쉽게 불붙을 리 없다.

 

 “헛수고하네.”

 

 히든 던전을 일부러 찾아 돌아다니는 짓은 하지 않지만 눈앞에 있는 기회를 놓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 일이 탐욕스러운 돼지들을 골탕 먹이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결심을 천유강은 자신을 향해서 손짓하고 있는 어둠으로 들어갔다.

 

 저벅 저벅

 

 처음에는 좁은 입구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더 넓어졌다. 후끈한 공기에 얼굴이 뜨거워지고 습기를 머문 열기가 호흡을 짧고 느리게 했다.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모를 섬뜩한 분위기 때문에 한 치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동굴을 울리는 발소리가 무거워지고 허공에 섞여 있는 불길한 냄새가 더욱 진해졌다.

 

 타는 냄새도 아니고 퀴퀴한 먼지 냄새도 아니다. 어디서도 맡아 본 적 없는 냄새였지만 본능적인 거부감이 발목을 붙잡았다.

 

 드디어 도착한 동굴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무슨 현상이지?”

 

 희미하지만 바위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 덕에 시야는 확보되었던 동굴이다. 하지만 끝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색만이 가득했다.

 

 새까맣다는 표현도 적당하지 않다. 저건 주변의 빛을 남김없이 흡수하고 있었다. 빛이 존재하기 전의 세계가 저런 모습일 거다.

 

 “끝이 아니네.”

 

 동굴을 끝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사실 끝이 아니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거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저 불길한 어둠을 걸어야 한다.

 

 손가락을 살짝 집어넣었을 뿐인데 팔 전체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고통은 없었다. 감각마저 어둠에 삼켜졌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떼자 감각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평생 함께했던 감각을 잃어버리는 것은 생각보다 끔찍한 일이다. 마치 팔다리가 없어진 것처럼 이질적이고 답답하다.

 

 하지만 천유강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이곳에 가만히 서서 고민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이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칠흑 속을 걸었다. 걷고 있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 것인지도 정확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호흡을 해야 했다.

 

 어쩌면 지금 막다른 곳에서 이마가 까지도록 벽에 헤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넘어져 있을 수도 있고 제자리걸음 중일 수도 있다.

 

 그보다 더 불안한 것은 어쩌면 이 어둠이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끝이 보장되어 있다면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고통스러워도 달콤한 열매를 생각하며 참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불안은 견디기 힘들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어온 시간이 길지 않았으니 뒷걸음질하면 금세 출발 지점에 닿을 거다.

 

 약해진 마음을 비집고 수많은 달콤한 유혹들이 천유강의 옷자락을 잡았지만 발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멈출 거였으면 들어오지도 않았지.’

 

 천유강은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런 그가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고뇌를 한 것은 이 칠흑의 장막 때문일 거다. 이 어둠이 내면에 있는 공포와 부정적인 감정들을 강제로 끄집어내고 있다.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 모든 두려움을 짊어지고 마침내 끝에 닿았다.

 

 “휴우~”

 

 어둠을 빠져나온 것이다.

 

 스르륵!

 

 뒤를 돌아보니 그를 괴롭히던 어둠이 안개처럼 사그라지고 있었다. 족히 1km는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눈으로 확인해보니 50m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였다. 눈을 뜨고 있었다면 순식간에 지나갔을 거다.

 

 앞에 있는 것은 기대했던 보물 상자가 아니었다. 앞에 있는 것은 사람 머리 크기의 구 형태의 검은 기운이었다.

 

 가늘게 눈을 뜨고 그것을 관찰하려는 순간,

 

 쑥~

 

 빠르게 날아온 그것이 천유강의 몸에 들어가 버렸다.

 

 [???의 파편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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