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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유령악사
작가 : 리플
작품등록일 : 2017.9.3

잠시동안 쓰는거에요.
일일연재 같은건 잘 쓰시는 존잘님들한테나 있는 패시브 스킬이라구요.

플롯 같은 미리 짜놓은건 없습니다. 애초에 블로그에서만 쓰다가 한 번 온 것이라서 잘 쓰지도 못할테지만.

다만 만약 제가 이걸 다 쓰게 된다면 어떤 악사의 이야기가 되겠네요. 아마도

 
moscow mule
작성일 : 17-09-13 02:04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2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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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령악사인 데코라고 합니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맺고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청했다. 놀란 탓인지 말을 더듬는 그녀의 앞머리에는 비스듬히 머리핀이 꽂혀있었다. 그리고 제철의 딸기처럼 빨갛고 싱그럽게 무지개를 그리기 시작했다. 주름장식이 달린 흰 원피스는 배경이 되어 태양 빛을 받은 프리즘처럼 각양각색의 색을 칠했다. 그 중심에 선 작은 별은 꼬리를 남기며 아래로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낮이 아닌 밤에 본다면 어떠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집 안은 꽤 의외였다. 소박한 장식들과 탁자 위의 몇몇 화장품들을 제외하고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방 안을 구경한 후 마룻바닥에 앉아 민들레가 그려진 주전자를 꺼낸다.

 

 "한적하네요. 엄청나게 심심하거나 그러진 않으신가요"

 

 "그런 것은 괜찮아요. 다만 무슨 일로 오셨는지"

 

  쟁반에 있는 두 개의 검은 잔에 녹차를 따른다. 동시에 열린 창호지 문으로 사늘한 바람이 흘러들어온다. 굳은살이 배긴 오른손으로 잔을 들고 그녀에게 마실 것을 권했다. 그녀는 은반지를 낀 손으로 잔을 들었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는 듯이 시선을 한곳에 두지 못했다. 다시 한번 조심스레 권하자 그제야 차를 입에 댄다. 조금씩이지만 굳은 얼굴이 풀어지는 게 보였다. 다행히 가방에서 꺼낸 차는 입에 맞는 모양이다. 서로 잔을 내려놓았을 즈음 수첩을 탁자 위에 두고 덤덤하게 말을 올렸다.

 

 "사진 찍으러 왔다고 하면 밖으로 내보내시겠지요. 요새 글은 어떠십니까"

 

 "제 필명은 어떻게 아셨죠. 사라진 지 오래일 텐데"

 

 "친구분과 함께 집필해 내놓으신 책의 애독자거든요. 물론 다른 책들도 다 읽어보았습니다"

 

 "아, 담배 되죠?"

 

  한 갑을 손에 들고서 허락을 구했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듯한 흔쾌한 결정에 고마움을 표하고 한 개비를 물어 라이터를 긁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평소라면 알 수 없었을 미세한 떨림이었다.

 

 "가능하시다면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천장에서 회색 연기가 물레방아처럼 뱅글뱅글 돈다. 크게 숨을 들이 내쉬고 눈을 길게 껌뻑였다. 이 시간으로부터 백여 년 전은 빈번하게 터지는 민족 분쟁들과 갖가지 주장을 내놓는 세력들이 판치던 일종의 암흑시대였다. 대표적인 집단으로는 재물, 믿음, 지혜인 세 개를 꼽는다.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날조와 선동. 때로는 진실을 퍼뜨리고 왜곡하여 합친다.

 

  그렇게 그들은 시간의 힘으로 교묘하게 진실과 거짓을 섞었다. 긴 세월이 지나며 그들이 만들어낸 규칙들은 군중의 무의식에 자리를 잡아갔었다. 일부 정도가 몇몇 학자들이 내놓은 지적으로 모순점이 드러나고 슬며시 쟁점화가 됐을 뿐, 그 외에 다들 관심은 눈곱만큼도 없었을 것이다. 이후 한껏 잊혔을 과거로 역사가들은 여행을 떠났다. 그들이 집단이 감춘 자취들을 찾아내고 추적을 끝맺는 데 소비하는 시간은 어림잡아 백오십 년이다.

 

  편안하게 차를 마시는 그녀는 시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계기는 알려주지 않는다. 흩어진 소수 세력의 잔당들과 관련이 있을 거라 드는 추측이 전부다.

 

 "잠시 바람 좀 쐬다 오겠습니다"

 

  방에서 나와 통나무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본명은 베토아 리사. 친구지간인 힐른 카논과 함께 오 년 전 집필한 새의 소리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 둘이 떨어져 있던 기간에 어떤 일이 생긴 게 틀림없다. 아마도 사람이 죽은 일은 아닐 터이다. 큰 움직임 하나하나가 신문거리인데 여태까지 비슷한 기사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였다. 알 수 없는 힘으로 수면에 오르다가 사라지기에는 역사의 큰 흐름과도 같은 유명세가 걸린다. 분명 카논과 불미스러운 일로 사이가 틀어져 펜을 잡지 않았다고 했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역량을 가만히 두고 홀로서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 데코. 저기 있는 책 좀 주라]

 

 "언제부터 일어나있었냐"

 

 [됐고 빨리 줘. 시간낭비니까]

 

  가방에서 삐져나온 투명한 형체는 뒤쪽을 가리켰다. 쓸데없이 많이 쌓인 장작더미 옆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입바람을 불어봐도 종이 뭉치에 붙은 자국은 없어지지 않았다. 뻘쭘하게 서서 괜찮은지 눈빛으로 묻자 허공에 내놓으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다른 의자에 뭉치를 내려놓자 완전히 밖으로 나와 구처럼 둥둥 떠서 종이를 넘긴다. 예전 같았으면 해를 끼친다 하여 재액으로 취급되었을만한 행동이었다. 대다수가 현실을 무서워하고 진실을 앎에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숲 속으로 걸었다. 한 번 책을 읽기 시작한 니나를 건드려서는 안 되기에 언질없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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