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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6. 꼭두각시 (11)
작성일 : 17-09-12 00:15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3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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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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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그런 말은 남녀구별 없이 어린이가 소리치면 위험한 법이었다.

  “야, 무슨...!”

  솔이 당황하는 사이 가엽고 힘없는 어린이를 구하기 위해 미심쩍은 얼굴로 몇 사람인가 다가왔다.

  “오해예요! 저건 애가 아니라고요!”

  황급히 손사래 치는 솔의 손아귀를 벗어나 어린이 동이는 다시 달렸다.

  골목을 누비면서 동이는 다시 한 번 모습을 바꿨다. 어린이의 모습과는 정반대인 구부정한 노인의 모습이었다. 성급하게 내뻗던 걸음이 차츰 느릿해졌다. 이대로 다시 거리를 빠져나갈까 고민하던 동이는 다른 거리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동이는 조심스럽게 걸으며 주름에 파묻힌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골목이란 게 좁을수록 음습하고 축축한 기분이 드는 것이지만, 산 자들의 세계와는 다르게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골목이란 더욱 그랬다. 골목처럼 좁고 어두운 곳만큼 하늘의 감시자들의 눈을 피하기 좋은 곳은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었다. 차가운 무언가가 갑자기 노인의 발을 움켜잡았다. 앗, 할 틈도 없이 노인은 그대로 끌려갔다. 바닥에 쓸려가다 멈춘 건 어깨를 모퉁이에 호되게 부딪치고 나서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념은 계속 그의 말을 끌어들이고 있었지만 그가 그 이상 끌려가지 않은 건 그 힘이 어느 건물 작은 틈에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벽을 부수는 힘을 가하지 않은 이상 그가 그 쥐구멍 같은 곳에 들어갈 수 있을 리 없었다. 동이는 신경질 적으로 사념을 잘라내고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그때 벽에 붙어있던 어두운 창을 깨고 날아온 손이 노인의 목을 움켜쥐었다.

  뼈 그대로 말라붙은 팔과 마찬가지로 말라죽은 눈을 한 자가 고개를 떨었다. 그 속에서 나온 건 역한 냄새와 함께 쇠가 갈리는 소름끼치는 음색이었다.

  “사념........”

  어둠 속에서 언뜻 보이는 하얗게 죽은 입술 사이로 무언가 흘렀다. 그것을 보는 순간 노인으로 변한 동이는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하나 떠올렸다. 산 자들의 세상에서 사람의 피를 먹으면 불로불사한다는 이야기처럼 이미 죽음을 맞이한 이곳에서도 그 비슷한 이야기가 떠돌고 있었다. 사자를 잡아먹으면 사념이 강해진다는 이야기.

  육체가 죽음의 지경에 이르는 순간 사라지고 마는 이곳에서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게 가능할 리 없다. 사념이 강해진다는 소리는 더더욱 헛소리였다. 하지만 이런 말을 믿는 녀석들은 으레 그렇듯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미 저지른 자들은 자신이 얻었다고 믿은 힘을 빼앗길까봐 이런 어둠 속에 꽁꽁 숨어있다.

  “아, 잘못 걸렸네.”

  노인은 혀를 차며 목을 움켜진 가는 팔을 잡았다. 사념이 강해지기는 개뿔, 인간 외 다른 건 먹질 않으니 노인 목하나 제대로 졸라죽이지 못하는 거다. 이 지경이 되기까지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을 텐데. 용케도 걸리지 않았군. 노인이 손에 힘을 주자 창백한 팔은 스티로폼처럼 으스러졌다. 그 순간 귀청을 찢는 소리가 들렸다.

  동이는 사자를 잡아먹는 녀석의 이마에 검게 뚫린 구멍을 바라보았다. 피도, 무엇도 흐르지 않고 심연처럼 검은 어둠이었다. 그 어둠을 중심으로 남자의 머리부터 검게 물들더니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지하의 문이 열렸다.

  “잘못 걸린 건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거든.”

  그제야 동이는 총이 발사된 곳을 돌아보았다. 낮은 건물 위에 선채 내려다보는 솔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아마 거기서 꽤나 곤란한 상황을 겪은 모양이다. 그 꼴을 보고 동이는 노인의 얼굴로 히죽 웃었다. 그리고 또 다시 달아났다.

  동이는 아이의 몸으로 변해 새를 불렀다. 그런데 다가오던 새가 돌연 놀라 하늘로 도로 날아가 버렸다. 그에 동이는 또 다른 사자가 왔음을 깨닫고 눈을 찌푸렸다. 탑에 둥지를 튼 전령이 누구보다 잘 따르는 건 탑의 사자였으니까.

  동이는 이난을 피해 방향을 바꿨다. 그 자리엔 이미 솔이 있었다.

  “진짜 끈질기네.”

  “얘기 좀 하지?”

  화가 덜 풀린 솔이 이를 갈며 말했지만 동이는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뜬금없이 바지 주머니를 뒤진 동이의 손에 무언가 들려있었다. 뽑기 기계에서 나오는 것 같은 동그란 플라스틱 통이었는데, 그 안에는 반짝이는 모래가 담겨있었다. 가급적 피해가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는 비장의 수였다.

  이난이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전에 동이는 잽싼 손길로 통을 열었다. 허공에 흩뿌려진 그것은 공기 중에 닿자마자 눈앞에서 사라졌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숨을 참은 아이는 곧장 하늘로 날아올랐다. 모르는 사이에 들이마셨는지 시야가 흔들리며 휘청했지만 새를 붙잡고 버티며 도망쳤다.

  아이가 주춤하는 동안 이난은 재빠르게 새 위에서 떨어지는 솔을 붙잡았다. 가장 가까이 있었던 데다 바람도 그쪽이었던지라 가장 효과가 빨랐다. 동이는 이미 저 멀리 날아가 멀어졌다.

  동이가 뿌린 그 모래는 도시 어디에선가 발명된 수면가루였다. 효과가 지극히도 빠른 악용 목적의 약물이었다. 그것을 엄청나게 뿌려댔으니 솔이 못 버티고 잠든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이난도 마찬가지였다.

  “여기 계셨군요!”

  불쑥 사라진 이난을 찾아 헤매던 제아가 원망 반, 반가움 반으로 외치며 다가왔다. 그는 곧 이난의 새 위에 널브러진 솔을 보고 굳어졌다.

  “솔 누나?”

  불안해하는 소년의 목소리에도 이난은 마땅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사...부?”

  제아의 목소리는 거기서부터 들리지 않았다. 이미 가루를 들이마신 이난이 버틸 수 있었던 건 거기까지였다. 입술을 연 순간 누군가 뒤집어씌운 것처럼 눈앞이 깜깜해졌다.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새의 등 위에서 미끄러지듯 떨어지기 직전의 솔이었다. 손을 뻗었다. 이난은 자신의 몸이 기울어지는 것도 채 느끼지 못하고 솔을 잡아 당겼다.

 

 

 

  꿈도 없는 깊은 잠이었다. 이런 잠을 얼마 만에 자는 건지, 아주 오랜만이었다. 그 잠이 달콤할 법도 한데 솔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깊은 잠을 잔다고 느꼈던 것과는 다르게 그 순간 잠이 깔끔하게 달아났다.

  영문을 몰라 눈을 끔뻑이다가 당장 눈앞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딘가 낯익은 옷이었다. 슬그머니 위를 올려다보니 그 옷의 주인은 이난이었다.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고 일어난 솔은 기억을 더듬어보고 당황했다.

  그러니까 동이 플라스틱 동그란 통을 꺼내고 노란 모래가 흩뿌려지던 게 마지막기억이었다.

  ‘그럼 나 그대로 기절한 거야?’

  주위를 둘러보던 솔은 제아를 발견했다.

  “일어나셨어요?”

  “어떻게 된 거야?”

  “수면가루를 마시고 잠든 거라고 차일이 말해줬어요.”

  제아의 목소리는 어쩐지 힘이 없었다.

  “그분이 새에게 심부름을 보내서 해독약을 구해줬어요. 깨어나면 알아서 기어오라고 전해달래요.”

  “아, 그래? 고마워.”

  효과가 강한 약을 동시에 두 개나 복용해서 그런지 솔은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얼굴을 찡그렸다.

  약을 두 사람에게 먹인 제아는 차마 차일처럼 매정하게 떠나진 못하고 두 사람을 지켰다. 약의 효과는 좋았는지 얼마 안 되서 이난도 눈을 떴다. 이난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황을 판단했는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놈은요?”

  “놓쳤어.”

  그런 그들을 올려다보며 제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 왜 눈물이 나려는 거지. 땅으로 떨어지는 그들을 붙잡기까지 제아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그들을 알기나 할까. 불쑥 나타난 차일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 높이에서 떨어진 그들은 어딘가 크게 다쳤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상처를 지울 수 있다고 해도, 정신을 잃고 다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

  아까까지의 일들이 고단하고 마음 고생했던 것도 있지만, 어쩐지 이 어른들이 너무 막무가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선 마치 그들이 제아를 돌보는 게 아니라, 자기들 좀 돌보라고 난동부리는 꼴이다. 갑자기 설움이 울컥 치밀었다. 제아는 이를 꾹 물며 말했다.

  “정작 인간이란 작자들은 어떻게든 사고치려고 발악하는 사고뭉치들이라고 했죠.”

  오늘 들었던 이야기 중 이난이 했던 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지경일 줄은 몰랐지.

  다음 순간, 제아는 울부짖었다.

  “근데 그거 댁들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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