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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3인남녀
작가 : 쉼표
작품등록일 : 2016.8.23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

 
지나가다 들렸다.
작성일 : 16-08-26 19:51     조회 : 479     추천 : 0     분량 : 7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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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총각, 총각도 색시 그만 고생시키고 일 좀 해야제.”

 평소 단골집이던 동네 슈퍼에 들어간 태민이 들은 첫 마디였다.

 “네?”

 “현주 아가씨만 보면 불쌍해 죽겠어.”

 태민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웃었다.

 “저희 결혼 안 했어요.”

 “뭐여? 결혼도 안 했는디 시방, 둘이 죽치고 살고 있는 거여?”

 “아, 네, 뭐, 그렇죠. 하하...”

 “워메, 말로만 들었제.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구먼. 하여튼 요즘 젊은 양반들은 멋져부러!”

 “그리고 저도 출근은 안 할 뿐이지, 일은 하고 있어요.”

 “그려? 뭔일 허는디?”

 “글 써요.”

 “글? 그런 걸로 입에 풀칠이나 하것는 가?”

 “아직은 좀 그래요.”

 “그럼, 그런 거는 나중에 허고 일단 돈부터 벌어. 둘이 나중에 결혼이라도 허려면 돈 꽤나 든 다니께. 취미는 취미로 즐겨야제!”

 

 쭈쭈바를 물고 나오는 태민은 한 손으로 뜨거운 햇살을 가렸다.

 “취미라...좋아하는 일하면서 수입이 없으면 그건 직업이 아니라 취미긴 하지.”

 그러다 울리는 꼬르륵 소리.

 “또 밥 먹을 시간이 돌아 왔구나. 나온 김에 현주한테나 가볼까.”

 

 현주의 회사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던 태민은 현주가 보이자 반가운 듯 벌떡 일어났다.

 “현주-”

 활기차게 부르려던 태민의 목소리는 현주 옆에서 같이 나오는 남자 때문에 멈추었다.

 멋지게 차려 입은 남자는 친한 동료인 듯 현주와 밝게 웃으며 걸어 나왔다. 남자가 현주의 어깨를 슬쩍 툭툭 만졌지만 현주는 별 신경 쓰지 않는 듯 까르르 웃었다. 그러다 태민을 발견하고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남자와 인사를 하고 태민에게 다가오는 현주를 보며 태민도 같이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있으니까 멋지네, 우리 현주.”

 혼잣말을 하던 태민은 문득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편한 옷차림에 슬리퍼.

 “운동화라도 신을 걸 그랬나?”

 그러다 현주와 같이 있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태민의 차림을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젓고는 가던 길을 갔다.

 “웬일이야? 여기까지 오고?”

 현주의 말에 태민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지나가다 들렸어.”

 “여길 지나가? 밥은? 안 먹었지?”

 현주가 태민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다정하게 물었다. 그러자 지나가는 회사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아, 태민이 슬쩍 팔짱을 풀며 말했다.

 “먹었어. 저기 동료들인 것 같은데 얼른 가서 같이 먹어.”

 “뭐? 여기까지 와 놓고...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집에서 만나 같이 먹는데 뭘...”

 “그거랑 이거랑 같아?”

 현주가 서운한 표정을 지었지만 태민은 사람들이 신경 쓰인 듯 서둘러 가려 했다.

 “그럼 나, 간다. 집에서 봐.”

 “그래, 가라 가.”

 

 “강 대리님, 이거 찾으시던 서류에요.”

 “아, 고마워요 진아씨.”

 만날 식사하러 가자고 할 때마다 거절 당했던 단발의 여사원 진아는 고맙다는 현의 말에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할 일이었는데 고생하셨네요.”

 “서로 덥고 사는 거죠.”

 웃고 있는 진아에게 목례를 한번 하고는 현은 다시 모니터에 집중하였다.

 “저기... 강 대리님?”

 “네, 말씀하세요.”

 현은 진아를 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말씀하세요.”

 “혹시... 결혼 하셨어요?”

 “네?”

 뜬금없는 질문에 현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진아를 바라 봤다.

 “아니, 혹시나 해서요.”

 “안 했습니다만 사적인 질문은-”

 “그럼 여자 친구는요?”

 자신의 말을 끊고 질문하는 진아를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진아가 준 서류를 슬쩍 한번 쳐다보고는 답해주었다.

 “없습니다.”

 “그럼 소개팅 한번 하실래요?”

 “거절하겠습니다.”

 단박에 거절하는 현을 보며 진아는 무안한 듯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한번 생각은 해 보세요. 정말 괜찮은 아이거든요.”

 “혹시 현주랑 아는 사이...?”

 “네?”

 “아, 아닙니다. 돌아 가보세요.”

 진아가 자리로 돌아가자 현이 한숨을 쉬며 혼잣말을 했다.

 “소개팅이라니, 다들 짠 거야 뭐야.”

 

 지이이잉-

 일을 하던 연우는 울리는 진동 소리에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태민 : 술 먹자, 이 것들아.>

 <연우 : 주인공님이 허락하셔야지.>

 <현 : 바빠.>

 <태민 : 현주가 연락 했다던데? 안 나오면 회사 찾아간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현 : ... 언제 볼 건데.>

 <연우 : 토요일 저녁 콜?>

 <태민 : 콜.>

 <현 : 알았어.>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집어넣는 연우 앞에 누군가 다가 왔다.

 “필요한 거 있으세요?”

 미소 짓던 연우의 표정은 눈앞에 나타난 은영 때문에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뭐야, 여긴 어쩐 일이야?”

 “음... 이런 곳에서 일하시는 구나”

 모르는 척 이리저리 동사무소 안을 살펴보던 은영에게 연우가 인상 쓰며 물었다.

 “이 시간에 네가 여기 왜 있는 거야? 학교 안 가?”

 “쉬는 날이에요.”

 “네가 쉬는 날엔 우리 동사무소도 다 쉬거든? 고등학교가 평일에 쉬는 날이 어디 있어?”

 “개교 기념일.”

 “아...”

 설득 당한 듯 연우는 고개를 끄덕이다 아차 싶어 다시 말했다.

 “거짓말이지?”

 “믿기 싫으면 마세요.”

 여전히 미심쩍었지만 별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무슨 일이야? 등본 필요해?”

 “아저씨 보러 왔어요.”

 “나?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놀란 눈을 한 연우를 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동사무소에서 일하신다면서요.”

 “그래, 그것도 그렇다 치고. 나한텐 무슨 볼일 인데?”

 “곧 끝날 때 되지 않았어요?"

 “아직 47분 남았어.”

 “그냥 땡땡이치면 안 돼요?”

 “여기가 학교니? 진짜 무슨 일인데?”

 “농담이에요. 그냥 지나가다 들렸어요.”

 “계속 지나가지 굳이 왜?”

 “그냥...”

 “?”

 연우의 의아한 표정에 은영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기다렸다가 같이 갈까요?”

 “우리가 그런 사이던가?”

 “됐어요. 그냥 갈게요.”

 은영은 뭐가 못마땅한지 획 돌아 성큼성큼 걸어가며 동사무소를 빠져나갔다.

 “뭐야, 도대체...”

 

 “퇴근하겠습니다.”

 “봤지? 연우씨를 이길 사람은 없다니까?”

 연우가 벌떡 일어나 나가자 연우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직원이 건너편에 있던 여직원에게 말했다.

 “여기요. 만원. 와... 진짜 빠르네."

 내기를 했는지 여직원이 남직원에게 만원을 건네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동사무소를 나오면서 이어폰을 귀에 꼽으려는 연우 앞에 은영이 다시 튀어나왔다.

 “아저씨!”

 “아우, 깜짝이야!”

 소스라치게 놀라는 연우를 보고 은영은 깔깔 거리며 웃었다.

 “뭐야, 아직 안 갔어?”

 “그냥, 뭐, 이것저것 하다보니까요.”

 머뭇거리며 말하는 은영을 연우가 빤히 쳐다봤다.

 “왜요?”

 “아니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연우의 뒤를 은영이 쪼르르 따라 갔다.

 “개교 기념일이면 친구들이랑 놀지 뭐하냐.”

 “왕따라서 친구 없어요.”

 “그럼 공부하지 학생인데.”

 “개교 기념일에 누가 공부해요?”

 “그럼 쉬던가, 좋아하는 걸 하던가. 취미 생활 없어?”

 은영이 한 마디도 지지 않자 연우가 언성을 조금 높였다.

 “딱히 없는데요. 아저씨는 쉬는 날에 뭐하시는데요?”

 “술, 야구 시청, 당구, 잠, 게임.”

 툭툭 뱉는 말투였지만 은영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지 웃으며 말했다.

 “게임? 그중에 저도 게임은 같이 할 수 있겠네요.”

 “내가 왜 같이-”

 “무슨 게임 하시는데요?”

 “말하면 아니? LOL.”

 “어? 나도 그거 하는데.”

 “여자애들이 하는 것과는 다르지. 남자들끼리의 치열한 두뇌 싸움과 목숨을 건 컨트롤을 네가-”

 “티어가 뭔데요?”

 은영의 물음에 연우가 머뭇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실, 실버 2. 그래도 이거 대단한 거야. 넌 티어가 뭔데?”

 “다이아 2요.”

 “우와.”

 은영의 말에 연우가 입을 떡 벌리며 멈춰 섰다. 그러자 은영이 비웃듯 웃으면서 말했다.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으면 티어가 그래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어?”

 꾸벅 인사를 하던 하나는 현을 보고 웃으며 반겼다.

 “뭐로 드시겠어요?”

 “그냥, 퇴근하는 길에 들렸습니다.”

 “네?”

 “그 때, 차 값이요.”

 현이 지갑을 꺼내려고 하자, 하나가 생각이 난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예?”

 “저 오늘 일찍 퇴근하거든요.”

 “저, 저기...”

 현이 말할 틈도 없이 하나는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되게 철저하시네요.”

 카페를 나오며 말하는 하나의 농담에 현은 멋쩍은 표정으로 답했다.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

 “맥주 한잔 하실래요?”

 “네?”

 “돈으로 갚으면 재미없잖아요. 술 못 드세요?”

 “아니 그건 아닌데...”

 하나는 현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체, 골목길을 가리키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 저기 저쪽에 제 단골 집이 있어요. 저기 가면- 어맛!”

 순간 앞서 걷던 하나가 다리를 삐끗 했는지 균형을 잃고 넘어지려 했다. 하나가 두 눈을 질끈 감고 몸을 잔뜩 움츠렸을 때 허리에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눈을 천천히 뜨자 자기 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두 팔로 자신을 감싸 안은 현이 보였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앞서 걷고 있던 하나의 높은 힐이 위태로워 보이긴 했었다. 아니다 다를까 휘청 거리는 하나를 보자, 현은 자기도 모르게 뛰어가 하나를 품에 안았다. 처음부터 안을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잡아주려 던 것 뿐 인데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것이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현에게는 오감이 다 느껴진, 정지된 시간 같았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좋은 향기, 품에 안긴 그녀의 체온, 놀라서였는 지 뛰어 와서였는 지 모르겠지만 쿵쿵 거리는 자신의 심장... 그리고 꼭 감았던 하나의 눈이 천천히 떠지면서 마주친 시선...

 지이이잉.

 정지 되었던 것 같던 시간은 현의 핸드폰 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아.”

 헛기침을 하며 하나를 놓아준 현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하나도 뒤에서 어색한 듯 괜히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전화를 받은 현은 평소와 다른 부드러운 말투였다.

 “벌써 돌아왔어? 모처럼 간 여행인데 좀 더 놀다 오지. 밥은? 이 시간까지 안 먹으며 어떻게? 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하나를 바라보자, 하나가 애써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내가 다시 전화할게.”

 전화를 끊은 현을 보며 하나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혹시 여자... 친구...?”

 “아, 동생입니다. 죄송하지만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은데요.”

 현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동생 분을 참 좋아 하시나 봐요. 여행 오자마자 이렇게 달려가시고.”

 하나의 말에 현이 보일 듯 말듯하게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게 남은 가족이 동생 하나 뿐이거든요. 다른 건 다 괜찮아도 동생 혼자 밥 먹는 것은 못 보겠더라고요.”

 현의 말에 하나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다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가 해봐서 아는데 혼자 먹으면 되게 외로워요. 그래도 동생 분은 멋진 오빠라도 있어서 다행이네요. 전 그냥 혼자였는데...”

 “네?”

 현의 놀란 표정에 하나가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어서 가보세요. 동생 분 기다리시겠다.”

 “죄송합니다. 그럼...”

 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현의 등 뒤에서 하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아직 빚은 안 갚으신 거예요~!”

 

 지이이잉-

 불도 키지도 않고 방안에 멍 하니 앉아 있던 태민은 핸드폰 카톡 소리 정신이 든 듯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현주 : 미안, 오늘 갑자기 회식이 생겼네. 늦을 것 같아.>

 태민은 카톡을 확인 하고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누구한테 연락하는 거예요?”

 혼자 테이블에 앉아 있던 현주는 핸드폰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아... 그게... 집에 연락 했어요. 할 말이 뭐에요. 민우씨?”

 아까 낮에 현주랑 웃으며 같이 있었던 짧은 머리에 안경을 쓴 민우는 웃으며 말했다.

 “딱히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술이나 한 잔 할까 해서요.”

 “저 남자친구 있는데...”

 현주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자 민우가 끄덕이며 답했다.

 “알아요. 아까 낮에 보았던?”

 “네, 맞아요.

 “남자 친구는 무슨 일 해요?”

 “그냥, 프리랜서예요.”

 “어떤...”

 “술 먹자면서요. 한 잔해요.”

 현주가 대답을 피하며 술잔을 내밀자 민우도 더 이상 굳이 묻지 않았다.

 “사귄 지는 얼마나 됐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었으니까... 10년은 넘었어요.”

 “네? 10년이요?”

 깜짝 놀라는 민우를 보며 늘 있는 일인 양 현주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첨 봤죠? 이렇게 오래 만나는 커플은?”

 “네... 결혼 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오래 사귀어도 사랑이 유지가 돼요?”

 “글쎄요...”

 잠시 뜸을 들인 현주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 어떤 게 사랑인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오래 돼서...”

 

 - 오늘 오전 -

 “야, 최은영 윤리 쌤이 좀 보제.”

 교실 구석진 자리에 창밖을 내다보던 은영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의아해 하며 말했다.

 “윤리 쌤이? 왜?”

 “나야 모르지.”

 

 “선생님 찾으셨어요?”

 운동장 벤치에 앉아있는 윤리 선생님을 보고 은영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자, 윤리 선생님은 웃으며 반겼다.

 “어, 그래 여기 앉아라.”

 옆 벤치에 앉은 은영은 윤리 선생님이 아무 말이 없자, 어색하게 운동장만 바보다 머뭇거리며 물었다.

 “저기... 하실 말씀이...?”

 “아... 그게... 요즘 별 일은 없니?”

 갑작스러운 물음에 은영은 무슨 뜻이지 모르겠다는 듯 한 표정을 짓자, 윤리 선생님은 한숨을 쉬며 어젯밤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을 떠 올렸다.

 “실은 누가 너 좀 봐 달라고 하더라. 공부는 잘하는 지,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걔가 다른 사람들한테 관심 갖고 그러는 놈이 아닌데...”

 “그게 누군데요?”

 “아... 그건...비밀이라고 했는데...”

 윤리 선생의 난처한 표정에 은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얼굴도 보기 힘든 부모님은 아닐 거고. 다른 사람하고 착각하신 것 아니에요?”

 “아니야, 네 이름. 생김새를 정확히 말했어.”

 “그럼 누군데요?”

 “하... 이거 비밀이랬는데... 대신 그 놈한테 말하면 안 된다. 나연우라고 대학교 동창인데, 너에 대해서 말을 하더라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다고... 사실이니?”

 은영은 대답 대신 생각에 잠겼다가 생각이 난 듯 말했다.

 “혹시 세상 귀찮다는 듯, 눈을 게슴츠레 뜨고 다니는 아저씨에요?”

 은영의 말에 윤리 선생님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대충 맞는 것 같네.”

 “그 동사무소에서 일 한다는...?”

 “어, 너도 알긴 아는구나. 걔가 남에 일에 끼어드는 걸 굉장히 싫어해서 이런 부탁은 절대 안 하거든. 처음 듣는 부탁에 일단 알겠다고는 했지만... 내가 학생 주임도 아니고, 힘 있는 국영수 선생도 아니잖니? 하지만 이왕 부탁 받은 거니 널 돕도록 하마. 부모님하고 일단 통화를-”

 윤리 선생님이 혼자 열변을 토해냈지만 은영은 듣는 지 마는 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부모님은 됐어요. 어차피 저한테 신경 쓸 시간도 없거든요. 그 연우라는 아저씨 어느 동사무소에서 일해요?”

 “어? 아마 00동일 걸. 그러면 내가 뭘 하면 되겠니?”

 “담임 쌤한테 조퇴한다고 말해주세요.”

 “뭐?”

 “학교 일은 괜찮아요. 정말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그럼.”

 “잠, 잠깐! 은영아!”

 꾸벅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 은영을 보고 윤리 선생님은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꺼냈다.

 <윤리 선생님 : 야, 일단 이야기는 해봤다.>

 <연우 : 오, 땡큐>

 <윤리 선생님 : 근데, 지금 너한테 가는 거 같은데?>

 <연우 : ? 학교는?>

 <윤리 선생님 : 땡땡이지 뭐.>

 <연우 : 선생이 왜 이렇게 허술해? 그리고 나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니까.>

 <윤리 선생님 : 윤리적 도덕 감에 어쩔 수 없었다.>

 <연우 : 어휴... 언제 쉬냐? 술 한번 살게.>

 <윤리 선생님 : 너나, 나나 빨간 날 말고 언제 쉬겠니? 수업 준비하러 가야겠다.>

 <연우 : 그래,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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