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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6. 꼭두각시 (9)
작성일 : 17-09-09 01:58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4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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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쪼다?”

  제아가 당황한 틈에 반응한 건 서로 덕에 기분이 별로 였던 이난과 솔이었다. 그리고 무슨 일인가 싶어서 돌아본 아이의 부모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얼른 아이의 손가락을 감추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얘가 가끔 사람들한테 무례하게 굴어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동아, 너 자꾸 그러지 말랬지!”

  다그치는 목소리가 날카로웠지만 동이란 아이는 눈 깜짝하지 않았다. 도리어 입술을 삐죽이며 도끼눈을 떴다.

  “나 쟤네 마음에 안 들어.”

  그렇게 말하며 동이는 아빠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냉큼 달려왔다. 도망치는 게 아니라 그들을 향해 가까워졌다. 대체 뭘 하려는 건가 모두의 시선이 아이에게 집중되었을 때,

  -펑!

  “꺄악!”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나타난 건 별이 그려지고 피에로 머리가 튀어나오는 박스였다. 박스에서 튀어나온 피에로의 머리가 솔의 얼굴을 때렸고, 아프기 이전에 깜짝 놀란 솔은 옆에 있던 이난에게 던져버렸다. 대롱거리는 피에로 머리가 무방비하게 바라보고 있던 이난의 얼굴로 날아왔다.

  “아악!”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얼굴을 감싸 쥐는 사이 아이는 짧은 다리를 잽싸게 놀려 달아났다.

  “동아!”

  아이의 부모가 황급히 부르며 쫓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동이는 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속도로 멀어졌다. 부모는 당황한 얼굴이 되어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때 두 쌍의 눈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야.”

  이난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저거 좀 잡아와.”

  “댁이나 잡아오시죠.”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두 사람은 튀어나갔다.

  “엑?”

  놀란 제아도 서둘러 둘을 쫓았다.

  대체 언제 부른 건지 전령이 한 마리 날아와 몸을 부풀렸다. 달리던 이난이 폴짝 뛰어 타자 솔이 이익 소리를 내며 따라 전령을 불렀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두 사람을 쫓기 위해 제아도 서둘러 전령에 올라탔다.

  전령으로 쫓으니 금방 아이를 따라잡았다. 두 어른이 눈에 불을 켜고 검은 사념을 쏘았다. 하지만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아이가 달리는 속도가 갑자기 늦춰졌고, 거리를 재고 쏘아 보낸 두 사념은 애꿎은 땅에 부딪혔다. 동이는 영악한 눈으로 두 사람을 돌아보고는 씨익 웃었다.

  “어...?”

  열심히 두 사람을 쫓던 제아는 당황했다. 하얀 전령이 내려와 아이의 가랑이 사이에 맴돌더니 몸을 부풀린 것이다. 동이는 능숙하게 전령을 조종하며 거리를 벌렸다.

  “저거 진짜 가지가지 하네!”

  솔이 이를 갈며 속력을 높였다. 그러는 그녀의 눈앞으로 웬 곰돌이 인형이 가까워졌다. 솔이 기겁해서 곰 인형을 잡아 부쉈다. 그것 때문에 속력이 잠깐 늦춰지자 인형을 만들어 던진 동이가 뒤를 흘금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난에게도 같은 짓을 했다. 이번에는 토끼 인형이었다.

  “뭐야!”

  이난은 신경질적으로 토끼 귀를 붙잡고 옆으로 내팽개쳤다. 건물 지붕을 향해 날아가는 인형은 반쯤 이성이 날아간 이난의 사념도 함께 담겨 있었다. 그래서 인형은 지붕 위에 튕겨 오른 게 아니라, 그대로 위력이 되어 지붕을 부수고 말았다.

  “어떡해!”

  제아는 비명을 지르며 굳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사람은 계속해서 아이를 쫓았다.

  제아는 멈춰선 채 안전부절하며 부서진 지붕을 이리저리 살폈다. 아니, 탑의 사자가 이런 거 막 부셔도 괜찮은 거야?

  “대충 만들어.”

  그때 뒤에서 느긋하게 쫓아온 차일이 말했다. 제아가 당황해서 허둥거리자 차일은 손짓 하나만으로 지붕을 복구했다. 그러나 제아는 안도하는 대신 경악했다.

  “이거 원상태가 아니잖아요!”

  차일이 순식간에 복구한 건, 지붕의 원자재를 만들어 복구한 게 아니라 그냥 사념으로 대충 메꾼 거였다. 이런 건 지붕도 아니고 그냥 종잇장을 덮어놓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차일은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발견하면 알아서 고치겠지. 이런 건 원래 주인이 더 잘 아는 법이야.”

  “아니, 우리가 부쉈잖아요. 우리가 해야죠!”

  “그럴 시간 없을 텐데?”

  차일은 무심하게 말하고 두 사람이 사라진 방향으로 날아갔고, 제아는 그가 남긴 말을 불길하게 여기며 뒤쫓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지나갔다고 추측되는 거리가 한 귀퉁이씩 부서지고 있었다. 차일은 느긋하게, 제아는 조급하게 그 자리를 메꿨다. 차일은 이 상황이 무척 익숙한 듯했지만, 한껏 당황스러운 제아는 마음이 조였다. 그래서 그가 복구한 곳엔 일말의 양심으로나마 어느 정도의 강도도 높여 놨다.

  그렇게 뒤쫓아 가서 고치길 반복하던 한참 뒤, 하늘에 여전히 도망치는 동이와 두 사람이 보였다. 두 사람이 열심히 사념을 쏘아 새의 꼬리라도 맞추려 했지만 동이는 약 올리기라도 하듯 잡힐 듯 말 듯 도망쳤다. 그 와중에 동이를 놓친 사념이 건물에 부딪치며 건물이 조금 깨져나갔다.

  ‘애 하나 잡으려고 대체 뭔 짓을 하는 거야?’

  열 받은 두 사람은 그런 판단은 포기해버린 듯했다. 제아는 이게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황당해서 할 말을 잃었다.

  “아무래도 저 쥐새끼를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쥐새끼라뇨!”

  이 사람들 대체 애한테 왜이래?

  제아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차일의 의견에는 동의했다. 저 앨 잡아야 이 사단이 끝날 것 같았다. 제아는 새의 등에 딱 붙으며 동이가 전령을 능란하게 부리는 모습을 보았다. 두 어른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니 따돌렸으면 따돌렸지 함부로 새에서 내릴 것 같진 않았다. 이윽고 제아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저한테 생각이 있어요.”

 

 

 

 

 

  제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나는 분명 탑의 사자의 일을 배우러 왔지, 탑의 사자를 말리러 온 게 아닌데.......

  제아는 애가 좀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어른들이 참 너무하다고 생각하며 아래를 살폈다. 그는 솔과 이난, 동이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왔다. 이 위에서는 세 사람이 빤히 보였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건지도.

  제아는 유심히 바라보다가 사념을 쏘았다. 동이의 경로를 예측한 곳이었다.

  뒤만 살피느라 위에서 뭐가 날아오는지 몰랐던 동이는 새의 옆을 가까스로 스치는 사념에 깜짝 놀랐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사념이 날아온 곳을 올려다보는 순간 또 한 줄의 사념이 쏘아졌다. 바로 동이의 얼굴 바로 위였다. 동이는 깜짝 놀라 새를 당기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사념이 닿았다고 생각한 순간 통증이 느껴지거나 손발이 묶이진 않았다.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를 향해 쏘아진 사념은 아무래도 형체만 있을 뿐 아무런 힘을 담지 않은 모양이다. 역시, 어린 애라고 봐준 모양이지? 동이는 영악하게 꾀며 다시 새의 속력을 높였다.

  그러나 제아가 노린 틈은 딱 그만큼이었다. 갑자기 충격과 함께 아이가 보는 세상이 뒤집어졌다. 손을 뻗었지만 새는 잡히지 않았다. 아니, 눈앞에서 놀라 작아져 훨훨 날아가 버리는 저 새는 분명 그가 타던 새였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상황이 파악됐을 때, 솔과 이난이 쏘아 보낸 사념이 아이를 포박했다.

  동이가 탄 새를 밑에서 치고 올라온 차일이 크게 선회했다. 솔이 날린 사념으로 아이가 묶인 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쯤에서 포기할 법도 한데 독한 아이는 불량하게 혀를 찼다. 아이의 어깨 위에서 검은 힘이 꿈틀거리더니 솔이 잡고 있는 사념의 끈을 끊어버렸다.

  “진짜 끈질기네!”

  그러나 솔은 놀라기보다 짜증을 부렸고 이난은 침착하게 다시 사념을 쏘았다. 차라리 완전 봉쇄하겠단 생각인지 힘은 아이를 뒤덮더니 고치로 만들어버렸고 그대로 땅으로 떨어졌다.

  그때 그들 향해 날아오던 제아가 놀라서 소리쳤다.

  “아, 위험해요!”

  평범하게 거리를 걷고 있던 한 사람은 위에서 떨어지는 검은 고치를 보지 못했다.

  탑의 사자들은 조심스럽게 기절한 남자와 그의 위에 놓인 검은 고치를 바라보았다. 차일이 침착한 태도로 검은 고치를 발로 굴려 치우고 남자를 살폈다.

  “살아 있다.”

  “그럼 또 죽게요?”

  말 같지도 않은 말에 제아는 분통을 터트리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다행히 기절했을 뿐 어디가 아파보이지는 않았다. 그럼 이쪽은 됐고. 제아는 서둘러 검은 고치를 반으로 갈라 열었다. 그러자 손발이 묶인 아이가 표독스럽게 눈을 치켜뜨고 있었다.

  얘도 참 독하다, 생각하며 제아는 아이의 발을 묶은 사념을 풀어냈다. 저 멀리서 발을 동동 구르며 하늘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 있던 동이의 부모가 서둘러 다가오고 있었다.

  “동아아!”

  그때 이난이 다가오더니 동이의 목덜미를 붙잡아 올렸다. 그 모습을 보고 제아는 참다못해 빽 소리 질렀다.

  “고작 애잖아요! 대체 왜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 애 하나를 그렇게 이겨먹고 싶어요?”

  “무슨 소리야.”

  그러나 되받아친 이난은 도리어 황당하다는 듯 제아를 흘겼다.

  “이게 어떻게 애냐?”

  “예?”

  “뭔 놈의 애가 어른보다 빨리 달리고, 새를 능숙하고 조종하고, 사념으로 사람을 공격하겠냐?”

  “쳇, 들켰나.”

  그때 비죽 웃던 동이가 두 손을 들어올렸다. 양 손엔 장난감 모양의 폭탄이 들려 있었다. 대체 손은 언제 풀었는지, 그들이 무언가 대처하기도 전에 동이가 그것을 땅에 내던졌다. 그 순간 밀가루 같은 뿌연 연기가 시야 가득 피어올랐다.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가루는 금세 가라앉았지만, 그 사이 동이가 빠져나갈 시간은 충분했다. 시계를 되찾았을 때에 이난의 손에 꼬마는 사라진 뒤였다.

  잔꾀를 써서 도망친 동이는 거리를 충분히 벌려놓은 채 짧은 두 다리를 쫙 벌리고 서며 비열하게 웃고 있었다. 그제서야 제아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순간 동이의 몸이 꿈틀거렸다.

  얇은 사념의 막이 그의 몸을 기어올라 휘감고 사라진 뒤에 나타난 모습은, 동이가 아니라 성인 남자였다. 남자의 눈을 가릴 만큼 길게 자란 숱 많은 더벅머리에, 수염은 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북했다.

  제아보다 놀란 건 막 다가온 그의 부모였다.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남편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떨렸다.

  “동아...?”

  “아빠, 엄마.”

  부모를 부르는 목소리는 걸걸했다. 아이가 아니라 부모라는 자들의 또래쯤으로 느껴졌다. 서른을 넘었을까 한 남자는 아이처럼 투박한 목소리와 발랄한 말투로 보살펴준 부모를 향해 명랑하게 말했다.

  “그 동안 고마웠어!”

  직후 그의 웃음이 싹 지워지더니 짜증내듯 덧붙였다.

  “탑의 사자는 엿이나 먹고.”

  그리고 보란 듯이 새를 타고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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