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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황금의 길. 08
작성일 : 17-09-08 14:50     조회 : 487     추천 : 1     분량 : 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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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나는….’

 

 시우가 말문을 잃고 더듬거렸다. 항상 당당하고 오만하던 그녀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소희는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 언니가 그렇게 잘났으면 처음부터 도와줄 수 있었잖아! 무슨 세가의 영애니 뭐니 하지 않고도 그냥 의원이라고 할 수 있었잖아!

 

 - 평범하게 마을에 숨어서 일반 의원인 척 살아갈 수 있었잖아! 무림 문파니 황궁이니 하는 복잡한 일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고!

 

 따지고 싶은 것은 산처럼 많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우는 <조력자> 여기서 직접 행동하고 움직여야 할 것은 소희 자신이다. 그러니까 따져도 소용 없다. 애초에 머릿속에서 떠드는 수상쩍은 목소리 따위에 애정을, 신뢰를 주려고 했던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

 

 시우 탓이 아니다. 결국 자신의 잘못이다.

 

 언니는 오감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지 않았다. 은근슬쩍 흘렸다. 그리고 지금은 고대의 의술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전에 물정 모른다고 타박할 때 어땠는데! 이 시대의 문화를 가르쳐줄 때에는 분명히 이 시대에 맞는 의술 따위는 모른다고 했으면서!

 

 사실은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알고’ 있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시우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지식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다. 시우의 말을 하나하나 따져보면서 신중하게 움직이면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습게도 소희는 솔직하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시우를 설득하고 싶었다. 같은 배를 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니라고 불러왔다.

 

 ‘….’

 

 이유를 모르지만 자신의 몸에 봉인되어 있는 이상 그만큼 잘해주려고 했다. 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주려고 했고 보고 싶다는 것을 보러 가 주려고 했다. 그 행동들의 결과가 기껏해야 이거라니. 처음부터 정보를 숨겼다.

 

 “언니한테는 나밖에 없고, 나한테는 언니밖에 없는데….”

 

 한숨처럼 내뱉은 후 소희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언니가 진짜 서울에서 왔는지, 의사는 맞는지, 이름이 시우였던 건 맞는지. 지금은 아무것도 못 믿겠어요."

 

 시우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소희도 더이상 해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

 

 

  전에 시우에게 배웠던 기초적인 한자를 복습하며 시간을 보냈다. 황후에게 인사를 가지도 않았다. 시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맘 한 구석이 허했다. 소희는 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전에는 이렇게 벽을 바라보며 무늬를 세고 있으면 시우가 궁시렁대면서 불평을 했다. 벽을 봐도 아무 소리가 없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 사실 원래 이게 정상이지.

 

  시우가 지금도 말은 하지 않지만 듣고 있을 것이다. 사실은 오싹했다. 이건 헤어진 전남친과 함께 같은 팀에서 일하는 격이요, 절교한 친구와 수학여행 2인실에 함께 배정되는 것과도 같았다. 그것보다 더 나쁘다. 믿을 수 사람과 강제로 함께하고 있다니.

 

  시우 생각을 하며 끙끙대고 있노라니 약속했던 다음날 저녁은 빨리 왔다. 예상했던 대로 약속 장소에는 두 명의 의원이 모두 나와 있었다.

 

  주 의원이 결연히 말했다.

 

  “아까 약속한대로 아기님의 치료기록이다."

 

  그것은 과장님의 글씨체였다. 신입 사원이나 대리는 이런 글씨를 쓰지 못한다. 과장급이 되면 이렇게 글씨를 거지 같이 써도 부하 직원들이 알아서 해석해 주는 것이다. 약어와 전문 용어를 사용했을 뿐 아니라 거침없이 휘갈겨쓴 글씨체를 본 소희가 주 의원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건 읽는 게 아니라 암호 해독 수준인데요...?"

  "이 정도도 못 읽는단 말이야?"

 

  옆에 서 있던 차 의원, 차한영 의원이 한숨을 쉬었다.

 

  "이런 애를 어떻게 믿고 치료를 맡겨?"

  "그러면 차 의원께서 먼저 치료하시겠습니까?"

 

  소희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쏘아붙였다. 주결해가 차한영을 힐끗 쳐다보고 처방전을 넘겨 주기 시작했다.

 

  "이건 사실 비밀 기록 같은 건 아냐. 태의전에 소속된 의관이라면 말직도 전부 볼 수 있는 건데."

  "예."

  "봐, 봄에 태어나신 아기님이 스무날 후, 갑자기 영문 모를 열이 오르기 시작했어."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이 훑어주는 처방전의 글씨는 해설과 함께 들으니 한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열' 이라는 한자는 열이 아니라 연이라고 써놓은 것처럼 휘갈겨져 있었다.

 

  "아기님이 너무 어려서 약재를 쓰지 못하고 찬물을 적신 수건으로 온몸을 닦아드리니 열이 내렸지."

  "그리고요?"

  "그리고 열흘 후에는 갑자기 온몸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그렇네요."

  "이번에는 돌을 따뜻하게 데워서 안게 하고자 했는데 피부가 너무 약해 수포가 생겼다."

  "화상을..."

 

  증상은 끝이 없었다.

 

  "열흘에서 보름 간격으로 열이 올랐다가 내렸다가. 귀에서 초록색 진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예."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하는데 청각에 이상은 없는 것으로 추정해서 그냥 관찰했지."

 

  소희는 물끄러미 기록을 바라보았다.

 

  "제가 이번에 본 증상은 몸이 갑자기 차가워진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했지? 약고에도 방문하지 못했잖나?"

 

  주결해가 놀라며 물었다. 소희가 대답했다.

 

  "그냥 안고 있었죠."

  "체온이 잘 전달되지 않았을 텐데?"

  "옷 벗고 안으면 잘 전달됩니다."

  "...어머니 같은 일을 했군!"

 

  주결해가 감탄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안 부인이 생각났다. 마지막에 만났을 때 어색하고 불편한 일이 있었다. 그게 뭐였지? 소희가 딴생각을 하다 물었다.

 

  "열이 나면 태의원에서 바로바로 방문합니까?"

  "본래 그리하였는데 요즘은 의원의 수가 줄어서 말이지. 그게 어려워. 새 의원들을 수소문하고 있으나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고도 하고... 의원 가문은 서로 쉬쉬하고 있는 게지. 뛰어난 자식들을 괜히 들여보내 죽게 하고 싶지 않은 거야."

  "문제는 문제네요..."

 

  소희는 태의원의 인력 부족 사태에는 그리 관심이 없었다. 다만 황후가 자신을 왜 불렀을까가 궁금했다. 그냥 자신을 '처분'하는 것이 목적이었을까? 8황자의 비밀을 알아서? 아니면 정말로 명의라고 믿어서

 

  시우가 함께 고민한다면 도움이 될 텐데 이럴 때에 아쉬웠다.

 

  "주 의원님의 해열 처방을 알 수 있을까요?"

 

  소희가 조심스레 물었다. 기본적인 처방은 비슷하나 각 의원마다 전해지는 비방은 미묘하게 다르다. 주 의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처방은 임의원에게 소용이 전혀 없어. 결국 화 사부의 것을 따른 것이기 때문에.”

  “예?”

  “화 사부의 처방이 전혀 효용이 없었거든. 이 기록을 보면 계속해서 증세별로 처방을 내려왔는데, 그것이 결국 아무 의미 없으니 말이지.”

  “왜 의미가 없죠?”

 

  옆에서 지켜보고만 있던 차 의원이 말을 가로챘다.

 

  "어떤 치료를 하더라도 바로 낫지 않아.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그런데 또 갑자기 모든 증상이 호전되는 시기가 있다. 달에 열흘은 괜찮으셔. 그러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야."

  "열흘은 호전..."

  "보름 즈음에는 또 질환이 나아보이겠지."

 

  소희는 뭔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의심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더 조사해야 할 것이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두 의원에서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소희는 낯익은 사람을 마주쳤다.

 

  "임 의원.”

  “흑호대장님.”

 

 흑노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여느때처럼 검은색 옷을 입고 있어 어두운 하늘과 나무 그늘에 가려 있었다. 먼저 말을 걸지 않았으면 못 볼 뻔했다. 그는 무표정하게 소희를 바라보았다.

 

  "필요한 것은 없습니까?"

  "있기는 한데요."

  "말씀해 보시지요."

 

  갑자기 입안의 혀처럼 달게 구는 것이 이상했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소희가 조심스레 설명했다. 듣고 난 흑노의 눈썹이 꿈틀했다. 소희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분께서 부탁하신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대단히 변칙적인 일이군. 이건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오."

  "그럼 제가 직접 황후 마마께 부탁드리겠습니다."

 

  흑노는 소희와 눈을 마주쳤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까? 황후를 혼자 만나러 가도 될까?

 

  "그 추측이 사실대로 밝혀진다면,"

 

  흑노가 말을 이었다.

 

  "아주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군."

 

  그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일단 내가 먼저 조사해 보겠소. 경거망동하지 말고 기다리시오."

  "제가 말씀드린 방법대로 해야 알 수 있어요."

 

  흑노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바로 등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소희는 어이가 없어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말하다말고 갑자기 가버리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당할 때마다 매우 불쾌하다!

 

  하지만 저 사람은 수틀리면 얼마든지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다. 소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숙소로 향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을 알아보아야 하는 시점이다.

 

  - 찻잎, 고마웠다고 말했어야 하는 건데.

  - 어디 말하나 봐라!

 

  숙소에 돌아오는 내내 긴 그림자가 발에 밟혔다. 소희는 시녀가 봐준 이부자리 위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 만일 내가 추측한 게 틀리면 어쩌지?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미루하 17-09-08 14:51
 
써놓고 올린 줄 알았는데(...) 안 올렸더라구요.
응원해 주신 덕분에 앞부분을 수정하여 어떤 곳에 투고를 하였습니다.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과하객 17-09-08 16:34
 
글이 워낙 뛰어나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열독하고 올리신 곳을 찾게 되면 또 웅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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