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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6. 꼭두각시 (8)
작성일 : 17-09-07 22:13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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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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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아가 비취성에 있을 때 하늘에서 하얀 새를 몇 번인가 본 적 있었다. 여긴 하얀 새가 유독 많구나, 생각할 뿐이었는데 가끔 군주들에게도 하얀 새가 머물다 떠나는 것을 보았다.

  하얀 전령은 도시 곳곳을 다닌다. 그렇게 세계를 거닐면서 새들은 도시를 살펴본다. 탑에 둥지를 튼 전령들은 탑의 질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감시자이기도 했다.

  제아에게 속삭인 전령의 보고가 그랬다. 한 사람이 거리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부상자가 여럿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싸움이라도 난 걸까요?”

  새에 올라타면서 제아가 불안해하며 물었다.

  “글쎄. 굳이 타인의 개입이 없어도 한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아서.”

  전령이 알려준 장소로 갔을 때 현장은 이미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이난은 어째서인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내리더니 어슬렁어슬렁 현장으로 걸어갔다. 마치 구경하러 가는 한량 같은 태도여서 아무도 그들이 탑의 사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일은 벌써 해결되고 있었다. 한 사람들을 둘러싼 것은 대게 구경꾼들이었다. 그 중 몇몇 사람에게서 검은 사념이 뻗어 나와 있었는데 그 힘은 한 남자를 포박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의 어깨 위로는 검은 힘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고, 목덜미 부분에는 시커먼 비늘 같은 것이 돋아있었다. 이난은 그를 턱짓하며 나직이 말했다.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해서 이성을 잃으면 저렇게 돼.”

  “하지만, 저건........”

  “사념이지. 사념은 생각대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이기 이전에 정신상태의 영향을 받아. 이성을 잃으면 사념을 제어할 수 없게 되고, 주인이 의식하지 못한 채로 그 마음속에 담긴 것들이 형상화하는 거지. 당연하게도 그 모양이 좋을 리는 없고.”

  “저런 사람들은 그럼 어떻게 해요?”

  “자야지.”

  이난의 가벼운 대답에 재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하요?”

  “지하는 여러 기능을 해. 나쁜 놈들을 가두는 감옥도 되지만,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재워두기도 해. 아프거나 화나거나 슬플 때 자고 일어나면 좀 진정되는 것처럼.”

  이난은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제아도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남자는 묶여 엎드린 채 하염없는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이딴 건 줄 알았으면, 그렇게 살지도 않았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되뇌는 그 말들을 듣자니, 제아는 그가 과거, 즉 산 자였던 때의 삶을 한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주 많이 참고 산 모양이지.”

  그렇게 중얼대는 이난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자기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여서 여기 왔다고 해도 뼈 빠지게 열심히 산 시절이 떠오르면서 이 상황이 허무해지는 거야. 과거에 그렇게 살지 않았어도 이렇게 되는 것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을 꾸역꾸역 참고 살아왔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트리는 거지.”

  제아는 다시 이난을 돌아보았다. 이난도 제아를 내려다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꽤 많아, 저런 사람들. 그만큼 사회가 각박했다는 의미지만. 그게 저 자의 본 모습이기도 하지.”

  “그럼 저 사람, 지하에 보낼 건가요?”

  “상황에 따라 다른데. 제압하고 나서도 본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에 탑의 사자들은 보통 지하로 보내버리지만, 저 치들이 탑의 사자는 아닌 것 같네.”

  “네?”

  제아는 놀라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폭주하는 남자를 제압한 사람들은 능숙하게 사념을 다뤘다. 몇몇은 우는 남자에게 달래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사념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어떻게 쓰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그리고 각자의 신념이라는 것도 있을 거고. 저런 일을 꼭 탑의 사자라고 불리는 녀석들만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끙끙 거리며 한탄을 토해내는 남자는 그 이상 폭주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전령은 부상자가 있었다고 전했지만, 무리 중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들이 오기 전에 상처를 지운 듯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상황이 빠르게 정리된 것을 보니, 한때 탑의 사자였던 자가 었었는 지도 모르겠다.

  나설 일이 없어보였기에 두 사람은 무리에서 떨어졌다. 이난을 따라 걸으며 제아는 심란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

  “그럼 탑의 사자는 참 모호하네요. 탑의 사자가 되는데 특별한 기준도 없고, 탑에는 아무나 드나들고, 탑의 사자가 할 일은 지나가는 사람도 할 수 있고.”

  “탑에 살고 지배자들의 일에 개입하게 되니까 별칭이 된 거지 별 거 없어. 누구든, 언제든 탑에 들어올 수 있고 나갈 수 있지. 탑을 폭파시키려는 놈들만 아니라면.”

  그렇게 말하며 이난은 피식 웃었다.

  “아까도 말했잖아. 탑의 사자는 백수나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탑의 사자들은 바쁘지 않아요?”

  “바쁘지. 하지만 여기서 바빠 봤자 대체 뭐가 좋냐?”

  그러게.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고, 그러니 일을 해야 할 이유가 없고. 물론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을 구하는 건 좋지만, 그걸 위해서 지녀야 할 자격 같은 것도 없었다. 즉,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걸 굳이 이름을 내세워 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게 바로 탑의 사자였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탑에 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

  그의 말을 듣고, 제아는 죽은 자들이 어째서 이곳에 머물다 떠나는지 궁금해졌다.

  이난은 성큼성큼 걸었다. 어떤 방향을 잡고 걸어가는 그를 보며 이난을 따라 걷는 제아는 고개를 기울였다. 어디 가는 거지? 하지만 의문은 머지않아 풀렸다. 한 골목 앞에 멈추자 두 사람이 벽에 바짝 붙어 있었다. 그들은 뜨끔한 얼굴로 이난을 올려다봤다.

  “니들 뭔데 아까부터 자꾸 따라다니냐.”

  솔과 차일이었다.

  그런 기색을 느끼지 못했던 제아는 당황했다. 모퉁이에 딱 붙어 쪼그려 앉은 채 이난과 제아를 훔쳐보던 두 사람은 멋쩍은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솔은 옷을 대강 털어내며 볼멘소리로 말했다.

  “제아가 걱정 되서 그랬죠.”

  “내가 못미덥다?”

  “그럼 전령 다루는 법 알려주겠다고 탑 밖으로 밀어버리는 사람이 믿음직스러워요?”

  맞아. 갑자기 서러운 기억이 떠오른 제아는 울컥해서 이난을 바라봤다.

  “그래서 아까운 시간 들이지 않고 빨리 익혔잖아.”

  그건 또 그렇다. 제아는 눈을 깜빡이며 언뜻 수긍했다. 무서운 일이란 일은 이미 다 겪어서 그런지 새를 타는 게 벌써 아무렇지 않다. 그때는 적어도 누가 뒤에서 밀어 떨어뜨릴 수 없는 환경이니까.

  “그렇게라도 해야 살 수 있으니까 그랬겠죠. 생존 본능이라고요, 생존 본능.”

  “이미 죽었는데 생존은 무슨.”

  “말 그렇게 밉게 할 거예요? 아, 됐어요. 제아, 저 사람이 곱게 가르칠 리 없으니까 좋은 꼴 보고 싶으면 차라리 나한테 배워.”

  솔은 입 아프다는 듯 손을 휙휙 젓고 제아에게 말했다. 그러자 이난이 눈썹을 찌푸렸다.

  “이미 내 제잔데 누가 누굴 가르친다는 거야? 너야 말로 들어 온지 얼마 안 된 주제에.”

  “그래서 짬밥이 있으시다, 이 말?”

  둘의 싸움을 지켜보다가 제아는 슬그머니 차일을 바라봤다. 그와 몇 마디 나눠본 적은 없었지만 그는 일전에 제아를 심문하기 위해 온 적이 있어 안면은 있었다. 싸움 좀 말려달라는 뜻으로 쳐다봤지만 차일은 둘의 싸움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지루한 듯 하늘만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싸움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이 제아는 자신이 나서야 된다는 걸 깨달았다.

  서로를 향해 으르렁 거리는 두 사람 사이를 갈라서며 제아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사부가 말은 그렇게 해도 이런 저런 설명을 많이 해주셨어요. 생각보다 유익해서 그렇게까지 걱정 안하셔도.......

  “저기.”

  문득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놀라 돌아보니 성인 남녀와 10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머뭇머뭇 서 있었다.

  “좀 지나갈게요.”

  골목을 지나는 길이었는데 마침 그들이 막고 있었던 것이다. 솔과 이난은 말싸움을 그치고 서로를 째려보면서 한 발 물러났다. 그렇게 잠깐 조용해진 듯싶었다.

  제아도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지나가도록 입구에서 비켜섰다. 제아의 눈동자가 스치는 가족을 쫓았다.

  이 세계에서 가족이라. 죽음은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지라 이 세계에서 산 자였을 적 연이 닿은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누군가를 찾기에 세계는 너무 넓고 언제 이 세계를 떠나게 될지 모르기에. 함께 죽지 않는 이상 저런 가족의 형태는 보기 드물다.

  저들은, 아마 사고로 일가족이 죽음을 맞이한 듯 했다.

  제아는 가슴 아픈 얼굴로 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부부로 보이는 남녀도 젊었고, 무엇보다 아이도 저렇게 어린데.......

  안타까워하며 그들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마침 그 아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제아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대뜸 통통한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워낙 짧아서 한 번에 알아보기 힘들었는데 자세히 보니 가운데 손가락이었다. 아이는 심술 맞고 앙증맞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뭘 봐, 쪼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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