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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6. 꼭두각시 (7)
작성일 : 17-09-06 22:25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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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자비한 바람은 이윽고 제아의 비명조차 삼켰다. 압도적인 바람에 숨이 막히는 와중에도 아득한 땅이 보였다. 갑자기 눈앞이 새하얘졌다. 그 직후 제아는 커다랗게 몸을 부풀린 새의 등 위로 떨어졌다. 아까 이난이 날린 그 새인 것 같았다.

  제아는 생명줄인양 새를 붙잡고 비명을 지르며 그 위에서 악전고투하다가 마침내 새를 조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기를 얼마 안가서 제아는 지상에 발을 디디는 순간 엎드려 엉엉 울었다.

  “죽는 줄 알았잖아요!”

  “누가 죽어. 질질 짜기는.”

  그러나 정작 이난은 낄낄 웃었다. 그리고는 축 늘어진 소년을 일으켜 세웠다.

  “자, 이제 나는 법도 배웠겠다, 도시로 가자.”

  “다리 떨려 죽겠는데 어딜 가요.”

  제아는 흐느꼈다. 그러면서도 이난이 새를 부르자 울면서 다시 탔다.

 

 

 

  도시에 도착할 때쯤 소년은 진정했다. 새를 타는 건 아직 좀 아찔했지만, 전령을 신뢰한다는 게 어떤지 좀 알 것 같았다. 전령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을 따르는 역할에 충실했다.

  그들이 도착한 도시는 탑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였다. 비취 성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니까 여기는 사람들이 납치당해 영혼이 추출된 곳 중 한곳이었다. 제아는 착잡한 눈으로 도시를 둘러보았다. 비취 성에 있는 도시보다 조금 작고, 덜 화려하지만 평범한 도시였다.

  “도시마다 주인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난이 내려다보자 제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군주들이 여기서 사람들을 납치할 때 이 도시의 주인은 뭘 했죠?”

  제아는 변명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이난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납치된 사람들의 혼으로 인형을 만들던 주범이었으니까. 그 노력이 보이기라도 하는 건지 이난은 널따란 손으로 제아의 정수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런 일이 있는 줄도 몰랐을 걸.”

  “예?”

  “설령 알았다고 해도 금방 꼬리를 말았을 거다. 상대가 비취 성의 군주들이니.”

  그의 대답에 제아는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에요? 시민들의 일이잖아요.”

  “어느 정도의 관리는 하고 있겠지만 여긴 산 자들의 도시와 구조부터가 달라. 모두가 사념을 다룰 수 있으니까.”

  제아는 어쩐지 알 듯 말 듯한 얼굴로 이난을 바라보았다.

  “딱히 어떤 게 없어도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 산다는 거지. 도시는 그냥 사람들이 모여하는 곳 뿐이고. 산 자들의 세상에선 사람이 몰리면 이것저것 편리한 것들이 생겨난다지. 다양한 일이 일어나는 만큼 한 사람에게 있어서 주어지는 선택의 폭도 커지고. 그런 게 의미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곳에서 비슷한 모양으로 반복되고 있고. 그나마 다행인 건 인간사 문제 중 가장 중대한 문제가 돈 문제란 말이야? 그런데 그게 없어.”

  거기까지 말하던 이난은 돌연 씨익 웃었다.

  “그래서 평화로울 것 같지?”

  그의 말을 듣던 제아는 처음에는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깐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은 일도 있었다. 비취 성의 군주들과 자신이 저질렀던 일 같은.

  “아니요.”

  제아는 씁쓸해진 채 덧붙였다. 이난도 대충 그의 생각을 눈치 챈 것 같았지만 심드렁 얼굴로 주변을 바라봤다. 거리는 부산스럽지 않았고 간간히 몇 사람인가 왔다갔다 거리는 것이 보였다.

  “애초에 사람의 심보는 알 수가 없다니까.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진상을 부려도 독재는 못하지.”

  “독재요...?”

  “생각해봐, 네 그 꼭두각시들이 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냐?”

  그건 솔직하다 못해 매정하게까지 들리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이난의 표정엔 비난하는 기색은 없었다. 제아는 자신이 가담한 만큼 책임질 결심을 하고 있었고, 그건 그 역시 잘 알았다. 따라서 제아는 가슴이 무거워졌지만 그건 그저 순수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제아는 무슨 이야기인지 확실히 이해했다.

  그만큼의 사람을 부릴 수 없게 되었으니, 여러모로 편리한 영혼을 빼앗아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도시가 싫어지면 떠나면 그만이야. 아쉬운 건 도시의 규모가 자존심이자 권위라고 생각하는 머저리 같은 지배자 놈들이지.”

  “그럼 대체 지배자는 왜 있는 거죠?

  “어느 시대든 어떤 형태로든 구역마다 책임자가 있었듯 여기도 마찬가지겠지. 다만 사념이 전부인 이 세계에서 우월함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역시 사념뿐이고, 그 중에서 센 녀석이 눌러앉는 거지. 강한 녀석이 지배자가 됐다고 하니 시민들은 그러려니 생각하는 거고. 그게 못 마땅한 녀석은 자리나 빼앗으려 덤비고.”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산 자들의 세계에서 다수를 아우르는 자리는 대게 선망 받는 자리였고, 산 자들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져온 자들의 오래된 습관이 이곳에서도 똑같이 작용할 뿐이다. 다만 탐욕이란 때로는 근거가 없는 법이어서, 좋아 보이는 것을 어떻게든 손에 쥐려한다. 그 중 하나가 사자의 탑이었고, 비취 성이 그러했다.

  그것을 뼈저리게 겪어본 제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자 이난이 삐뚜름하게 웃었다.

  “도시의 지배자들이 왜 혼자가 아닌 줄 아냐?”

  그에 제아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비취 성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비취 성의 군주들은 총 다섯이었다. 다른 도시를 접해보지 않았던 제아는 그곳이 특별한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도시도 지배자가 하나가 아닌 여럿인 모양이다.

  “자리를 빼앗길 까봐 힘 좋은 애들끼리 미리 협력하는 거거든.”

  “사념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니까?”

  “혼자 해 먹기엔 편들어 줄 사람이 그리 많은 게 아닌지라.”

  산 자들의 세계와는 달리 지배자의 자리는 어떤 지지도, 어떤 약속도 없는 자리. 그만큼 위태로운 자라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한 힘과 조력자들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위나 아래에 둘 수 없으므로 서로간의 파트너가 된다는 말이다.

  “도시가 큰 만큼 지배자들의 위세가 높아지지. 사람이 많은 도시는 대부분 개성이 강하거든. 대표적으로 하늘 성처럼. 그 자리쯤 되면 명성이 권력이 되려나. 도시가 커지면 자리를 노리는 녀석들이 많아지고 더욱이 센 녀석들만 남게 되니까. 거기가 그런 게 가능한지는 모르겠는데.”

  제아도 그 자자한 명성을 들어본 적 있다. 도시만한 대지가 공중에 떠 있고 그 위에는 지어진 하얀 성은 그 자체로 장관이라는 하늘 성. 하늘에 뜬 땅 주위로 도시가 형성된 거대 도시. 성주들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는 거대하고 수상한 도시.

  도시의 신비로움에 반한 많은 이들이 하늘 성의 지지자가 되고 그 충성심이 남다르다는 얘기를 언뜻 들은 적이 있다. 지지자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성주들의 힘이 드높다는 뜻일 것이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어떤 모양일지 제아는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뜬금없는 의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왜 하늘 성은 성주들이고 비취 성은 군주라고 하죠?”

  직위로 보면 성주와 군주는 비교가 안 될 텐데 실상은 반대다. 비취 성의 군주들은 하늘 성 성주들의 위세에 비하면 그 발끝도 미치지 못한데다 도리어 하늘 성이 비취 성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으니.

  “갖다 붙이기 나름이겠지. 실제도 아니고.”

  이난은 낄낄 웃으며 대답했다. 제아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다시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사람들은 왜 도시에 모여 사는 걸까요? 살아있을 때면 이런 저런 좋은 점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굳이 여기로.......”

  “사람이 모이니 도시 된 거지. 처음부터 도시였던 게 아니라. 그리고 사람 사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 데 무슨 의미가 있냐.”

  “그러는 우리는 왜 탑에 있는데요?”

  “글쎄. 할 일이 없어서?”

  제아가 눈만 깜빡이자 이난은 뭔가를 떠올렸다는 듯 덧붙였다.

  “뭐 너처럼 특별한 소명이나 신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나 같은 녀석은 그래. 이를 테면 할 일 없는 백수 새끼지.”

  “하지만 탑의 사자로서의 직분을 수행하고 계시잖아요?”

  “말은 그럴 듯한데, 결국엔 그건 나를 위한 게 아니야. 그냥 할 게 없으니까 머물고 있는 거지. 떠돌이 수용소라고 할까. 반면에 도시에 머무는 사람들을 봐.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있잖아.”

  이난은 탑의 사자를 가소롭게 여기며 말했지만 제아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들은 남을 해치는 사람을 처단하고, 폭주하는 자를 막고, 탑의 질서에 따라 공정한 판결을 내리려는 탑의 사자를 존경했다.

  탑에는 언제나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한없이 초원을 떠돌다 온 자나, 흰 새를 쫓아온 자, 혹은 탑의 사자를 동경하거나 사념을 강하고 싶은 등 갖가지 이유를 가진 자들이 매일 끊임없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들 중 많은 이들은 다시 도시로 떠난다. 있는 거라곤 묵묵한 탑의 사자나 처음에나 신기한 탑의 정원, 흰 새들만 빼면 아무것도 없는 탑이 지독하게 따분해서 그런 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밖에 다른 이유도 있는 듯했다.

  “사람들이 도시에 머무는 이유가 그런 것 때문일까요?”

  “그러지 않겠어? 탑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는데, 부러 찾지 않고 열심히 살다 떠나는 이들이 많은 걸 보면. 그리고 대가도 없이 타인을 위해 움직인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탑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만, 특별할 줄 알았던 그곳이 실상은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것을 깨닫고 허무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긴 설명이 지루한 듯 이난은 기지개를 쭉 켰다. 그리고 제아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일을 해볼까.”

  “일이요?”

  갑자기 휙 넘어간 진도에 제아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못할 게 뭐있어?”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나쁜 사람들 아니에요?”

  탑의 사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지만 내내 맴도는 걱정이 있었다. 말을 이어가는 제아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갔다.

  “부족한 게 없는 세상에서 누군가를 해치는 사람들이 정상적일 리는 없잖아요. 게다가 저는 너무 어리고, 그럼 깔보일 거고.......”

  그러니ᄁᆞ 아예 확실히 배우고 일은 그 다음에 시작하는 게 어떤지....... 주절주절 늘어놓는 제아의 걱정을 듣고 이난은 그의 고민이 무색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하는 말들을 곧잘 이해하는 똑똑한 녀석이지만 역시나 시간에는 어쩔 수 없는 어린 애인 모양이다. 탑의 사자가 맞서는 게 고작 고약한 사람들일 뿐이라 생각하는 걸 보니.

  “탑이 그렇게 알량했다면 얼마나 좋겠냐. 그런데 개인의 잣대는 전부 다르고, 더더욱 어디로 튈지 명확한 것도 아니라서. 생각보다 별 거 아닌 일도 있고, 파고들면 복잡한 일도 있고. 이해하기 쉽게 말해주자면.”

  그렇게 말하며 이난은 씨익 웃었다. 무표정이면 마냥 싸늘한 표정이 웃으면 분위기가 바뀌었다. 제아의 입장에서도 차가운 얼굴보다 그가 웃고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난은 손을 뻗어 전령을 불렀다.

  “여기는 곱게 살라고 원하는 거 다 들어주는 것 같은데,”

  하늘을 서성이던 새가 날아와 이난의 손짓에 따라 제아의 어깨에 앉았다.

  “정작 인간이란 작자들은 어떻게든 사고치려고 발악하는 사고뭉치들이거든.”

  전령의 속삭임을 들은 제아는 딱딱하게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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