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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동물의사 옥선생
작가 : 연지주자
작품등록일 : 2017.7.28

동물병원에서 일하게 된 27살 설희. 그 곳에는 염라대왕 보다 더 무서운 수의사 옥 선생이 있었다. 특이하고 재수없는 이 남자, 근데 자꾸만 이 남자한테 눈이 간다.

 
27화 : 같이하는 아침식사
작성일 : 17-09-05 23:02     조회 : 368     추천 : 0     분량 : 4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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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아악! 술을 왜 그렇게 마신 거야! ”

 

  전날의 기억을 더듬은 설희의 비명이 오피스텔에 울려 퍼졌다.

 

  술을 마시질 말아야 해. 술은 왜 마시는 거야? 유설희. 넌 오늘 부로 금주다. 절대 술은 다시 마시지 말고, 옥 선생한테도, 옥 선생한테도…

  설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옥 선생이라는 이름 떠올리는 것 조차 남사스러웠다. 왜 옥 선생이랑 술만 마시면 스킨쉽을 하지? 아니, 말은 정확하게 하자. 지난 번에는 옥 선생이 먼저 했지. 머리를 쥐여 뜯으며 괴로워했다. 먼저 한 게 뭐가 중요해, 거기에 반응해서 막 난리를 쳤으면서.

 

  “ 내가 못살아. “

 

  그렇게 설희의 머리가 엉망진창이 된 채로 머리를 휘젓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집 안을 울렸다.

 

  [ 딩동. ]

 

  머리 위에서 얼음물을 끼얹은 것 처럼 차가운 소름이 온몸에 돋았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 아까 소리를 질러서 옆 집 사람이 온 것일 수도 있지만, 눈을 들어 시계를 봤다. 아직 새벽… 옆집 사람일 확률이 높을까, 아니면 지난 번 처럼 옥 선생일까.

 

  “ 누구… 세요? “

  “ 유설희씨, 옥 은우입니다. “

 

  역시나.

  입을 벌리고 눈을 크게 치켜 뜨며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설희에게 있어 지금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 1위. 옥 선생. 2위 역시 옥 선생이었다.

 

  “ 웨, 웬일로? “

  “ 문 좀 열고 이야기 합시다. “

 

  그냥 좀 돌아가 줬으면 좋겠는데, 문을 열라는 소리에 설희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훑어 내리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 잠시만요! “

 

  거울 속의 자신은 술 마시고 현관에서 화장도 안지우고 잔 여자. 딱 그랬다. 머리는 산발을 하고 마스카라가 번져 눈 주변은 팬더가 되어있고, 얼굴은 뚱뚱 부어서 볼에는 자국이 남아있었다. 이 대로 옥 선생을 만날 수는 없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스피드!

  서둘러 폼클렌징으로 얼굴을 지우고 머리는 고무줄로 질끈 묶은 후 모자를 썼다. 쌩얼인 게 마음에 걸렸지만, 옥 선생을 현관 앞에 두고 풀메이크업을 할 시간은 없었다. 서둘러 bb크림을 바르고 현관으로 달려갔다.

  현관문 앞에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차분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자연스럽게, 지금 샤워하고 나온 것처럼. 그렇게 가는 거야 유설희.

  문을 벌컥 열며 자연스럽게 미소지었다.

 

  “ 옥 선생님? 웬일 이세요? “

 

  술에 쩔어 현관에서 잤던 설희와는 달리 옥 선생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얼굴이 붓지도 않았고 머리카락은 예쁘게 세팅되어 근사한 얼굴을 더욱 빛내주고 있었다. 오늘 입은 셔츠도 주름 하나 없이 완벽한 상태.

  얄밉다. 술은 같이 먹었는데.

  얼굴에서는 은은히 빛까지 나고 있었다. 생얼인데도 피부가 참 좋아, 옥 선생은.

  그렇게 옥 선생의 미모에 감탄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옥 선생을 올려다 보았다. 옥 선생은 인상을 쓰고 설희를 아래 위로 쳐다보았다.

 

  “ 왜 그러세요? “

  “ 설희씨. “

  “ 네? “

  “ 어제 그냥 잤죠. “

 

  뜨금. 설희는 순간적으로 놀라 눈을 크게 떴으나 곧 고개를 흔들었다. 칠칠치 못하게 화장도 안지우고 잤다는 것을 들키면 안된다. 옥 선생의 앵글에서는 모자 챙 때문에 설희의 부은 얼굴도 완벽히는 보이지 않을 터였다.

 

  “ 아, 아닌데요? “

  “ 아니긴 뭘 아니야. 옷이 어제랑 똑같은데. “

 

  아차. 붓고 엉망 진창인 얼굴을 신경 쓰느라 옷이 그대로였다. 역시 눈썰미 좋은 사람이야. 설희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 그럴 수도 있죠! 뭐. “

 

  설희의 말에 옥 선생의 입술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렸다. 손가락을 들어 톡, 설희의 모자챙을 치며 말했다.

 

  “ 아침 아직이죠? 옷 갈아입고 우리 집으로 와요. 밥해놨으니까. “

 

 *

 

  옥 선생이 돌아간 뒤, 최대한으로 빨리 옷을 갈아입었다. 내 몸에서 냄새 나는 건 아니겠지? 킁킁 자신의 몸의 냄새를 맡은 뒤, 별 냄새가 안 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쫄래쫄래 옥 선생의 집 앞에 섰다.

  604호.

  소문으로만 듣던 옥 선생네 집이다. 최 선생님이 말하기로는 워낙 더럽게 산다고 했다. 쓰레기장이 따로 없다고. 평소에 청결과 깔끔함에 집착하는 옥 선생이라 그런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지만. 숨을 크게 들이킨 다음, 초인종을 꾸욱 눌렀다.

  벌컥.

 

  “ 꺅! “

 

  초인종을 누르자 마자 문이 열려 설희가 놀라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런 설희를 옥 선생이 이상한 듯 바라보았다.

 

  “ 왜 그래요? “

  “ 아, 아니… 놀라서. “

  “ 초인종 눌러서 문 열었는데 놀랄 게 뭐가 있어요? 들어와요. “

 

  설희는 조심스레 옥 선생의 방에 들어갔다. 옥 선생의 방은…. 더럽지도 않고 어지럽지도 않았다. 마치 인테리어 잡지에 ‘ 멋진 싱글남의 솔로하우스 ‘라고 실릴 것 같은 아주 모범적인 공간이었다. 벽지는 흰 색에 모든 가구들은 남색이나 어두운 청색으로 배치되었고, 쓰레기 장은 커녕 손으로 구석을 쓸어도 먼지 한 톨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더럽지…않잖아.

  너무나 깨끗한 방이 이상해 휘둥그레 방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둘러보는 동안, 방 안쪽에서 아주 느긋하게 고양이 한마리가 걸어나왔다.

 

  “ 옥 선생님, 고양이 키우세요? “

  “ 아아, 네. “

 

  처음 옥선생의 방에 들어온 어색함을 잊고, 설희가 서둘러 신발을 벗고 고양이에게 달려갔다. 고양이는 그런 설희와 달리 천천히 다가와 설희의 발목에 얼굴을 비벼 댔다.

  노란 줄무늬가 귀여운 통통한 고양이. 기분 좋은 듯 눈까지 감으며 그녀의 몸에 얼굴을 가져다 대는 것을 본 옥 선생이 중얼거렸다.

 

  “ 낯 많이가리는 녀석인데. 나처럼 설희씨가 좋나 보네요. “

 

  옥 선생이 그런 말을 한 순간, 고양이의 보들보들한 머리를 만지고 있던 설희의 손길이 뚝 멈췄다. 옥 선생은 저런 차가운 얼굴을 하고 어떻게 저렇게 닭살 돋는 말을 할 수가 있지. 노..놀라워. 설희는 어쩔 줄 몰라 고개를 숙이고 고양이에게만 집중했다. 지금 옥 선생님을 쳐다봤다간 어떠한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을 지 무서웠다.

  고양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런데 무언가 위화감이 들었다. 정상적으로 걷고는 있었지만, 무언가…

  뒷다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접혀있었다.

 

  “ 선생님, 이 아이 다리가… “

  “ 아아. 새끼 때 차에 치였거든요. 그래서 뒤쪽 다리 하나를 못 씁니다. “

  “ 그렇구나… “

 

  아팠겠다. 설희가 고양이를 어루만지자, 그런 설희의 마음을 알아줬는지, 고양이가 목에서 그르릉 소리를 냈다.

 

  “ 고양이 그만 보고 밥 먹어요. 더 꾸물거렸다간 지각하겠어요. “

 

  옥선생의 말에 아쉬운 듯 고양이를 놓아주고 설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 보니 배가 고팠다. 다른 사람들은 숙취가 있는 다음날은 음식을 입에 못 댄다고 하던데, 설희는 술에 취한 다음날은 더욱 더 식욕이 증진해 뭐든 다 먹고 싶어지는 편이었다. 심지어 평소에는 잘 못먹던 커다란 햄버거 조차 아침에 딜리버리로 시켜서 먹는 일도 있었다.

 

  하얗고 예쁜 테이블 위에 육개장과 밥, 갖은 밑반찬이 놓여 있었다.

 

  “ 저… 이거 설마 옥 선생님이 만드신 건 아니죠? “

 

  설희가 조심스레 물어보니 옥 선생이 얼굴을 붉혔다.

 

  “ 설희씨 때문에 만든건 아닙니다. 육개장은 만들어 놓으면 며칠 먹을 수 있어서 그제 만들어 놨던 거예요. “

 

  육개장을 옥 선생이? 전혀 상상이 안되었다. 육개장을 휘휘 저어보니 안에는 고사리며 대파, 잘게 찢은 고기까지 정성스레 들어있었다. 설마 이걸 다 손으로 찢어서…

 

  “ 만든 걸 사오신 게 아니고요? “

  “ 뭐하러 사와요. 집에서 만들면 되는데. 어서 먹어요. 식겠다. “

 

  요리는 잘 모르는 설희였지만 모르긴 몰라도 육개장이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음식은 아닐 거다. 한입 떠서 입에 넣자, 옥 선생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입에 넣은 육개장은 칼칼하면서도 깊은 육수 맛이 일품이었다.

  옥 선생님… 이상한 사람이야.

 

  “ 어때요? “

 

  옥선생 답지 않게 목소리에는 긴장이 묻어있었다. 옥 선생님도 자기가 만든 음식 평가 받을 때는 긴장하는 구나. 설희는 웃으며 말했다.

 

  “ 맛있어요. 엄마가 한 육개장 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요. “

 

  옥 선생도 안심한 듯, 수저를 들었다. 밥을 떠서 국에 말면서, 설희가 말했다.

 

  “ 전 요리 하나도 못하는 데, 앞으로 자취 생활이 험난 할 것 같아요… “

 

  그렇게 중얼거리자 옥 선생님이 밥을 꿀꺽 삼키고는 설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내가 하면 되죠. 앞으로 매일 우리집에서 아침밥 먹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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