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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피닉스 레기온(Phoenix legion)
작가 : 이리윤
작품등록일 : 2016.8.23

괴멸한 레기온이나 소대의 생존자만 모아놓은, 특별히 잘하는 것이 있거나, 실전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살아남는 것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이들. 약삭빠르며, 저밖에 모르고, 재활용도 못 하는 쓰레기에 어중이떠중이만 모아놓은 데다 꼴에 공로를 세운 기사랍시고 어떻게 처리할 방법도 없어서 군부의 골칫거리라고 불리는, 죽지도 않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 바로 피닉스 레기온(Phoenix legion).

“내가 진다면 네놈들에게 아무것도 명령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지내왔던 것처럼 지내면 되겠지. 하지만, 내가 이긴다면 너희는 내 개가 되어야 할 거다. 내가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물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해야겠지. 어때, 하겠나?”

그들이 제이를 만난 후 대륙 동부를 뒤흔든 전쟁에서 최고가 되는 이야기

 
Chapter 1. 도도하지도, 고상하지도 않았다(2)
작성일 : 16-08-26 16:58     조회 : 432     추천 : 2     분량 : 3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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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ten by 리윤

 

  챙! 하고 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4학년 생도들은 쉴 새 없이 부딪히는 검 두 자루의 궤적을 눈으로 쫓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 사람은 무가 혈통의 귀족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시에트랑의 1인자였다. 실전이 아닌 연습이라 해도 그들의 대련은 보는 사람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있었다.

 

 제이의 검이 허공을 날카롭게 찔렀다. 사브르는 보통 베기 전용이지만, 날의 모양에 따라 찌르는 용도가 될 수도 있고, 두 가지 모두 가능한 검이 되기도 했다. 그 중 제이의 검은 두 가지 모두 사용이 가능한 모양의 사브르였다.

 

 대련이라고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제이만 일방적인 공격을 취하고 있었다. 상대 생도는 그녀의 공격을 막거나 쳐내기 급급했다. 직선 형태의 사브르가 아래에서부터 위로 비스듬하게 솟구쳤다. 검의 포인트(날의 끝부분, 주석)가 상대방의 가슴팍을 스치고 지나갔다. 가죽 보호대와 속의 옷이 벌어지며 동부 대륙인 특유의 밀빛 살갗이 드러났다. 조금만 깊게 들어왔어도 붉은 물이 들었을 뻔했다.

 

  “이……!”

 

  입술을 깨문 남자는 이를 악물며 검을 휘둘렀다. 악에 받쳐 휘두르는 검이 제이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깨를 틀어 상대의 검을 피한 제이가 움직였다. 그동안 나름 부드럽게 움직이던 그 흐름에 강한 기세가 실렸다. 깡! 일방적으로 내려치는 소리였다. 남자는 제이의 검을 간신히 막았지만, 다음에 이어진 공격에 반응하지 못했다. 무거운 파공음이 지난 자리에 남자의 갈색 머리카락 몇 가닥이 후드득 떨어졌다.

 

  “그만!”

 

  심판을 보던 교수가 하얀색 기를 흔들었다. 대련이기 때문에 승패를 가리지는 않았지만, 이 대련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승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제이는 땀을 흘리고 있긴 했지만, 숨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다. 역시 괴물.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대련을 지켜보던 교수는 제이와 상대방 생도를 자리로 돌려보낸 뒤 생도들의 웅성거림을 정리했다. 중대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자, 다들 집중!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번 주부터 졸업 미션이 진행된다. 팀은 교수진들이 짰으니 이왕이면 불만 없이 따르는 게 좋을 거다. 혹시 질문 있나?”

  “만약 팀원 하나의 실수로 패스하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질문을 한 생도는 제이를 흘끗 바라본 뒤 교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역시 생도의 행동을 알고 있었지만 큰 지적 없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했다.

 

  “기사란 혼자일 때보다 동료와 함께일 때 더 큰 힘을 낼 수 있지. 팀워크 또한 기사의 덕목 중 하나라는 것은 이론 수업 때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을 것이다. 팀에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생도는 기사가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아니면 자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수의 진중한 눈동자가 생도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응시했다.

 

  “그러니 만약 팀원 하나로 인해 팀 전체가 와해된다면 일의 진위를 파악한 다음 결과를 결정한다. 그게 팀 전체의 누락이 될지, 팀원 하나만의 누락이 될 지는 그 때 가 봐야 알겠지.”

  “정말 팀 전체가 미션을 성공하지 못한 적도 있었나요?”

  “있었다. 2년 전 졸업 미션에 도전한 팀 중 하나가 그 해 졸업생이 되지 못했지. 물론 다음 해에는 수월하게 졸업하긴 했다만…….”

 

  교수의 말에 생도들이 술렁거렸다. 그의 말은 즉, 팀원이 누구냐에 따라 미션을 패스하고 못하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몇몇 이들의 눈이 제이를 향했다가 떨어졌다. 사람들은 제이와 한 팀이 되길 꺼려했다. 그도 그럴 것이 4학년인 생도 중 제이와 친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팀 발표는 이미 게시판에 공고 됐을 거다. 이만 해산!”

  “수고하셨습니다!”

 

  생도들은 허겁지겁 인사를 마친 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게시판으로 달음박질 쳤다. 느긋하게 걸어가는 이들은 몇 되지 않았다. 제이도 그 중 하나였다. 사실 그녀는 누구와 팀이 된다 해도 상관없다 여겼다. 실력이라면 이 중 누구와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고, 구멍이 있어도 자신이 메우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게시판에는 종이가 가로로 길게 붙어 있었다. 제이의 연두색 눈동자가 이름을 찾아 헤매더니 한 곳에 딱 멈췄다. 거기에 그녀의 이름이 있었다. ‘팀장-로너 레오낙 칼릭스, 팀원-벤자민 레세르 프랭클린, 에드워드 브란델 로시에르, 제이 에반스’. 이름만 딱 봐도 그녀의 팀원은 하나같이 귀족 나부랭이였다. 그녀는 벌써부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아는 귀족 자제들은 하나같이 근거 없는 우월감과 높은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있어서 상대하기 피곤한 족속들이었다. 하필 걸려도 귀족이라니.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게시판을 등지고 뒤돌아섰다. 그때,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잡는 손이 있었다.

 

  “잠깐.”

 

  제이는 불만이 가득 어린 얼굴로 뒤돌아섰다. 거기에는 이전에 마주친 기억이 있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제이는 자신 또한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머리통을 가진 남자 세 명이 있었다.

 

  “뭐지?”

 

  제이가 대답했다.

 

  “뭐기는? 용건이 있으니 불러 세웠지.”

  “벤, 내가 말할게.”

  “……그래. 네가 팀장이니 알아서 해라.”

 

  팀장? 그들의 말에 제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움직임에 어깨를 넘지 않는 연분홍색 머리카락이 가볍게 움직였다.

 

  “반갑다. 내 이름은 로너. 이쪽은 벤자민, 에드워드.”

 

  그의 소개에 따라 벤자민과 에드워드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던 제이는 그들의 이름을 게시판에서 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셋이 바로 졸업 미션을 함께 해치워야 하는 팀원들이라는 사실에 제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로너는 그런 제이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음 수업이 없으면 간단하게 대화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싫든 좋든 당장 3일 뒤에는 동고동락해야 하는 처진데 말이야.”

  “……좋아.”

 

  로너의 말에 제이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던 벤자민이 ‘저게 여자라고?’라는 말을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학원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간단하게 음료를 주문한 네 명은 한동안 서로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기 주저했다. 답답함에 먼저 말을 꺼낸 이는 당연히 제이였다.

 

  “먼저 대화하자고 꺼낸 사람은 그쪽 같은데?”

  “그쪽이라니! 야, 같은 학년이라고 막 나가는 모양인데, 우리가 한 살 많거든? 똑바로 경어 안 붙이냐?”

 

  제이의 말에 울컥한 에드워드가 벌떡 일어났지만 그의 옆에 앉아 있던 벤자민이 두 손으로 그를 잡았다. 제이는 그 둘의 모습에 단번에 둘의 관계를 캐치했다. 에드워드는 생각이 짧고 행동이 먼저 나가는 단순한 이였고, 벤자민은 그런 에드워드의 고삐를 쥔 인물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로너라는 이름의 남자는 이 셋의 우두머리 격이었다. 괜히 팀장이 된 게 아니다. 이 무리에 낀 이방인은 제이였다.

 

  “난 아무한테나 경어 안 써. 그러니 미련은 버리는 게 좋을 거다.”

 

  딱딱하게 말하는 제이의 모습은 어딜 봐도 여자 같지 않았다. 그녀의 말에 잠깐 망설이던 로너는 이내 수긍한 건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같은 팀으로서 우리도 너를 존중할 테니 너도 우리를 존중해주길 바란다.”

  “……좋아. 용건이 뭐지?”

 

  제이의 대답에 만족한 로너는 품에서 작은 수첩과 펜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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