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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산촌의녀
작가 : 미루하
작품등록일 : 2017.6.3

퓨전무협/현대인 여의사 조력자/텔레마케터 여주인공/연애보다 직업/초자연적인 힘 주의

소원을 들어준다던 요정은 엉뚱한 무협세계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당장 살아남을 길이 막막해 엉뚱하게 정신과 의사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첫 환자가 황자라고? 말도 안돼!

 
황금의 길. 05
작성일 : 17-09-02 00:11     조회 : 474     추천 : 1     분량 : 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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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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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상위급 텔러 민경애 언니 실적이 뚝뚝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경애 언니는 항상 클레임 제로에 도전하는 텔러 중의 텔러였다. 그래서 삼년만에 처음으로 언니가 클레임을 받았을 때 모두가 크게 놀랐다.

 

 언니는 상담을 하다가 울음을 터트려 버린 것이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아기를 낳고 복직하고 난 다음에 갑자기 인생자체가 너무 허무하다고 했다.

 

 - 나중에 다시 보게 되면 경애 언니네 집에 기저귀 백 개 보낸다, 내가.

 

  언니가 아니었다면 사촌언니나 친언니가 없는 소희가 ‘산후우울증’이라는 개념을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 소민이한테는 녹차라떼 믹스 100봉지.

 

 소민이가 아니었다면 취향도 아닌 조선 시대 궁중 암투 드라마 따위를 봤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이나마 개념을 알고 있는 거지. 귀한 과자를 부수어 개에게 먹게 해서 독이 들었는지 알아보는 장면은, 3화에서 흥했다. 그녀는 왕 앞에서 그 시체를 증거로 삼아 의원을 고발했다.

 

 지금도 현대에서 보았던 드라마가, 현대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이렇게나 생생하다. 이 세계에서 하루 하루 어떻게든 살아내고는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다. 미련도 없고 후회도 없다.

 

 - 그 남자는 어떤 사람인지 좀 궁금하긴 하지만.

 

 소희는 찻잎을 만지작거렸다. 다기에 담아 뜨거운 물을 붓자 친숙한 향기가 피어올랐다. 옅은 연둣빛으로 물든 물을 살짝 입술에 갖다댔다.

 

 싸구려 현미 녹차 맛이 났다. 처음에 이 차 맛을 보았을 때는 눈물을 떨어뜨릴 뻔했다. 한 주머니에 은자를 줘야 할 정도로 고급 차인데, 고작 이마트에서 할인해서 백개 단위로 파는 그 저렴이랑 똑같다. 향은 살짝 다르지만 맛이 완벽하게 같았다.

 

  탕비실에 수십 개 쌓여있던 현미녹차다. 이걸 마시는 사람은 홍희언니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아주 가끔, 홍희 언니가 기분이 내키면 소희에게 이 차를 타 주곤 했다.

 

 그래서 소희는 여기서 굳이 이 차를 골라 마셨다. 기이하고 독특한 향의 다양한 곡차를 모두 거절했다. 차의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다. 비싼 차를 마시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잊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도 돌아갈 마음을 굳게 먹고 있었다. <마지막 소원>을 이루면 된다고 했다. ‘그 남자’가 누군지 찾아서 행복해지도록 도와주면 된다.

 

 - 처음에는 그 사람이 ‘황자 진’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지금 진의 삶은 퍽 편안하다. 하지만 그의 삶이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소희의 삶이 뭔가 달라졌냐고 하면,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고작해야 황궁으로 불려와서 오히려 좋지 않은 방향으로 틀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최초에 만났던 사람 중 하나일까? 설마 현의문에 있는 사람 중 누군가는 아니겠지. 얼굴에 창부터 갖다댔던 남자애라면 망하는 거다.

 

 - 흑노?

 

  얼마 전에 꿈 속에서 그를 보았다. 첫인상이 얼마나 냉막했는지 그는 꿈속에서도 죽처럼 꼿꼿하게 서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조금이나마 흔들린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더라, 그 램프를 만지고 있었나?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시우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소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원>에 관한 것은 시우에게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시우는 소원에 대해서 처음부터 언급했다. 그런데 소희는 이제까지 그것을 숨겨 왔다. 지금와서 이 사실을 털어놓아도 ‘그 외에 또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의심받을 것이 뻔하다. 시우는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이 센 타입이라 한 번 의심을 사면 다시 마음을 돌리기가 어렵다.

 

 - 언니에게 일일이 다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 나중에 필요해지면 그때 가서 이야기해도 늦지 않아.

 

 소희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차를 마저 마시고 자리를 정리했다. 시녀가 오면 해줄 테지만 그대로 두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안 부인이라는 여자 말이야.’

 

 시우가 말을 걸었다. 아마 소희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조금이라도 머리가 돌아가면, 그 탕약으로 황제 앞에서 쇼를 했을 텐데. 진작 그렇게 하면 지위를 굳힐 수 있지 않겠어?’

 

 - 오히려 진짜 흑막은 건드리지 못하고 황제의 노여움을 사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소희가 물었다.

 

 “순진하고 착해서 그런 건 생각도 못한 거 아니야?”

 

 하지만 그건, 소희가 후궁의 여자를 너무나 우습게 본 것이었다.

 

 

 ***

 

 평온한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다.

 

 가져다준 아침식사를 은수저로 조심스레 맛보던 중 누군가 소희를 불렀다. 이미 낯이 익은 시녀가 소희를 부르러 온 것이다.

 

 “제가 황자님을 보러 가야 한다고요?”

 “네, 지금 태의원의 의원이 전부 끌려가서 남은 사람이 없어요.”

 “무슨 일로?”

 

 어떤 일 때문에 끌려갔는지 짐작도 안 된다. 멍청하게 질문하는데 시우가 킥 웃었다.

 

 ‘안 부인이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는 얘기지.’

 “어느 황자님이신데요?”

 “안 부인의 아기님이세요.”

 

  갓 백일이 지난 아기는 귀한 황자님이지만 아직 이름을 얻지 못했다. 유아사망률이 놀랄정도로 높아 열 명의 아기 중 여덟 명은 백 일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이제 조금 있으면 명명일이 올 아기님이 아프다며 시녀는 걸음을 빨리 했다.

 

 고개를 숙이고 종종걸음을 치며 걷는 시녀의 걸음걸이를 따라잡으려니 어려웠다. 소희도 긴 옷자락을 움켜잡고 빠른 걸음을 따라갔다. 발끝까지 닿는 긴 옷이 불편해서 순간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느긋하게 걷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속도를 냈다.

 

 어제 방문했던 별채가 아니다. 향하는 길 자체가 달랐다. 훨씬 더 화려하고 큰 건물, 지탱하고 있는 기둥도 여덟 개가 넘고 단청의 무늬도 더 복잡하고 화려하다.

 

 소희는 발걸음을 늦추었다. 들어가기 직전 시녀에게 속삭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기님의 몸이 차가워요.”

 

 무어라 묻기도 전에 시우가 먼저 대답했다.

 

 ‘소아과는 전혀 몰라. 애기들은 정상 수치부터 다른 거 알지?’

 

 발빼는 솜씨는 세상 누구보다도 못지 않다. 소희는 짜증이 났다. 그녀는 몸이 차가워졌을 때의 응급 처치를 떠올렸다. 몸이 좋지 않으면 덥히면 된다. 얼어죽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 외의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 다른 태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은데.

 

 의원 중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확보해 한약과 침, 혈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 의원으로 살아남으려면 공부할 수밖에 없다. 소희는 멍청하게 하루 동안 헛되이 보낸 시간을 반성했다.

 

 눈물이 글썽글썽한 안 부인이 아기를 안고 있었다. 황금빛 용이 수놓인 포대기에 싸인 아기는 작고 연약해 보였다. 보슬보슬한 머리카락이 조금 나 있는 머리에 까만 아몬드 같은 눈동자, 새끼 손톱만한 콧등에 살짝 벌린 입술, 그 입술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애기 숨 넘어가겠네.’

 

 소희는 아기를 건네받았다. 안 부인은 의심 없이 아기를 건네주었다. 소희는 포대기를 살짝 올려 아기의 손가락을 잡았다. 얼음물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차가웠다.

 

 “아기님을 따뜻하게 해 드려야 해요.”

 

 안 부인이 눈을 깜빡였다. 이해하지 못했나? 소희는 자신의 옷을 벌렸다. 벌어진 옷 사이로, 아기를 맨몸으로 껴안았다. 본래 어른보다 살짝 체온이 높아 따뜻해야 할 아기가 이렇게 차가운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가슴이 차가워졌다. 아기는 조금씩 따뜻해져서 입술이 발갛게 돌아왔다. 창백하던 뺨도 살굿빛으로 떠오르는 걸 보면 체온이 떨어진 것은 일순간의 일인가보다. 쬐끄만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는데 시우가 말했다.

 

 ‘말초혈액순환을 증진시키는데 좋아. 손이랑 발끝 다 만져 줘.’

 

 맨가슴을 드러내고 아기를 안고 있는데 으슬으슬하게 추웠다. 다행히 방안이 춥지 않아 서늘함은 곧 가셨다. 정체 불명의, 몸이 차가워지는 질환인가 싶었는데 안고만 있어도 몸이 따뜻해진다니 이상하다. 척추까지 소름이 쫙 끼쳤다.

 

 그리고 아기가 온몸에 힘을 주었다. 낯익은 냄새가 났다. 소희가 코를 킁킁거렸다.

 

 “이 냄새…는….”

 

 안 부인이 시녀를 불렀다.

 

 ‘무슨 냄새?’

 

  관찰력이 그렇게 좋은 시우가 이 냄새를 구분하지 못할 리가 없다. 뭐지? 시녀가 와서 아기를 받아 기저귀를 꺼냈다. 하얀 천을 펼쳐서 엉덩이를 비단 천으로 닦아내고 빠르게 새 천을 두른다. 똥을 닦는 데에도 비단을 쓰다니 과연 금수저 중의 금수저라고 할만하다.

 

 ‘잠깐만, 후각 차단을 풀게.’

 

 원하는 감각을 자유롭게 차단할 수 있단 말이야? 소희는 깜짝 놀랐다. 이번에 말하지 않았다면 소희는 시우가 감각을 자유롭게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아기의 대변은 보기 좋은 황금색이었다. 산후우울증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이 시기의 황금색 대변은 아기가 매우 건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아기님은 이제 괜찮으실 겁니다.”

 

 소희는 옷매무새를 고치고 안 부인에게 말했다. 안 부인이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의원님이 황자님을 고쳐 주셨어요.”

 “제가 한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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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09-02 05:44
 
공모전 결과가 나왔는데도 글을 올려 주셨네요. 이래야 작가의 태도지요. 고마운 일입니다.
산촌의녀는 반드시 빛을 볼 것입니다. 워낙 글아 좋고 재미가 있어요. 올려주시는 대로 계속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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