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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러브인더퓨처
작가 : 물빛향초
작품등록일 : 2016.5.16

18세의 영웅소녀 유아영의 이야기.

 
1화 - Chapter-1.1 대저택에서의 수업
작성일 : 16-05-16 20:21     조회 : 567     추천 : 0     분량 : 8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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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저택 안의 풍경은 다소 평온하고 신비로웠다.

 

 지탱하는 다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밝은 옥빛 유리의 6인용 책상 한 개와, 한쪽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는 명화, 그것들을 품고 있는 액자들. 그리고 이름 모를, 형형색색의 수석들과 푸른 색의 보석들, 유리관에 싸여있는 정체불명의 흑색 고급 도자기까지.

 

 다가오는 어둠에 반쯤 잠겨, 연한 보랏빛을 내고 있는 하늘이 창문에 비춰져왔다. 아니, 한쪽 벽면은 아예 유리로 이뤄져 경치를 구경할 수 있을 법했다. 그렇게 탁 트인 구조치고 조망이 일품인 것은 아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울창한 진녹색 키 큰 소나무들의 숲은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듯한 효과를 주었다.

 

 집 안에서 가장 거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거실에는 의자가 있었고, 모든 의자는 만석이었다. 몸을 기대면 푹 꺼질 듯이 푹신하고 커다란 투명한 물방울 모양의 젤리의자, 그곳에는 31명의 젊은 소년소녀들이 몸을 기대고 앉아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들과 엇비슷할 나이의 청회색 머리칼을 소녀 한 명이, 거실 한가운데에서 몸짓과 손짓으로 그들 모두를 돌아보며 무어라 열정적으로 설명중이었다.

 

 올해로 16세가 되는 소년 유리안은, 물속에서처럼 방 안의 공중을 자유롭게 노니는 은빛 물고기들을 감상하며 생각했다. 집중이 안된다, 그러나 그건 수업이 지루해서가 아니었다. 붉은 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그의 눈동자는 녹색 선들이 이루는 홀로그램 화면 대신 중앙에 서 있는 소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에겐 수업은 뒷전이었다.

 

 "...그 증거로 여러분, 다시 한 번 뉴스를 잘 보세요. 몇 세기가 지나는 동안 주목할 만한 발전이 있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몸에 달라붙는 짙푸른 빛의 슈트를 입은 그녀를 보는 유리안은 의미불명의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는 짐짓 무표정한 눈으로, 약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두 뺨을 찰싹거리며 때렸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기분이었다. 이래선 안된다...

 

 언제나 녹화나 공간저장이 가능한 수업과는 달리 아영의 수업은 일회성이다. 한번 놓치면 다음기회는 보장할 수 없다. 그녀의 수업은 막강한 경쟁률을 자랑하니까...이번에도 2000:1이 넘은데다, 회차가 지날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그녀는 사람들의 입에 그토록 오르락내리락하는 현직 영웅이 아닌가.

 

 유아영, 데몬들과 싸워 수 없이 인류를 지켜낸 영웅들, 그 중 한 명.

 

 유리안은 눈을 내리깔다가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녹색으로 허공에 그려진 홀로그램 화면을 훑기 시작했다.

 

 ------NEWS------굵직했던 사건들

 

 

 

 2028년 - 최초의 이주자 24인, 화성에 안착 성공. 그들에게는 초호화 시설이 가미된 캡슐 형태의 집이 제공되며 태양 전지를 이용해 필요한 에너지가 제공되었다.

 

 

 

 2030년 - 전 세계적 분쟁으로 몸살을 앓는 지구촌. 1인가구 급증, 기존 가족구조는 해체 수순. 독신자의 증가, 남성의 필요성이 급속한 하락세를 보인다. 성평등에 한걸음 다가가게 된다.

 

 

 

 2039년 - 완공된 제1차 달기지 사업의 시초, 달 위의 주거지 ‘에테르덴(Eterden)’. 100인의 이주. 인간게놈의 해독기술, 급속한 발전을 이루다.

 

 

 

 2041년 - 마침내 일어난 ‘한반도의 두 번째 전쟁’. 인공지능 로봇의 탄생.

 

 

 

 2044년 - 달의 시대를 열다, 1천 명 이주 및 두 번째 달기지와 인공행성 건설 시작. 슈퍼파워의 자리를 둔 국가들의 다툼.

 

 

 

 2054년 - 도시 사이즈의 달 식민지 건설완료 및 이주계획 설립. 부유층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폭동이 산발적으로 일어나다. 확산되는 고령화를 막지 못하다.

 

 

 

 2057년 - 군수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에이저'가 '만들어진 인간'들의 시대를 알리며, 기업적 상용화에 앞장서다.

 

 

 

 2065년 - 종교단체와 시민단체, 인권단체의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 저출산 국가를 기준으로 한 세계 여러 국가들이 인공자궁의 기술을 대중화시키다. 미국, 기존의 학년제를 철폐하고 무학년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2071년 - 초고령사회 국가였던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을 중심으로 한 저출산 국가들의 인구가 급증하다. 컴퓨터 칩을 기반으로 한 감시시스템의 개발, 모든 인간의 행동이 관리당하는 시대에 한발짝 다가가게 된다.

 

 

 

 2085년 - 인구의 급증에도 불구, 노인이 노인을 돕는 시대가 된다. 장기를 바꾸어가면서 오랜 수명을 영위하는 시대가 보편화된다.

 

 

 ---02면을 보려면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세요---

 

 

 다소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수업을 쫒아가지 못하는 것을, 선생도 알아챈 것 같다. 어느샌가 강의실 중앙에 있던 선생의 목소리는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그 쪽이 아니야. 유리안. 21c가 아니라..."

 

 아영은 가까이 다가오더니 허공에 손을 대고 책장을 넘기듯이.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녹색 화면이 빠른 속도로 옆으로 넘겨졌다. 몇 번을 더 반복했을 때, 드디어 아영이 설명하던 부분이 나왔다.

 

 "여기."

 

 "가...감사합니다."

 

 "감사하다니. 수업에 집중해야지."

 

 유리안은 고개를 숙였다. 아마 그가 아까부터 집중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3주간 연속된 프로그램에서 그의 점수는 최하점이었다. 매주 숙제가 나오지만 그녀의 강의는 질도 높을뿐더러 다분야를 주제로 삼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또한 강의 정원은 31명외에는 뽑지 않는다.정원이 홀수인 것은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가상현실 수업과는 다르게 유아영의 수업은 암호화를 통해 절대로 기록에 남지 않는다. 공간을 저장해서 자신이 원할 때 수업을 들을 수도 없다. 한마디로 그만큼 중요하다...그런데 4주차가 된 지금...그는 따라갈 수가 없다.

 

 ...검은 눈동자, 아름다운 금빛이 감도는 저 눈동자 때문에.

 

 어느새 그를 지적했던 아영은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 있었다. 손 짓 한 번으로 중앙의 위치로 돌아가는 데에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저 푸른 색 빛의 잔상이 허공에 남는다 싶더니 순식간에 그녀는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이동해버린 것이다.

 

 유리안의 눈높이에는 이제 다른 화면이 떠 있었다.

 

 ------NEWS------굵직한 사건들

 

 

 2300년 : 순수한 인류의 90%이상의 신장이 170cm를 넘게 되다. 첫 번째 식민행성에 HL2291이라는 이름을 명명하다. 전투용 전함이 4000대에 육박하다.

 

 

 2315년 : 두 번째 식민행성인 K72301을 개발하다. 이주가능상태로 만들다.

 

 2330년 : K72301에서 행성 원주민들(라자칸족)을 발견하게 되다. 지능이 있는 첫번째 외계생물의 발견으로 꼽는다. 로봇전투집단이 1차 폭동을 일으키다.

 

 

 

 2345년 : 세 번째 식민행성인 HA9910을 발견하다. 그 해 12월에 HA9910에 깃발을 꽂다.

 

 

 

 2351년 : 셋째 식민행성인 HA9910의 이주민들과의 연락이 두절되다. 전투용 전함이 7000대를 돌파하다.

 

 

 

 2353년 : 연합군이 셋째 식민행성인 HA9910에 수색대대를 파견하다. 데몬과의 첫 번째 전투 발발.

 

 

 

 *자세히 보려면 이곳에 눈을 3초간 두세요.

 

 

 

 2355년 : 신 종족의 이름을 ‘악마’라 명명하다,

 

 

 

 2365년 : 데몬들의 전함이 화성에 접근, 전함 아르투르(Arthur)가 적기를 공격하여 격추시키다. 인류의 인구가 600억을 넘어서다.

 

 

 

 2366년 : 제 15차 인공인간 권익보호위원회의 에서 ‘인공인간’대표자들의 폭언이 이어지다.

 

 

 

 ---02면을 보려면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세요.---

 

 "...그렇겠죠?"

 

 이어지는 아영의 말이 유리안을 상념에서 깨웠다. 아아, 또 놓쳐버렸다. 마치 기억 한 부분이 끊긴 것마냥 수업은 빠른 속도로 그를 지나쳐갔다.

 

 "...발전한 부분도 있고, 발전이 더딘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죠? 아무래도 기술개발의 속도를 인류의 의식이 따라가는 것이 힘들다고 여겨지고 있는 것이 요즘 추세입니다. 그 점에서는 300년 전과 별다를 것도 없습니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데, 인류의 뇌는 10만년 전과 별로 다르지 않지요."

 

 목소리는 똑 부러지고, 카랑카랑하기도 하다. 흠잡을 데가 없다. 그녀는 다시 또 많은 말을 한다. 무슨 주제였던가, 유리안이 다시 멍 때리는 사이, 그녀가 다루는 주제는 인공자궁의 설명으로 넘어갔다. ‘인공자궁에서 태어난 인류가 50억명을 돌파했다’라는 설명을 한 그녀는 한차례 자신의 팔뚝을 들어 보였다.

 

 "...제게도 있습니다. 잘 안보이지만 찍으면 나타나요. 820193992110입니다. 이처럼 모든 인공자궁 인류에겐 고유번호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딴게 무슨 상관인가. 아영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왤까. 이따금씩 자신을 보는 아영의 질책어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리안의 눈은 자꾸만 화면과 그녀의 얼굴을 왔다갔다하니...

 

 ...유전공학의 발전과 인공자궁에서 태어나기 시작한 사람들, 그리고 복제인간까지. 다양하고도 많은 시발점을 통해 인류는 발전을 거듭했다.

 

 유리안은 다시 창밖을 보았다. 먼 저택의 언저리까지 펼쳐져 있는 드넓은 연녹색의 초원, 풀들이 가지런하게 펼쳐져 연한 바람에 한쪽으로 쓸리는 모습, 그를 통해 전해져오는 풀내음까지. 모두 진짜라고는 할 수 없는 가상의 것들, 만들어진 것들.

 

 한참동안 창밖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은 다시 아영에게로 옮겨졌다.

 

 그녀는 입을 열고, 때로는 과장될 것 같은 몸짓과 손짓을 섞기도 하고,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훌륭한 교육자의 태도를 가졌다고 볼 만하다. 어쩌면 무능력한 강의를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교수들보다는 훨씬 더.

 

 "...아름답다."

 

 이 자리에 모인 학생들 중에서도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그녀가, 겨우 자신보다 두 살 많은 18살일 뿐이라니. 믿기가 힘들지만 그건 사실이고, 그녀는 눈이 부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유리안의 망상이 절정을 달리는 동안, 수업은 끝이 났다.

 

 “강의는 이제 마치겠습니다. 그럼 나머지는 질문하는 시간을 갖도록 할게요. 질문을 보내주시겠어요?”

 

 기껏해야 자신이 소속해 있는 학교의 추천을 받아 들을 수 있었던 강의인데, 이대로 얻어가는 것이 없다면 그가 속한 학교의 교수인 볼라민(bolamin)에게 혼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뭐라도 얻어가는게 있어야 할텐데...

 

 바보같이, 쓸데없는 생각만 하다가 4번째 수업도 이렇게 놓치는 걸까.

 

 벌써 강의는 끝이났고, 그녀는 웃으면서, 때로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면서 마무리 질문에 답해주고 있었다.

 

 누가 보면 혼잣말을 하는 줄 알 것이 분명하다, 그녀는 똑바로 선 채로 혼자서 말하고 있으니.

 

 "...글쎄요. 제 강의는...올해에는 연말에 한 번 정도 더 있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마워요. 자주 올게요. 연합군이 절 조금 덜 부려먹는다면 자주 올 수 있을 거에요.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어야겠군요. 제가 그때까지 살아있어야 할 것."

 

 강의실 안 사람들의 얼굴에 한 차례 피식하는 웃음이 머물렀다. 그녀가 말을 계속했다.

 

 "두 번째 답변은...모든 강의는 인원을 한정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저도 사실 제 강의를 많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여러분들이 수준이 낮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정원을 제한하는 것은 군사회의의 규정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교육부 장관을 만나게 되면 다시 한 번 건의를 하겠습니다."

 

 "...결혼같은 구식 제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지 않네요. 이렇게 말했지만 어쩌면 할지도 몰라요. 적당한 남성이 나타난다면? 취향은 말하지 않을게요."

 

 정말이지 칼끝을 보는 것 같다. 잘 벼려진...

 

 

 그 후에도 그녀는 몇 번이고 질문에 답해주었다. 오히려 가상공간이 유용하다. 마음껏 질문하기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질문이 피라냐떼처럼 그녀 주변에 몰려든 것이 상상되니, 유리안은 피식 웃고 말았다. 몇 번째 질문이었을까. 아영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는 듯하더니, 이내 환한 표정을 지었다.

 

 "재미있는 질문이네요. 방금 좋은 질문 하나가 머릿속에 입력되었습니다. 한번 꺼내보도록 할까요?"

 

 "앗, 안되는데..."

 

 한쪽에서 작게 들리는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영은 딱! 소릴 내며 손가락을 한 차례 튕겼다. 그러자 떨림이 있는 고음, 한 소녀의 목소리가 저택 전체에 크게 들려왔다.

 

 -교수님, 그렇다면 언제까지 인간이 발전할 수 있을까요? 300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우주로 나가는 것 밖에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게 과연 옳은 것일까요? 거미줄이 쳐진 집을 돌보지 않는 것이?

 

 아영은 두 손바닥을 펼치며 말했다.

 

 "이에 대한 답변은 조금 더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 질문을 꺼낸 이유는..."

 

 학생들의 얼굴에 불길한 빛이 어렸다. 학생들도 바보가 아니다. 아영이 무엇 때문에 유명한 지를 알고 있으니.

 

 “이 질문을 주간숙제로 지정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답변에 대한 영상 레포트를 다음 주까지 제출해주세요. 평가는 SR엘리(채점로봇 : Scorer robot)가 맡을 것입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만이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그것도 육성으로.

 

 "너무해요!"

 

 "이것말고도 학기중에 해야 할 다른 과목이 12가지에요, 혼자 할 수 있는 양이 아니라구요."

 

 "손이 열 개여도 모자란데 이런 토론숙제는..."

 

 “교수님, 로봇이 채점을 맡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영은 예상했다는 듯이 딱 잘라 말했다.

 

 "저 또한 이전 단계인 UHES(Universe Hero Education System : 우주영웅교육시스템)코스를 거쳤습니다. 그 시절에도 다 했어요. 그리고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이것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또한 로봇에 대한 비하발언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SR엘리는 가장 공정한 채점로봇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숙제를 평가하는데에 전혀 문제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여러분, 경쟁은 빈부격차와 마찬가지입니다. 경쟁이 없는 사회는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아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 시간에도 남들은 달리고 있습니다. 노력을 하세요."

 

 유리안의 뒤에서 푸념 반, 포기 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그놈의 노력..."

 

 방금까지 싱싱하게 살아있던 꽃다발들이 꺾이는 느낌이었다. 그건 유리안도 마찬가지였다. 수재, 서부우주에서도 수재라 불리는 그들이다. 유리안 그도 밤을 새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다른 과목 숙제를 떠안고 있는 것이 떠올랐다. 몇 세기 전에도 인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했는데, 지금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심해졌다. 이것이 진화인지 퇴보인지.

 

 "제 4회 강의는 여기까지. 이만 마치겠습니다. 여러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시간까지, 여러분들 모두가 다시 이 자리에 모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위대한 사명을 가진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를 표하며."

 

 ‘수고하셨습니다.’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우르르르 소리와 함께 각자가 의자에서 일어나 아영에게 짤막하게 고개를 숙인 뒤 저택문을 나섰다.

 

 단 한 명 만이 젤리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의자가 자동적으로 체형에 맞춰서 굳어버려 너무 편하다던지,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나 둘 씩, 그렇게 모두가 사라지고 아영과 유리안 만이 남았을 때였다.

 

 "아영 교수님."

 “유리안.”

 

 홀로그램 화면을 보면서 여러가지 작업을 하고 있던 아영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마지막 남은 소년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수업중에 집중하지 못하는 1인. 그것도 4주 내내.

 

 하나 덧붙이자면, 그녀가 좋아하는 붉은 빛이 감도는 눈동자가 인상적인, 미인형의 소년이긴 했다.

 

 쭈뼛쭈뼛 서 있는 유리안이 붕어처럼 입만 뻥끗거리는데, 아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유리안. 요즘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해 보이는데.”

 “......”

 “그간의 널 보면 무리에서 떨어져서 날고 있는 새 같아. 물론 널 세 번 밖에 보지 않았고, 그것도 모두 수업에서만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네가 거주하는 지역 고급학교의 학장이나 선생들에게 들었던 네 평소 성적을 생각하면 요즘의 행동은 절대적으로 이상해."

 “...죄송해요. 딱히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그렇게 말한 유리안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는 걸 아는데도. 마치 저택 안이 더욱 조용하기를 바라는 것만 같았다.

 

 한참 동안이나 뜸을 들이던 그가 입을 뗀 것은, 두 눈동자가 서로간 충분히 오래 마주친 후였다.

 

 “교수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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