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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성검여왕 (聖劍女王)
작가 : KALS
작품등록일 : 2016.8.18

한 자루의 검에 의지하여 오직 검술 실력만으로 왕위에 오른 어느 여기사의 일대기. 전쟁의 여신이라 불렸던 그녀의 전설적인 무용담과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제1부 전쟁의 여신 - 2. 장검의 여기사 (3)
작성일 : 16-08-26 14:52     조회 : 309     추천 : 1     분량 : 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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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너무 웃었더니 상처가 아프군. 다시 한 번 봐주겠나?”

 

  “네, 전하!”

 

  그녀는 부지런히 손을 놀려서 상처를 꿰맨 곳에 금창약(金瘡藥)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경험이 많은 듯 꽤나 능숙한 솜씨였다. 치료가 마무리되자 그녀는 왕자가 다시 복장을 갖추도록 도운 후, 주머니에서 포션(potion) 한 병과 말린 고기를 꺼내 그에게 바쳤다. 그리고는 왕자가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자신은 그의 곁에 시립하여 주변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세이른 진영에 있었던 스왈즈 왕국군은 기사, 병사 할 것 없이 모두 전투준비를 하느라 제대로 된 아침식사를 하지 못했고, 계속되는 전투에 점심까지 거른 참이었다. 그란디스 역시 아침만 겨우 건량(乾糧)으로 때운 채였기 때문에 체력까지 바닥이 난 지금은 몹시도 배가 고팠다. 하지만 막상 세레나가 건네준 음식을 먹으려고 보니 오늘 아침에 식사 대신 지급한 바로 그 건량이 아닌가. 기사들에게는 말린 고기를, 병사들에게는 볶은 콩을 나눠줬었는데 아마도 그녀는 윌라드 장군의 측근인 덕에 고기를 받은 모양이었다. 입을 댄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녀 자신은 하루 종일 굶은 채 유일한 양식을 고스란히 왕자에게 바친 것이 틀림없었다.

 

  “저기, 세레나. 난 별로 입맛이 없는데……, 이건 자네나 들도록 하게.”

 

  하지만 그녀라고 왕자의 속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란디스는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의롭고 사랑이 많은 왕자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전하, 입맛이 없으시더라도 잡수셔야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옥체를 보전하셔야 후일을 도모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네야말로 날 호위하려면 기력이 있어야 할 게 아닌가. 하루 종일 굶은 듯한데 이거라도 들게.”

 

  이미 진영을 적들에게 빼앗긴 이상 윌라드 장군과 합류한다 해도 식량이 귀할 것은 뻔했다. 두 사람 다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조금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소신은 왕자님의 안위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나 역시 명예를 아는 왕족으로서 아리따운 숙녀의 양식을 빼앗는 파렴치한 짓은 할 수가 없네.”

 

  그란디스는 원래 ‘연약한 숙녀’라고 말하려 했지만 조금 더 그녀에게 어울리는 표현으로 고쳐 말했다. 왕자의 고집에 세레나는 애가 탔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자신을 여자로 보아주고 또 아름답다고 칭찬까지 해주자 참을 수 없는 행복감에 슬며시 웃음이 나는 것이었다. 그런 자기 자신을 마음속으로 꾸짖어 간신히 표정은 숨겼지만 얼굴이 붉어지는 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만약 그녀에게 꼬리가 있었다면 주인 손에서 먹이를 발견한 강아지마냥 정신없이 흔들렸으리라.

 

  그녀가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히자 그란디스는 혹시 자신이 그녀를 희롱한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되어 완강했던 태도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흠……, 정 그렇다면 반씩 나누도록 하지. 이리 앉게. 전쟁터에서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네.”

 

  세레나는 차마 더 거스를 수 없어 순순히 자리에 앉아 왕자가 건네주는 건량을 받았다. 둘 다 허기진 상태였기 때문에 얼마 안 되는 건량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체력회복을 도와주는 포션도 한 모금씩 나눠 마시고 나자 그제야 조금 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자, 그럼…… 이제 자네에 대해 물어도 되겠지? 자네는 에드먼드 경의 제자인가?”

 

  그란디스는 아까부터 계속 신경 쓰였던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소신이 윌라드 장군 슬하에 있은 지는 아직 일 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어쩐지……, 스승님의 검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네. 그럼 부친께서 스왈즈 나이트셨나? 어느 가문 출신이지?”

 

  “미천한 평민이라 가문 이름은 없고, 그저 요하임의 딸 세레나로 불렸습니다. 선친은 도성의 상인 길드에서 물건을 받아 지방에 팔러 다니는 행상이셨는데 소신이 열두 살 되던 해 돌아가셨습니다.”

 

  “저런……, 자당(慈堂)께서 고생이 많으셨겠군.”

 

  “어머님은…… 소녀를 낳으실 때 산고(産苦)를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얼굴도 알지 못합니다.”

 

  그 말을 할 때 그녀의 얼굴은 조금 쓸쓸한 빛을 띠었다. 질문을 할수록 그란디스의 의문은 더 늘어만 갔지만, 그녀의 가엾은 처지를 듣고 나니 안쓰러운 마음에 더 이상 질문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레나는 그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너무나 잘 알았기에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퇴역 기사인 보아드 경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보아드 경은 가족이 없는 분이라 저를 딸처럼 여겨주시고 스왈즈 기사단의 기본 검술도 가르쳐주셨죠. 그분이 추천장을 써주셔서 올해 초에 윌라드 장군을 뵙고 향사로 봉직하게 된 것입니다.”

 

  참으로 간단한 설명이었지만 그란디스는 그 속에 담긴 절절한 사연과 힘겨웠던 세월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었다. 스왈즈 나이트였다고는 하나 도통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 보아드라는 자는 그리 대단한 인물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에게 배웠다는 스왈즈 기사단의 기본 검술만으로 지금의 경지에 이르렀을 리가 없잖은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적을 베는 그녀의 검은 분명 실전에서 단련된 솜씨였다.

 

  “괜찮으면 자네의 칼을 좀 보여주겠나?”

 

  그녀가 더 이상 자신의 내력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 그란디스는 질문 대신 자신이 직접 알아보고자 했다. 아까부터 유심히 보니 그녀의 검은 필시 보통 검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름 있는 명검이라면 그 소유자에 대해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 분명 그녀의 진짜 검술 스승을 알 수 있을 터였다. 왕자의 요청에 그녀는 두 손으로 검신을 받쳐 들고 공손히 칼을 건넸다.

 

  “음……?!”

 

  손잡이를 잡고 칼을 들어 올리는 순간 그란디스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하고 말았다. 엄청난 길이에 비해 생각보다 가벼웠던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롱 소드보다는 무거웠지만 그의 스승의 검을 비롯한 다른 투 핸드 소드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일단 모양부터가 좀 달랐는데 칼날의 폭과 두께가 상대적으로 가늘고 얇은 편이었다. 덕분에 무게는 한결 가벼워진 모양이지만 이대로라면 적의 육중한 병기에 부러져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방금 전 전투에서 그녀의 무시무시한 일격에도 멀쩡히 버텨내는 것을 보았기에 그 강도(剛度)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칼날을 자세히 살펴보니 격전에도 불구하고 날이 조금도 상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이 정도면 거의 성검 샤그란데와 맞먹는 강도였다.

 

  성검 샤그란데에는 신성마법의 근원적 힘인 성력(聖力)이 깃들어있었는데, 이 성스러운 힘이 칼을 보호해주어 그 어떤 충격에도 부러지지 않고 날이 무뎌지거나 녹이 슬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웬만한 마법공격조차도 튕겨낼 정도였다. 하지만 세레나의 검은 이러한 마법의 힘이 아닌 순수한 제련기술로 동일한 강도와 탄성을 지니게 된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아! 이, 이것은!’

 

  회색빛이 감도는 검신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던 그란디스는 순간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회색빛의 정체는 단순한 표면 광택이 아니라 여러 개의 소용돌이가 뒤섞인 듯한 모양의 불규칙한 물결무늬였던 것이다.

 

  “다마스크(damask)! 이, 이 검은…… 다마스쿠스 소드(damascus sword)였단 말인가!”

 

  칼의 모양은 파티아라스 대륙식의 투 핸드 소드였지만 다마스크라 불리는 이 독특한 물결무늬는 분명 바다 건너 먼 동방 대륙의 비밀스런 제철법(製鐵法)에 의한 것이었다. 이 제철방식으로 만들어진 다마스쿠스 소드는 파티아라스 대륙의 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도가 높고 탄성이 뛰어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얇고 가볍게 만들 수가 있었다.

 

  “다마스쿠스 소드의 제조법은 동방 대륙에서도 극히 일부의 장인에게만 비밀리에 전수되는 것인데, 설마 파티아라스에 이걸 만들 수 있는 검장(劍匠)이 있다고?!”

 

  “네, 전하. 십여 년 전, 라첸 공화국 해안에 동방 대륙의 배 한 척이 난파되어 떠내려 온 적이 있었습니다. 공화국군의 조사 결과 생존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달아난 대장장이 한 명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다마스쿠스 소드의 원료가 되는 소량의 우츠 스틸(wootz steel)을 가지고 있었는데, 검의 제조법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이를 지키기 위해 정체를 숨기고 우리나라로 도망쳐왔지요. 그때 우연히 그를 도와준 사람이 돌아가신 저희 아버님이셨습니다. 그가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서 대장장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터를 마련해주고 그가 만든 물건을 대신 팔아 이익을 나누었던 것입니다. 그 대장장이는 파티아라스 대륙의 검들을 연구하여 다마스쿠스 소드의 장점과 결합하려는 시도를 했었는데,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지금 전하께서 들고 계신 검, 그랑버드입니다.”

 

  “그랑버드……!”

 

  그란디스는 검을 들고 햇빛에 그 아름다운 물결무늬를 비춰보며 감탄한 듯 중얼거렸다.

 

  “과연…… 그 자의 시도는 성공적이었구나!”

 

  “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우츠 스틸은 그 한 자루 검에 전부 써버렸기 때문에 이제 그는 그저 평범한 대장장이에 불과합니다.”

 

  그녀의 말 속에는 권력자들로부터 그의 신변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비록 우츠 스틸이 동방의 대륙에서만 생산된다 하더라도 다마스쿠스 소드의 제조법을 알고 있는 그를 평범한 대장장이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그란디스 왕자는 그가 이 하나뿐인 명검을 그녀에게 준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의 사이가 각별한 것을 짐작하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검술을 흉내 내듯 그랑버드를 이리저리 휘둘러볼 뿐이었다.

 

  “대단한 명검이다. 마법검을 제외하면, 이 검을 상대할 수 있는 건 미스릴(mithril)로 만든 엘프의 검뿐이겠군.”

 

  파티아라스 대륙에는 인간들 외에도 북방의 난쟁이족인 드워프족, 숲속의 요정족인 엘프족, 저주받은 남쪽 섬의 마물 등 다양한 종족들이 살고 있었는데, 특히 엘프족의 나라 엘리시움은 신성 동맹국 중 하나였기에 그란디스는 그들이 즐겨 쓰는 레이피어(rapier)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구경 잘했네. 나중에 한번 내 샤그란데와 겨뤄보면 좋겠군.”

 

  그란디스는 그랑버드를 다시 세레나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평소에도 기사들과의 검술시합을 즐기던 그였기에 별다른 뜻 없이 한 말이었지만 두 손으로 공손히 검을 받던 세레나는 그 말에 화들짝 놀라 정색을 하는 것이었다.

 

  “전하! 제 검은 왕자님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 어떤 경우에라도 왕자님을 겨누거나 왕자님의 성검에 맞설 수는 없습니다!”

 

  검성의 제자로서 검술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그란디스는 사실 아까부터 그녀와 꼭 한번 겨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그는 무척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억지로 대련을 강요해봤자 그녀가 자신을 진심으로 상대할 리가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비록 먼 훗날에는 두 사람의 검이 전력으로 부딪치게 되는 날이 오지만, 그런 미래의 일을 그 누가 알 수 있으랴.

 

  “아, 왕자님! 저길 보십시오!”

 

  어색했던 분위기를 깨뜨리고 갑자기 세레나가 외쳤다.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한 떼의 군마가 이쪽을 향해 곧장 달려오고 있었다.

 

  “이, 이런! 추격대인가?! 내가 부상당한 걸 알고 근처를 뒤지는 모양이군.”

 

  그의 짐작은 정확했다. 달아났던 스콧이 뒤쳐져있던 다른 추격대를 만나 그들을 이끌고 온 것이었다.

 

  “전하, 저를 따라오십시오! 이곳 모린 숲의 지리는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숲속으로 깊숙이 피하면 틀림없이 따돌릴 수 있습니다!”

 

  서둘러 말을 끌어오며 세레나가 말했지만 그란디스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은 숨어있을 때가 아니야! 한시라도 빨리 스승님을 만나 상황을 전해드리고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를 구해야 돼!”

 

  “아……! 하, 하지만 적들이…….”

 

  “적들의 추격을 받더라도 숲을 빠져나가 에드먼드 경에게로 간다.”

 

  말에 오르자 그란디스는 오른손으로 성검 샤그란데를 빼들고 왼손으로는 고삐를 단단히 쥐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세레나에게 싱긋 웃어 보이며 힘차게 외치는 것이었다.

 

  “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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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루선인 16-08-27 07:54
 
점점 더 세레나의 사승관계가 궁금해지네요. 그란디스와 서로 검을 겨눈다는 건, 이후에는 적대관계가 된다는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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