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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여신의 선물
작가 : 은하연
작품등록일 : 2017.6.9

주신이 가장 총애하는 막내 딸 일레인은 우연히 보게 된 인간 세상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인간 남자아이가 아픈 누이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습이 왠지 눈길이 갔다. 인간 세상을 꿈꾸던 일레인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성년식이 다가오는데...

 
30. 나들이(1)
작성일 : 17-08-31 22:51     조회 : 224     추천 : 0     분량 : 3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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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워 보이는 일레인의 얼굴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페니는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에게 도움을 받게 되었다.

 

 마틴을 통해 일레인의 청청을 들었던 루카스가 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바로 다음 날 둘의 외출 계획을 잡고 그녀에게 옷 당일 날 입고 다닐 만한 평범한 옷가지들을 보내주었다.

 

 외출을 위해 오전 중으로 이블린의 치료를 마친 일레인은 짧은 시간 안에 치료를 끝내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신력을 사용한 대가로 기운이 없는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회복을 도와주는 니아가 없어서 그런지 기력이 회복되는 속도가 평소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일레인 아가씨, 근데 어디 불편하세요? 안색이 안 좋으세요.”

 

 페니는 미리 루카스가 준비해준 의상을 입히면서 유난히 피곤해 보이는 일레인의 안색을 살폈다.

 

 “아니, 괜찮아. 그냥 치료가 막 끝나서 좀 피곤해서 그래. 지나면 괜찮아.”

 

 옅은 미소로 대답하는 일레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페니는 눈에 띄는 물빛 머리카락을 조금이라도 덜 눈에 띄게 하려고 갈색 비단으로 만든 넓은 리본을 이용해 머리카락과 함께 여러 가닥으로 나누어 땋았다. 폭이 넓은 리본 덕분에 머리카락 색이 물색인지 갈색인지 한눈에 분간이 어려워진 제 솜씨를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페니는 리본보다 조금 더 어두운 갈색 망토를 일레인의 어깨에 둘러 주고는 현관으로 안내했다.

 

 현관에는 이미 준비를 마친 루카스가 주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루카스님, 늦어서 죄송해요.”

 

 일레인은 그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늦은 거라 지레짐작하고는 사과의 말을 건넸다.

 

 “내가 일찍 와 있었던 것뿐이니 걱정할 것 없다.”

 

 루카스가 다정히 웃어주자 고개를 끄덕이는 일레인의 얼굴이 슬그머니 달아올랐다. 볼 때마다 그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미소였다.

 

 “조용히 다녀오신다고 해서 레오가 아닌 다른 말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부디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암행에 데려가기에는 루카스의 애마가 너무 눈에 띄어 마구간지기에게 적당한 말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던 주드가 그들을 배웅하며 말했다.

 

 “그럼 잠시 다녀오지.”

 “다녀오겠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셔야 합니다.”

 

 마지막 당부의 말을 뒤로한 루카스와 일레인은 평범해 보이는 갈색 말 위에 차례로 올라탔다.

 

 “출발할 테니 꽉 잡아야 한다.”

 

 루카스가 일레인을 안고 있는 팔을 단단히 고정하며 그녀의 머리 위에서 속삭였다. 정수리에서 느껴지는 루카스의 숨결에 일레인의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루카스는 성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도심으로 방향을 잡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일레인은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과 매섭게 살결에 와 닿는 바람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루카스와 함께 있다는 사실에 설렜다. 성에 오고 나서는 둘 다 바쁜 시간을 보냈기에 전처럼 단둘이 있을 시간이 거의 없어 조금 서운하던 터였다. 오랜만에 코끝을 가득 채우는 루카스의 체향과 온기를 느끼면서 입꼬리가 입에 걸렸던 일레인은 루카스가 마을에 들어섬을 알리자 시선을 돌렸다.

 

 “와!”

 

 언덕 아래로 보이는 드넓은 땅을 가득 메운 건물들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머리를 보면서 생각보다 거대한 마을의 모습에 일레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을에 도착하면 먼저 여관에 들러 말을 맡기고 돌아다니도록 하자.”

 “네.”

 

 흥분으로 달아오른 일레인의 모습을 힐끗 내려다본 루카스는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순수한 일레인의 얼굴을 보며 흐뭇한 기분을 삼켜냈다.

 

 언제나 가면 같은 얼굴로 감정을 숨기는 것이 미덕이라 느끼는 귀족들에게 신물이 나 있던 루카스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매번 제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는 일레인을 볼 때마나 심장이 하강하는 듯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끌어않고 마을에서 제일 큰 여관으로 말을 몬 루카스는 아쉬운 마음으로 말에서 내려온 뒤 일레인의 가는 허리에 손을 뻗어 안고는 말에서 내려 주었다.

 

 웃으며 반겨주는 여관지기의 손에 은화 1개를 쥐어주었다.

 

 “세 네 시간만 맡아주게.”

 “아무렴요.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최상으로 모시고 있겠습니다요.”

 

 마부는 손에 놓인 번쩍이는 은화를 바라보고는 최고를 환하게 웃으며 굽실거렸다. 마구간 사용료가 시간당 10 쿠퍼인 것을 감안 한다면 그가 받은 1 실버는 네 시간 동안 말을 돌보는데 차고도 넘치는 금액이었다.

 뜻밖의 횡재수에 기뻐하는 마부의 손에 고삐를 넘겨주고는 마을에 들어서기 전 일레인의 머리 위에 씌어주었던 후드를 다시 한번 살폈다.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지?”

 “아, 약초 파는 곳이랑, 약초를 담을 바구니랑……. 아, 약재를 만들어 담을 병도 필요해요.”

 

 일레인의 설명에 루카스가 능숙하게 방향을 잡고 그녀를 안내했다.

 

 루카스는 일레인을 거리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중심가에 위치한 5층짜리 건물 안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와! 이게 다 뭐에요?”

 

 일레인은 문을 통과하자마자 보이는 신세계에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루카스가 그녀를 데리고 들어간 곳은 대륙에서 5 손가락 안에 드는 베르트 상단이었다. 실소유주는 그였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와 주드, 상단 주와 명령을 전달하는 가신 몇 명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일레인이 넋이 나간 채로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는 동안 루카스는 옆에서 그녀가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마음껏 구경할 수 있도록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녀를 안내했다.

 

 천장에는 불빛과 반짝이는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조명이 반짝이며 불을 밝혔고, 커다란 건물을 떠받치는 기둥에 조각된 정교한 문양이 아름다움을 뽐냈다. 커다란 창에는 처음 보는 색유리들이 마치 그림을 그려 넣은 듯 장식되어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냈으며 커다란 병을 가득 메운 진열장에는 구역별로 나뉘어 다양한 물품들이 진열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건 뭐예요?”

 

 다소 두려운 눈빛으로 진열장을 바라보며 묻는 일레인의 손이 가늘게 떨려오자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을 루카스는 다소 차가운 그녀의 손에 제 온기를 나눠주며 설명했다.

 

 “처음 보는 건가? 이건 인형이라는 것이다. 보통은 어린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선물이지. 나도 몇 번 이브에게 선물한 적이 있었지.”

 “어린아이한테 이런 걸 선물한다고요?”

 

 일레인은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만든 인형을 보면서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너무나 진짜 같아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다가도 눈을 마주치면 마치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 같은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골라봐라.”

 “아니요! 필요 없어요.”

 

 절레절레 고개를 저어 거부 의사를 드러낸 일레인은 서둘러 다음 진열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머,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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