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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청천무가
작가 : Variation
작품등록일 : 2017.8.31

청천무가
발르 601년 출판.
묵오하의 후손인 묵일영에 의해 쓰여진 소설. 푸른 전쟁 이전 부터 종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재미와 흥미를 위하여 실제역사와는 다른 부분이 많이 있다. 동목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료로써 가치는 매우 떨어지나, 인간의 욕망, 사랑, 전쟁의 참혹함 등을 잘 들어낸 작품으로써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바브로를 수여받았다. 적토만곡과 함께 쓰여진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으로 인하여 푸른 전쟁, 붉은 전쟁의 이름이 붙여졌다.

Team.Variation 독점 제공

 
제 1 장: 염방(3)
작성일 : 17-08-31 18:09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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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밤 새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문은 기름칠이라도 한 듯 부드럽게 열렸다.

 

  가모전의 시비는 몸을 돌려 문 쪽을 향해 훌쩍거리며 눈을 훔치고 있다 염방을 마주한다.

  시비를 손짓으로 불러내어 밖으로 나오자, 운연은 연유 몰랐던 불안함에 가닥을 잡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시비에게 품에서 수건을 꺼내어 건넨다.

 

  “가모께선 어찌 하고 계시나?”

 

  “아기씨를 안고 계시지요. 아무렇지 않으신 것도 같고요.”

 

  자신만 하더라도, 아가씨가 눈이 멀었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져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는데, 어찌 된 것인지 가모님은 담담히 고개만 끄덕이시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는 듯 사랑이 가득 담긴 눈길로 아기씨를 쓰다듬고 만 계셨다.

 

  “들어가도 되겠는가?”

 

  시비는 잠시만 기다리라 하고는 들어가 가모에게 의사를 물었다.

 

  “들어오셔도 된답니다.”

 

  염방은 숨을 가다듬고, 초췌한 몰골을 어느 정도 숨길 요량인지 몇몇 쓱쓱 문지르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가모님.”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누이의 모습이 보인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머리칼과 생기는 온데간데 없는 창백한 피부만 또렷하다. 그 품 안에 모든 문제의 사단이 안겨서 곤히 잠들어 있다. 그리고 누이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서려 있었다.

 

  “오라버니.”

 

  염방의 기척에 소연은 시선을 돌려 그를 마주한다. 마주치는 눈빛이 감히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깊어.

  그 안으로 세상 모든 빛이 빨려 들어간 듯 참담하기 그지 없어.

  그래서 자신의 누이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한 게, 단지 어미로써 자신의 아이에게 원망과 죄를 물을 수 없는 누이였다는 걸 깨달은 염방은 찾아 온 것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소연은 염방을 본 순간, 형용할 수 없는 죄책감, 미안함, 혹은 그 깊숙이 묻어둔 원망이 몰려 올라옴을 느끼고, 시야가 흐려지고, 결국 입가로 방울이 맺혀 품에 안긴 아이에게 떨어뜨렸다.

 

  “오라버니, 아이가. 아이가.”

 

  시비는 고개를 돌려 훌쩍임을 더 크게 하였고, 별 수 없는 염방은 소연에게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고, 방문 가까이 방황하던 운연은 곡소리를 듣고, 뒷골이 뻣뻣해짐을 느끼고 있었다.

 

 

  “아, 이런 안타까운 일이군요.”

 

  주가량은 진심으로 탄성을 뱉는다. 살 날이 이역만리도 더 남은 어린 아이가 앞을 볼 수 없음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 것인지. 찾아가 손이라도 잡고, 힘을 못 되어줄 망정, 위로라도 건네고 싶은 마음이 컸다.

 

  허나 그 꼴을 바라보고 있는 천율기의 심상은 퍽 불쾌하였다. 왜 인지 같잖은 동정심을 표하며 착한 척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소식을 듣자 마자 기뻐했던 자신의 모습에서 역겨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였다.

 

  “잘 되었지 뭡니까?”

 

  그래서 혀를 씹어 삼킬 듯, 주가량의 말 허리를 잘라 먹으며 운을 떼었다. 심상치 않은 부인의 기세에 주가량은 뜨겁다 하여 입을 다문다.

 

  “안 그래도 가모년과 염방놈 설치고 다니는 꼬락서니가 눈에 가시가 박힌 듯 하였는데. 하늘이 도우셨지. 어찌 천가에 그런 근본 없는 잡 것들의 피가 느는 것을 보고만 있겠습니까?”

 

  살벌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인의 말에 주가량은 얼른 동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렇습니까?”

 

  “아. 물론이지요. 거 염방 대주. 하늘이 좁다 하고 위세를 떨 때부터 알아 보았습니다. 사람이 중한 자리에 앉았으면, 진득하니 위엄을 보이는 그런 면이 필요하지. 가볍기 이루 말할 수 없는 행실이며, 제 잇속만 챙기는 방자함에 하늘이 노하신 게지요.”

 

  눈치를 살살 살피며 퍽이나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 흡족하기도 하다. 천율기는 주가량의 허리를 감싸 몸을 가까이 한다.

 

  “그렇지요. 하늘이 노하신 거지요.”

 

  천천히 속삭이는 듯. 그녀의 얼굴엔 흡족한 웃음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었다.

 

 

  소연은 애써 진정하고, 아이를 시비에게 조심스럽게 넘겨 준다. 염방에게 묻는다.

 

  “가주께서는 오지 아니하십니까?”

 

  안타깝게도 염방은 굳게 다문 입술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겠지요. 가주께서도 실망감이 크셨을 겁니다. 그리 기뻐하시고, 기대하셨던 첫 아이인데. 못난 제 탓입니다.”

 

  나지막이 한 숨을 쉬는 소연에게 염방은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었다.

 

  “아닙니다. 가모. 가주께서는…….”

 

  말을 잇지 못하고. 처연히 바라보는 누이의 얼굴이 안타깝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원망스럽기도 하다. 하필이면. 이럴 때.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정천회가 가주와 가모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가주께서는 어찌 되었든 아가씨를 지키시려 방면으로 노력 중이십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지켜온 것들이 있다. 아무것도 없이, 이 풍파 속에서 얻어 낸 것들을 단지 안타까운 일 하나로 모조리 잃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모. 이 염방. 기필코 가모님과 아가씨를 지켜 내겠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스스로 하는 다짐에 가까웠다.

  그를 지켜보는 소연은 그의 다짐이 허망하게 바람결에 흩어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음이 한탄스럽기도 하였다.

 

 

  “회주.”

 

  길게 말꼬리를 늘이며, 운연은 염방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이걸 어쩝니까?”

 

  맹인이라니. 뒷말을 씹어 삼킨다.

 

  “별 도리가 있겠나. 지켜 낼 수밖에.”

 

  “정천회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겠지요. 그 요망한 노인네들.”

 

  그리고 천율기.

 

  “우리라고 다르겠나?”

 

  씁쓸하게 뱉는 그 말은 사뭇 자조적이다.

 

  “정치라는 게 다 그런 것이지.”

 

  “하지만 정도가 있고, 대의가 있지 않습니까? 회주께서도, 우리는 정도와 대의를 만들어 가자, 그리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맞습니다. 대의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가주께서도 정천회에 수작에 놀아나지 않으시겠지요.”

 

  그것은 확신이 아니었다. 그래야만 한다는 보다 강력한 염원, 혹은 소망.

 

  “정도와 대의는 붙이기 나름 아니겠나. 우리는 우리 대로 나름의 이득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고, 저들은 저들 대로, 또 가주께서도 나름대로 그러시겠지. 지금 까지야 가주의 이익과 우리의 이익이 상통하여 찬란히 빛날 수 있었다지만, 글쎄. 가주께서 어떤 선택을 하실 지는 차차 두고 봐야지.”

 

  “돕겠습니다. 회주.”

 

  운연이 굳은 표정으로 말한다. 안쓰럽다. 칼끝에서 걷고 있다. 혼자 떨어지기는 어색하여, 꼭 붙잡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다.

  염방이 운연의 어깨를 두드린다.

 

  “운연아.”

 

  나지막한 염방의 목소리. 운연은 그를 직시하고 있었다.

 

  “운연아, 혹여 일이 잘못되거든.”

 

  운연은 고이지 않은 침을 목 뒤로 삼킨다.

 

  “너에게 가모님의 안위를 맡기마, 믿을 수 있는 게 너뿐이다.”

 

  운연은 천천히 그러나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에 한 시름을 놓는 염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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