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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구슬
작가 : 키라이스트
작품등록일 : 2017.6.6

어느 날 공주가 죽었습니다.
왕자는 공주의 시신을 붙잡고는 그 안을 절규로 가득 채웠습니다.

절규를 들은 저승의 여인은 지상에 입을 벌렸습니다.
배를 가득 채운 그녀는 왕자에게 속삭였습니다.
공주의 죽음이 절망스럽다면 그걸 뒤집어 봅시다.

폐기된 공사현장에서 여학생이 철봉에 꽂힌 채로 발견된다. 주변에 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은 시신의 얼굴은 만족한 듯 편안하다. 자살로 판명된 시신에게 영력이 사용되었음을 알게 된 테인은 그 주변의 조사를 시작하고, 아들인 김호련은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서영과 같은 학교에 진학한다.

 
밤 산행, 첫 교전(1)
작성일 : 17-08-27 18:41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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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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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에 묻혔다는 말에 몸이 울렁였다. 이성이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머릿속을 가로지르듯 손가락이 메시지를 내렸다. 지도 앱을 캡쳐한 듯한 사진이 이어졌다. 사진의 좌측 상단에는 그녀가 있는 마을이 있고 우측 하단에는 정상을 포함한 산맥이 잘려있었다. 산 정상에서 세 번째와 네 번째 등고선 사이에 붉은 머리를 한 핀 마크가 꽂혀있었다. 사진 밑에는 한 문장이 적혀있었다.

 

 ‘토요일 저녁 11시.’

 

 서영은 스마트 폰 상단의 시간을 확인했다. 금요일 11시 45분. 지금부터 간다면 1시 이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갈아입었다. 상의에 폴라티와 난방, 그리고 얇은 오리털 잠바를 껴입고 하의에는 타이즈와 추리닝에 두꺼운 양말을 신어 중무장을 했다.

 

 서영은 방에 있는 옷장 문을 열었다. 가족들의 옷이 가득한 옷걸이들을 양옆으로 걷어내자 밤색 가방과 침낭이 드러났다. 3개월 전 넣어둔 후 처음 꺼내는 것이지만 둘 다 먼지 하나 없이 깔끔했다. 가방 문을 열고 거꾸로 뒤집자 각종 랜턴들과 노끈, 그리고 수 개의 장갑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는 랜턴들을 모두 켜본 후, 불이 약한 것들의 전지를 모두 교체하고 휴대폰 보조 배터리와 예비 전지들과 함께 다시 가방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캡이 달린 모자를 쓴 후 방을 나섰다.

 

 1층으로 내려가 현관으로 향하던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부엌으로 몸을 돌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식기들을 살피는 그녀의 시선에 싱크대 위에 놓아둔 과도가 들어왔다. 플라스틱 칼집에 넣어두고 잘 쓰지 않지만, 고기를 썰 때 쓸 수 있을 만큼 날이 서 있다. 칼을 허리춤에 꽂고 잠바로 가리자 감쪽같았다.

 

 

 

 흙무더기가 무너지고 팔이 올라옵니다.

 

 여성은 팔을 잡아 흙 밖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녀는 환하게 미소 지었습니다.

 오랜만에 기억하는 손가락의 감각이 너무나도 자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아, 일어납시다. 다시 한 번 일어나 움직여봅시다.

 

 왕자는 아무 말 없이 여성의 행위를 바라보았습니다.

 공주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재료가 모자랍니다.

 그렇다면 재료를 채우면 됩니다. 빛에 하나, 심장에 하나, 그리고 감각에 하나.

 

 누구보다 소중한 공주를 구하기 위해서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3월 중순이지만 자정의 기온은 아직 0도를 밑돈다. 휴대폰 앱으로 택시를 잡는 데 실패한 서영은 아파트를 나서서 번화가가 쪽으로 걸었다. 5분 정도 내려가자 다행히 번화가 쪽에서 오는 빈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흰 머리가 지긋한 택시기사는 자정이 넘는 시간에 학생이 부른 목적지에 당황한 듯 눈을 수차례 깜빡였다. 하지만 택시비를 두 배로 주겠다는 말을 듣고는 웃으며 차를 몰았다.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라는 말과 함께.

 

 마을을 벗어나 적막한 시골길을 이동하는 동안 택시기사는 시선을 정면에 향한 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들었다. 하지만 서영의 신경은 스마트 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지형도에 표시된 산은 해발 700m 정도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고 산맥이 길었다. 그녀는 지도 앱을 켜고 사진과 최대한 엇비슷한 위치에 마크를 맞췄다. 미리 가서 자리를 잡고 숨어있을 생각이었다.

 

 “학생. 다 왔어.”

 

 서영은 고개를 들었다. 사방이 짙은 새벽의 어둠 속에서 택시 전조등이 철장으로 굳게 닫힌 등산로 입구를 비추고 있었다. 택시기사가 뒷좌석에 있는 그녀에게 고개를 향하며 말했다.

 

 “문이 닫혀있는데 괜찮겠어? 여기서 노는 건 조금 위험해 보이는데.”

 

 그녀는 말없이 만원 세 장을 내밀었다. 택시기사는 입가에 주름을 잡으며 그 중 한 장만 잡았다.

 

 “조심해라.”

 

 택시가 멀어지자 그녀는 가방에서 손전등을 꺼내 입구를 비췄다. 굳게 닫힌 철장은 3m는 되어 보였다. 발판으로 삼을 이음매도 없어 철창을 넘는 것은 무리다. 그녀는 입구에서 멀어져 산등성이를 비췄다. 전등 빛은 능선의 나무에 가려져 가시거리가 3m도 나오지 않았다. 서영은 가방에서 손전등을 하나 더 꺼내 길을 비추며 능선을 따라 걸었다.

 

 5분 정도 걷자 나무에 빛이 가려지지 않으며 가시거리가 5m가 넘는 곳이 나타났다. 등산객이 아닌 사람들이 드나들며 자연스럽게 생긴 길이다.

 

 서영은 가방에서 헤드랜턴을 꺼내 쓰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흙이 많고 한기에 단단히 굳은 땅이라 오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나무들이 무성해지며 밤하늘이 나뭇가지에 닫혔다. 가시거리가 2m 이내로 줄어들고 어둠은 더 짙어졌다. 조심스럽게 바위와 나무를 구분해가며 네발로 걷는 산행이 시작되었다. 유일한 길잡이인 스마트폰은 나무가 무성한 곳에서는 전파가 잘 잡히지 않아 밤하늘이 올려다 보이는 지점마다 위치를 갱신해야 했다. 40분 정도 지나자 능선을 비추던 랜턴의 빛이 반으로 나뉘며 능선 안쪽을 비쳤다. 나무나 바위가 아닌 것이라면 의미하는 것은 한 가지. 등산로다.

 

 등산로로 올라서서 스마트 폰을 확인하자 새벽 1시 56분이 떴고, 가득 채워놨던 배터리는 30%를 밑돌고 있었다. 서영은 잠시 바닥에 앉아 휴대폰과 랜턴의 배터리를 갈며 휴식을 취했다. 밤하늘이 보이는 어둠 속에 있는 덕인지 피곤하지 않고 의식이 또렷했다. 위치를 갱신하자 표시된 포인트 근처까지 등산로가 표시되었다.

 

 전지를 갈려고 만진 헤드랜턴이 너무 뜨거웠다. 계속 켜놓으면 꺼질 우려가 있어 가방에서 다시 손전등을 꺼냈다. 아무도 없는 등산로를 비추자 뒤늦게 공포가 몰려왔다. 능선과는 달리 가림막이 되어줄 나무가 없는 탁 트인 길이다. 누군가 숨어있다면 빛을 들고 있는 자신은 손쓸 방법이 없다.

 

 괜찮아. 서영은 수차례 십호흡을 했다. 허리에 꽂아둔 과도를 쥐자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동생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장난치는 놈이다. 만약 공격당한다면 못해도 같이 죽을 것이다.

 

 2시간 정도 걷자 마킹과 그녀의 위치가 일직선이 되며 지도에 표시된 등산로가 끊어졌다. 발을 멈추고 오른쪽을 비추자 40도 경사의 능선이 보였다. 여기서 마킹된 지점은 멀어야 100m 정도지만, 빽빽한 나무와 풀 때문에 2m를 넘지 못하는 가시거리를 믿고 내려가는 것은 자살행위다.

 

 그녀는 가방을 벗어 내려놓고 에서 여분의 손전등과 노끈을 꺼냈다. 손전등은 등산로 땅을 파렌즈가 위를 향하도록 손전등을 묻은 뒤 세기를 최대로 틀었다. 주변 1m정도가 빛으로 가득차자, 노끈을 손전등 범위 내의 굵은 나뭇가지에 묶은 뒤 끝을 자신의 허리에 묶고 여분은 왼팔에 느슨하게 둘러 감았다.

 

 헤드랜턴을 꺼내 머리에 이고 능선 아래로 미끄러지듯 열 발자국 정도 내려가 전등 빛을 가린 나무를 넘자 곧바로 넓은 면적의 바위가 전등 빛을 가렸다. 바위 끝으로 걸어간 순간, 아래쪽에서 불빛이 보였다. 그 안에서 다섯이 넘는 사람의 머리를 확인한 서영은 곧바로 헤드 랜턴을 끄며 허리의 과도로 노끈을 끊었다.

 

 아래쪽에서 뛰어오는 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녀는 바위에 엎드려 팔꿈치로 입을 가리고 양손으로 귀를 막은 뒤 옆으로 몸을 굴렸다. 바위 끝에서 어둠 속으로 떨어진 몸은 귀를 가린 손등이 먼저 지면에 부딪혔다.

 

 아픔을 생각할 틈도 없이 달려오는 소리를 피하기 위해 그녀는 필사적으로 어두운 공간을 손을 휘저으며 기었다. 곧바로 위로 뻗은 왼손에 돌이 닿았고 앞으로 뻗은 오른손이 빈 허공을 내저었다. 바위 밑에 공간이 있음을 인식한 본능은 재빨리 몸을 밀어 넣었다.

 

 좁은 공간인지 얼마 들어가지 않아 머리가 돌벽에 부딪혔다. 몸을 웅크리자 발밑으로 지면을 박차는 소리가 지나쳤다. 그리고 한두 명으로는 낼 수 없는 발소리가 주변에 가득 찼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속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택시기사의 우려를 무시했던 후회가 몰려왔다.

 

 발소리들은 곧 멀어졌다. 그녀는 손에 쥔 과도를 거꾸로 잡고는 다리 쪽을 겨눴다. 저들이 돌아와 입구에서 다리를 잡아당기면 찔러 넣을 것이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신경을 곤두세우던 서영은 그 안에서 숨쉬기조차 힘들어지자 조심스럽게 안에서 빠져나왔다.

 

 밖은 새벽 5시 반을 넘은 덕인지 이미 어둠이 개어있었다. 그녀가 숨었던 구멍과 바위 사이는 4cm가 겨우 될까 말까였다. 능선 위를 바라보자 내려올 때 켜두었던 손전등의 빛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불안한 마음으로 내려온 능선을 기어올랐다. 등산로에 손을 뻗자 매끈한 촉감이 닿았다. 그 위에 올라서자 산산조각 난 랜턴의 부품과 찢어진 옷 조각이 주변에 굴러다니고 지면 곳곳에 구멍이 나 있었다. 가방은 노끈을 묶어둔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 열어보니 사라지거나 부숴진 것은 없었다.

 

 가방을 움켜쥔 채 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등산로로 시선을 돌려 상황을 추측했다. 이 현장이 보여주는 것은 여기서 어떤 식으로든 싸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 쫒아온 사람들은 바위에 도착했을 때 능선 위에 있는 전등 빛을 보고 그쪽으로 뛰어갔을 거다. 그리고 속았다고 생각해 묻어두었던 랜턴을 부쉈겠지.

 

 서영은 길 위에 떨어진 옷 조각들 중 몇 개를 집었다. 그것들은 오래 된 듯 변색되었고 썩은 내가 났다. 자신을 보고 쫒아온 이상 그들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적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 한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여기를 지나갔을 가능성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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